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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9/28 23:47:46
Name Serapium
Subject [일반] 나의 손목시계 이야기 (부제:밀튼아, 나의 세번째 손목시계가 된걸 환영해!)
저도 다른 대부분의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손목시계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습니다.
아마 그 시작은 이것에서부터 기원한 듯 합니다.

PlI1ryib.jpg

이 시계는 약 23년전에 할머니께서 스위스 여행을 다녀오시며 사다주신 물건입니다.(원래는 멋지구리한 가죽 줄이었는데, 여러번 바꾸어서 이제는 저 못난 싸구려줄입니다...)
(적어도 제기억엔) 생애 처음으로 시계를 갖게된 저는 기뻐날뛰며 당장 다음날부터 차고 다니고 싶었습니다만, 어머니께서 절대 못차게 하시더군요. 이게 당시에 연예인도 차고나오고 아무튼 꽤비싼 물건이라 이런거 차고다니면 부잣집 아들인줄알고 유괴당할지도 모른다는게 그 이유였습니다. 결국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이걸 차고다닐 수 있었고 이 시계는 그 이후로 쭉 저와 함께하게 됩니다. 전 이게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서 친구들이 쥐샥이니 뭐니 하며 디지털시계 열풍에 휘말릴때 홀로 고고히(?) 클래식을 고집했습니다. 다만... 제가 어릴때라 시계 관리를 전혀 안해서 사실 지금 많이 망가지지 않았을까 생각이듭니다. 한번 앞유리를 깨먹어서 수리하러갔더니 아저씨가 자기가 이거 완벽히 수리는 못한다고, 앞으로는 절대 습기찬 곳에 두지 말라고 하셨었는데....흠.

그러다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가게되고, 아무리 막나가는 저라도 군대에 소중한 시계를 차고가지는 않았습니다. 동생이 군대에 있을때 무슨짓을 했는지 국정원시계를 하나 받아왔는데, 그걸 대신 차고 들어갔더랬죠. 그게 망가진 이후로는 어떤 병장이 전역하며 두고간 지샥짝퉁을 썼구요.

전역하고나서는 옛친구를 한동안 얌전히 쓰다가, 오사카에 여행가서 이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OkY4NuBb.jpg

제가 딱 좋아하는 타입의 시계인데, 만원밖에 안하는 겁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구매를 했는데, 이 친구가 얼마 안되서 오늘의 주인공 밀튼이를 소환하는 계기가 됩니다.

위 시계를 차고 룰루랄라 사람들에게 싸게 잘산것같다며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물론 이번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서 가족에게도 자랑을 했고, 아버지가 보시더니 한마디 하십니다.

"야, 니가 왠일이냐 시계를 다 바꾸고, 이제 취업해서 돈번다 이거냐?"
"하하 아부지 이거 얼마쯤 하는거 같아요?"
"글쎄? 한 10만원?15만원?"
"흐흐흐 이거 만원짜립니다. 엄청 예쁘죠?"

그런데 아버지 표정이 묘해지셨습니다. 당시엔 별 생각없이 지나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자식이 지나치게 없어보일까봐 걱정하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면 본인은 IWC차고다니시는데 자식이 만원짜리 차고 다니니 마음이 아프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정말 상관이 없었습니다. 물론 저도 백화점이나 면세점가면 꼭 명품시계 구경하러다닐만큼 좋아하지만, 분수에 맞지 않는 명품은 허세일뿐이라 생각하기에 아버지의 좋은 시계가 부럽지만 탐나지는 않았고, 저 시계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명절 마지막날, 서울에서 빈둥대며 쉬고있는 저에게 아버지가 대뜸 카톡을 보내셨습니다. 여러장의 시계 사진이었는데, 티쏘, 세이코, 미도, 에르윈, 가이거, 오리스, 몽블랑, 등등의 브랜드의 시계들이 눈앞을 화려하게....응? 몽블랑??

눈을 비비며 똑바로 앉아 다시 보려는 찰나 그 사진이 없어졌습니다. (카톡보내기 취소기능 PPL아닙니다...)

