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유머글에 댓글을 달았다가 '논쟁 유발, 저격 사유' 로 댓글을 삭제 당하고 벌점을 받았습니다.  자세한 사연은 이렇습니다.

유머게시판에 '튀김없는 뷔페 vs 쌈없는 고기집' 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업로더의 닉네임을 확인하지 않고 제목을 클릭한 저는 당연히 해당글이 'VS류' 를 자주 업로드 하시는 '김치찌개'님의 글이라고 확신 했으나, '기니피그'님이 올리신 글이더군요.  제목으로 닉네임을 판단하게 될 정도의 '대명사'가 된 김치찌개님의 존재가 재밌기도 하고, 업로더의 닉네임을 확인하지도 않은 저 자신이 우스꽝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여 유쾌한 기분이 된 저는 평소 VS글을 재미없어 하는 저의 취향을 담아  '으윽, 이런 글은 김치찌개님으로 충분합니다'  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평소 아재개그, 썰렁개그 게시물에 달리는 반응들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평소 김치찌개님의 유머게시판 활동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유저분들이 제 댓글에 대댓글을 다셨고 저는 우려를 느꼈습니다.  썼다시피 저는 김치찌개님을 성토하려고 댓글을 단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댓글을 달아주신 분들께 '저는 김치찌개님을 저격하려고 댓글을 단 게 아니고, 김치찌개님이 불편하신 분들은 차단 기능이 있으니 저격을 할 필요가 없다' 는 요지의 답글을 달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저격범으로 모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결국 저는 벌점을 받고 말았습니다.  댓글은 삭제 당했고요.  

저는 이것이 기존의 행간을 별개의 사건에 덧씌우는 전형적인 마녀사냥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서, 김치찌개님에 대한 논쟁이나 쌓인 감정이 과거에 있었고 그 잔상을 저에게 덧씌운 것이죠.  제가 정말 벌점을 받고 댓글을 삭제 당할만한 잘못을 저질렀나?   제가 달았던 댓글을 다른 유머글에 대입해보면  답이 선명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요즘 유머글을 히트 시킨 분 중에는 '현직백수'님이 계시지요.  아재개그, 하이개그를 시도하시는데 그림을 그려 올리는 성의(?)에다가 하이개그의 센스가 정말로 high 해서,  과거 아재개그를 올리시던 분들보다 긍정적인 호응을 많이 받으시는 분입니다.   어떤 유저가 현직백수님의 개그를 보고 아재개그 게시물을 따라 올렸다고 가정해보죠.

그리고 저는 댓글을 답니다.

'으윽, 이런 글은 현직백수님으로 충분합니다.'

문제가 됐을까요?  현직백수님을 저격하는 글이라며 제가 공격 당했을까요?  유명(?) 닉네임으로 다양한 예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으윽, 이런 망한 영화 리뷰는 마스터충달님으로 충분합니다."

문제라고 느껴지시나요?


사실 특정 인물의 말을 해석하는데 기존의 행간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강형욱씨처럼 평소 개를 너무너무 사랑하던 사람이 저에게 "후니 너는 참 개를 닮았다" 고 하는 것과, 평소에 저를 싫어하고 사이가 나쁜 사람이 '너는 참 개를 닮았다' 라고 하는 것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겠죠.

그러나 이런 행간을 추측할 때는 최소한의 근거가 필요한 것입니다.  위에서 쓴 것처럼.  '나를 평소 싫어하던 사람이었으니 개 라는 단어도 나쁜 뜻으로 쓴 걸거야'   김치찌개님과 관련해 대입해보면 평소 제가 김치찌개님의 유머 게시물에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던 적이 있다거나, 과거 김치찌개님에 대한 논쟁에 참여한 적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겠죠.  

