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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2/26 18:42:20
Name Song1
Subject [일반] 상암동엔 등대가 필요 없다, 모든 방송국 건물이 등대이기 때문에
tvN <화유기>의 어처구니 없는 방송사고와 촬영현장 사고 기사를 접했습니다. 젊은 시절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업계에 뛰어들었다가 모든 것이 망가져 뛰쳐나온 저로서는, 방송 사고 기사를 접하자마자 아득한 두려움이 밀려 왔습니다. PD 선배가 불려갔겠구나. 조연출이 테잎 갈다가 실수한 부분도 있겠구나. 얼마나 썅욕을 먹고 있을까. 운행 조정실에선 얼마나 고성이 오갔을까. 한 네 밤 못 잔 채로 후드 뒤집어쓰고 울고 있겠구나. 아니. 울고 있을 정신도 없겠지. 뭘 잘했다고 질질 짜고 있냐는 얘기를 들었을 테니.

모든 방송 현장은 말도 안되는 스케쥴로 돌아갑니다. 꿀빠는 보직이 있지 않냐. 널럴한 프로그램은 널럴하게 돌아가지 않냐 말씀하실텐데, 제가 여유있게 일했던 방송국의 프로그램은 모 경제TV의 프로그램 딱 하나였습니다. 여러분이 한번이라도 들어보신 예능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 드라마 등은 그냥 모두, 스태프들이 갈려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방송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를 가지고 쓴 기사들을 보면, 항상 '안전 불감증'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데, 이건 완전히 잘못된 용례입니다. 방송 현장에서의 사고는 안전 불감증 따위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을 챙길 정신이 붙어있지 않기 때문이죠. 제가 속해있던 연출부 같은 경우, 드라마는 기본 1박 2일을 하고 3시간 정도를 자고 나오는 스케쥴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천장에 소품을 설치해야 하고 끊임없이 사다리를 타야 하며 무거운 걸 들고 뛰어야 하죠. 그러지 않으면 현장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스태프들은 '쉬고 싶어요.' '그럼 죽어야지.' '죽어도 다른 사람들은 못 쉴걸요?' 같은 농담을 수시로 합니다. 네. 실제로 모 PD의 사건에서 보듯이, 누가 죽어도 촬영일정은 끊임없이 돌아가죠.

방송 업계에는 '디졸브' 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용어의 유래는 이래요. 영화나 예능을 보시면 두 화면이 사르륵 하고 겹쳐지면서 자연스럽게 컷이 붙는 편집 기법을 많이 보실겁니다. 이 용어가 방송업계로 넘어오게 되면, '전날 밤을 꼴딱 새고 촬영이나 편집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경우'를 뜻하는게 됩니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그게 수면의 전부고, 다음 날이 되어 있거든요. 편집 때문에 2박 3일을 꼬박 새고, 지방에 내려가 3박 4일 촬영 일정을 소화하고.. 방송국에 올라와 정리가 끝난 뒤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요. 우리는 왜 이렇게 살지. 죽는게 낫지 않을까 하면서요. 새벽의 상암동은 그야말로 좀비 소굴입니다. 다크 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조연출들이 두 팔을 앞으로 한 채 테이프를 들고 발을 질질 끌며 뛰고 있거든요. 언제 한 번 구경오세요.

지금은.. 다른 업계로 넘어 왔어요. 고생하는 사람들을 버리고 비겁하게 도망왔네요. 죽지 못해 사는 그 삶이 너무 싫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PD가 되는걸 꿈꿨어요. 내가 만든 방송이 사람들에게 꿈을 줬으면 했어요. 내 생각들이 영상으로 만들어져 전국에 나가는 일이 너무나도 행복할줄 알았어요. 그렇게 3년 넘게 판에서 일을 하고 나니, 세전 160만원의 월급과 온갖 성인병들이 생겼네요. 와아. (막내들은 평균 초봉 세전 130정도 받아요. 이게 그나마 많이 좋아졌다는게 웃음 포인트죠.)

