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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1/27 00:36:31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혐오의 시대를 지나며 (수정됨)
  작년에 이어 올해도 페미니즘은 각종 게시판을 불태웠다. 혹자는 인터넷에서만 시끄러운 '찻잔 속 태풍'이라 말한다. 내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프라인에서 메갈이나 워마드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없었다. 일베가 활개 칠 시절에는 대학에 몸담고 있었다. 일베 관련 이슈를 오프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메웜(메갈+워마드)의 악명을 접하지 못한 것은 내가 그만큼 늙었기 때문이리라. 이제 내 주변은 일베나 메웜보다는 코스피와 비트코인과 부동산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내가 메웜 이슈를 잘 안다는 것은 그만큼 철이 없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메웜 이슈에 관심이 간다. 인터넷 이슈가 현실 정치의 일기예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베가 무섭게 세를 불리던 MB 시절에는 그들이 현실 정치에 등장할 거라 생각지 않았다. 물론 싹을 자를 필요는 있었다. 일베 유저가 유권자가 되어 싹을 틔우면 그때는 늦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꾸역꾸역 성장하더니 급기야 오프라인에서 폭식 투쟁까지 벌였다. 한 후배 녀석은 총학의 시국 선언에 반대하며 일베의 주장을 옹호해 언론에 실리기도 했다. 아차 싶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싹이 발아했다. 그때부터 나는 일베라면 온, 오프를 가리지 않고 앞장서 비판했다.

  다행히 일베의 사회적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각종 패악질이 언론에 실리며 패륜 집단으로 낙인찍혔다. 극우세력이 스스로 일베와의 연관성을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일베의 행태는 현실 정치에 등장했다. 탄핵 이후 무너져가는 보수 정당의 꼬락서니는 일베와 다름없었다. 국회의원이 일베를 권하고, 대선 후보가 여성 혐오 발언을 하며, 끝내는 인터넷 관심종자와 분간이 가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리 적폐세력이라고는 하나 이 정도로 품격이 떨어질 줄은 몰랐다. 쪼들리면 본성이 드러나는 법이다. 일베는 그 본성을 미리 보여준 셈이었다.

  일베가 보수의 바닥을 예보했다면, 메웜으로부터 진보의 바닥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예보를 보기도 전에 실제가 닥쳤다. 정의당은 메웜을 옹호하다 든든한 지지기반을 제 발로 차버렸다. 그렇게 알아서 쪼들리더니 철없는 여자애처럼 행동했다. 당 회의에서 자금 유용과 관련한 질의에 눈물을 흘리며 횡설수설했던 일화는 실로 암담했다. 대한민국 진보 정당의 본성이란 그런 수준이었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 먼저 바닥을 보여줬지만, 나는 메웜의 이미지도 바닥에 떨어질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들의 미러링은 정도를 몰랐고, 당연히 결말도 미러링할 게 뻔했다. 그리고 패륜 사건이 터졌다. 호주에 사는 한국인 워마드 유저가 아동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녀는 아동 성 착취 동영상 제작 혐의로 호주 경찰에 체포되었다. 대개의 일베 발 패륜 사건이 관심종자의 허언극이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성추행은 거짓말이었을 공산이 크다고 한다. 그럼에도 패륜적 사고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에 메웜은 자연스럽게 패륜 집단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그동안 언론과 지식인의 비호를 받아온 메웜이었다. 이제는 차마 감싸고 돌지 못할 것이다.

  나에게 이번 사건은 메웜 이슈의 변곡점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꺾이고 내려갈 것이다. 뭐랄까...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여유가 생기니 멀리 보게 된다. 일베와 메웜 그 너머를 생각하게 된다.

  일베나 메웜은 새로운 존재가 아니다. 일베의 호남 비하나 여성차별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합성으로 조롱하는 것은 담벼락 낙서의 인터넷 버전이다. 저속한 댓글은 술자리 음담패설을 키보드로 지껄이는 것에 불과하다. 모두 예전부터 해오던 짓이었다. 그리고 메웜은 이를 미러링했다. 미러링에 그쳤으면 신선한 슬로건이 되었겠지만, 그들은 미러링을 넘어 아예 체득해버렸다. 일베도 메웜도 과거의 연장이다. 차별과 혐오가 새로운 미디어를 수단으로 삼았을 뿐이다. 근본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모든 차별과 혐오의 근원은 무엇일까? 나는 정체성(Identity) 혹은 편 가르기라고 본다. 전문가들은 소외된 젊은 층이 일베를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고 말한다. 내 생각도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왜 일베가 분노 표출의 창구가 되었을까?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저 일베가 소외 계층의 집합소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이면 편들기가 시작된다. 소외 계층은 일베 안에서 소속감을 느낀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 구성원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인증한다. 괴이한 손 모양을 찍어 올린다. 심지어 악행도 인증한다. 이를 통해 관심과 인정을 갈구한다.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악행이 도를 넘어 패륜에 이른다. 인생은 실전인데도 인정받기 위해 파행을 자처한다. (그리고 메웜은 이 모두를 열심히 따라 한다.)

