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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6/07 14:06:24
Name 다록알
Subject [일반]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그리고 블록체인 (수정됨)


 슈쳉장이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블록체인" 이라는 제목으로 구글에서 세미나를 한 모양입니다. 슈쳉장은 스탠포드 교수로 물리학계 최고 화두인 Topological insulator를 처음 예측한 사람이고, 그 공로고 버클리상과 디락상을 받은.. 한마디로 현시점 고체물리학계의 끝판왕격인 인물입니다.


 이 사람이 최근 학회장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Buy bitcoin!" 을 외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체물리이론의 대가가 대체 무슨 바람이 들어서 코인에 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발표를 보니 블록체인에 믿음이 있다는것은 확실히 느껴집니다. 물론 뉴턴은 주식하다 망했고 아인슈타인도 말년에 노망났다고 비난받은것처럼 슈쳉장이 지지한다고 해서 블록체인의 전망이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지요. 


 어쨌든 물리학계의 거물이 블록체인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이 영상은 재미있을겁니다. 신기술에 관심 많은 저는 정말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블록체인 내용은 29:12부터 시작) 아래는 인상깊었던 부분 간단한 정리:


1. Turing test 의 대안?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 평가하는 방식으로 흔히 언급되는게 1950년에 제안된 튜링 테스트입니다. 인간이 커튼 뒤에 있는 기계와 일정시간 대화를 하고, 상대방이 컴퓨터인지 질의자가 판별할수 없다면 테스트가 통과하는 방식이죠.

 튜링테스트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맹점도 분명 있습니다. 인간이 평가를 하는만큼 객관적일수 없으며, 인간을 흉내내는 것이 대체 지능이랑 무슨 상관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줄수 없습니다.


 슈쳉장은 거의 70년된 튜링테스트를 다른것으로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Can machine discover the law of nature and mathematics better than human?"

 즉 컴퓨터가 자연의 법칙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기계의 지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야한다는 것입니다. 뭔가 Zhang test 라고 불리우길 바라는 마음에 던진 말인것 같은데, 컴퓨터가 "어떠한 법칙"을 발견해야 하는지 제대로 정의 하지 않는 이상 저 문장은 모호하고, "어떠한 법칙"을 정하는 순간 정의자의 주관이 들어가기 때문에 Turing test 보다 낫다고 볼수 없습니다.


2. 블록체인 proof of work 와 entropy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슈쳉장은 블록체인의 proof of work(작업 증명)의 에너지 소모를 엔트로피에 비유를 합니다. 아시다시피 블록체인의 핵심은 "[중앙기관 없는] 사용자간 합의 도달" 입니다. 비트코인은 작업증명, 즉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합의에 도달하는 방식을 사용하구요. 


 이를 자석으로 비유해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물질에는 전자가 있고 각 전자에는 spin이라는 특이한 자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물질에 자성이 없어보이는 이유는 spin 방향의 무작위성 때문입니다. 무작위로 분포되어있는 각 spin들의 평균 자성은 0이 되므로 큰 규모에서는 non-magnetic(비자성)한 특성을 보이죠. 

 그러나 자성을 띄는 물질은 무슨 이유인지 전자의 spin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그 때문에 큰 규모에서도 자성이 관측됩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spontaneous symmetry breaking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자석내의 전자들은 딱히 누가(이를테면 중앙에서) 방향을 정해주지 않아도 특정 방향을 바라보는 consensus에 도달합니다. 또한 이렇게 spin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시스템은 엔트로피가 높아지게 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추가적인 엔트로피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어야 합니다. 


 정리해보면, 작업증명을 통해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consensus에 도달하는 블록체인과 엔트로피를 소비하면서 spin 방향의 consensus에 도달하는 자석에 유사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체물리학자다운 절묘한 비유가 아닐수 없습니다.


