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12/15 23:00:23
Name 리콜한방
File #1 The_greatest_showman.jpg (1.47 MB), Download : 55
File #2 DPSciOIW4AIs__b.jpg (144.5 KB), Download : 2
Subject [일반] 영화 [위대한 쇼맨] - 시내에서 고속도로처럼 질주하는 뮤지컬




(스포 없습니다)

1. 영화 보기 전 제가 가장 염두했던 포인트는 주인공 'P.T 바넘'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그릴 것인가 였습니다. 바넘은 소위 공과 과, 또는 호와 오가 뚜렷한 인물일 수밖에 없어서 이 중심을 잡지 않으면 작품은 한 쪽으로 매도되기 쉽기 때문이죠. 결론만 말하자면 중용의 미덕을 잘 지킨 각본이었습니다. 바넘의 가치관 뿐만이 아니라 그의 인생사 자체를 중립적으로 보려했다는 노력이 느껴집니다. 덕분에 관객들은 인물 해석 선택의 자유가 생겼죠. 또한 바넘의 여정이 드라마틱 하기에 그저 그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영화의 러닝 타임이 훌쩍 지나갑니다.

2. 영화의 시간을 잡아먹게 해주는 건 비난 바넘의 캐릭터성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미칠듯한 속도전'을 한다 겠죠. 오프닝이 열리자마자 이 속도감은 현실 세계의 관객들을 빠른 시간 내에 영화 안으로 끌어드립니다. 변화무쌍한 촬영과 스피디한 편집, 그리고 빠르고 격함에 보다 치중된 안무 편성 등이 이 속도감을 받쳐주고 있죠. 문제는 중반부부터 작품 스스로 한 번씩 자신의 빠르기에 취해 '신호 위반'을 하기도 하는 면이 있습니다.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휙 넘겨버리거나, 관객에게 만들어준 감정의 향취를 다 맛보기도 전에 '그릇'을 빼앗아 버리기도 합니다.

3. 이렇게 여러 차례 '신호 위반'이 있었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해 건드리는 지점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지나가지 않습니다. 아마 영화라는 매체, 그것도 나름 덩치가 큰 작품에서 취할 수 있는 제일 적절한 관점을 가졌다고 해야할까요. 이것을 뻔하다고 여길 분들도 계실테지만 오랜 세월동안 아주 많은 영화에서 약자를 다루는 태도가 문제화 된 게 비일비재 했던 만큼 절대 쉬운 분야가 아니라고 간주됩니다. [위대한 쇼맨]바람직한 태도를 가진 영화이며 억지스러운 고무 또한 아닙니다. 이건 분명 이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을 이유가 될 것입니다.

3. 전통적으로 뮤지컬의 핵심은 당연히 음악이겠죠. 전체적으로 대부분 좋은 퀄리티로 나왔습니다. '이건 올해의 노래야 / 뮤지컬 역사의 남을 곡이야' 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킬링 트랙이 있지는 않으나 넘버 전체 중에 버릴 곡 (망곡)은 없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특히 엔딩 곡 "From now on" 과 러브 테마 격인 "Rewrite the stars"가 가장 뇌리에 남습니다. 이중 후자는, 다른 여성 보컬 하이라이트 노래 두 곡이 '힘 들어간 고음 강조' 노래임에 반해 그렇지 않았어서 더 듣기 좋았습니다. 젠다야의 멋진 중저음을 들을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4. 가창과 연기는 딱히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미셸 윌리엄스가 지닌 미모와 연기력에 비해 다소 뻔하고 소모적인 '부인' 역할로 나왔고, 서브 스토리 격인 '젠다야 & 잭 에프론'의 이야기가 도식적이며 큰 매력을 갖고 있지 못하여서 크게 연기력을 발휘할 공간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허나 이 작품은 지엽적으로 배우의 모습을 보는 영화라기보다 영화를 통째로 감상하게 만드는 작품이기에 큰 약점으로 느껴지진 않습니다.