  왜 그럴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여 어느 편에라도 속해야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속감을 위해 일베라는 악명 높은 정체성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는 인간의 본능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이나 국가라는 심리적 울타리 안에 놓인다. 해외라도 나가면 이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편을 가르고 갈라 심리적 울타리를 겹겹이 세운다. 문제는 이 심리적 울타리를 실감하기 위해서는 울타리 밖으로 쫓아낼 대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결국, 편 가르기는 차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편 가르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아직도 편 가르기에 매여있다. 지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 건을 살펴보자. 이슈의 핵심은 김이수 재판관의 출신이었다. 호남 홀대론을 주장하는 국민의당에 맞서, 문재인 정부는 호남 출신 재판관을 후보로 올렸다. 결국, 이를 부결한 국민의당은 호남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나는 이 건을 통해 확신했다. 21세기 촛불 정권에 이르렀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인사의 핵심은 호남 출신이라는 정체성이었다. 만민이 평등하고, 출신에 귀천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인사의 핵심은 능력이어야 한다. 인사에 정체성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각 정당의 '입장'이 얽히고설키다 보니 결국, 출신을 따지게 된다. 그 입장의 본질이 바로 편 가르기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편 가르기를 버려야 한다. 정체성 정치를 멈춰야 한다. 학벌 타파, 지연 타파, 혈연 타파. 말로만 외쳐온 강령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바로 정체성을 버리는 일이다. 명문대 출신이라서, 호남 출신이라서, 영남 출신이라서, 남자라서, 여자라서... 이런 정체성으로 대가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여성 할당제나 장애인 할당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할당제에도 찬성한다. 다만,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아무 때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들먹이며 악행을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은 정체성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정체성을 초월해야 한다. 정의는 정체성을 따지지 않는다. 올바른 일을, 올바른 장소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하면 된다. 정체성은 능력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고대 출신, 서강대 출신보다 고졸 출신이 나았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 희망은 장소를 따지지 않는다. 비록 추상적이지만,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정체성에 매이지 않는다.

  이데올로기도 벗어 던져야 한다. 나는 진보요. 나는 페미니스트요. 말은 참 좋다. 세상에 말로 척 들어서 그럴싸하지 않은 사상이나 주의가 어디 있나? 진보니, 페미니스트니 그럴싸한 칭호로 자신을 규정하기보다 진보로서, 페미니스트로서 올바른 행동을 먼저 해야 한다. 정체성은 그 후에 타인이 부과하는 것이다. 진보니, 페미니스트니 떠들어 놓고 개똥 같은 행동을 해대면 "OO가 OO했다."는 조롱이나 받을 뿐이다.

  사르트르는 실존에서는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고 말했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정체성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라는 뜻이다. 보수가 보수라서 욕을 먹는 게 아니다.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스트라서 욕을 먹는 게 아니다. 그들이 욕먹을 짓을 해서 욕을 먹는 것이다. 나는 자칭 'OO주의자'라는 사람을 믿지 않기로 했다. 형식적인 겸양일지언정, 그저 관심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낫다.

  차별과 혐오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편 가르기를 버려야 한다. 미래는 정체성 너머에 있다. 이것이 일베와 메웜의 시대를 지나며 내가 얻은 교훈이다.





Written by 충달 http://headbom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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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덕후
17/11/27 00:45
수정 아이콘
편가르기를 마음속에서 완벽히 없애버린다는것은 솔직히 불가능한것 같습니다. 인류학이나 사회과학 강의는 교양이건 뭐건 간에 1학점조차 들은바가 없지만 인간은 단체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면 말이죠.
다만 실제 생활에서는 납득할만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하여 주어진 결과에 승복하고 그것이 올바르고 상식적이라면
속으로는 "내 생각은 그게 아닌데" 할지라도 겉으로는 따르는 모습을 보이는 사회였으면 하는 바램이지만..그게 가능한 사회가 빨리 올지는 잘
모르겠네요.
마스터충달
17/11/27 00:47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그게 이 글의 한계죠. 글 중간에도 밝혔듯이 편 가르기가 인간의 본성일진데, 그걸 뛰어넘어야 하니까요. 결국, 앞장서 편 가르는 사람을 따르지 않는 정도가 겨우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싶네요.
저격수
17/11/27 00:47
수정 아이콘
지금에야 알았는데... 원래 마스터셨나요
마스터충달
17/11/27 00:48
수정 아이콘
네... 스2 마스터 다는 게 소원이라...
저격수
17/11/27 00:48
수정 아이콘
당연히 미스터인줄...
절름발이이리
17/11/27 00:48
수정 아이콘
정체성과 이데올로기를 벗어던지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인간은 원숭이가 아니에요. 사실 원숭이도 나름의 그것이 있겠지만.
마스터충달
17/11/27 00:54
수정 아이콘
실존은 존재가 본질에 앞서고, 따라서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정체성은 실존을 본질(이라 부르는 허상)에 정체시킬 뿐입니다. 이데올로기는 집단의 정체성에 다름 없고요.