꿈을 꾸는 사람은 많고, 그 꿈을 부려먹는 관행 또한 영원히 변하지 않을것 같아요. 이한빛 PD가 그렇게 가고, 화유기에선 끊임없는 잡음이 생기지만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릴 거에요. 꿈을 지독히 파먹히던 어떤 청춘은 견디다 못해 야반도주 할 것이고, 꿈을 지독히 파먹히는 청춘들은 내일도 파견직, 프리랜서 비정규직 면접 현장을 찾을 테죠. 제작비를 줄이는데 혈안이 된 방송국은 제작 기간을 줄이고, 사람을 줄이고, 지금처럼 100명 통제하는 방송에 조연출 딸랑 3명 쳐넣겠죠. 가끔 방송하는 사람들 너무 징징거리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어요. 더 징징대고 싶어요. 사람 대우 받을때까지만요.


밤샘 편집을 하다가 선배랑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선배. N마B 알아요? 거기가 판교의 등대래요. 밤샘 때문에요.'

'야. 상암은 x나 우주에서 잡아도 24시간 빛날걸. 방송국.. 종편실.. 너나 할것 없이 밤새 빛나잖아.'

'것도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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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당
17/12/26 18:47
수정 아이콘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선진국들은 좀 사정이 나을까요?
17/12/26 18:48
수정 아이콘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쪽도 바쁘긴 매한가지일것 같은데.. 대신 기본적인 대우나 심리상담 등 복지에 대한건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네요. 자세힌 모르겠습니다.
방향성
17/12/26 18:49
수정 아이콘
헐리웃이나 일본은 법으로 정해져 있죠. 중국도 마찬가지구요. 우리나라가 비용대비 퀄리티가 높은 이유는 그만큼 갈아 넣어서죠.
방향성
17/12/26 18:48
수정 아이콘
그 업계는 진짜 싹 갈아 엎어야 됩니다. 비정규직 조연출은 거의 소모품이고, 스탭은 그 이하이고..... 촬영스탭이나 출연자나 다 이상한 스케쥴이 일상화 되어 있어요....
17/12/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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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못 갈아엎을 것 같아요. 희망이 없어요.
17/12/26 18:50
수정 아이콘
저도 누구못지 않게 빡세고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었는데 (SI업계)
조연출들 일상을 보고서는 할말을 잃었습니다
열정페이의 끝이 방송가가 아닌가..
17/12/2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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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분들이나 이쪽 업계나.. 답답하다는 말밖엔 할게 없습니다.
마스터충달
17/12/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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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좀비의
거무죽죽 흘러내린 다아크 서클을
17/12/2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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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분들이 생각하고 기억해주시기만 해도 좀비들의 한이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마스터충달
17/12/26 18:53
수정 아이콘
파업 아무리 많이 해도 불편하다고 투정 안 하겠습니다. 뭐... 일개 시청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이 정도네요.
17/12/26 18:55
수정 아이콘
너무나도 아이러니한게.. 방송국이 파업하면 제일 힘든건 비정규직 프리랜서 PD와 작가들이에요. 회당 페이를 받기 때문에 그 동안은 손가락만 쪽쪽 빨아야 하거든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뭐.. 좀 그래요. 하하.
마스터충달
17/12/26 18:58
수정 아이콘
히긴 그렇죠;;; 비정규직, 프리랜서... ㅠ,ㅠ 하... 암울;;;;
17/12/2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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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의 등대는 위X...아..아닙니다.
㈜스틸야드
17/12/26 18:52
수정 아이콘
상암, 성남, 구로는 뭐...답이 없죠. 사람 갈아넣는 곳이라...
염력 천만
17/12/2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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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의 등대는 회사가 자주 바뀌네요
일단 제가 알고있는 버전은 위메이드인 것으로
17/12/26 19:00
수정 아이콘
저희가 개발사에 대한건 자세히 알지 못해서.. 그땐 넷마블로 얘기했었어요. 찾아보니 위메이드가 맞는것 같습니다. 어딘들 안 그러겠냐만 말이죠 :(
국산반달곰
17/12/26 20:05
수정 아이콘
넷마블은 판교에 없고 구로에 있어서 쌍두 마차라 불리죠
구로의 넷마블 판교의 위메이드.
판교 퇴근콜 하면 대부분 택시가 위메이드 앞에서 출발합니다
Korea_Republic
17/12/26 18:57
수정 아이콘
그렇게 성장을 해왔으니 그걸 못끊는거 같네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되야 정신차리련지.....
살만합니다
17/12/26 18:58
수정 아이콘
개발자하다가 넘어간 친구가 있는데 그래도 개발자보다는 나은거 같다고 크크크
그나마 요즘은 예전보다는 많이 괜찮아진거 같기는 합니다.
사전제작도 있고, 예전같은 생방송도 줄고... 뭐 친구들이 잘 풀린 케이스인거 같긴 합니다..
순규성소민아쑥
17/12/26 19:03
수정 아이콘
개발자하다가 넘어간 친구가 있는데 그래도 개발자보다는 나은거 같다고...(2)
S*S에서 S*S로 넘어갔습니다. 크크크
17/12/26 19:08
수정 아이콘
개발자 하시다가 방송계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군요. 어떤게 맞닿아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
살만합니다
17/12/2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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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과를 점수맞춰서 온친구가 그쪽넘어가더니 문어발처럼 채가더라구요 크크크
율리우스 카이사르
17/12/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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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보다 낫다는건 대형 제작사나 공중파/종편계열 제작사 아닐까요? 독립재작사나 중소형 제작사 근무환경 및 페이조건은 아직도 극악이던데...

