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9/13 17:36:36
Name minyuhee
Subject [일반] 오늘 견학간 공장 이야기
비정규칙고는 나름 꿀을 빨았던 직장에서 추석 이후에나 자리가 생길 거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추가로 내가 꿀을 빨았던 특정작업이 정규직으로 넘어갔다는 소식도 함께.
그럼 그때까지 뭐한다냐......마냥 놀기엔, 너무 놀아버렸다. 일용직 사무소에 가봐야 하나, 아니면 2-3주만이라도
한번 다른 일을 해볼까. 그런 생각으로 알아보는데 우선 공장견학을 해보고 결정하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가보기로 하였다.
너무 멀다. 대체 왜 여기까지 통근버스가 다니는 건가? 를 외칠 정도로 너무 먼 거리였다. 8시 시작인데 6시 반에 통근버스
출발이다. 더구나 나의 주소는 첫 시작점이라는 사실이다. 보통은 근접한 공업지대에 가까이 있어서 편했는데 완전히 반대였다.

직원이 공장에서 이 지역까지 먼 거리를 와서 나까지 3명을 데리고 공장으로 이동했다.
도착하니 다른 지역에서 견학온 사람들까지 해서 십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견학을 하게 되었다.
공장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면접을 위해 대기하라고 한다. 무슨 공장일하는데 2:2 면접이 필요하단 말인가?
면접이 끝나고, 모두 내일 출근하시구요, 혹시 다음주부터 가능하신 분 말씀하세요. 이랬으니 전혀 쓸모없는 면접이었다.
문제는 그 무쓸모인 면접의 내용이었다.
까놓고 단언해서, 공장의 비정규직에 신청한 사람들의 스펙과 과거가 좋을리가 없다. 이력서 이외에는 묻지 않는게 예의다.
나와 같이 2:2 면접을 보게 된 사람은 30대 후반 - 40대 초반으로 가늠할 수 있는 여성이었는데, 그 여성에게 직원은
이렇게 질문했다.

결혼하셨는데 아이는 있으신가요? -> 아이는 없어요.

여기까지는 좋다. 직장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한다.

아이가 왜 없으시죠? -> 능력이 안 되서요

이 문답은 정치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무례하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학교는 왜 그만두셨죠? -> 학비 문제도 있고, 보장도 안 되서 ->  거기 나오기만 하면 자리잡지 않나요?

내가 신청한 것은 스펙과 경력을 경쟁하면서 이력서를 검사하는 정규직이 아니다,
어중이떠중이 열명을 모아놓고 여러분 내일 모두 출근하세요 를 이야기하는 비정규직이며, 지금까지
다양한 비정규직 면접을 경험했지만 이런 경험은 없었다는 점이 역으로 이번 면접의 무례함을 증거한다.
아이가 없으면 알았다고 하면 될 것인데, 왜 이유를 물어보고, 당사자가 능력이 안 되서 애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가, 그걸 그렇게 듣고 싶었나.
그렇게 면접과 견학은 끝났고 데리고 왔던 직원이 집주소 근처까지 가준다고 했으나 공장에서 다친 사람이
생겨 급히 돌아가는 바람에 나는 시내버스를 타게 되었다.

어짜피 이번달만 지나면 추석이고, 저번의 직장에 다시 가게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출근을 해서 일을 시작하는게 긍정적인 방향일 것이다. 버스에서 창문 밖으로 플랜카드가 보인다.

지역기업을 살려주세요. 노동조합.