뭐 사람마다 생각이나 사상은 다르니까요. 메웜에 대한 이리님과 저의 시각차이는 아마도 이런 존재와 본질에 관한 견해 차이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겠네요.
절름발이이리
17/11/27 01:02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그 존재란게 원숭이 같은 거고, 우리가 인간다움이라 여기는 건 모두 정체성과 이데올로기에서 기반한다는 겁니다. 바보 이반 같은 세상이 충달님이 말하는 세계의 맥시멈이겠네요.
마스터충달
17/11/27 01:08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거야 님 생각이죠;; 그래도 저는 근거로서 사르트르라도 가져왔는데 "너 말 틀렸음!" 소리만 하시면...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인간의 본질이 단백질 오토마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지라, 원숭이 같다는 말씀조차 저에겐 과하게 다가옵니다?
절름발이이리
17/11/27 01:1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일단, 실존주의건 샤르트르의 발언이건 충달님의 주장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공리가 아니니, 근거로써의 기능은 미약합니다. 애초에 ~주의를 안 믿는다는 분이 실존주의를 끌어다 쓰는건 합리적인지부터 생각해보세요.
그 다음으로 샤르트르가 실존이 본질보다 앞선다고 말한 건, 인간이 본디부터 지닌 정의나 가치, 유신론적 설계의도, 요컨데 '본질'이 없다는 의미에서지, 정체성이나 이데올로기가 무의미하다는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샤르트르식으로 말하자면 정체성이나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를 바탕으로 언행을 통하여 구축한 것이니 매우 유의미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페미니즘이니 뭐니 하는 이즘과 젠더니 뭐니하는 정체성이 마치 차별과 혐오의 본질인 것처럼 주장하고 계시지만, 애초에 스스로 주장하신 "올바른 행동"이니 "정의"니 "차별과 혐오를 벗어나야 하니"가 모두 정체성과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관념입니다. 차별과 혐오는 왜 하면 안되는데요? 차별과 혐오를 하면 안된다는 도덕성이 인간의 '본질'일리는 없을텐데, 그 도덕성은 어디서 온건가요? 인간의 존재가 도덕성입니까?
오히려 현실을 말하자면, 동물에 불과한 유아가 언어를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은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고, 성인으로써 사회화 되며 도덕관을 갖추고 자신을 찾아과는 과정은 '이데올로기'의 내면화입니다. 인간의 성장 과정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결국 정체성
구축과 이데올로기 구축은 그냥 인간이 되는 과정인거죠. 그걸 모조리 빼고 가능한건 바보 이반에서 흐흐 일하자 흐흐 행복하다 같은 존재들일텐데, 사실 이런 애들 조차 정체성과 이데올로기가 아주 없는 존재들은 아니란 말입니다.
말장난이고 부질 없는 소리입니다. 예전부터 늘 특유의 반지성주의적 테이스트를 가지고 계신데, 사실은 그 조차도 본인의 정체성과 이데올로기인거죠.
멍청이
17/11/27 01:2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얘기는 선험적인 게 존재하지 않음을 말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떻게 해야 한다!' 같은 거요. 우리가 흔히 쓰고 어쩌면 본질로 여기는 도덕 같은 것도 선험적으로 누군가 내려준 게 아니라 경험적으로 만들어 낸 개념이라는 거, 태어나기 전에 어떻게 되어 있는 게 아니라 태어난 이후에야 어떻게 하기로 했다는 거, 그래서 무신론과 쉽게 엮이기도 하고요. 글 말미에 사람을 규정하는 게 정체성이 아니라 그이의 말과 행동이라 하셨는데, 그 말과 행동 역시 샤르트르의 얘기를 빌리면 실존이 아닌 본질에 속하는 영역이겠죠. 정체성이나 이데올로기는 실존이 아니지만, 말과 행동은 실존이라 하신 게 모순입니다. 말과 행동이 그이의 정체성이자 이데올로기이며 실존 이후 만든 본질이겠죠. 겉으로 내세우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그이를 좀 더 직접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더 주의해서 보자는 얘기에 샤르트르를 끌어오실 필요가 없었어요.
마스터충달
17/11/27 01: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르트르의 명언을 전부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구와 같은 존재에 있어서는 본질이 존재에 앞서지만, 개별적 단독자인 실존에 있어서는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 인간은 우선 실존하고 그 후에 스스로 자유로운 선택과 결단의 행동을 통하여 자기 자신을 만들어 나간다."