"이 중에 하나 골라봐라."
"아부지 뭐가 하나 없어졌는데요?"
"...그건 내가 잘못보냈다. 잊어라"
"...그게 제일 이쁘던데요..."
"그건 임마 담에 니 마누라한테 사달라그래"

그 짧은 순간 매의눈으로 캐치했던 저는 당장 검색을 시작했고, 찾아보니... 이녀석이었습니다.


Uh8ON8qb.png

몽블랑 타임워커.....! 몽블랑이 원래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 인데다, 이녀석은 정말정말정말 이쁘더라구요... 꿈에라도 차고싶은...  물론 가격도 꿈만같지만요(..)

어쨋든 그래서 차라리 아버지께 얼마정도 생각하시냐고, 그럼 내돈 보태서 하나 괜찮은 시계 사겠다고 이야기가 된 후 잠자고 있던 제 마음속 갈망이 삽시간에 불타오르더군요. 원래 저는 뭘 거의 안사지만, 한번 살때는 정말 좋은걸 사는 소비관을 갖고있습니다.


69sasxsb.png
약 한시간의 폭풍같은 검색후 이 친구가 물망에 올랐습니다. 거의 구매직전까지 갔는데, 단톡방에서 이거산다산다 이러고 있는 와중 친구중에 금수저 친구가 갑자기 한마디 합니다.

"해밀튼은 근데 오픈하트가 이쁘지"
"... 이거 오토메틱인데?"
"원래 좋은시계는 다 오토메틱이다"
"그래?"

그러고 찾아보다가... 아래 이미지를 본 순간...

2mYDym1m.jpg

그만 사랑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으악 정말이지 너무 마음에 들더라구요. 제가 마침 남자치곤 좀 하얀편이고 어두운 톤의 옷을 즐겨입는 입장에서 이건 딱 내꺼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배송예정일이었고, 저는 연휴간 밀린 산더미같은 일을 본체만체하고 칼퇴해서 택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MObK5arm.jpg
9IjThHtm.jpg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흐아아... 너무너무 예쁩니다!! 스켈레톤에 별 흥미가 없(는줄알았)는데 이거 들여다보면서 몇시간은 족히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HUJDEqIb.jpg

사실 정말 좋은 시계들이 더 많은걸 잘 알고있고, 오픈하트가 제 꿈의 시계는 아니었지만, 인터넷 어딘가에서 이런 경구를 보았습니다.

"buy what you love, love what you bought"

언젠가는 몽블랑이나 IWC같은 드림시계를 차고싶지만, 그래도 그 먼훗날까지는 이아이와 함께 가겠습니다.
잘부탁해, 해밀튼 :)

