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2/24 02:25:59
Name 솔빈
File #1 download.jpg (9.9 KB), Download : 62
Subject [일반] MAN vs SNAKE 다큐멘터리를 보고 (수정됨)


  1982년에 만들어진 니블러라는 게임이 있다. 게임은 단순히 우주에서 뱀을 조종해서 화면 안에 모든 점을 먹으면 스테이지가 클리어가 되는 게임이다. 점을 먹는 동안 뱀의 길이는 점점 길어지며 스테이지를 넘길수록 뱀의 속도가 빨라져 뱀의 컨트롤이 점점 어려워진다. 게임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끝나지 않으며 영원히 반복된다. 게임의 끝은 라이프가 다 없어지거나 게이머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를 때다. 게임은 특이하게 10억 점이 넘으면 점수가 0으로 되돌아간다.

1984년 게임 제작사는 10억점을 세우는 사람에게 니블러 게임기와 세계 챔피언이라는 명예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16살의 팀 맥베리는 이틀 밤낮을 지새우며 10억 점을 넘겨 세계 챔피언의 왕좌에 앉았다. 팀이 세운 기록이 도전자에 의해 깨어지고 다시 30년이 지나서 다시 세계 챔피언의 왕좌에 앉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봤다.

오락실을 가보지 않은 사람은 그깟 게임 점수가 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케이드 키드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십분 공감이 갔다.

어린 시절 오락실에 가면 고수가 어려운 게임을 클리어하고 이니셜을 남기지 않고 홀연히 자리를 떠나면 내 이니셜을 남겨 마치 내가 클리어 한 것처럼 의기양양했던 적, 어렵기로 소문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도전하다 갑자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게임이 적들의 움직임이 예측되고 무의식중에 신들린 플레이를 하고 있으면 어느새 한둘씩 내 뒤로 갤러리들이 모여 내 플레이에 감탄하는 걸 등 뒤로 느낀 적이 있다. 그때의 고양감과 흥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황홀했던 기억이 있다.

단순히 좁은 동네 오락실에서 잠깐의 주목으로도 그런 감정을 느꼈는데, 세계 챔피언이라는 명예를 얻었을 때 팀은 뿌듯함과 환희는 마치 머릿속에 빅뱅이 일어난 것 격정적이고 흥분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 챔피언의 명예는 팀의 평생 자랑거리이자 자신을 게이머로서 자신을 규정해주는 상징이었다. 그런데 그 기록이 깨어지다니, 팀은 당연히 챔피언은 자신이므로 챔피언의 자리를 되찾겠다고 공언한다.

어느새 배불뚝이 중년이 되어버린 팀은 다시 왕좌를 탈환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다. 오랜 시간 번쩍이는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환각이 보이고 레버를 잡은 손은 퉁퉁 부어 주먹도 쥐어지지 않는다. 몇 번의 실패 이후 팀은 2011년 마지막 도전을 트위치를 통해 전 세계에 방송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너무나 공감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오래전에 손을 놓아버린 게임이라 할지라도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만만한 팀을 보면서 나도 한때는 그랬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괴수들이 많기에 그런 자만은 하지 않지만 말이다. 또한, 무료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팀이 콘솔 게임을 즐기는 모습에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한번 게이머는 영원한 게이머란 말인가. 게다가 중간에 나타난 천재형 라이벌의 출현은 팀에게 위협이 되기도 했다. 모든 게임을 잘하는 천재형 게이머는 언제 봐도 재능이 너무 부럽고 탐나기 그지없다.