여기서 '실존'은 '도구와 같은 존재'와 대비되는 존재 즉, 대표적으로 인간입니다. 그리고 말과 행동은 '실존'이나 '본질'이 아니라 '현상' 또는 '존재'입니다.

다음은 제가 과거에 쓴 글의 일부입니다. 제가 학부 때 공부하며 사사받은 내용이니 틀리진 않았을 겁니다.

사르트르는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라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것이고 도구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사상과 거의 동일하다. 다시 의자로 예를 들어보자. 의자의 본질은 '앉기'에 있고, 따라서 앉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진다. 만약 어떤 의자가 앉을 수 없게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의자가 아닌 것이다. 반대로 의자의 형태를 벗어나 있더라도 앉을 수 있고, 앉기 위해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의자인 것이다. 이 경우 의자의 본질은 존재에 앞선다. 도구의 형태(현상, 존재)와 상관없이 목적에 따라 의자인지 아닌지(본질)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의자와는 다르다. 인간의 본질은 결정되지 않은데다 고정된 것도 아니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본질)판단하는 것은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느냐(현상, 존재)에 의해 결정된다. 즉,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
멍청이
17/11/27 02:10
수정 아이콘
네, 우선 저라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아무것도 아닌 그 자체로 존재하고 이후 제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제 본질을 규정할 수 있겠죠. 말과 행동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가 존재한 뒤, 제 뜻에 따라 만들어지죠. 그 자체로 존재하는 건 오직 저뿐이고요. 제 말과 행동은 고정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고정되어 있는 건 저라는 존재 그 자체일 뿐. 말씀하셨듯이 저란 인간을 판단하기 위해 봐야 할 건 제 말과 행동일 겁니다. 그러나 그 말과 행동이 있기에 앞서 고정된 저의 존재 그 자체를 보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본문에서 말씀하신 얘기는 겉으로만 내세우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가짜 정체성 말고 보다 진짜에 가까운 정체성을 그이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를 통해 판단하자는 얘기잖아요. 그렇기에 샤르트르의 말을 꺼내오실 필요가 없었습니다. 말씀하셨듯,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느냐는 선험적으로 고정된 게 아니라 제가 선택한 말과 행동으로 만들어진 거잖아요. 정체성이 고정된 게 아니고, 말과 행동 역시 고정된 게 아니니까요. 아니 그 이전에 정체성이 곧 말과 행동의 모음이잖아요.
17/11/27 03:40
수정 아이콘
전 인문학쪽으로 일자무식이라 껴들어도 되나 싶긴 한데,
진보/보수 혹은 페미니즘이 본인 정체성이라고 주장하는 부류의 경우, 실존이 있고 그뒤에 본질이 따라온 결과 그렇게 (진보나 페미니즘으로)규정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선언적으로 규정한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본질을 먼저 규정해놓고 그뒤에 실존이 따라오는 형태인걸로 보입니다.

(물론 그 본질을 선언하는 어떤 실존이 먼저 있긴하지만, 이데올로기 부분은 실존한게 아니니까 논리모순은 아닌게..맞나요? 크크)

그럼 데카르트의 적절한 인용이 아닐까요?
마스터충달
17/11/27 06:5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출신은 정체성이지만 말과 행동으로 평가받지 않죠. 정체성과 현상은 동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천사가 악행을 저지를 수도 있고, 악마가 선행을 베풀수도 있습니다. 그럼 누가 천사고 누가 악마죠?

멍청이님은 저랑 대동소이한 말을 하고 계십니다. 다만 용어들 간에 층위를 다르게 잡으신 것 뿐이죠.
마스터충달
17/11/27 02:15
수정 아이콘
아니요. 사르트르의 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들은 정체성에 매몰되었어요. 저는 본질은 텅 비어있다는 사르트르의 주장보다는 생명으로 꽉 차있다는 메를로퐁티의 주장에 더 동의합니다만, 그들은 사르트르부터 배우고 올 필요가 있습니다.
17/11/27 02:30
수정 아이콘
이리님이나 멍청이님 말씀은, 정의가 중요하다 같은 충달님 말씀도 하나의 이데올로기인데 이런 이데올로기가 페미니즘보다 중요하다는 가치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서 사르르트 인용은 핀트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 같습니다. 사르트르 이야기를 써서 저쪽 이데올로기를 공격하되 내 이데올로기는 사르트르에 대해서 면역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으니까요.
마스터충달
17/11/27 04:2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음...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주장도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에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난다는 말이 모순이란 주장은 우물의 독 풀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모든 ~이즘을 부정했던 포스트 모더니즘도 모순일까요? 이건 말장난일 뿐이죠.