10여년전에 외주제작사 조연출 할 때에는 5박 6일 근무하고 2박 1일 집에 갔다오고 그랬네요.

월급은 80만원.. 물론 쓸시간이 없어서 모이긴 잘모이더라고요.
17/12/26 19:05
수정 아이콘
우리 나라는 어느 분야가 되었든 사람을 갈아넣어서 유지되고 있죠...
새벽포도
17/12/26 19:06
수정 아이콘
열정페이란 용어도 문제의식도 없었던 시절, 방송에 대한 호기심으로 방송촬영 스텝 알바를 해볼까 하다가 학을 뗐습니다.
한달간 지방에서 거의 감금당하다시피 일해야 하는 거더라구요. 차라리 원양어선 타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최종병기캐리어
17/12/26 19:06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가장 큰 고질적인 문제는, 관리/기획을 너무 등한시한다는겁니다. 프로젝트를 이행하기 위한 스케쥴링과 그 스케쥴을 이행하기 위한 제반업무를 행하는 스태프조직을 '인건비 절약'이라는 이유로 가차없이 쳐내고 그 업무를 현장인력에게 전가시켜버리는거죠.

이러다보니 현장에서 발생하는 온갖 돌발변수를 제어하기 바쁜 현장은 스케쥴 관리, 자원관리에 신경을 쓰지 못하니 항상 사고가 터져나가면서 본부가 뭐하는거냐고 욕하고, 본부는 본부대로 맨날 사고만 치는 현장 뒷수습하느라 애먹으면서 현장은 도대체 뭐하냐고 욕하는거죠.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퍼져있는 고질적인 문제죠.
17/12/26 19:07
수정 아이콘
N** 회사는 구로의 등대입니다 크크크
판교의 등대는 W....
우리는 하나의 빛
17/12/26 19:18
수정 아이콘
한..10년전쯤 방송국 외주업체 들어갔다가 1달만에 나왔었습니다.
매일 새벽 2~3시에 사무실 복귀- 5시반~6시에 방송국 앞에서 집합..
고작 한달이었는데 이건 정말 죽겠다 싶었죠.