백 원짜리 몇 개면 하루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락실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돈이 떨어져도 남이 하는 게임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게임의 패턴을 외우고 숨겨진 아이템이나 보스를 만나는 방법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의 오락실에 대한 향수와 추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팀을 보면서 팀과 나는 별로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게임 하는데 뭔 이유가 필요한가? 그냥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염력 천만
18/02/24 12:00
수정 아이콘
추천은 많은데 댓글이 없네요
MAN vs SNAKE죠?
다큐멘터리 저도 보고싶네요
18/02/24 19:3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네, 제목 맞습니다. 넷플릭스에 있으니 한번 봐보세요. 피지알을 이용하는 많은 회원님이 보면 좋을것 같아 글 올렸습니다.
18/02/24 12:28
수정 아이콘
방금 넷플릭스에서 봤습니다.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에 감동스럽네요.
18/02/24 19:35
수정 아이콘
마지막의 여운 때문에 글을 썻어요. 거기서 주인공에게 다른건 별로 부럽지 않은데 아내가 참 부럽더군요. 게임하는 남편을 적극 지지하는 아내라니..
데프톤스
18/02/24 14:56
수정 아이콘
저도 방금 보고 왔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18/02/24 19:36
수정 아이콘
별말씀을요. ^^ 잘 보셨으면 다행입니다.
김첼시
18/02/24 19:18
수정 아이콘
이 글보고 다큐를 찾아봤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되네요. 좋은다큐 추천감사합니다.
18/02/24 19: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게이머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다큐죠. 저는 보는 내내 어릴적 오락실에서 살던 때와 영화 픽셀이 떠올랐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
화염투척사
18/02/25 01:11
수정 아이콘
제목이 무슨 뜻일까 주인공 이름이 MAV 인가 고민했는데 MAN 이군요. 오랫만에 넷플릭스 구독료가 보람차게 봐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
18/02/25 01:26
수정 아이콘
헉.. 오타를 몰랐네요. 다른 분들은 대체 MAV로 어떻게 찾았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939 [일반] 서울 노면전차 50년만에 부활하나…경춘선 폐선에 트램 도입논의 [44] 군디츠마라11721 18/02/26 11721 3
75938 [일반] 눈물바다가 된 단일팀 해단식(펌) [31] 틀림과 다름14196 18/02/26 14196 4
75937 [일반] 근데 김어준이 뭐라고 한거야? [126] 히야시18978 18/02/26 18978 8
75936 [일반] 동계올림픽을 한번더 유치해보는건 어떨까요? [83] 마르키아르15605 18/02/26 15605 1
75935 [일반] 그냥 좋은 정보 공유차 올려보는 글 (이사) [7] 현직백수7892 18/02/26 7892 14
75934 [일반] 17일간의 올림픽, 다들 어떻게 보셨나요 [110] 길갈14243 18/02/26 14243 28
75933 [일반] 미투운동 ) 오달수 입장 표명 전문 + 주저리주저리 [243] VrynsProgidy26094 18/02/26 26094 54
75932 [일반] 그동안 먹어본 NFC 오렌지 주스 감상 [21] cluefake11691 18/02/26 11691 3
75931 [일반] 서울집값 느낀점 [212] 장바구니18813 18/02/25 18813 8
75930 [일반] 2018년 두달동안 본 영화 간단한 리뷰 (스포있음) [16] Espio8248 18/02/25 8248 1
75929 [일반]  씨네21은 과연 당당할 수 있을까? [10] Go2Universe10671 18/02/25 10671 13
75928 [일반] [뉴스 모음]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모노클'과의 인터뷰 소식 외 [16] The xian12725 18/02/25 12725 45
75927 [일반] [영화]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사용법 [13] herzog11584 18/02/25 11584 7
75926 [일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보고 왔습니다. (스포) [20] aDayInTheLife8948 18/02/25 8948 5
75925 [일반] 젊었을 때 알바,일 여러가지 해보는 것도 좋은 거 같네요 [80] 생선맛있네요14339 18/02/25 14339 4
75924 [일반] 날씨가 따뜻해졌네요. 이제 운동을 시작할까요? [36] 물맛이좋아요9530 18/02/25 9530 5
75923 [일반] [스포주의] WWE PPV 엘리미네이션 챔버 2018 최종확정 대진표 [3] SHIELD6995 18/02/25 6995 2
75922 [일반] 억울함과 황당함과 착잡함으로 [142] 영어선생후니17089 18/02/24 17089 31
75921 [일반] KOF 시리즈 캐릭터 김갑환의 실제 인물이신 김갑환 옹께서 오늘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27] MVP포에버12268 18/02/24 12268 16
75920 [일반] MB 관련 읽어볼만한 기사와 홍준표 관련 개그기사 하나 투척합니다. [32] 태연이9389 18/02/24 9389 14
75918 [일반] 오버로드 작가가 비꼰 다른 이세계물 [63] 비공개18171 18/02/24 18171 3
75917 [일반] [뉴스 모음]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맞이한 냉정한 현실 외 [39] The xian14788 18/02/24 14788 39
75916 [일반] MAN vs SNAKE 다큐멘터리를 보고 [10] 솔빈6899 18/02/24 6899 3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