음... 이렇게 말해야겠네요. 우리에게 허락되는 단 하나의 이데올로기는 모든 이데올로기가 불필요하다는 이데올로기 뿐이다.
17/11/27 04:47
수정 아이콘
모든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주장을 하신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거든요. 정의와 사랑과 희망을 이야기하셨으니 분명히 충달님이 지키려는 가치가 있고, 그것이 이데올로기라는 거죠. 저는 도덕 상대주의자가 아닌지라 충달님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너의 이데올로기는 사르트르의 말로 공격할 수 있지만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이데올로기가 아님’ 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 뿐입니다.
마스터충달
17/11/27 04:5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본문에 썼다시피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는 이데올로를 초월한다고 봅니다. 이게 참... 우스워 보일 순 있습니다. 이데올로기 무용론은 상대주의적 가치관 같은데, 추구해야하는 가치가 이데올로기를 초월한다는 것은 절대주의적이거든요. 그렇습니다. 저는 절대적인 진선미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어떤 이데올로기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가치이고, 그래서 "초월"했다고 썼습니다....만, 이 또한 말장난 같다는 걸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머랄까... 이거야 원 믿음의 영역 수준이 되어버렸네요;;;; 그런 절대적 진선미가 있다는 믿음을 고백한 것에 불과하군요. 제 한계이고, 모자람입니다. ㅜㅜ
17/11/27 04:56
수정 아이콘
앗, 그런 생각을 가진 분이시라면 본문을 좀 다르게 읽어야겠습니다. 요즘 그런 분은 일부 종교인들 제외하고는 별로 없는 지라 당연히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읽었거드요.
마스터충달
17/11/27 05:07
수정 아이콘
네. 20세기 이후 이런 절대주의적 시각은 말그대로 비주류가 되었죠. 저는 신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차라리 이럴 땐 신자가 부럽기도 해요. 절대적 가치를 뭉뚱그려 신이라 부르니 얼마나 편할까요.

다만 절대적 가치가 절대적일 수 있는 이유가 "신성"이 아니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논리적 정합성"이라고 믿기에 아집에 빠지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그 논리적 정합성이 뭔지는 저도 모르겠지만요. (아마 42?)
17/11/27 05:11
수정 아이콘
42!!
마스터충달
17/11/27 01:27
수정 아이콘
~주의자를 자청하는 사람을 믿지 않겠다는 말이지, 모든 주의를 부정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정체성과 이데올로기 그 자체에 관하여 제 생각만이 맞다고 주장하거나 설득할 생각은 없습니다.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감히 제가 어찌 단언할 수 있겠습니까? 따지고 보면 인간의 본질을 정체성 너머에서 찾는 것도 제 생각일 뿐입니다.

다만, 말씀을 따르자면 스스로의 언행과 어긋나는 정체성과 이데올로기는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베와 메웜은 정확히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요. 그들에게 보수나 페미니즘 같은 사상은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일 뿐입니다.