3. Proof of stake에 대한 의견

 발표가 끝나고 누가 proof of stake (지분 증명) 는 어떤 비유를 할수 있냐고 물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이 재밌습니다. 슈쳉장은 비유를 하는 대신 지분증명의 불완전성에 대해 말했습니다. 특히 지분증명은 부정부패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앙기관 없이 사용자간 consensus 도달"하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수 없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작업증명 방식은 미래 M0나 M1을 구성하는 근본이 되어야 하며, 지분 증명은 M2 나 M3 같은 상위 레이어에서 사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물리학자가 금융과 경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거는 마치 경제학자가 양자역학에 대해 논하는것과 비슷하다고 보지만, 여하튼 급진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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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7 14:14
수정 아이콘
POS가 POW의 전기먹는 하마 문제에 대한 대안이라는 설이 널리 퍼졌는데 이분은 POS를 아주 부정적으로 보네요?
다록알
18/06/07 14:48
수정 아이콘
완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가장 강력한것은 POW라고 보는 입장이에요. POS 는 "less robust but more efficient" 하기에 다른 곳에서도 물론 쓰일수 있다고 보고요.
18/06/07 14:22
수정 아이콘
경제고 물리고 아무것도 모르니 가만 있어야지 낄낄낄
고비사막 한가운데, 컴퓨터 한대에 태양렬 전지판 좌르륵 깔아서 전력생산하고 채굴 시켜놓으면 그야말로 개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술먹을때 토론하곤 했었습니다 흐흐
아점화한틱
18/06/07 14:26
수정 아이콘
지나가던 몽골인 : 뭐여 이게? (와직)
18/06/07 14:53
수정 아이콘
태양광이겠죠? 그러면 모래청소가 관건인데..
이밤이저물기전에
18/06/07 14: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POW 는 역엔트로피를 착실하게 쌓아올린 피라미드 하고 같지요. 그 피라미드를 해체하려면 쏟아부은 만큼의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가장 최근 블록을 수정하는 것도 상당한 에너지가 요구되지만 과거의 블록까지 수정하자면 기하급수적으로 요구되는 에너지가 증가합니다. 무식이 제일인 방식이죠. 단점은 에너지 소비가 필요이상으로 크지 않냐는 지적 (가성비가 꽝?)...

POS 는 합의과정에서 지분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목수리를 크게 낼수 있도록 해주되 거짓말을 하면 지분을 뺏어간다는 방식. 전기세는 거의 안드는 장점이 있기는 한데...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알고리즘적으로 판단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때문에 지적을 많이 받는 방식. 애당초 그게 가능하기나 하냐, 결국 리더의 오피니언이 알고리즘을 대신하는게 아니냐 하는 지적이 있음.

DPOS 는 POW는 전기먹는 하마고 POS 는 허울만 좋았지 대놓고 리더가 합의과정에 개입하는 방식인데 그러면 우리는 차라리 실제 민주주의 과정하고 비슷하게 지분을 많이 가진 사람중 x명을 뽑아서 합의를 시키겠다 하는 방식. 이상과 현실에는 어마어마한 괴리가 있고 참/거짓을 알수 있는 절대지능이 가능치 않다는걸 고려해보면 나쁘지 않은 타협점이라고 볼수 있음. 근데 고인물은 결국 썩을 수 밖에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찌 해결할 텐가요...

AI 랑 블록체인은 전혀 연관 없는데...
이게 마법의 키워드다 보니까 엮으면 잘 모르는 사람 홀리기가 아주 쉽습니당...
다록알
18/06/07 14:50
수정 아이콘
발표의 구조는 서로 다른 세가지 주제에 대해 각각 말하고 마지막에 합쳐서 결론짓는 형식입니다.
여기서는 AI가 필요한 data를 블록체인이 효과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간단히 언급합니다.
실례지만 본업이 어느쪽 분야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밤이저물기전에
18/06/07 15:58
수정 아이콘
철학과 전공했는데요 허허
그래도 열역학이랑 양자역학쪽은 공부해본적이 있어서 완전히 문외한은 아닙니다. 도날드 맥퀘리 책이 책장에 아직도 있네요.