나름 어렸을 때 영화판 일 하는 게 꿈이었는데, 제 몸상태로는 이 일은 절대 못하갰구나 하는 생각으로 깔끔하게 접었더랬습니다.
정말 힘들어요.
17/12/26 19:20
수정 아이콘
법이 나설수밖에 없죠
예전에 자게에서 논의된 부분이지마는 피시방, 주점 등 흡연제한도 하면 다 망한다, 누가 지키냐 했지만 막상하면 또 잘 지키거든요;;
이 건도 한국인은 노력주의 신화가 팽배하고 과로에 대한 문제의식 수준이 없어서 자연히 바꾸는건 절대 불가능하고... 법을 빡세게 짜서 밟아주는 수밖에 없지요.
보통e스포츠빠
17/12/26 19:27
수정 아이콘
헬조선은 등대가 지상을 비춥니다 ㅠㅠ
러블리즈서지수
17/12/26 19:30
수정 아이콘
ㅜㅜ 눙물만
김연우
17/12/26 19:32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 산업 중 노동시간 임금면에서 가장 끔찍한 산업 중 하나가 연애계이지요 물론 산업 전반으로 안그런 곳 어디있겠냐만, 연예계의 특징은 비교적 고급 인력도 열정페이로 싸게 간다는 특징이 있어요

대한민국 평균연봉 최하위가 연극배우고 여기서 공급되는 인력들이 실력에 비해 최저가로 공급됩니다 대박의 환상이 큰 만큼 지금은 열정으로 버티겠다는 마인드가 더 많거든요 방송 스태프 작가 인력소모도 만만찮게 저렴하죠

한류가 뜬 이유는 일차적으로 질이 아니라 가격입니다 퀄리티는 괜찮은데 가격이 너무 싸요 지금은 어느정도 브랜딩되어 고퀄리티 고단가로 판매되긴하지만, 그 기반은
싼맛이죠

대한민국 진짜 권력으로 자유당이니 삼성이니 검찰이니 말 많지만, 거기에 kbs도 꽤 큰 포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이렇게 터져나온것도 종편이 생기고 지방파 3사 독과점구조가 줄어서 이야기가 나오는것 자제가 많이 나아진거라 생각합니다
러블리즈서지수
17/12/26 19:33
수정 아이콘
도망이란 말은 하지 마세요.. 열심히 하셨잖아요
윌모어
17/12/27 00:25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김철(33세,무적)
17/12/27 10:29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좋은 말이네요 ㅠ
율리우스 카이사르
17/12/26 19:37
수정 아이콘
번외얘기지만 MBC개판나서 정규직들 아사리 날 때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 쌤통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어요. .. 노무현 정권 때도 MBC의 외주사 및 프리랜서 착취는 어마어마 했거든요. 지들이 무슨 귀족인듯 구는 .. 그 태도 지금 생각해도 구역질납니다.
아이유인나
17/12/26 19:37
수정 아이콘
법개정 아니면 답이라곤 없습니다.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니까요.

드라마가 1주일에 2회 방영하는 미친스케쥴. 30분 5회 방영하는 스케쥴들이 반복되니 죽을 맛이겠죠..

거기서 수준급의 cg와 연출이 나온다?

사람 거의 죽어나가는겁니다. 쯧.
담배상품권
17/12/26 21:03
수정 아이콘
법 개정 이전에 지금 있는 법 실천이라도 해야합니다.
스핔스핔
17/12/26 19:38
수정 아이콘
법적장치는 만들어질 기미가 안보이나요?
Janzisuka
17/12/26 19:46
수정 아이콘
방송국 생활..꽤 했습니다.
등대라기엔 창 밖이 안보여요....ㅜ_ㅜ
학생때 KBS편집실에서 6일정도 감금당하다시피 편집만 계속 할때가 있었는데..
하하하...떠올리기 싫군요..
러블리즈서지수
17/12/26 19:51
수정 아이콘
ㅜㅜ 예능이었나여
Janzisuka
17/12/26 20:05
수정 아이콘
네..예능이었죠...과거영상까지 다 찾고 아우...
보도국이나 교양등도 했었는데 예능쪽의 기억이 가장 최악입니다.
17/12/26 20:17
수정 아이콘
자료 모으는게 진짜 최악이죠 크크
창문 있는 편집실 경쟁률이 어마어마하죠.. 농담조로 뛰어내리지 못하게 하려고 창문 없앴단 얘기가 많이 나온 기억이 있네요.
Janzisuka
17/12/26 20:18
수정 아이콘
창문있는 편집실은 공중파에서 한번도 이용 못해봤습니다 ㅜ_ㅜ KTV넘어가서야 썻네요...
17/12/26 20:14
수정 아이콘
포괄수당제라는 피비린내나는 제도가 죽어야 합니다.
파니타
17/12/26 20:18
수정 아이콘
(수정됨) ,
17/12/26 20:25
수정 아이콘
이런 질문 받으면 사실 말문이 턱 막힙니다.
연예인 만나고 싶어서, 대박 피디 되고 싶어서 방송 시작한거 아니었고요.
매일같이 밤 새게 해달라고, 안전 보장되지 않는 촬영장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제가 부탁한 적 없습니다. 업계 상황이 '얻는게 있으면 잃는것도 있다'로 비치신다면, 저로서는 더 이어갈 대화가 없네요.
파니타
17/12/26 20: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
수부왘
17/12/26 20:46
수정 아이콘
어이가 없는 소리네요.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토로하고 개선을 원하는게 '모든걸 가질 순 없다'한 마디로 무질러질 이야기인지.. 연예인 보고싶으면 기획사 가면 되고 대박 피디 소리는 참 헛웃음이 나옵니다. 그런 얼빠진 소리 하는 PD 지망생은 한번도 못 봤네요.
아이유인나
17/12/26 20:48
수정 아이콘
크...원래 그런거니까 그냥 해 니탓이지라는거네요. 이런 분들 덕에 헬조선의 미래는 밝습니다. 꼰대기질 맥스에 열정페이로 사람 굴리는건 패시브시겠네요.

