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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9/12 23:04:26
Name 설이
Subject [일반] 방금 목격한 좀 섬뜩했던 일
저는 십여 동의 빌라가 모여있는 곳에 거주 중입니다.
야트막한 동산을 뒤로 끼고 빌라들이 모여있고
그 동산 중턱 즈음에 가정집이 하나 있습니다.
제 방 창문에서 그 집이 아주 훤히 보이는 구조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 후 컴퓨터를 켜고 피지알을 드나들며 새로 영입한 벡터를 육성중이였는데 ..

위에 말한 가정집이 떠들썩합니다.
훤히 보인다고는 하지만 집 안이 속속들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 남의 집을 빤히 들여다볼 것도 아닌지라
그 구성원을 알지 못했는데 오늘 보니 부부+어린아이 셋이더군요.

그런데 시끄럽습니다 -_-;

부부끼리 술이라도 한잔했는지 목소리가 4층에 있는 제가 짜증이 날 정도로 큽니다.
그리고 술주정인지 뭔지 남자가 혼자 같은 말을 십여 분간 반복합니다.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하는 영화 친구 대사를 정말 지겹도록 흉내 내는데
애는 또 뭐가 좋은지 들을 때마다 자지러지고
여자도 좋다고 계속 옆에서 추임새를 넣고 ..

슬슬 짜증이 적립되는데
저보다 인내심이 좀 부족한 빌라 단지 내 누군가가 소리를 버럭 지르더군요.

' 야 이 XXX야 ~ 안 닥치냐 이 XX XX야 ~!! '

전 솔직히 속이 시원했지만
듣는 남자는 물론 발끈했죠.

내려와라 오냐 너 딱 기다려라
욕설이 섞인 고성이 오간 후 잠시 잠잠해지길래 끝인가 했는데
잠시 후 쇠끼리 부딪치는 굉음이 들립니다.

깜짝 놀라서 아래를 보니 왠 떡대있는 남성이 그 아랫집 철대문을
쇠파이프인지 알루미늄 빠따인지 그런걸로 계속 내리치고 있더군요.

사실 좀 전 고성이 오갈 때까지는 뭐랄까 약간 개그 같은 느낌이 있어서
소리칠 때 빌라에서 약간 환호 같은 것도 나오고 그랬는데
지금 이 상황은 누가 봐도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아까처럼 욕을 하는 것도 아니고 - 혹은 아까 그 사람이 아닐지도 -
입 꾹 다문 채 풀스윙으로 철문을 정말 부숴버릴듯이 계속 내리치는 모습을 보니
이건 정말 상황이 심각하다 싶더군요.
문 열리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지겠구나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신고를 했어야 했는데
그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바라보게 되더군요.
집 안에서도 처음 소리가 날 때 여자가 놀라서 비명을 지른 후에는 조용했습니다.

조금 뒤에 경찰이 오더군요,
시간상 그 사람이 문 앞에서 일을 벌이는 것을 보고 신고한 것 같지는 않고
처음에 고성방가로 신고한 게 어째 잘 맞아떨어진 듯합니다.
그렇게 다행히도 별일 없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떨림?흥분? 이 가시질 않네요.
문을 내리쳐 문이 덜컹덜컹 할 때마다 심장이 덜컥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글재주가 없어서 잘 표현을 못 하겠는데
단순히 열 받아서 빠따로 문을 내리치는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저 문 열리면 누구 하나 죽겠구나 싶은 느낌이 드는 그런 상황이었네요.

별거 아닌 소란이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도 무섭고
그 사람이 아마도 빌라 내 거주민 중 하나라는 것도 무섭고

평소에 좀 욱하는 성격이 있는데
성질 좀 죽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스에서나 보던 별거 아닌걸로 사람 죽이고 하는일을
내가 마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경험이였습니다.
물론 누가 죽거나 다친 건 아니지만요.




* 피지알에서 하는 키보드 배틀도 조심해야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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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umsynerd
17/09/12 23:12
수정 아이콘
다들 살면서 왜 그리도 가슴속에 화를 품고 살고있는지.... 표출해야 할 대상한테 표출하지 못해서 그런가....
17/09/12 23:13
수정 아이콘
분노조절 안 되는 사람들이 참 많죠...무슨 일이 있어도 그냥 조심히 피해가는게 상책인 거 같습니다. 정 짜증난다 싶으면 차라리 신고를 하는게 나은 거 같고..
파이몬
17/09/12 23:13
수정 아이콘
헐..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욱하는 성격 정말 고쳐야 하는데..
피날레
17/09/12 23:17
수정 아이콘
17/09/12 23:17
수정 아이콘
소리친 빌라아저씨의 대응이 사이다일순 있어도 적절해 보이진 않네요...
전 이런 상황일수록 조용히 경찰에 신고하여 공권력의 힘을 빌립니다.크크
조금만 생각해봐도 시끄럽다고 소리치면 거기서 '네 미안합니다 안떠듬.지송'이런 전개가 이뤄지지 않을거란건 알 수있죠....
98프로의 확률로 일이 커지고 피곤해집니다...크크
카루오스
17/09/12 23:18
수정 아이콘
개 짖는 소리 좀 안나게 해라!!
블루레인코트
17/09/13 06:58
수정 아이콘
개 짖는 소리 좀 안나게 하라입니다.
17/09/12 23:21
수정 아이콘
경찰부르는게 최고죠 그런일하라고 많이 뽑는건데
서동북남
17/09/12 23:21
수정 아이콘
근데 분노조절장애는 더 큰 분노조절장애로 조절되는 법이라서.
저렇게 한번 참교육해주면 그 뒤로는 조용하게 살더군요.
그냥 저 분이 총대메고 참교육 한번 해준 거 아닌가 싶군요.
이 근처 다른 집들도 저렇게 시끄럽게 굴면 쇠파이프 들고 가겠다는 무언의 경고같은?

