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이 너무너무 없어서 온갖 인터넷 커뮤니티를 다 돌아 다녔는데도 시간이 안가길래
사무실에서 몰래 아이패드로 문명을 하다가 상사분께 걸리고 시무룩한 상태에서 쓰는 월급루팡용 글입니다.
사진을 같이 올리면 좋을텐데 사무실이라 사진을 찍을수가 없네요 ㅜㅜ

IT 기기는 좋아하는데 돈은 없는 가난한 자취생이다 보니, 이것저것 사긴 했는데 다들 뭔가 조금씩 애매한 것들만 한가득입니다. 충분히 좋고 잘 쓰고 있는데 뭔가 아쉬운, 그런 것들이요.
사실 산지 한참 된 것들이 많아서 이 기기들의 구매를 고려하시는 분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참고하실분이 있을까 하고 글을 적어봅니다.



1. 아이폰 8+

그놈의 M자 때문에 프로페시아를 몇년째 먹고 있는 저로서는 도저히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아이폰 8+을 선택했습니다.
카메라도 좋고 성능은 엄청 빠르고 화면도 볼만하고 괜찮은데 너무 심심하고 재미가 없어요.
아이폰 4 - 5 - 6 - 6+을 거쳐 8+로 왔는데 다 똑같은거 같은, 그냥 너무나 익숙해서 이제는 식상한 그 아이폰 자체에요.
아이폰X가 맥북이라면 8+는 아수스 노트북 느낌이랄까...오래만난 여자친구 느낌이랄까....


2. 32인치 FHD 커브드 모니터(삼성 저가형)

32인치에 FHD는 진짜 못봐줄 화질이고 무조건 QHD나 4K로 가야 한다는 말을 정말정말 많이 들었는데
제 1050은 32인치 QHD를 못버틸거 같아서 그냥 고민없이 FHD로 왔습니다. 싸기도 하구요
뭐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볼만은 합니다. 화면이 자글자글 거린다 픽셀이 다 보인다 그 정도는 아니구요,
가까이서 보면 '화질이 좋은건 아니구나' 정도, 멀리서 보면 '그럭저럭 괜찮네'정도.
오버워치 GTA5 그런 게임 아무런 불만 없이 잘 했습니다.


3. 카카오미니(인공지능 스피커)

멜론 1년 이용권에 혹해서 일단 지르고 봤던 놈입니다.
혼자 살지만 아직도 헤이카카오 불러서 뭘 물어보는건 너무 민망하고,
내 멜론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서 노래추천 해준다는데 그냥 블루투스 연결해서 폰으로 선곡하는게 훨씬 편해요.
스피커는 쪼만해서 음질도 별로구요.

저는 알람으로만 쓰는데, 말 한마디면 멜론에 있는 어떤 곡이라도 알람음으로 설정할 수 있으니 아침마다 좋아하는 곡 들으면서 일어나긴 괜찮습니다. 거기다 정말 가끔식 아침에 날씨 물어보는 정도 까지만.
지금 정가 주고 사라면 절대 안사요.


4. 닌텐도 스위치

제 돈주고 산게 아니라 누가 준건데, 그래서 그런지 뭔가 의욕이 안생깁니다.
젤다도 마리오도 해봤지만 새로운 게임을 배우면서 한다는게 귀찮기도 하고 갓겜이라니까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숙제 같은 기분이 나더라구요.
결국 두 게임 합해서 플레이 타임 3시간 정도 했고, 가끔 친구들 놀러오면 마리오카트나 합니다.

들고다니면서 지하철에서도 해봤는데 생각보다 커서 불편하고 그냥 폰으로 피지알이나 하는게 더 재밌는거 같고,
언젠가 젤다에 푹 빠져서 할때가 있겠지 생각으로 언제나 모니터에 연결은 시켜두는데 하염없이 먼지만 쌓이고 있네요.


5. 아이패드 프로 2세대 12.9 wifi

정말 빠르고, 화질 엄청 좋고, 120hz는 감동적이고, 애플 펜슬 좋고, 정말 다 좋습니다.
딱 한가지 단점이라면 딱히 쓸데가 없다는거....
12.9는 화면이 너무 커서 지하철 같은데서 꺼내기도 무리고, 원래 폰게임을 하지 않기에 게임이 딱히 재밌지도 않고,
집에서 유튜브 보고, 가끔 카페에서 간단한 오피스 작업 하는게 전부이네요.

처음에는 업무용으로 쓰려고 산건데 회사가 보수적인 분위기라 회의에 패드 들고가는건 상상도 안가고, 어려운 미팅 자리에서 패드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고, 그 자리에서 폰이랑 패드 만지면서 테더링 잡는건 더 민망하고...

팔아버릴까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 앱스토어에서 문명6 지른게 아까워서 그냥 냅두고 있습니다.


6. 로지텍 슬림콤보(아이패드 키보드&케이스)

다들 애플 정품 스마트키보드를 쓰시지만, 저는 갬성이 아니라 합리적 소비라고 자위하며 굳이 로지텍을 샀습니다.
키보드는 진짜 좋아요. 제 싸구려 데탑용 로지텍 키보드 보다 키감이 훨씬 좋고, 키보드에 백라이트도 들어오고, 펑션키도 굉장히 유용하고 편의성은 애플정품과 같은데 가격은 더 싸고.

거기다 스마트키보드에는 없는, 뒷면 커버 케이스가 있다는게 가장 큰 특징인데, 얘가 겁나 두껍고 무겁고 안이뻐요. 쌩으로 쓸땐 그렇게 이쁘고 가볍고 얇은 아이패드인데, 그 케이스만 끼우면 군용 느낌이 물씬 나버려요. 그렇다고 뒷부분 케이스를 빼고 키보드만 쓰기에는 뒷부분 고정이 안되서 불가능하구요.
로지텍이 이렇게 디자인 센스가 없었나, 감성이라고는 1도 없는 메마른 회사였나 하고 새삼 놀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