잘못된게 있으면 고칠생각을 해야지 참..
Janzisuka
17/12/26 20:35
수정 아이콘
당시에 연예인들하고 일하다보면 그리고 지금도 지인으로 잘 만나면서도 느끼는건
오히려 해당 현장과 관계가 없는 분들만 신비롭고 좋아보인다고 하는 것 같아요.
막상...그냥 일거리이고 그냥 친구이고 동료인데...
뭐 말해봐야..다들 에이 그래도 어떄? 라고 물으니 모라 해야할지..
Dr.Strange
17/12/26 20:25
수정 아이콘
콘텐츠 업계의 모든 사람이 다들 그렇게 순진하게 일하지는 않겠지요 연출부 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트가 모여있지 않습니까
기본적인 완충조차 없이 젊은 사람이 골병들어서 나오는 건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죠 아예 시스템이 없는게 자랑도 아니고
과로로 사람 죽어나간 게임업계도 말 뿐이라도 야근 정상화하려는 모션은 있었고
Janzisuka
17/12/26 21:08
수정 아이콘
뭔가 시스템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렇게 지내왔음에도 바꾸지 못한 가장 큰이유를 지금 생각하면...
당장...지금...제작하고 편집하고 결과물을 향해 움직여야할 사항들에 치여서요..
그놈의 방송사고 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주 2회 다큐내보내려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조수석에서 편집하면서 막히는 도로 차단봉 치고 넘어가면서 까지..마감하러...으윽
Dr.Strange
17/12/26 21:42
수정 아이콘
분명히 전문직종이어야 하는데 일일 막노동판처럼 돌아가는 희안한 곳인것 같습니다 크크
화유기 사태를 보니 장르 콘텐츠의 질을 현재의 무작정 사람 갈아넣는 시스템이 못따라가는 시점이 된 것 같더군요
Janzisuka
17/12/26 20:29
수정 아이콘
연예인들 만날 수 있기 떄문에 그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 많지도 않았고..
대박피디되는거야 누구나 회사에서 부장, 이사로 승진하고 싶은 것과 같겠죠.
열정도 있고 주변 사람들과 으쌰으쌰해서 하는 사람도 있고
배운게 배운거라 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할 거에요.