이게 제가 이리님 주장에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입니다.
절름발이이리
17/11/27 01:36
수정 아이콘
타인과 나를 구별하는 것 부터가 정체성의 시작입니다. 거울을 보고 나라고 깨닫는 것도 정체성의 구축의 과정입니다. 이거 안되는 동물들이 많아요. 엄마와 아빠가 여자와 남자란 걸 알게되고,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알게 됩니다. 그렇게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져 가고, 하나하나가 쌓여나가면서 인간이 되는 겁니다. 정체성이 없어지면 개인도 없어지는 거에요. 물론 개체를 초월해서 하나의 정신체로 합치는 인류보완계획 식의 SF적 상상력들이 있죠. 하지만 그런 것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정체성과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인간의 본질이란 것은 상상의 대상에서만 머무를 것입니다.
제가 느끼기엔 그런 기본적인 것들을 제외하고, 갈등의 목소리를 높이는 일상생활과 거리가 있어서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어 뵈는 분류들만을 정체성과 이데올로기로 규정하고 글을 쓰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계는 연속적이기 때문에, 분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언행과 어긋나는 정체성과 이데올로기는 기만이거나 언어장애거나 정신분열이거나 무식이거나 등이겠죠.
마스터충달
17/11/2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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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동심리학과 정체성 발달에 관해서는 저도 잘 압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 정신의 발달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것이 인간 본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란 말에서 보시다시피 저는 그들의 문제가 무식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Lord Be Goja
17/11/2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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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혐오는 언제나 있었죠.우리나라만 해도 실상 그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아닌데도 국민들끼리 웬수처럼 보기도 하고 아무 기득권없는 시민들 끼리도 지역이 다르니 서로 나쁜놈 낙인찍고 싸우기도 하고..그전에는 사상싸움..유럽은 마녀,유대인,집시,슬라브,흑인등등..한족들은 자기들이 필요해 끌고 와놓고는 오랑캐라고 유목민 차별..유목민이 정권잡았을때는 한족멸시.. ..세계적으로는 각 민족과 종교로 인한 분쟁등.sns와 몇몇 방송을 거르면 보이지도 않는 현재의 싸움이 차라리 온건한지도 모릅니다.
낭만없는 마법사
17/11/2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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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지만... 증오는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서 오는 거 같습니다. 이것으로 증오가 시작되고, 이 증오를 풀 상대를 찾아내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일일 확률이 더 높고, 아니면 평범한 사람들을 향해 묻지마 범죄가 생긴다고 봅니다. 결국 이것도 지적 생명체의 한계인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차라리꽉눌러붙을
17/11/27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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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나 메웜은 사실 정체성 차이 같은 수준 이전에 자기의 고통으로부터 비롯된 분노와 증오를 마냥 어딘가에 퍼붓는 피해의식의 발로 정도 수준 이라고도 보입니다...
그걸 일부 세력이 편가르기로 불지른 다음에 이용해서 돈도 벌고 권력도 잡고......
켈로그김
17/11/2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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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메웜을 비롯하여 정체성이나 이데올로기가 실제로는 면죄부나 합리화를 위한 도구인 상황을 우리가 좀 많이 보고있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하는거고.. 저는 정체성의 부여 자체를 그리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이해도 못하고 실천도 못하는 정체성은 돼지목에 진주목걸이, 맞지 않는 옷일 수 있지만
그래도 그런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실천은 종종, 혹은 보다 빈번하게 인간을 품위있게. 역사를 가치있게 만들어주죠.
-안군-
17/11/2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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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약간 다른 관점에서 보는데요, 그나마 2000년대 초 정도까지만 해도 '혐오'보다는 '증오'가 더 지배적인 시절이었다고 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사상, 지역, 빈부, 남녀... 등등의 문제가 '투쟁'의 형태로 발산되었고, 상대 진영을 '증오'하는 형태였다는 거죠.
증오하는 상대와는 총칼이든 주먹이든 말싸움이든, 맞싸움을 함니다. 신사적인 대화는 아닐지라도 상대방을 나와 같은 존재로 인정하는 거죠.

지금의 시대는 혐오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즉,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는 말 처럼, 대상을 나와 같은 존재로 인정조차 안 합니다.
보수와 진보진영이 서로 그러고 있고, 일베와 메웜에서 보여지는 혐오의 모습들이 그렇습니다.
맞서 싸울 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더러워서 피하는 '똥'일 뿐이죠. 상대가 아무리 대화를 시도해도, "뭐래? 똥이 말을 하네?"로 반응하죠.
그것은 단지 메웜에서 보이는 남혐글들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이슈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요.

그래서 저는 이 문제의 본질이 '편가르기'가 아닌, '상호존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니편 내편 나눠서 싸우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어쩌면, '적'이 없다면 '나'도 존재할 수 없는게 인간일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적'을 나/우리와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느냐, 그냥 피하고 싶거나 치워버리고 싶은 똥으로 치부하느냐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17/11/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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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간결한 핵심을 찔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죠. 사람인 이상 모든 걸 냉정하고 거시적으로 볼 순 없겠으나, 적어도 어느 시기가 오면 차분하게 무거운 것들이 드러나는 거죠. 다만 언제나 그러하듯 이 세계는 너무나 군침이 도는 유행들의 파노라마 속에서 아무도 나를 지켜주거나 위로해주지 않으므로 알아서 사소한 이익과 위로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지라, 무거운 진리들은 아주 느리게 떠오른다는 것이. 그나마도 잠시 나타났다가 다들 잊어버리고 또다른 최신유행들에 새치기 당하고 말겠지만 말입니다.
코난도일
17/11/2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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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는 중요하죠. 자칭 보수나 자칭 페미니스트가 그 본질에 걸맞지 않는 전혀 딴판인 행동을 해서 욕을 먹는거지 그게 이데올로기를 벗어던져야 한다는 말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건 남이 규정하는 거라고 하셨는데 그것도 와닿지 않구요. 본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 기초적 근거가 없다는 건 쉽게 휩쓸리기 마련이라는 거에 다름 없다고 봅니다. 님이 남이 맞다고 평가해줄만큼의 올바른 행동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야한다는 님 생각조차 님의 정체성이고 이데올로기인걸요. 이데올로기를 버리자는 분의 근거가 실존주의라는 것도 아이러니긴 하네요.
장바구니
17/11/2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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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전송의 발달이 혐오전송도 발달시켰네요 각자의 방구석에 있을땐 몰랐을 일들을 어찌나 많이 알게됐는지
마스터충달
17/11/27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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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의 근본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정보기술의 발달이 속도를 가속시켰다는 점은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 분명합니다.
시노부
17/11/27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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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개인적으로는 본문의 편가르기를 종종 개인이 집단의 안락함에 매몰되었다 라고 표현 합니다.
누구라도 자기자신의 에피소드에 공감해주고 편들어주면 그쪽으로 마음이 안갈수가 없어요.
특히나, 그러한 사회성 본능이 남성보다 더 강력하고, 분명히 누구라도 여성이라면 공감이 갈법한 피해 경험들은 더더욱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하게되고
종국에는 집단의 주장에 본인 개인의 의사를 매몰시켜 생각하는걸 포기해버리게 됩니다.