노동조합이 선한 의도로 서명을 요구할 때 거부한다면, 노조에게 당한 비정규직일 테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살려야한다
17/09/13 17:42
수정 아이콘
저는 여태까지 미국에 사시는 분인줄..
minyuhee
17/09/13 17:43
수정 아이콘
제가 트럼프 지지자라는 것만 보셨군요.
살려야한다
17/09/13 17:45
수정 아이콘
그랬나봅니다. 아니면 그것만 기억했다거나..
켈로그김
17/09/13 18:04
수정 아이콘
막줄 공감합니다.
당했던 1人
다람쥐룰루
17/09/13 18:06
수정 아이콘
살기 힘든 이유는 단순하지 않더군요
누구나 그렇지만요
소독용 에탄올
17/09/13 19:16
수정 아이콘
기업인사양상이 모욕적이라 노조가 싫어진다는건 묘한 경론데요....
하심군
17/09/13 19:32
수정 아이콘
비슷한 업종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이해가 된다까지는 아니지만 뭔 소리인지는 알겠다 싶은 건 있어요. 단순한 피해의식이라고 하기엔 모든 걸 알고 나서도 우리가 괴로울 때 모른척 한 사람들을 왜 도와줘야 하나 싶은 건 있거든요. 논리적인 생각은 아니죠.
세계구조
17/09/13 19:29
수정 아이콘
왜 노조가 갑자기 얻어맞죠?
minyuhee
17/09/13 19:34
수정 아이콘
노조를 공격한 게 아니라 노조가 지역시민에게 서명을 요구해도 서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7/09/13 20:47
수정 아이콘
음 잘 읽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노조가 문제다라고 점프를 해서 갸우둥해집니다. 결론이 나오기까지 생략된게 너무 많아서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minyuhee
17/09/13 20:59
수정 아이콘
노조가 문제가 아니라 당시의 감상이죠. 플랜카드가 보였을뿐이라. 논리와 결론이 아닙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7/09/13 21:18
수정 아이콘
그런데 글이 잘 읽히지 않는건 논리와 결론 문제인거 같습니다.. "노조에게 당한 비정규직" 이게 너무 뜬금없거든요. 어쩌면 쓰고 싶은 말이 더 많은데 그냥 생략했을 수도 있는, 글이 덜 쓰여진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7/09/14 09:59
수정 아이콘
보다가 막줄에서 갑자기 의식의 흐름이 나온것같네요..그 회사는 기업인사문제를 노조가 처리하나요?
minyuhee
17/09/15 07:15
수정 아이콘
생산직면접은 다 노조원 생산팀장이 할텐데.
선입견이었을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3747 [일반] 사과문 [44] 이쥴레이10538 17/09/13 10538 28
73746 [일반] 고양이는 왜 박스를 좋아하는가? [68] 여기좀12702 17/09/13 12702 62
73745 [일반] [잡담] 사과론 [19] 언뜻 유재석6417 17/09/13 6417 11
73744 [일반] 오늘 견학간 공장 이야기 [14] minyuhee7115 17/09/13 7115 2
73743 [일반] (수정)배우 고(故) 최진실 딸 , 최준희 외조모에의한 아동학대 무혐의 [43] 한획13340 17/09/13 13340 1
73742 [일반] ???:아.. 이러면 완전히 나가린데.. [124] 길갈19252 17/09/13 19252 9
73741 [일반] 박성진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부적격 채택 [75] 아유9861 17/09/13 9861 11
73740 [일반] 어제 있었던 굉장히 불쾌한 이야기 (부제 : 아이디 파세요) [116] RENTON14211 17/09/13 14211 6
73739 [일반] 서울초등교사 내년 385명 선발…최종 확정 [190] 아라가키14067 17/09/13 14067 1
73738 [일반] Igor Presnyakov (이고르 프레스냐코프) 라는 기타리스트를 아시나요? [4] 카페알파6186 17/09/13 6186 2
73737 [일반] 꼬꼬마 사업가는 왱알앵알 웁니다. [37] 켈로그김8055 17/09/13 8055 11
73736 [일반] 서울 아산병원에서 아버지가 뇌동맥류 시술을 받았습니다. [87] 신불해19383 17/09/13 19383 30
73735 [일반] 갑자기 든 자동차 보험에 대한 뻘생각. [69] 카페알파8311 17/09/13 8311 2
73734 [일반] 애플의 아이폰X가 공개되었습니다. [161] 아라가키17946 17/09/13 17946 1
73733 [일반] 12일에 있었던 두 가지 숲속 친구들 이야기 [37] 길갈9200 17/09/13 9200 11
73732 [일반] [뉴스 모음] 국회의원 페이스북 글삭튀 사건 외 [32] The xian11386 17/09/13 11386 57
73731 [일반] 앞으로 북핵 위기는 어디로 흘러갈까요. [10] 아수5561 17/09/13 5561 1
73730 [일반] 노인혐오 [45] StarDust.8522 17/09/13 8522 4
73729 [일반] 240번 버스 보니 생각나는 별별 일들 [9] style5996 17/09/13 5996 13
73728 [일반] 방금 목격한 좀 섬뜩했던 일 [26] 설이9360 17/09/12 9360 1
73727 [일반] 한국의 양식 요식업계를 뒤흔들만한 요리책이 나왔군요 [80] re4gt17541 17/09/12 17541 7
73726 [일반] 안철수측 " 블로그글 삭제 자원봉사자의 행동 " [91] 순수한사랑12169 17/09/12 12169 13
73725 [일반]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영작들이 공개되었습니다 [11] 물만난고기5284 17/09/12 5284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