파니타 님의 댓글은
어떤 직종이던 하고싶으니깐 알면서 하는거니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시스템에 대한 토로나 개선을 하지 말라고 들려서 댓글 남겼어요.
아이유인나
17/12/26 20:47
수정 아이콘
이런분들이 열정페이 취급받으면 바들바들 거리실텐데. 지금 니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불합리한 점쯤은 참아야지 엣헴하시는거 아시는거죠? 크
Liberalist
17/12/26 21:35
수정 아이콘
말 같은 소리를 합시다. 좀.
aurelius
17/12/26 22:15
수정 아이콘
Pgr처음 가입하고 나서 지금까지 Pgr21에서 읽은 모든 댓글 중에서 가장 정신나간 댓글이네요. 글쓴이 부끄러운 줄 아셨으면 좋겠고, 아신다면 댓글 삭제하시죠.
그 닉네임
17/12/27 01:00
수정 아이콘
제가 pgr21에서 본 댓글 중 가장 슬픈 댓글이네요.
어그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시는 말 같아서 더 슬픕니다.
왜 아직도 헬조센일까요?
그에 대한 답이 여기 '단 세 줄'안에 담겨있습니다.
로제타
17/12/27 06:03
수정 아이콘
이따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열정페이라는 단어가 사라질리가..
들깨수제비
17/12/26 20:20
수정 아이콘
사전제작 드라마도 글에 언급된대로 일정이 빡빡하나요? 사전제작으로 바꾸면 혹사가 줄어들까해서요.
Go2Universe
17/12/26 21:19
수정 아이콘
사전제작하면 문제가 생기는게.. 후반작업쪽에서 시간당 비용에서 견적이 안나옵니다.
드라마가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만큼 시간당 비용이 높아 지는건데 그게 사전제작을 하면 작업시간이 길어져서 비용면에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드라마는 사실 1주일에 1편으로만 제한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계속 주2화를 강요하니까 생기는 문제겠죠.
그런데 주1화도 돈문제는 생기겠네요. 편당 과금되는 형태니깐요.
17/12/26 22:18
수정 아이콘
한마디로 온에어 되기 전 마쳐야 한다는 배수진을 치고 촬영을 하는 거군요;;
사전제작된 연애시대는 참 다시봐도 좋은 드라마였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할 지 모르는 시스템이 되어버렸네요.
사전제작한 드라마에만 지원을 한다던가... 60% 이상 편집완료가 되어야 방송이 시작된다던가 하는 과격한 방법밖에 없겠는데요;;
17/12/26 20:23
수정 아이콘
현업으로 하고 있는 입장으로.. 너무나 공감가네요...
망할 포괄임금제...
17/12/26 21:13
수정 아이콘
다 갈아넣는 나라라서 크게 이상해보이지 않는거지 다른 나라랑 비교해보면 차이가 명확하죠.
La La Land
17/12/26 21:35
수정 아이콘
방송국쪽 심하죠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다른 업계도 비슷하구요

도대체 사람 갈아넣는 이 사회는 언제쯤 바뀔지....

제가 위로 올라간다면 못갈아넣게 하고 싶은데

제가 당장 누굴 안갈아넣으면 위로 못가더군요. 그래서 못가고 있습니다 크크크 아래로만 크크크
Liberalist
17/12/26 21:36
수정 아이콘
본문 글만 봐도 진짜 숨막히네요.
이건 업계 전체가 이런 분위기인거라 법의 힘이 필요한것 같은데...
인생국수
17/12/26 22:16
수정 아이콘
가끔 열정페이, 비정규직 처우개선,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송 뉴스를 볼 때마다 웃음이 났습니다.
가장 많은 비정규직을 열정페이로 부려먹고 최악의 노동환경을 자랑하는 곳이 방송국이거든요.

처음 면접 봤을 때가 생각나네요.

외주업체의 경우 박봉인걸 알기에 희망 월급을 120 생각한다고 말했더니 코웃음치며 말하더라구요
"신입에게 그렇게 주는 곳은 한곳도 없다.우린 80만원부터 시작이고 3개월 지나서 등급을 평가, 인상률을 정한다" 라고 하더군요.

처음에 면접관이었던 피디가 '우리는 밤새는거 필수다', '집에 들어가는건 포기해라', '영어회화는 요새 기본 아니냐', 이딴 말 늘어놓고서는 대우는 개떡같이 하길래 어이가 없었습니다.

면접 본 당일 저녁에 합격이라고 연락 오길래
그런곳에 입사 할 생각 없다고 80만원 받으면서도 영어 잘 하고 밤 새는 거 좋아하는 사람 뽑으라고 말하고 끊어버렸습니다.