반쯤 농담삼아서 하는 말이지만, 제 주장은 사람은 자뻑이 강해야 한다고 봅니다.
남이 뭐라하던 말던 아 그래 맞는 말 같지만 그래도 내가 더 좋은 생각을 해낼수 있으니 한번더 꼬집어보는 비판적 사고방식.
나라, 조직, 회사, 학교, 성별, 종교, 인종 보다 더 우위에 있는게 개인이며,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언제나 스스로의 발언과 생각이 타인으로 인해 좌지우지 되는건 아닌가.
혹은 집단의 광기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은가.
나는 나 스스로 생각하는걸 어쩌면 그만둔건 아닌가. 라는 의문을 계속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것이 본인인데, 왜 스스로를 집단의 하나의 객체로서만 존재하게 두는지가 의문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도 점차적으로 개인주의가 발달해가며 개인의 생활에 대한 리스펙트라는 말도 유행하게 되고,
점점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세상엔 그 누구도 국가가 나에게 해준것이 무엇인지 말하기 이전에 국가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보라는
시덥잖은 소리에 감명받지 않습니다. 내가 있어야 나머지가 존재하는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나와 다른 타인 또한 세상에 유일한 자아 라는걸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너와 나는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것이니까요.
다름에 대한 존중을 가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한 논리를 가지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저러한 페미니즘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이야 말로 무지하고 시대역행적인 행위들이라고 봅니다.
이 또한 혐오라고 말한다면 저는 그것이 혐오가 아니라 경멸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최소한의 존중조차 없는 가치관이 인간의 탈을 쓴 광기의 집단으로 변모되는것을 우리는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서 봐왔으니까요.
17/11/27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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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나 - 내 가족 - 동네 사람들 - 내 나라 사람들 혹은 나와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 - 인류 - 포유류 로 점점 넓어지는 집단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너그러워졌다고 봅니다. 근데 이건 인간 전체 집단이 그렇게 변했다는 거지, 사람 하나하나는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기 때문에 어렸을 때 정체성이 매우 협소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맥락에서 좋은 이데올로기란, 인간 집단뿐만 아니라 개인 개인이 좀 더 정의롭고 너그러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서의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들 아닌가 싶습니다. 페미니즘이나 보수주의 둘 다 그런 가치를 지닌 이데올로기인데, 결국 문제는 자기가 어떤 이데올로기 캠프에 속했다는 그 정체성에 매몰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거죠. 근데 사람이란 존재가 원래 모든 사안별로 심각하게 고민한 뒤에 가치 판단을 내릴 정도의 뇌 용량이 안 되기 때문에, 작은 일들은 자기가 속했다고 믿는 캠프의 집단 결정을 따라가는 것도 어쩔 수는 없는 부분이죠.

그냥 노력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쉬운 해결책은 없지 싶어요.
욕망의진화
17/11/27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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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나 메갈에 대해 흥미조차 없고,그저 관심종자들의 질이낮은 퍼포먼스라 생각듬. 그들 역시 집단안에서의 '안전기지' 확보를 위해 덜 떨어진 서커스를 시전했지만 한심한 수준 빤히 보이는 몸놀림에 관객은 외면했고 결국 도태. '인정욕구'에 목말라 하던 학창시절 빵셔틀이나 하던 찌질이들. 혹은
'영희는 왜 인기가 많을까'라며 자존감 하락된 여인네들이 배설욕구인데 조악할수 밖에요.

어느분의 댓글처럼 '나'라는 자존감이 확고하다면 집단안에서 오히려 집단적인 사고나 질서에 자유로울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집단안에서 순응만 할때 저런식의 혐오나 배설을 할가능성이 높아지는거죠. 익명성과 세력에 기대어

혐오든 증오든 다 떠나가고 '개인주의'의 시대가 빨리 왔음 좋겠습니다. 비혼이니 혼술/혼밥이니 이런 단어들 사라져야 해요. 개인주의가 굉장히 건조하고
이기적일거 같습니다만, 실상은 !!
족발마니아
17/11/2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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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넷상에 유행처럼 번지는 혐오정서가 자생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혐오의 대상이
되는 남자와 여자, 노인과 청년, 공무원과 사기업노동자 등등의 집단은 서로 이해관계가 크게 충돌하지도 않습니다. 작은 조직내에서도 서로 불신하고 미워하게 만들면 관리가 편합니다. 파편화된 개인들만큼 무력한 존재가 또 없기 때문입니다.
17/11/27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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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지금이 혐오의 시대일까요?