길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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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캐리어
18/09/28 23:53
수정 아이콘
이렇게 해밀턴을 사게되고, 태그호이어를 사게되고, 롤렉스, 오메가를 사게되고...
Serapium
18/09/29 00:01
수정 아이콘
태그호이어, 롤렉스, 오메가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그런데... 브레게 제품중에 제 취향이 있습니다...크흙
18/09/29 00:06
수정 아이콘
저는 오픈하트는 프콘이 더 취향이더라고요. 프콘 문페를 보고 있긴 한데, 있는 티쏘도 안차면서 무슨 시계냐 싶어서 보기만 하고 있습니다.
러블리맨
18/09/29 00:15
수정 아이콘
시계는 자기만족이라 파면 팔수록 끝이 없죠.
Galvatron
18/09/29 00:25
수정 아이콘
앞서 유럽 출장갔다가 공항 면세점에서 한참 망설였던게 생각나에요. 튜도르 베이 해리티지 계속 가지고싶었던건데.... 마누라도 오케이했건만.... 딸래미한테 좀 더 쓰고싶은 마음에 뒤로하고 나왔습니다. 담엔 사야지...
Made.in.Korea
18/09/29 00:32
수정 아이콘
제가 차고있는 시계네요 하하 저도 오픈하트가 너무 예뻐서 이녀석 구입했습니다. 메탈줄시계로 차시면 더이쁜데. 히히 잘쓰셔요 ^^
Janzisuka
18/09/29 00:40
수정 아이콘
시계..알지도 차지도 않아서 두둥.
일전에 업계 선배에게 시계 안찬다고 혼난적은 있어요 크크
18/09/29 01:17
수정 아이콘
청판 메탈쓰는데 이쁘단 소리 많이들었죠 흐흐 시계는 진짜 자기만족인듯
Cazellnu
18/09/29 01:26
수정 아이콘
생전 안차다가 까레라 산뒤로 자주 찹니다
18/09/29 03:13
수정 아이콘
다이버 워치 차고있는데 너무너무무거워서 점점 못차겠어요.
데일리로 가죽 하나 사고싶긴하네요
及時雨
18/09/29 04:46
수정 아이콘
히익 아버지 국시공
18/09/29 04:47
수정 아이콘
시계는 오토죠 크크
세이밥누님
18/09/29 06:47
수정 아이콘
제 시계랑 같네요 크크. 오픈하트 좋아요. 매력있어요
제랄드
18/09/29 08:40
수정 아이콘
우연히 추게에서 본 손목시계 연재글로 인해 신세계를 알게 되어 나름 저렴한 구문페를 지르러 매장을 갔다가 퍼페츄얼+키네틱+문페이즈에 낚여 세이코 프리미어를 산 1인 ...
요즘 서브로 하나 더 지를까 하는 생각(그러다가 또 낚여서 메인을 사겠지...)에 온라인 시계 매장 종종 들락거리는데 딱히 꽂히는 게 없네요. 다행이다?

본문 중 오사카 이야기가 있는데 저도 다음주에 오사카 갑니다. 간 김에 린쿠 아울렛에 들러 세이코 정품 시계줄 하나 사고(설마 국내 표준가 14만원 보단 싸겠지), 시계 구경도 하면서 천천히 둘러볼 생각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시계글 반갑네요.
18/09/29 09:25
수정 아이콘
저랑 같은 시계네요! 저는 갈판? 갈색이에요 갈색도 이뻐요 흐흐 산지 4년?5년정도인데 주변에서도 이쁘다고 그러더군요 착용하시다가 메탈줄?도 하나사셔서 바꿔주면 괜찮더라구요 잘쓰세요!
녹용젤리
18/09/29 11:12
수정 아이콘
네비타이머 10년째 착용중입니다. 아직도 블링블링 너무 이뻐요.
정품 가죽밴드가 너무 비싸서 개인업자분께 의뢰[이것도 많이 비쌉디다]하고 받았는데 품질이 정품보다 훨씬 좋은듯해서 아주 만족중입니다.
18/09/29 13:59
수정 아이콘
저는 브라이틀링 착용중인데 또사고싶어 미치겟습니다 ㅠㅠ 이게 한두푼하는거도 아니고..
18/09/29 17:33
수정 아이콘
아버님께서 좋은 선물해주신거 같네요+_+ 축하드립니다
18/09/29 19:34
수정 아이콘
오픈하트 매력있죠. 해밀턴 무브에 저정도 문양 넣은 것도 흔치 않습니다.

Iwc가 드림와치라면 뽈뚜기 오마주 시계들 중 디자인 갑인 해밀뚜기나 IWC만큼이나 역사성과 밀리터리 간지를 뿜어대는 카키필드 복각 또는 카키파일럿 중 인터스텔라에 나온 모델도 좋았을텐데요.

이제 줄질하는 재미로 몇달 지내셔야겠네요.
감은색 악어나 코도반 달아주면 매력이 +10정도 오를 것 같아요.
gogogo[NADA]
18/10/01 16:01
수정 아이콘
시계 다음엔 아마 차로 관심이 가지 않을까요?
독일차 보다가 영국차로 넘어가고 그러다가 다시 무념 무상 코스
제일 좋은 코스는 아파트에 빠지는걸 추천합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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