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풋내기 같은 한국의 꼰대들

나는 꼰대를 마냥 싫어하지 않는다.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식의 한계를 대부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건 젊음과 나이듦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사회가 동성애를 혐오하면 안되고 인종주의를 배격하고 성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기본이 된 이유는 먼저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그러한 룰이 제정되었기 때문이지, 신세대가 나고부터 구세대보다 월등한 평등의식과 공감능력을 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 룰에 포함되지 못한 영역(대머리나 노인 등)에 얼마나 관용적이지 못한지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사실 한 사람이 정말로 깊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체계화되고 납득 가능한 논리를 세우며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는 일관되고 당당한 태도를 갖추고 있다면 비합리적인 사고방식 한두가지 정도는 관용할 수 있다. 때로는 오히려 그런 사람 쪽이 더 말이 통할 수도 있다. 전공투와 미시마 유키오가 서로에게 그러했듯 말이다. 나에게 있어 그런 매력적인 꼰대는 내가 결코 동의하거나 실천할 수 없는 공동체주의를 주창하는 우치다 타츠루 같은 사람이 있다.

반면에 한국의 꼰대들은 정말이지 그런 '곤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인간들 투성이다. 현재 한국의 기성세대는 둘로 나뉜다. 청년들의 문제를 전혀 알아볼 생각도 없으면서 그들을 생산활동에 갈아넣는 데만 골몰하는 소위 '틀딱형'이 있고, 정반대로 우리 어른들이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거나 청년들 말에 거의 무조건 맞장구를 치며 마치 청년의 대변인인 체 행동하는 '베이비시터형'이 있다. 틀딱형보다는 덜하겠지만 베이비시터들도 그들 스스로가 착각하는 것과 달리 청년들에게 인기가 없다. 나는 그들을 인기영합하는 겁쟁이라고 본다. 그들은 청년을 위해 부와 권력을 내어놓지도 못하고 청년들의 엇나간 말에 반대할 자신도 없기에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나는 한국의 꼰대들의 문제를 '경험부족'이라고 단언한다. 성실과 사랑 같은 오래된 가치를 거짓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어른된 어른은 드물다. 대개는 사회적 영향력은 없어도 자식에게만은 그렇게 진실한 부모를 만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쳐야 한다. 그런 부모 하에서 자라더라도 실망스러운 교사나, 교수나, 상사나, 지도자만을 보다보면 어른에 대한 신뢰를 잃기가 쉽다. 어른의 정체를 간파한 젊은이가 보는 어른의 현실은 실력보단 비리와 부정으로 살아남은, 준법보단 위협과 실력 행사가 우선인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이 바로 선진화 이전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개인이 공정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초가 되는 진짜 경험은 21세기를 전후해서야, 나라가 개방되고 세계 각국의 지식이 여과 없이 쏟아져 들어오고서야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요즘 젊은 커뮤니티에선 '틀니 2주 압수', '전국 노래자랑 2주 시청금지'와 같은 식으로 기성세대를 아이 취급하는 식으로 대우하는 밈이 유행인데, 이것은 지금의 청년층이 나이만 어릴 뿐 경험 자체 면에선 월등하다는 것을 은유한다. 그들은 부와 지위로 가장하지 않으면 청년들에게 권위를 전혀 행사하지 못한다.


2. 징징이 청년

베이비시터들은 틀딱처럼 보일까봐 절대로 현 청년층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식의 말을 드러내고 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늘의 청년 문제는 청년 스스로가 그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취업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원론적인 원인 뿐 아니라 미취업 상태를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 스스로의 심리 문제도 동반된다. 사실 요즘 어른들은 자식들이나 바깥 세상에서 워낙 민감하게 이야기하다보니 본심이 어떻든 말을 얹기 조심스러워한다. (물론 여전히 거침없이 상처입히는 집안도 많다) 잘 생각해보면 미취업 청년에게 가장 적대적인 이들은 다름 아닌 청년층이며, 때로는 미취업 청년 스스로가 자신 혹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그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연애(혹은 모솔)나 낮은 스펙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와는 별개로 그런 모습을 놀리고 수군대고 평가하고 그것을 퍼뜨리는 것은 청년 자신이 아닌가. 혼밥을 이상하게 보고 어떻냐고 항변하는 모습은 오직 청년만의 문화다. 그래서 청년이란 울타리 밖에서 보이는 청년들의 모습은 기묘하다. 기성세대를 향해서는 참견말고 우리식대로 살게 두라고 부르짖으면서, 바로 정확히 그들이 안으로는 혐오와 조롱의 언어를 쏟아붓는다.

나는 기성세대는 물론 베이비시터는 더욱 아니기에 이러한 요즘 청년의 모습을 당당히 징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의 사회 문제는 모두 기성세대가 만든 것이고 그래서 요즘 세대가 역사상 가장 힘든 세대라던가, 남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선량한 여자들이 전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이라던가(혹은 그 반대), 내 앞에서 하는 경쟁 사회 완화같은 소리는 사다리 걷어차기고 나까지는 '공정하게(≒철저하게 우열을 갈라)' 경쟁해야 한다는 것 등이 그런 모습이다. 나는 이런 주장들이 전혀 일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분 혹은 전체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에, 前 21세기식의 언어로는 이들 청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혹 베이비시터들이 상처입은 맹수같은 청년들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사회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헬조선' 이 용어가 탄생한지도 벌써 넷상의 한 세대가 지났다. 당연히 당시 청년들이 만들어 낸 이 말은 한국적 현실에 대한 훌륭한 메타포이면서 내부 혐오의 서막이기도 했다. 헬조선을 지배하는 기성세대를 비난함과 동시에 헬조선적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청년 만인의 투쟁이 일어난 것이다. 그 결과는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는 기성세대들과 네 탓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청년의 모습이다. 왜 한국에선 청년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는 정당이 나오지 않는가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청년들은 대체로 기성정치를 혐오하지만 그 전에 내부 투쟁을 하기에도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에 끼어드는 청년은 기성세대와 야합하는 이들밖에 남지 않는다. 내게 있어 '헬조선'이란 바로 이 청년층과 기성세대의 적대적 공생이 소멸될 기미가 없다는 부정적인 현실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