5. 많은 분들이 [라라랜드]와 비교해서 어떤가 궁금해하십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 넘버 장르, 가창 스타일, 안무 동선, 주제 등 대부분의 면에서 같은 '뮤지컬 장르'라는 점 외엔 유사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바즈 루어만의 작품들이 좀 더 떠오릅니다. 한 남자의 야망을 다뤘다는 면은 [위대한 개츠비]가 비슷하고 특히 [물랑루즈]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힙니다. '쇼'를 소재로 하면서 물량공세로써 화려함을 강조했고, 여러 대사 및 공간적 지점에서도 물랑루즈를 오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겹쳐 보입니다. 그렇다고 '따라했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무엇보다 '물랑루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극의 정서를 머금은 채 달리는 영화이고 본 작품은 그렇지 않다는 게 큰 차이입니다.

6. 이것저것 다 떠나서 여러 뮤지컬 중에 [위대한 쇼맨]의 호불호 위치는 어떻게 되냐 궁금할 수 있습니다. 우선 [물랑루즈]는 제 인생 최고의 뮤지컬 영화이어서 이걸 따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라라랜드]와 비교하면 근소한 차이가 나긴 하나 그에 근접한 영화였고요. (제 기준에서) 다른 점은 '라라랜드'가 2시간 내내 고전하다가 마지막 엔딩 시퀀스에 역전 홈런을 친 작품이었다면, '위대한 쇼맨'은 초반에 대량 득점 하고 중반부터 다소 미진한 플레이를 하며 위기가 오다가 다시 후반에 굳히기에 성공한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라라랜드'가 근소 우위에 있는 영화지만 재관람 욕구는 전혀 들지 않았던 것과 달리 '위대한 쇼맨'은 희한하게 재관람 욕구가 큰 작품입니다. 이 개인적인 미스테리는 실제 재관람을 하면 풀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비극적이거나 비장한 정서로 일관하지 않는 뮤지컬 중에서는 오래 기억될 작품임에 분명합니다. 올해 개봉했던 또 다른 뮤지컬 영화 [미녀와 야수]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중이 좋아할 영화라고도 생각들고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리아
17/12/15 23:09
수정 아이콘
라라랜드는 오프닝 제외하고는 최악이었던 영화라 위대한 쇼맨이 오히려 더 기대되네요
리콜한방
17/12/15 23:50
수정 아이콘
저는 오프닝이 최악이었는데. 크크
피지알볼로
17/12/15 23:49
수정 아이콘
연말에 볼만한 영화들이 많네요 리뷰 감사합니다
리콜한방
17/12/15 23:50
수정 아이콘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17/12/16 00:18
수정 아이콘
볼만한 작품이 많네요.

작품성으로만 보면 왠지 신과 함께가 떨어지고, 강철비, 1987, 위대한 쇼맨이 괜찮은 것 같군요.

30분 후 심야로 강철비를 예매해둬서 슬슬 준비해야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리콜한방
17/12/16 13:10
수정 아이콘
저도 신과함께의 기대치가 젤 낮아요.
넵 감사합니다!
세오유즈키
17/12/16 00:37
수정 아이콘
강철비,1987말고도 볼게 많네요.12월은 정말 풍성하게 보낼 것 같습니다.
리콜한방
17/12/16 13:13
수정 아이콘
고스트스로리나 원더 평도 좋더군요.
저는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라는 작품 젤 추천합니다. 독립영화인데 넘 좋았어요.
마스터충달
17/12/16 00:39
수정 아이콘
아니 개봉도 안 한 영화를 어찌 이리도 잘 찾아보십니까 흐흐
리콜한방
17/12/16 13:09
수정 아이콘
어쩌다 운때가 좋았습니다ㅠ
마스터충달
17/12/16 13:12
수정 아이콘
부럽 ㅜㅜ
한가인
17/12/16 08:35
수정 아이콘
라라랜드는 초반 고속도로 씬부터 주인공의 탭댄스 장면까지 최고이자 절정이었고 이후부터 줄곧 내리막을 걷다가
결말 부분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데 크크
리콜한방
17/12/16 13:11
수정 아이콘
저랑 정반대의 그래프세요!
안프로
17/12/16 10:13
수정 아이콘
뮤지컬영화 꾸준히 내주는 갓리우드 만세

전 라라랜드의 오프닝 두곡까지가 8점이었고 중간 스토리라인은 3점 엔딩은 7점 정도 칩니다
리콜한방
17/12/16 13:11
수정 아이콘
오프닝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확실히 크크.
소사이어티게임
17/12/16 20:09
수정 아이콘
제 인생 영화도 물랑루즈인데 방갑습니다.
록산느의 탱고 가 제 인생 음악 입니다.