혐오라는 감정은 옛날에도 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가능성이 참 높은데요. 누가 누구를 혐오하는지만 조금씩 달라졌을 뿐이죠.
마스터충달
17/11/27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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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근본은 변하지 않았고, 미디어만 달라졌을 뿐이죠. 혐오가 팽배했다는 세간의 말을 제목으로 적었을 뿐입니다. 제가 실지로 하고싶은 말은 섬머님과 같습니다.
기억의파편
17/11/27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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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진리라 믿는것중 하나가 `돌아이 질량보존법칙`입니다.
예전에는 돌아이들끼리만 생각나눌수 있는곳은 거의 전무했었죠. 있다고 하더라도, 소수정예였겠죠?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개개인의 거리가 급속히 가까워짐에따라 필연적으로 일베가 등장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베가 등장해서 설칠때 어느 한편 이해가 가기도 했어요.
일베는 사회의 돌아이들끼리 모여서 자정작용따위는 없이 재미있게 놀수 있는곳이었으니까요.
재미를 위해서라면 `혐오`마저도 좋은 소재로 사용해가면서요.

다만 일베가 나타났을때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의문은,
`남자 돌아이들의 집합소가 일베라면, 왜 여자 돌아이들의 집합소는 없는걸까?` 라는거 였죠.
.....괜한 의문이었다는걸 요즘 깨닫습니다.
루트에리노
17/11/27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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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에 관한 말씀대로면 메갈리아는 본인들이 진보라고 주장할 뿐 딱히 진보적이지 못하지 않나요.
마치 북한이 자기네들이 공산 민주주의라 주장하나 실제로는 왕정주의인 것과 마찬가지로요. 워마드의 경우 하는 행위는 극우주의 집단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애당초 극우주의 집단의 행위를 모방하겠다고 자처한 곳이고 그걸 실제 하고 있으니 그래 보이네요.

제 경우엔 일베와 메갈리아/워마드의 등장을 일종의 발전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간 겪고 넘어가야 했던 과정이라고 봐요. 마치 한국전쟁 후 많은 세월이 지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합인 수정자본주의가 우리나라에 정착한 것처럼 말씀하신 어떠한 이데아가 등장하기 위해선 이런 과정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잉크부스
17/11/27 06:02
수정 아이콘
메웜의 메인스트림은 이데올로기를 입에 담기도 민망한 수준이죠
그들은 사회적 열등감(그게 옳건 그르건)의 분노를 표출할 손쉬운 대상(한남)을 발명한 것에 불과합니다
처음엔 김치녀에 대한 미러링으로 발생한 한남이라는 개념이지만 요즘의 용례는 그냥 열등감의 표출이죠
그들이 한남을 폄하하고 멸시하는 태도는 자신들이 받아온 멸시를 투영한것이라 보고 있으며
여성 중에서도 멸시받는 계층이라 볼 수 있죠

자신에게 가해지는 멸시가 싫어서 자신이 받은 멸시를 돌려줄 대상을 발명한 불쌍한 부류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들의 꿈은 그럴싸한 외모로 남자를 등쳐먹는 김치녀지 자존감 강하고 성적평등을 이룬 여성이 아닙니다
물만난고기
17/11/2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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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일베나 메갈이나 현실과 망상의 경계선에서 길을 잃은게 오프에서 문제를 촉발한 원인이라 봅니다.
기본적으로 가볍게 커뮤니티를 즐기기보단 평소와는 괴리된, 현실에서 말하기 어려운 류의 욕구들을 충족시키기위해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보니 더욱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게되고 언행도 더 괴팍해지죠. 자신들의 망상을 커뮤니티에 그대로 분출하다시피 하는데 문제는 이런데 노출된 사람들 중에 일종에 성격장애 혹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것이 주변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든 본디 천성적으로 그렇든 마음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오프에서 기어코 일을 치르는 것이겠죠.
그들을 박멸 혹은 도축해야할 벌레나 돼지로 보는 시각 속에서 그들에게 한가닥 길이 있다면 각자도생으로 삶의 궤도를 정상화 시켰으면 하네요. 지금상황에서 사회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라는건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니까요.
17/11/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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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보다,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할 때 그 정체성과 기존 권력이 이를 왜곡하는 격차가 더 큰 실존의 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왜곡의 처음과 끝의 과정이 ‘혐오’이고, 이 혐오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게 아닌 일상에서 인식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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