꽤나 유명한 여행프로를 제작하는 곳이었는데 참 기분 더러운 경험이었습니다.
17/12/27 11:34
수정 아이콘
여행프로 들어가는 외주가 꽤 여러군데가 있는데.. 좋은 소리 들은적이 없어요. 한 프로그램도 여러 외주업체가 돌려가면서 틀어막는데, 한국 여행하는 모 프로그램에서 일하던 지인이 디졸브 치고 졸음운전 하다가 죽을뻔했단 얘기 들은적이 있어요. 참.
아이오아이
17/12/26 22:43
수정 아이콘
가장 기본적으로 미성년자가 밤 11시가 되면 퇴근을 해야합니다. 생방이든 촬영현장이든...
그래서 한국시상식이지만 해외에 나가서 개최하는 MAMA 같은경우 미성년자 아이돌들은 11시에 칼퇴근을 해서 대기실에서 편하게 쉰다고들 하죠.
성인맴버들은 새벽 1시까지 무대위 의자석에 잡혀있구요.

연예인들에 대한 규정도 해외에 비해 한참 부족한데 현장에서 갈려나가는 스태프들의 고충은 뭐 말 안해도...
17/12/26 23:0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대학때부터 취직 전까지 나름 많은 알바를 해봤고 워킹홀리데이를 가서는 정말 눈뜨고 자기전까지 일하고 와서 바로 지쳐서 잠드는 6개월을 보냈었지만 정말이지 방송국 스태프 알바 4달 했을 때의 그 피로함에 비할 만한게 단 한번도 없었던거 같아요.

솔직히 저는 방송국 스태프 알바를 하면서 연기자(배우, 예능인 모두)들이 생각보다 정말정말 고생을 많이하는 직업이라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딱 씬에만 등장해서 몇번 찍고 편하게 돈 버는줄 알았었는데 그 생각이 송두리째 바뀌는 모습들을 많이 봤거든요. 얘들도 진짜 3D구나.. 그리고 정말 이바닥이야말로 그러한 고생을 하는 100중에 1만 빛을 보는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연기자가 그 지경이였으니.. 스태프는 어떻겠습니까..
씬 몇개 찍는데 몇시간 아니 잘못하다가는 반나절이 날라가는건 기본이고
비가 오든, 칼바람이 불든, 무더위에 이게 땀인지 물인지 구분도 안되는 날씨에도 2박 3일 동안 도합 5시간만 자도 많이 잤다고 했던 드라마, 예능판이 생각나네요.
저는 그래도 언제든 때려쳐도 상관없는 알바생이였으며, 장비팀 막내라 장비를 쓰기 전 후만 빡세게 일하고 조금이라도 몰래몰래 잠을 잤었지만 연출, 진행, 소품 일하시던 분들의 그 표정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과연 좋은 작품, 좋은 웃음을 만드는것으로 저 생활을 견딜수는 있는걸까하는 생각을 아련히 했었죠.

