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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9/19 17:04:52
Name vanillabean
Subject [일반] 오래된 책 상자를 열었습니다.
십여 년 전에 외국 나가서 맡겼던 책박스 몇 개를 오늘 받았습니다. 양쪽 다 게으름의 화신들이라 어쩌다 보니 십여 년이 넘어서야 돌려받은 책들은... 상태는 뭐 그렇지만 잊고 있던 당시 취향에 약간 충격을 받았습니다. 맡긴 책은 대부분 집에 물건 맡길 때 엄마가 검열하고 문제가 있을 것들이었어요. 보수적인 개신교도 아주머니가 보시고서 대노할 물건들을 치우다 보니 만화책은 대부분 친구에게 맡기게 되었지요. 그래서 당연히 만화만 있을 줄 알고 박스 4개를 열었더니만 안에서 난데없는 물건들이 막 나오더라고요. 만화랑 당시 사모았던 라이트 노벨 같은 건 당연한 건데...

하지만 일본에서 나온 남성향 에로 만화는... 이건 진짜 아니잖아요. 전 애당초 에로 만화나 동인지 자체를 별로 안 즐기는 사람인데 왜... 여성향 에로도, BL 만화도 싫어하는데 왜 남성향 에로 만화가 나온 걸까요. 친구는 까무라치게 웃고 저는 당황스럽기만 하고. 십여 년 전의 나에게 묻고 싶어지더라고요. 그 만화는 가족이 보면 비웃을 거라 종이봉지에 싸서 버려볼까 합니다. 개인적인 추리로 책박스를 보관해 준 친구의 남편 물건이 아닐까 싶은데 친구가 그건 아니라고 주장하니 뭐...

판도라의 상자를 연 기분이랄까. 뭔가 좀 허탈하네요.

친구가 보관해 준 만화책 대부분은 그냥 버리려고 해요. 이제 더 이상 그 만화책이 재미있을 나이도 아니고 다시 볼 거 같지도 않아서요. 오래된 무협 소설들이 앞뒤권 빠진 채로 나왔는데 이것들도 다 버리게요. .

이 참에 더 책장 정리를 본격적으로 해서 책 양을 줄이려고 합니다. 어차피 제가 줄여도 가족이 알라딘 중고로 계속 책을 사대기 때문에 책장은 비지 않아요. 아직도 80년대에 나온 <모모>나 <네버 엔딩 스토리> 같은 거 갖고 있으면서 소유욕을 없애겠다고 미니멀 라이프를 하겠노라면서 계속 버리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건지. 쉽게 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버릴 수 없던 물건을 버리는 순간이 빨리 와야 할 텐데라고 책장을 볼 때마다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혹시 20년 된 <나니아 연대기> 영문판이 갖고 싶은 분 계실까요? 박스에 들어 있는 페이퍼백 시리즈인데 책 바깥은 좀 바랬지만 안에는 거의 새 책이에요. 한 번 보고 고이 꽂아만 뒀던 거라서요. 사실 그냥 폐지로 버리는 게 더 편하긴 합니다만, 어릴 때 애착이 있던 물건은 버리는 것보다 나눔을 하는 게 더 위로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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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사과
18/09/19 17:10
수정 아이콘
으하하 제 방에는 요시나가 후미 작가의 동인지들이 당당히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저는 남자이고, 해당 책들은 BL물입니다)
vanillabean
18/09/19 17:45
수정 아이콘
요시나가 후미 동인지라면 <슬램 덩크>? 수위가 좀 있다고 하던데요. 전 동인지를 안 봐서 얘기만 들었어요.
회색사과
18/09/20 06:09
수정 아이콘
아뇨 “솔페쥬” 랑 “제라르와 쟈크” 입니다 흐흐
중학생 때인가 고등학생 때인가 서양골동양과자점으로 bl이라는 동네를 구경한 덕분에 (bl에 넣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뒤로도 거부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도망가지마
18/09/19 17:17
수정 아이콘
나니아 연대기보다는 다른걸 나눔하심이..
ageofempires
18/09/19 17:21
수정 아이콘
크크크
vanillabean
18/09/19 17:45
수정 아이콘
그건 부끄러워서... 차마... 왜 그러세요. ㅠㅠ
18/09/19 17:24
수정 아이콘
저도 나눔할 책들이 꽤 있는데, 문제는 너무 게으른 데다 제가 이 무거운 책들을 우체국까지 실어날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귀찮음이 저를 압도합니다.
vanillabean
18/09/19 17:42
수정 아이콘
우체국 택배 신청하세요. 바로 다음날 와요.
시노부
18/09/19 17:27
수정 아이콘
저는 vanillabean 님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vanillabean
18/09/19 17:46
수정 아이콘
제 취향인지 아닌지 아직 책은 열어보지 못해서 모르겠는데요. 표지부터가 당황스러워서...
사다하루
18/09/19 20:34
수정 아이콘
무소유를 실천하신 법정스님을 존경하는 저..
법정스님께서 영면 전에 내 글을 더 이상 출판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죠.
영면하신 후 그 마지막 쇄를 사모으느라 고민하는 저를 보고..
회사 동료가 무소유를 이야기 하는 책을 소유하려고 고생한다고 ..크크크크
그런 의미에서 나니아연대기 영문판!!! 신청합니다!!!크크
vanillabean
18/09/19 21:43
수정 아이콘
주소 메시지로 보내주세요. 그리고 보시는 책 취향 말씀해 주시면 다른 책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드릴게요.
사다하루
18/09/20 01:11
수정 아이콘
쪽지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RookieKid
18/09/20 12:08
수정 아이콘
저는 책은 정말 버리지 않아요. 이북이 많이 발달한 요즘도 저는 종이활자가 더 좋더라고요.
근데 이제 미캉님 책장이 아니라 바닐라빈님의 책장이 유명해지겠군요...크크크크크
vanillabean
18/09/20 12:14
수정 아이콘
10줄 넘는 책꽂이가 꽉 차게 되면 정리 안 할 수가 없어요. 제 책장은 이제 외국어 실용서가 주로 꽂혀 있는 지나치게 건전한 곳이라 유명해질 리가 없어요. 예전에 보던 에로가 가미된 판타지들은 다 털었어요. 제 추천은 앤 라이스가 가명으로 쓴 Sleeping Beauty 삼부작이에요. 지루해서 3부까지 쓸 필요가 있나 싶지만 가끔 신박하다 싶은 게 있어서...
고분자
18/09/21 09:55
수정 아이콘
저도 나중에 오래된 pc잡지들 나눔하려고 합니다
90년 pc월드 창간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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