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에 하나 정말 기적적으로 이번 회담의 결과로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사적인 사건이 되겠지만, 그 이후가 더욱 중요해질 거 같습니다. 

(1) 먼저, 평화협정이라고 하지만 남이나 북 모두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신뢰를 구축할 것인가? 우발적 무력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

(2) 독재/인권탄압국과의 정상적 외교관계를 국내청중에게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가?

물론 독재를 하건 인권탄압국이건 우리는 이미 사우디 같은 전제왕국이나 ~스탄으로 끝나는

많은 독재국가들과도 친교를 맺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이른바 보수세력은 분명 북한을

Sugarcoating한다고 엄청 공격을 해올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이게 문제입니다. 

물론 이들이 과거 자국의 독재자, 박씨나 전씨를 찬양했던 거를 생각하면 역겨울 정도로 위선적이지만

그래도 이들이 주장하는 게 '도덕적' 측면에서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니... 생각해볼 문제이긴 합니다. 

(3) 국내세력을 어떻게 자제시킬 것인가?

가령 북한과의 정말 사소한 충돌을 '도발'로 프레임하고 국가위기인 것처럼 곡해하여 평화체제를 

뒤엎으려는 시도를 어떻게 막을 수 있나?

(4) 탈북자들의 지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온 탈북자들은 대한민국 시민으로 인정하되, 종전 이후에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탈북자는 '불법이민자'로 간주해서 송환해야 할까요? 사실 우리가 이제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맺는다면, 북한에서 우리나라로 탈출하는 사람은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송환해야 할 것이빈다. 다만 일단 지금까지 들어온 북한 사람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실(fait accompli)'로서 이들의 지위는 '협상 대상'이 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한편, 탈북자들에 한하여 특별비자를 발급해서 이들이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할 수는 있겠지요. 비자 유효기간은 1년, 최장체류 기간은 10일 정도가 적당할 거 같네요. 

(5) 남북간의 왕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종전을 하더라도, 꽤 오랫동안 자유왕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사업이나 특수목적 또는 교류를 위한 행사 등을 위한 특별비자는 제한적으로 발급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6) 군축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남북 모두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일정부분 군축을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과도하게 무장되어 있는 휴전선 일대의 장비와 병력을 철수시키는 대신 남북군인 공동의 특별 감시단 또는 사무소가 설치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을 추진하는 중에 국내세력은 또 북한을 어떻게 믿고 철수하냐 매국이다! 적화통일이 코 앞!!! 뺴액! 할 게 자명하지만, 이를 슬기롭게 해쳐나갈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합니다.   

(7) 북한에 대한 묘사나 방송, 출판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과 종전을 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는데, 북한을 계속 욕하거나 악마화하는 매체나 출판물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건데, 북한이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나 우리는 출판의 자유가 있는 국가로서 이를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게 가장 어려운 문제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자국에 대한 묘사를 자국에 대한 체제위협 내지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렇다고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를 제한하거나 규제하는 것은 국내법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북한에게 민간에서 하는 일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주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튼 이제 막 걸음마를 때려고 하는 단계인데, 아무쪼록 모두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