그 뒤로는 한씬에도 수많은 카메라 워크와 시선이 교차하는 장면들, 실제 계절과 다른 계절이 나오는 장면들을 드라마에서 보면
드라마를 보다가도 짠해졌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그 바닥은 그리고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네요.
[프로듀사]는 좋은 드라마이지만,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턱이 없고 [그들이 사는 세상]또한 그나마 현장감이 드러나지만 실제 상황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것을
그 일을 하는 친구들만이 알 수 있는 현실이 제발 개선되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17/12/26 23:12
수정 아이콘
헬반도가 등대로 가득해...
SevenStar
17/12/26 23:53
수정 아이콘
5-6년쯤 전에 1년 안되게 일하다가 그만 둔 현장스탭의 일원으로서 본문을 잠시 읽는 것만으로도 그 때 기억이 전부 떠오르더군요. 드라마 파트에서만 일했고 외주로 DSLR 영상 촬영과 스틸 촬영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일이 힘든 건 알았지만 이게 일이 고되고 말고를 떠나서 구성원 전체의 수명을 갉아먹으면서 하는 일이라는 생각 외에는 도저히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방영 전 찍어놓은 컷들로 초반을 이끌고 중반 이후부터는 그냥 생방송과 다름 없는 스케쥴에 A,B팀 말고 갑자기 나타난 C팀 감독의 일정까지 소화하면서 그 날의 마지막 씬만을 기다리며 그 순간이 아침이든 새벽이든, 하룻밤을 샜든 3일밤을 샜든 자가로 차를 운전해 집으로 돌아와 수백장의 원본 파일을 또 편집하고 홍보팀과 편집실 웹하드에 넘겨주고서야 잠이 들던 나날이었습니다. A팀과 무박 2일로 촬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길에 나타난 B팀 감독에게 끌려가 무박 3일로 시체처럼 일만 하고 돌아가던 때엔 이렇게 갈려나가서 죽어도 모른척 할 인간들이라는 생각 외엔 들지 않았습니다. 외주 나온
입장에서 누구에게 항의해봤자 돌아가서 좋은 얘기 들을일 없으니 소갈머리 없는 놈 마냥 군소리 없이 개고생해야 하던 날들이었습니다. 일을 그만 둔 건 수없는 졸음운전 끝에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잘했다'거나 좋아해주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 고생'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반응 뿐이었지만 단 한순간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종종 편집실을 들르던 때의 기억이나 비슷한 일을 하는 업종의 이야기를 들으면 끝끝내 '잠은 죽어서나 자는 것'이라는 말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이 왜 이리도 많은 업계인지 모르겠습니다.
17/12/27 02:28
수정 아이콘
아. 글을 읽다가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오금이 저려옵니다. 인터컴 뽑아서 선배한테 던지는 상상 하던게 엊그제 같아요.. 아휴
Musicfairy
17/12/27 06: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하나 의문인게, 대우가 저따위로 시궁창이면 일하겠다는 사람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봉급 인상이나 처우 개선을 하게 되어야 정상인데, 저딴 대우를 받고도 계속 일하겠다는 사람이 고용하는 쪽에서 고용 수요를 다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왜 이렇게 많은지 잘 모르겠네요.
17/12/27 11:30
수정 아이콘
이건 저조차도 궁금한 부분입니다 ^^;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흔히 말하는 사람의 창작욕 아닌가 싶어요. 아주 접하기 흔한
'TV 방송'을 보며 꿈을 키우는 사람은 수없이 많죠. '그 방송을 만들어 나도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세상에 꽤 많더라고요. 막상 들어가보면 지옥인 거고요. 허허
17/12/27 09:17
수정 아이콘
주40시간에 주말포함 잔업 12시간 제한은 정말 딴나라 이야기인가봅니다. 일자리가 없어서 만들겠디고 야단인데, 다른 한편에서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일하고 있네요. 이런건 조직 내 한두 리더의 힘으로는 바뀌지 않아요. 정부가 나서서 법적으로 강제했으면 좋겠습니다.
17/12/27 19:54
수정 아이콘
<tvN <화유기>의 어처구니 없는 방송사고와 촬영현장 사고 기사>를 링크 해주셧으면 더 좋았을거 같네요
pgr21 게시판에서 논란거리가 되거나 최소 한번이라도 언급이 됐는줄 알았는데
이런글이 올라온 이유가 뭔가 싶어서 pgr21 내부에선 찾아도 아무것도 안나오고
본문읽고 관심은 생겼는데 어떤 사건이 생겼고 어떤 이슈가 있길래 이런글이 올라왔나 궁굼해서 일부러 기사를 찾아보게 되는 수고를 하는게 영 귀찮네요.
본문 내용은 공감이 가고 방송계 포함 다양한 계층의 열악한 환경과 조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처우가 빠르게 개선 되었으면 합니다.
Jurgen Klopp
17/12/28 01:26
수정 아이콘
와아 저도 중소 외주제작사 조연출로 1년 일했던 쓰레기 같은 경험들 생각나고 많은 생각했네요 ...
저도 한달동안 집에 하루 들어가고 나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글쓰신 분 처럼 다른 업계로 (도망)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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