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에 정수기에서 이물질 문제 관련 글을 썼습니다.
https://pgr21.co.kr/?b=8&n=72928
(첫 번째 글)
혹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 한 분들이 있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 진행상황을 적어 봅니다.
-이전 글 요약
1. 업체는 이 제품이 저수조가 없는 직수형 방식이기 때문에 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홍보했습니다.
2. 그러나 사용 중 작년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다루었던 그 이물질이 배출 되었습니다.
3. 업체에 항의 하니 소비자가 청소를 하지 않아서 발생했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물질이 발생한 곳을 청소했어야 한다는 말을 업체 홈페이지, 사용설명서 등 어디에서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4. 저는 말도 안 되는 주장과 과장광고라고 업체에 항의 하며 무상해지를 요구하였습니다.
5. 업체 담당자는 ‘제품에 이상이 없어서 무상해지를 해 줄 수 없다. 이물질이 생기면 안 되지만 생길 수 있다. 소비자가 청소를 제대로 안한 책임이 있다.’ 이 말을 무한 반복했습니다.
6. 둘 간의 의견이 줄어들 기미가 없어서 제가 소비자원이든 다른 곳에 의뢰하겠다고 말하자, 담당자는 소비자가 원하시는 대로 하시라 말했습니다.
7. 그리고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의뢰했으나 결국 합의에 실패 했습니다.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73461&divpage=15&ss=on&sc=on&keyword=%EC%A0%95%EC%88%98%EA%B8%B0 (두 번째 글)
- 세 번째 글 시작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경찰청에서 무료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사를 발견합니다. 전화로 시간예약하고 그동안 준비한 서류를 출력해서 찾아갑니다. 정해진 시간에 출장 나오시는 변호사께서 자료를 쭉 살피더니 몇 가지 말씀을 해주십니다.
1. 너무 소액이라 소송까지 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2. 렌탈비용이 나가는 통장에 돈을 비워 두고, 업체에 내용증명을 보내라.
3. 그리고 난 후에 업체에서 나오는 행동을 보고 다음 방법을 고민해 보자.
4. 업체와 제품명을 밝히지 않고 업체를 비방하는 글이 아닌, 경험을 작성한 글은 정보공유의 목적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무리가 없어 보인다.
사실 금액은 얼마 안 됩니다. 30만원 전후입니다. 다만 소비자에게 모든 잘못을 부가하는 업체의 행태와 어쩔 수 없이 소비자가 손해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싫어서 한번 해 보려는 것입니다. 이렇게 귀찮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튼 자료들을 정리를 하고 내용증명을 작성하고 있었는데,
몇일이 지나자 소비자원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 보는 전화가 왔습니다. 변호사께서 해 주신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자, 몇 가지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1. 내용증명 보내도 눈 하나 깜짝 안할 것이다. 그래도 한번 보내 보라.
2. 통장에서 돈이 인출되지 않으면, 업체는 나의 계약을 채권추심회사로 넘길 것이다.
3. 만일 자동이체가 아닌 신용카드로 매달 결제되는 시스템이라면 카드회사에서 결제해지를 안 해줄 것이다. 업체와 소비자, 양쪽의 동의가 있어야만 결제해지를 해 준다.
계약 내용을 찾아보니 신용카드 결제였습니다. 카드회사에 문의해 보니 역시나 결제해지를 해 줄 수 없다고 합니다. 후....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부당표시광고 위반 사례를 발견하고 신고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또한 작년에 이 이미 이 건을 다루었던 JTBC에 뉴스제보도 하기로 결심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신용카드를 해지해야하나. 별의별 고민을 하는데 마침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발생해서 2-3주 정도 전혀 신경을 못 썼습니다.
그런데 몇 일전 모르는 휴대폰 번호로 전화가 오더니, 정수기 직원이 제품 수거하러 오겠다고 합니다.
엥?
(참고로 정수기를 설치하고 수거하시는 기사님들은 그 회사 소속이 아닙니다. 여러 회사 제품을 모두 다룹니다.) 약속시간이 되어서 기사님이 오시고 어떻게 해지 된 것인지 물어 봤습니다. 기사님께서 서류를 자세히는 못 봤는데 소비자원 어쩌구 적혀있는 것을 봤다고 말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기사가 제품을 수거 한다는 것은 모든 계약이 끝난 것이라고 말하시며 제품을 가져가셨습니다. 업체에 전화해서 물어 보니 무상해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 항의 한지 3달 만에 해지가 되었습니다.
허탈합니다.
이렇게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다니. 그래도 준비했던 신고와 제보는 해야 하나 고민스럽습니다.
그동안 저는 ‘내가 지금 갑질이나 진상을 부리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가장 고통을 받은 사람은 저이고, 그 다음은 업체의 담당자라 생각 듭니다. 몇 명이 그 업무를 담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와 통화했던 사람은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서 심적으로 이해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무상해지를 요구하자 내부회의 후에 다시 연락 준다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통화에서는 강한 목소리로 회사의 방침만 계속 말하는 것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누가 누구에게 잘못을 했는지 헷갈리고 있습니다.
이제 궁금합니다. 왜 절대 해줄 수 없다던 무상해지를 급작스레 해 주었는지. 소비자원 담당자와 업체간에 연락이 꾸준히 있었나 생각 듭니다. 직접 물어 봐야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정수기를 설치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물은 보리차나 결명자로 끓여 마시고 여름에는 생수를 마실 겁니다. 사실 물은 대충 마셔도 크게 위험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업체의 대응에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 다른 업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는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