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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1/14 00:10:48
Name 해맑은 전사
Subject [일반] [육아글] 이런 말도 할 줄 알아?
벌써 4살이 된 아들과 매일 즐겁고 새로운 날을 함께하고 있다. 말을 하기 시작한 후부터 즐거움이 더 해진다.

‘이런 단어도 알아?
이런 억양으로?
아니, 이런 말투는 어디서 배운 거야?’

어린이집의 친구들과 비교해도 언어 구사능력과 이해력이 빠른 것 같다. 엄마를 닮았나보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신나게 큰 인형까지 셋이 뒹굴며 놀고 있었다. 물론 소리도 질러가며 놀고 있었는데, 아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죽어!! 죽어라!!!’

흠...

‘이런 단어를 알아?
이런 억양으로?
아니, 이런 말투는 어디서 배운 거야?‘

순간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지나갔지만, 나의 아버지에게 배운 굳은 얼굴과 단호한 말투로
‘그런 말은 안 돼!’ 라고 아이에게 말했다.
눈치가 빠른 우리 아이는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4살짜리의 변명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노력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바로 굳은 얼굴을 풀고 다시 몸놀이를 시작했다.

그날 이후부터 아이가 ‘죽어, 죽어라’ 라는 단어 대신, ‘기절했다’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몸놀이 하다가 힘들면 ‘아빠, 나 기절했어.’  
인형이 누워 있으면 ‘아빠, 얘 기절했나봐.’

그럴 때마다 고민이 되었다.
이거를 잘못 되었다고 말해야하나?
지적 한다면, 어떻게 알려 줘야 하지?

나 스스로 제대로 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아이를 뒷좌석 카시트에 앉히고 나는 운전을 하고 있는데
아이가 나를 불렀다.



‘그런데 아빠, 죽는 건 왜 안 돼?’


응? 이게 뭔소리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죽는다는 단어를 쓰면 왜 안 되는지를 묻는 것 같았다.



‘혹시 죽는다, 죽어라 이런 말 하면 왜 안 되는지를 물어 본거니?’


‘응! 맞아’



아하. 이거였구나.
그동안 고민했던 내용을 어떻게 짧고 쉽게 말해줄까, 살짝 흥분한 상태로 잠시 생각했다.


‘죽는 다는 것은, 영원히 못 본다는 거야. 아빠는 우리 아기를 계속 보고 싶단 말이지’


‘그런데, 어린이집 가면 못 보잖아’


‘어린이집은 아침에 갔다가 오후에 오잖아, 그런데 죽으면 영원히 볼 수 없다고.’


‘그런데, 나는 어린이집에서 엄마랑 아빠랑 보고 싶은데’


‘그래서 X시가 되면 아빠가 데리러 가잖아’



뭔가 핀트가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4살짜리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니 대충 넘어갈까도 했지만, 그래도 원인이 있을 것 같다.

뭐지?

어떤 설명이 어려웠을까?  

흠.. 혹시?




‘우리 아기, 혹시 영원히 라는 말 알아?’




‘아니, 몰라’


아하. 이거였구나. 이거였어.
나는 답을 찾았다. 나는 멋진 아빠다. 해냈어. 아이가 모르는 것을 찾아냈어!
그리고 신이 나서 설명했다.



‘영원히는, 계속 이라는 뜻이야. 계~~~~~~속, 계~~~~~~~~속, 끝이 없다는 말이야’


‘흠...’



‘무슨 말인지 알겠니?’




‘아빠, 밖에 폴리 지나간다’




아.. 그래, 답을 찾은 게 아니고, 내가 설명을 드럽게 못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구나. 그래도 이런 긴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너무 대견하다.

저출산으로 여기저기서 왈가왈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나는 둘째가 너무 보고 싶다. 이렇게 이쁜 아이가 하나 더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경제적 문제와 육체의 기력은 더욱 소진되겠지만, 정신적, 정서적 즐거움이 더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육아는 아이에게 주는 일방적인 것이 아닌, 내가 계속 성장하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주려면 채워야 하는데, 우리 부부가 서로 주고받은 것을 아이에게 주고, 아이가 주는 것은 우리 부부가 또 서로 나눈다. 아이가 부부 생활에 큰 활력을 주고 있다.