그게 아니라면 제 댓글이 저격으로 해석될 여지는 적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행간을 덧씌우지 않고 그저 문장 자체만 해석했을 때 김치찌개님을 공격하거나 비하한다고 여겨질만한 어휘 자체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거나 말거나 결론적으로 저는 벌점과 삭제를 당했습니다.  아예 강등을 당한 것도 아니고,  건의게시판에 운영자분들한테 변론을 쓰는 정도로 참아볼 수도 있었겠죠.   제가 몇 년 전에 PGR에서 똑같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면요.   그분은 저격글이 아니라 변태적인 섹드립으로 몰려서 벌점을 받으셨지만 말입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억울함' 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유저인지라 이런 글을 자유게시판에 쓰는 것 자체가 민폐일지 모르지만, 저는 피지알을 떠납니다. 제가 몇 년 간의 눈팅 생활을 끝내고 몇 달 전에 피지알에 가입을 결심한 것은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악성 댓글들 때문이었습니다.  욕설이나 비아냥 같은 글만 제재 하는 피지알의 특성을 이용해서 상습적으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아예 그게 목적인 어그로꾼들  

심지어 그짓을 오래하니까 피지알의 '네임드' 가 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건 아니다 라고 생각했고 그 닉네임들을 차단하고 평화로운 유머 게시판 생활을 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했습니다.  차단 기능을 사용하려면, 당연히 회원가입을 해야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다른 사람을, 김치찌개님을 공격하는 사람으로 몰려 이렇게 피지알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황당함' 입니다

이건 대단히 애매한 문제입니다.  욕설을 제외하면 원래가 법으로도 처벌을 할 수 없는 문제지요. 욕설만큼이나 사람을 상처주고 불쾌하게 만드는 글들이 많은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논쟁 유발, 저격'  이라는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는 문항에도 불구하고,  옛날보다 잦은 듯한 최근 운영진들의 벌점, 제재를 대단히 환영했습니다.  예전에 몇몇 네임드 유저의 공격적인 키보드 파이팅과 비아냥을 떠올리면서요.  종종 설치는 고의적 어그로꾼들도 막을 수 있을 듯 하고.

그래서 저는 운영진들의 어려움을 압니다.  일부는 정확한 명시 기준을 만들자고 하는데,  그런 기준으로는 교묘하게 다른 사람을 물어뜯는 부류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그게 낫다' 라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기에 이쪽 방향으로 온 것일테고요.  차단 기능도 결국 찬반을 가르다가 도입되었죠.  제가 회원가입을 한 뒤 처음으로 한 일이 이 차단 기능을 이용해 익히 알려진 닉네임을 차단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제가 억울함을 느꼈다고 해서 이러한 방향성이 잘못되었다거나 운영진 일 좀 똑바로 하라고 함부로 성토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억울할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김치찌개님에 대한 저격은, 진심으로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평창 단일팀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다가 다른 유저와 각을 세운 적도 있고  유머글을 보다 불편한 댓글에 더 불편한 대댓글로 반응한 적도 있고... 가입일까지 얼마 안됐으니,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언젠가 어그로꾼으로 몰릴 수 있죠.  

저는 피지알의 벌점, 제재 방향성에 찬성합니다. 그렇지만 기준이 빡세질수록 오늘 저처럼 억울함을 느끼는 사람이 나올지 모르니 운영진들께서 좀 더 신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막상 당해보니까 억울한 벌점을 받으시고 피지알을 탈퇴한 그 분도 자꾸 생각나고,  이래저래 기분이 착잡합니다.  작은 커뮤니티에서 운영자 노릇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게 얼마나 귀찮고 힘들고 시간 들고 스트레스 받는지 알지만요.

끝으로 본의 아니게 자주 언급을 하게 된 김치찌개님이나,  관련된 분들에게 불똥이 안튀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치찌개님의 피드백 없는 활동이 답답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차단 기능으로 유머글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지금, 구태여 김치찌개님을 공격하거나 문제를 공론화할만큼 나쁜 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새해 모두 건승하시고,  제가 피지알 활동을 했던 몇 달 동안 제가 본의 아니게 불편하게 만들었던 분들께서는 너그럽게 저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