전 위대한개츠비가 속도감 있는 뮤지컬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이름도 같은 위대한이고 기대되네요.
리뷰 잘봤습니다
리콜한방
17/12/17 02:39
수정 아이콘
저는 거의 전곡 다 너무 좋아해요. 진짜 The Show must go on 부터 팝 메들리, Come what may 까지 다요.
물랑루즈 좋아하면 이 작품도 꽤나 맘에 드실 거예요.
17/12/18 00:44
수정 아이콘
음.. 전 라라랜드가 오프닝만 끔찍하게 싫었고 그 다음 모든 것에 만족했었기에 2번 봤었는데...와이프가 보고 싶어해서 이것도 보러가야겠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027 [일반] 어제 처음으로 해 본 가상화폐 도전기. [49] 음냐리11504 17/12/17 11504 3
75026 [일반] 음란,욕설이 심한 인터넷 방송인을 영구퇴출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합니다. [119] 파이리13966 17/12/17 13966 3
75025 [일반] 스물아홉 살에 세계일주 다녀온 이야기(상) -데이터 [57] 살려야한다9320 17/12/17 9320 26
75024 [일반] 암호화폐 투자(투기?) 경험기 [47] O렌G마멀8221 17/12/17 8221 0
75023 [일반] 강철비 스포일러 리뷰-남의 일이었으면 정말 재밌게 봤을텐데 [18] 하심군7469 17/12/17 7469 11
75022 [일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잇따라 사망…"내일 부검" [18] swear9737 17/12/17 9737 0
75021 [일반] 마지막엔 아버지처럼 죽고 싶습니다. [19] i_terran9266 17/12/17 9266 18
75017 [일반] '개통 100일' 우이신설선 이용객 예상치 55.4%에 그쳐 [39] 군디츠마라11088 17/12/16 11088 0
75016 [일반] 중국과 핫라인복원? 수화기 안들면 그만. [156] 순수한사랑17371 17/12/16 17371 38
75015 [일반] [초스압, 15.9mb] 썰전 - 청와대 국민청원 [8] 렌야8861 17/12/16 8861 7
75014 [일반] 방중 기자 맞는거 원본 영상. [280] 벨라도타19883 17/12/16 19883 19
75013 [일반] 활어회 vs 숙성회 / 초장 vs 간장 / 과연 회부심인가? [322] aRashi18333 17/12/16 18333 10
75012 [일반] MBC는 돌아왔다는데, 내 친구는 어디갔냐. [9] RedSkai7981 17/12/16 7981 4
75011 [일반] [감상] MBC 스페셜 - 내 친구 MBC의 고백 [31] The xian10333 17/12/16 10333 29
75010 [일반] 극우 개신교 테러리스트에 굴복한 한국정부 [69] kurt12547 17/12/16 12547 6
75009 [일반] 정부 암호화폐 대책, 단톡방 타고 외부 유출 [72] 아유13485 17/12/16 13485 1
75008 [일반]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기록들, 진-한나라의 법리 다툼 이야기 [23] 신불해9690 17/12/16 9690 22
75007 [일반] 영화 [위대한 쇼맨] - 시내에서 고속도로처럼 질주하는 뮤지컬 [18] 리콜한방6132 17/12/15 6132 2
75006 [일반] 그동안 작업한 넨도로이드 사진들입니다. (사진수정) [15] 라임페이퍼8771 17/12/15 8771 19
75004 [일반] 삼국지 잊혀진 전쟁 - 하북 최강자전 [40] 신불해19262 17/12/15 19262 69
75002 [일반] 검찰, '세월호 대통령기록물' 열람…서울고법원장 영장 발부 [25] 태연이8530 17/12/15 8530 3
75001 [일반] 영화 [1987] 짧은 후기입니다. (스포X) [35] 리콜한방8936 17/12/15 8936 11
74999 [일반] 웹툰(제목이 어그로성이라 수정) [107] hk116112454 17/12/15 12454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