계산적인 삶이 아닌, 즐거운 삶을 살고 싶은데 사실 옳게 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은 즐겁게 살고 있으니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만 좀 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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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소파
19/11/14 00:46
수정 아이콘
예쁜 글이네요. 네살 아기가 너무 똑똑해! 라고 생각했어요. 어제인가 유튜브 추천으로 초코 음료 광고 묶음이 떴는데, 아기랑 아빠랑 찍은건데 아기가 너무너무 귀여워서 몇번을 돌려봤어요. 둘째 바라시는 거 이해돼요!
19/11/14 00:47
수정 아이콘
영원이라는 개념은 그냥 나이에 맞게 "오늘 저녁이 돼고 아빠가 데리러 오지 않고 내일도 안 오고 그 다음날도 안 오고, 계속 안 오는 그런 거야" 정도로 이야기하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제 아이 어렸을 때 죽음에 대해서 너무 적나라하게 설명해줬다가 아이가 큰 충격을 받아서 아이도 고생하고 저도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요.
LucasTorreira_11
19/11/15 09:52
수정 아이콘
역시 이공계 아버지..
파핀폐인
19/11/14 06:13
수정 아이콘
글에서 예쁨이 뚝뚝 떨어진다 ㅠㅠ
19/11/14 08:21
수정 아이콘
사무실에서 저도 모르게 이 말이 입에 맴도네요.
보고싶다 우리아기. 얼릉 갈께.
감전주의
19/11/14 09:39
수정 아이콘
둘째가 있으면 좋은점은 조금만 커도 아이 둘이 잘 논다는 겁니다.
아예 안 낳는다면 모를까 아이를 낳으려면 둘은 낳아야죠.
19/11/14 09:56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해요
둘이서 뭔 놀이를 그리 잘 만들어내는지 별 희안한걸 갖고도 잘 놀아요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끝말잇기부터 보물찾기 육교피하기 등등...놀이 만들어 내는 기계같아요
부부는 부부만의 대화를 할 수 있어 좋더라구요
해맑은 전사
19/11/14 14:14
수정 아이콘
어린이집에서 동생들이 자기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뺏는다며 자기는 동생 필요없다 하더니...
어느날 놀이터에서 혼자 울고있는 아이를 보고 저와 아들이 달래주는 중에 초등생으로 보이는 형이 뛰어와서 눈물 닦아주며 달래는 모습을 보고나서 동생이 필요하다네요.
자기도 멋진 형이 될거라나...
고란고란
19/11/14 09:43
수정 아이콘
로보카 폴리로 넘어간 모양이군요. 제 조카는 아직 뽀로로와 띠띠뽀만 봅니다.
동생이 8월에 아들을 또 낳아서 백일이 다 돼 가는데, 힘들어 죽을라고 하더군요. 뭐 다른 일도 겹치긴 했지만.
해맑은 전사
19/11/14 14:16
수정 아이콘
사실 좋아하는 제일 캐릭터는 마샤...
뽀로로도 띠띠뽀도 다 좋아합니다.

임신부터 출산, 돌까지 생각하면 고생길이 훤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19/11/14 09:47
수정 아이콘
자녀가 둘 있는데 저희 부부가 두 녀석이 맨날 티격태격 놀고 있는거 볼때마다 늘 하는 이야기가 하나였으면 어쩔뻔했나...하는 거였어요
둘이여서 더 못 해주는것도 많겠지만 대신 우린 너에게 형제를 줬다...라고 생각하고 있네요
그러니 얼렁! 또 낳으세요! 크크
독수리가아니라닭
19/11/14 10:04
수정 아이콘
둘째는 나이 때문에 무리고ㅠㅠ 딸이 지금 한창 말 배우는 중인데 말하는 게 너무 귀여워요.
제가 태어나서 애 낳고 그 애가 말 배우기 전까지의 37년동안 들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최근 1주일 동안 들은 사랑한다는 말이 더 많습니다.
해맑은 전사
19/11/14 14:20
수정 아이콘
우리는 늘 사랑한다는 말과 다양한 몸짓하트를 날립니다. 크크
누가 더 격렬하게 혹은 귀엽게 하는지 승부를 냅니다.
우리 부부는 더 나이가 많지만 아이가 장성했을 때 생각하면 꼭 형제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앞으로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타는쓰레기
19/11/14 10:09
수정 아이콘
24개월 저희 둘째딸은 요즘 조금씩 문장을 이야기합니다.

