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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크리스마스 이브였죠.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교회들은 의례히 성탄 축하 발표회를 빙자한 재롱잔치를 하곤 합니다.
뭐, 별 것 아니고, 그냥 유치부,~ 중고등부 학생들이 나와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연극도 하고... 뭐 그런거죠.

제 동갑내기 친구중에 목사가 된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큰 교회의 부목사로 부임해서 몇 년 있다가,
이제 자리를 물려줘야 할 때가 되어서 퇴임을 하고 일자리를 찾는 중인데요,
힐 일이 없다 보니, 자기가 원래 다니던 저희 교회로 찾아와서, 같이 앉아 발표회를 보고 있었죠.
그러면서 저에게 묻습니다.

"안군아, 대체 여기 카메라랑 프로젝터가 언제적거냐? 너무 해상도도 낮고 흐릿한 거 아니냐?""
"글쎄다... 한 10년동안 한번도 교체 안 한 것 같긴 하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혔죠.
"원래 최신기술이란건 모두의 것이 아니니까."

행사가 끝나고... 다들 삼삼오오 모여서 회식을 하러 가는데, 낄 데가 없는(...) 저는 그냥 너털너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혼자라도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려고 편의점에 들려서 조각케익과 커피를 샀죠.
밤 12시가 다 된 시간에, 편의점 주인 아저씨가 물건 정리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문득, PGR에서 자주 본 댓글인, "최저임금 못 맞춰줄 거면, 직접 일하시던가." 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편의점 사장들이 전부 다 알바 쓸 돈이 없어서 직접 일하면, 알바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은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과학이 이 정도로 발달하고, 누구나 인터넷을 손에 들고 다니는 이런 시대에도, 경제 문제가 해결이 안되나?
돈이 많은 교회는 빵빵한 최신 카메라를 쓰고, 우리같은 작은 교회는 10년전에도 싸구려였던 캠코더 가지고 버팅겨야 하고...
기술의 발달에 의한 혜택을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누릴 수 는 없는 것일까?

학력타파와 보편적 복지를 부르짖고는 있지만, 사회가 돌아가는 건 결국 도태된 사람들과 성공해서 잘 사는 사람들로 나뉘고,
누군가는 돈을 가지고 더 쉽게 돈을 불리고,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 뼈빠지게 일하지만, 빚의 수레바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걸 벗어나겠다고 하루 2시간만 자면서 미친듯이 일을 해서 5억 빚을 갚았던 알바왕 아저씨는 결국 과로로 인한 병으로 돌아가시고,
딱한 사연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의 동정과 후원을 받았던 어금니 아빠는 천하의 몹쓸 악당이었고...
좌익/우익, 보수/진보 어쩌고 하는 것을 떠나서, 이런 기본적인 부조리에 대한 해답은 대체 누가 가지고 있지?
과연 답이 있긴 한 걸까?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을 안고, 자리에 앉아서, 케이블티비에서 하는 스타워즈 프리퀄 연작을 보면서 먹는 조각케익은 꿀맛이더군요.
그래도 나는 이런 호사라도 누리고 있는데... 뭐, 밖에서는 연인들이 즐거운 밤을 보내고 있겠지만, 내 눈에 안 보이니까 됐고.
이런 호사조차 누리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술집에서, 대리운전으로, 택시기사로... 그렇게 오늘도 애쓰는 사람들도 생각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한 것일지, 아니면 이게 인류의 운명인건지....

그냥 머리속이 복잡해서 글로 정리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생각을 나눠보고 싶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