비디오는 잘 보았는데요.
세가지 주제를 엮으려면 엮을 수 있는데 연결고리가 많이 루즈합니다.
"합의" 라는 주제에 있어 미시세계에서 발견되는 스핀통일성하고 블록체인의 합의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는 개념이고...
또 합의라는 개념을 설명함에 있어 거래의 단위는 사과처럼 애매한 물건이 될수 없고 염소같이 가치가 합의된 단위가 되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데...
블록체인의 합의는 거래내역에 대한 합의이지 그런 합의가 아닙니다....

한편 가까운 미래에는 자신의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볼수 있습니다.
근데 이건 굳이 블록체인이 없어도 됩니다. 페이팔로도 되요. 인터넷 트래픽이 구글/넷플릭스/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 등등 소수에 의해 독점된 상태라 써드파티에서 획기적으로 수익 모델을 구성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뿐이죠.
블록체인의 핵심은 그런게 아니라 기축통화를 버리고 P2P 방식으로 누구나 참여가능하고 통제주체가 없는 초법적/초국가적 경제를 구성하는데에 있어요.
그냥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 경제생태계가 커지면서 새로운 경제모델을 구성하는것에 의의가 있는 것인데...

마치 블록체인이 무슨 마법의 기술인 마냥 이것 저것 다 끌고 와서 혁명이다 하는 식의 얘기를 보면 좀 갸우뚱하게 되는게 사실입니다.
블록체인 자체는 그냥 장부가 무한히 많아서 없애려도 해도 못없애는 경제시스템이라고 보면 되요.
뭐 programmable money 라는 점에서 보면 "자발적/선별적 데이터 제공에 따른 보상경제" 의 문제에서... 보상과정을 좀 더 매끄럽게 해줄수 있기는 합니다만
블록체인의 핵심은 엄밀히 말해서 그런게 아니죠.
larrabee
18/06/07 19:13
수정 아이콘
dpos는 투표를 통해 노드(증인, bp 등)를 바꿀 수 있죠. 대의제 민주주의에 가까운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투표를 통한 견제죠.
18/06/07 16:35
수정 아이콘
슈쳉장 테스트에 의하면 동물을 비롯해서 대다수의 인간은 지능이 없는거 아닌가요 크크
다록알
18/06/07 22:35
수정 아이콘
네 애초에 완벽하게 정의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냥 재미삼아 보시는것이 좋아요~
가라한
18/06/07 18:25
수정 아이콘
본문과는 크게 상관은 없지만 POW는 전력 낭비나 이런 걸 떠나서 자본 싸움으로 변질 된게 가장 크죠. 채굴 하려면 전용 기기를 사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에서 이미 탈 중앙화라는 거창한 대의 명분과는 바이 바이가 아닌가 합니다. 채굴 전용 머신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아예 개발하고 하는 인간이 입김이 제일 센 것이 현실이니.... 차라리 돈 싸움을 하려면 그 코인 자체에 대한 지분을 확보 할 수록 블록 생성 확률이 높아지는 POS가 낫다고 봅니다.
게다가 앞으로 블록체인이 인터넷을 대체 해 갈 수록 스마트 컨트랙이나 Dapp을 위한 컴퓨팅 파워의 확보가 중요해 질텐데 PoW는 그 소중한 자원을 완전 쓸데 없는 것에 쓰고 있다는 점에서도 미래가 없다 봅니다.
다록알
18/06/07 22:37
수정 아이콘
네 언제나 논란이 많죠. 오년쯤 뒤 어떤 방식을 쓰는 블록체인이 살아남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18/06/07 20:16
수정 아이콘
POW 대장인 비트는 초반에 채굴한 상위 1%가 코인의 90%를 소유하고 있죠. 엔트로피 등 물리/수학 이론으로 아무리 이쁘게 포장을 해도 이렇게 불합리하게 분배된 화폐는...
다록알
18/06/07 22:49
수정 아이콘
자본주의 아래에서 부의 불균형은 어쩔수 없는것 같아요. 이미 수십 수백년이 지난 시스템하에서도 전세계 부의 50% 를 상위 1%가 가지고 있는게 현실이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다른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법정화폐처럼 쓰일일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봅니다.
아케이드
18/06/08 08:52
수정 아이콘
비트코인의 '가격'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거지, 블록체인은 혁신적이고 위대한 기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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