"아빠 도아!!(좋아)" 라고 하면
제가 죽습니다...죽어!!!!
청순래퍼혜니
19/11/14 10:1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이렇게 글 읽는 짧은 시간에라도 힐링이 되는 글이 좀 많았음 좋겠어요. 행복하세요!
앙몬드
19/11/14 10:23
수정 아이콘
어릴때는 다들 우리아이 이쁘다고 하는데 몇살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되나요?
19/11/14 13:28
수정 아이콘
늘 스트레스는 있습니다 희희
해맑은 전사
19/11/14 14:16
수정 아이콘
배속에 있을 때 부터...
19/11/14 14:39
수정 아이콘
세상 뭐든 양면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이는 존재부터 스트레스와 부담을 줍니다 단지 그 이상의 무엇을 얻을 수 있기에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는거 같아요
아기때는 육체적인 고단함과 아이가 다칠까봐 혹은 소통이 안 되는 문제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대신 천사같은 이쁨이 있어요
조금 커서 말이 통하면 훈육을 시키는 방법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존재인 나의 2세와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고
제 아이들은 둘다 십대인데 아이들의 사회성(교우관계)이나 교육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젠 좀 커서 친구같은 듬직함이 있더라구요
세살때까지의 이쁨에 대한 기억으로 평생을 키운다 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단계별로 조금씩 변형되는 부분은 있지만 소중함과 스트레스는 늘 함께하는것 같아요
블레싱you
19/11/14 10:28
수정 아이콘
육아휴직 중인 남자입니다. 아이랑 대화하는 모습이 공감이 많이 되네요~
저는 4살 남자아이와 1살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둘째가 첫째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첫째도 (자기 블럭을 부수거나 할때 빼고는) 둘째를 귀여워 하고요~
둘째 낳으면 후회는 안하실것 같아요. (힘든 점들은 그말싫...)
19/11/14 12: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육아글 쓰고 싶어지는 글이네요~
아이랑 대화하다보면 깜짝깜짝 놀랄때가 참 많죠
그나저나 둘째는 진리입니다(?)
러블세가족
19/11/14 13:52
수정 아이콘
27개월 첫째딸이 있는데.. 어제 쓰레기봉투 버리고 들어오니까 아빠 고생했어요~~~! 하면서 소리치면서 안아주더라구요. 너무 이뻐서 감동은 감동인데... 도대체 이런걸 어디서 배웠지? 싶더라구요. -_-a..
19/11/14 14:08
수정 아이콘
딸내미가 4살인데 부쩍 말이 늘었습니다. 한글도 읽고 영어도 하고 싱기방기해요 크크
착한아이
19/11/14 21:42
수정 아이콘
큰애 6개월쯤 출근했는데 헤어짐을 너무너무 힘들어해서 두어달만에 강제 경단녀가 되는 결정을 하는 순간 진짜 제 인생에 회의감이 들고 우울감이 극단적으로 오더라고요. 근데 그래도 애가 너무 예뻐요. 하나하나 자라는 모습과 과정을 내 눈으로 지켜본다는게 너무 소중해요. 중간퇴사가 경력증명서에 남아서 나이 먹을 수록 치명적인 타격으로 돌아오는 직업이라 나중에 복귀가 힘들어질게 뻔해서 허망하긴 한데, 그래도 너무 귀하고 예뻐서 둘째까지 가졌습니다. 연년생이라 답없는 미래가 보이지만요. 크크.
19/11/15 00:02
수정 아이콘
제 와이프도 같은 결정을 했어요. 그게 벌써 16년 전인데, 물론 스트레스 받은 순간도 많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착한아이님 가정이 항상 행복하기를 빕니다.
착한아이
19/11/15 00:21
수정 아이콘
사실 그만두기 전에 남편이 일 욕심이 전혀 없는 집돌이라 제가 먹여살리겠다고 설득하다 의외로 사양해서 더 속상했거든요. 애가 저를 찾고 힘들어하는거라 강하게 설득할 명분도 없었긴 하지만요. 저도 미래에 아내 분처럼 후회없도록 지금 한순간 한순간의 행복을 더 크게 눈에 담아야겠네요. 격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밥잘먹는남자
19/11/15 07:10
수정 아이콘
28갤아들이 아직 몇단어 못하는데 느리면 느린데로 또이쁘더라구요 인지는 오히려 빠르다는데 왜 말을 못하니ㅜㅜ
19/11/15 08:23
수정 아이콘
둘째 낳으세요. 두 번 낳으세요.. 아, 아러면 셋째인가?

아이가 둘이면 둘이 바이킹 타라고 보내고 아내랑 둘이 밑에서 꽁냥꽁냥 할 수 있습니다. 으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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