물론 잘했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사적 복수는 법적으로 금지니까요.
저도 글쓴 분과 비슷한 경험을 겪은 적이 있어서.
확실히 주변에 저런 사람이 산다는 걸 알면 동네가 좀 조용해지긴 하더라구요.
타츠야
17/09/12 23:42
수정 아이콘
그래도 아이 있는 집에 그렇게 하는게 더 나쁜 일 같네요. 평소에도 계속 그렇게 떠들고 동네 민폐주던 집이었는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소음은 경찰 신고로 해결해야지 저렇게 사적으로 해결하면 나중에 더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행운유수
17/09/12 23:56
수정 아이콘
아이 아버지가 대문을 열면서 쇠파이프로 내리치던 사람한테 한 마디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파이몬
17/09/13 00:43
수정 아이콘
오늘만 산다!
17/09/13 09:16
수정 아이콘
옆 빌라 문이 열리며 한 노인이 등장하며..

"나다 XX놈아'
있잖아. 그거해봐
17/09/13 00:08
수정 아이콘
음... 제가 살짝 이해를 못했는데, 시끄러운 집 남자가 욕한집에 쇠파이프를 들고 간 상황인건가요? 아니면 시끄럽게 떠든 집에 누군가가 쇠파이프를 들고간 상황인건가요..?

전자의 경우던, 후자의 경우던 사는 동네에 저렇게 분노조절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서울 것 같네요.
페스티
17/09/13 00:09
수정 아이콘
후자네요
feel the fate
17/09/13 03:14
수정 아이콘
a 몹시시끄러움
b 닥치라함
a 안닥치고 언성 높여 싸움
b혹은다른누군가 a네 찾아가 문 내려침

인듯해요
치킨이 먹고 싶다
17/09/13 00:11
수정 아이콘
흉기 들고 위협하면 잡혀들어간다던데?
바바이...
17/09/13 00:17
수정 아이콘
뭐 층간소음에 살인도 나는 세상인데....
찾아간 놈도 또라이지만 애기들 앞에서 남에게 피해주는 행동하는 남자놈도 별로네요
파이몬
17/09/13 01:18
수정 아이콘
애기랑 놀아주려는 의욕이 과했던 것 같아요.. 제 옆집 애기아빠도 밤 10시쯤 집에 오는지 그때부터 애교 섞인 "빵야~ 빵야빵야~" 이 장난을 두시간 내내..
애기는 이거에 자지러지고 이걸 여름 내내 듣는데 혼이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17/09/13 06:36
수정 아이콘
가서 정중하게 너무 시끄러우니 조용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으면 해결되었을 일 같아보이는데 ... 아쉽네요
해나루
17/09/13 08:11
수정 아이콘
시끄러운 사람이야 흔한 민폐진상인데... 찾아간 사람은 잠재적인 흉악범급 아닌가요... 좀 무섭네요;;
17/09/13 08:15
수정 아이콘
어우 진짜 문이라도 열렸으면 ..;; 무섭네요
블루씨마
17/09/13 09:01
수정 아이콘
윗집이 더 문제라봅니다. 저도 백수일때 아침마다 윗집에서 소리지르며 기도하는데-_- 몇주를 참다참다가 현관문부터 발로차고 조용히하라했더니 조용해지더군요. 분명한건 층간소음은 원인제공한사람이 1차문제입니다.
도토루
17/09/13 15:01
수정 아이콘
밤에 떠든것은 당연히 잘 못했으나,
그것을 좋은 말 또는 경찰을 이용해서 해결하지 않고,
저렇게 욕지거리를 하고 집에 찾아가서 쇠파이프로 문을 치는 행동은 미개한거 아닌가요?
17/09/14 11:05
수정 아이콘
마더러시아..가 아니라 마더코리아!
산타의선물꾸러미
17/09/16 20:16
수정 아이콘
이래서 우리나라는 총기 무조건 규제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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