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6/18 17:28:42
Name temilee
Subject [일반] 보이스피싱
안녕하세요, 그간 딱히 쓸 만한 내용이 없어 소심하게 눈팅만 하던 제가 드디어 여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글을 씁니다. 모쪼록 보이스피싱 피해가 없으시기를 바라며 글 시작합니다.

금년 2월에 상하이로 출장을 갔습니다. 당시 통역 담당 직원(중국 항저우 출신) 한 명 데리고 갔었고 오후 3시부터 현지 담당자와 미팅이 있어 인천에서 오전 출발하는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갔지요. 곧장 호텔로 가서 체크인한 후 미팅 준비를 위해 호텔 객실에서 짐을 정리하다보니 제 명함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명함지갑에 명함 뿐 아니라 만약을 대비하여 신용카드 하나 넣어놨기에 저는 신용카드사에 전화하여 신용카드 정지를 요청하고자 했고, 동시에 통역 직원에게는 아시아나 상하이 지점에 연락하여 제 명함지갑 분실을 알리고 되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 얘기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직원은 아시아나 상하이 지점으로 연락하였고, 다행히 항공사측에서 수거하여 가지고 있으니 호텔로 보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단, 택배비는 저희가 선불로 지불해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전 출장 첫 날부터 참으로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더랬죠. 그런데 택배비 지불은 해외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하며 자사 홈페이지에서 중국 국내 계좌를 통한 송금만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 얘기를 직원에게 전해 들었으나 당시 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까지는 중국이, 특히 상하이에서의 정보기술 발전이 얼마나 최첨단이었는지를 알지 못 했거든요(여러 모로 중국의 일상 수준에서 IT 활용은 놀랍더군요. 기회가 있다면 나중에 다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저는 당연히 중국 은행계좌가 없고, 직원 역시 한국에 오래 살아서 중국 계좌가 없는 겁니다. 이에 직원은 친언니(항저우 거주)에게 해당 사이트를 알려주고 계좌송금을 요청하게 됩니다. 제 입장에서야 이렇게까지 처리를 해 주니 직원에게 고마울 밖에요.

저는 이후 있을 미팅을 위해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고 저희 직원이 얘기합니다. 언니 왈, 계좌 송금이 자꾸 에러가 난다..는 겁니다. 이 때에도 전 아... 중국 인터넷 사정이 그닥 좋지 않은가보다.. 하는 아주 바보같은 생각을 하면서, 직원에게 몇 번 시도 후에도 되지 않으면 찾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두라는 얘기를 건성으로 하면서 계속 제 업무를 보고 있었지요.

이후 업체와 미팅을 하던 중 저희 직원이 갑자기 비명을 지릅니다. 자기 언니 계좌에 있던 돈이 몽땅 인출이 되었다는 겁니다. 이게 뭔 일인가 싶었지만 저는 미팅 중이었으므로 우선 직원에게 언니 계좌 빨리 폐쇄하고 사라진 돈은 제가 책임질테니 너무 걱정말라 다독거리고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미팅이 끝난 후 자초지종을 듣고 싶었으나 직원이나 그 언니나 멘붕 상태라 꼬치꼬치 캐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곧장 직원의 한국 계좌로 언니 계좌에 있던 돈에 해당하는 한화를 보내주었습니다. 다행히 그 언니 계좌에는 한화로 대략 70만 원 정도만 있었던 상태라 정말이지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릅니다. 그 계좌에 만일 집 구매를 위한 돈이나 적금 만기 등등 무지막지한 돈이 있었다면 저는 그야말로 파산했을 겁니다. 어찌 되었건 저로 인하여 일어난 일이니 제가 보상해야 했었을테니요. 이왕 일어난 일이니 ‘출장 액땜 제대로 했으니 이제는 별 일이 없겠구나’ 생각하며, 피해금액이 그나마 적었던 것에 위안 삼았습니다. 어찌되었건 제가 아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기에 너무 미안하더군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건데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은 다음의 과정을 거쳤을 겁니다.

1. 바이두에 떠 있는 아시아나 상하이 오피스 번호가 보이스피싱 번호임
-이것이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직원이 바이두에서 검색한 아시아나 오피스 번호가 보이스피싱 번호였던 겁니다. 설마하니 여기에 떠 있는 번호가 가짜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지요.

2. 보이스피싱 집단의 응대
-명함지갑 분실 신고를 위해서 항공편과 제 이름, 좌석번호 등은 직원이 먼저 항공사(실제는 보이스피싱 전화)에 이러한 내용을 알려주었고, 그 쪽에서는 자기네가 해당 항공편에서 검정색 명함지갑을 찾았다고 응대했답니다. 이 얘기를 들으니 항공사가 아닐 것이라는 의심을 가질 수 없었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명함지갑은 대부분 ‘검정색’ 아닐까 싶습니다.

3. 직원 언니의 행적
-알려준 택배비 결제 사이트가 보이스피싱 사이트였고 이 곳에서 이체 자치가 불가했을 것이며 아마 지속적인 오류가 나도록 설계되어 있어 오류 반복을 통해 보안번호를 모두 수집할 수 있었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이 언니는 동생이 특별히 부탁한 것이므로 약 2-3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이 사이트에서 택배비 결제를 하기 위해서 무단히도 애쓰던 와중 보안번호를 돌려가며 다 입력했었겠지요.

이 글을 쓴 것은 오늘 점심에 아는 분과 점심을 먹다가 몇 일 전 자신이 당한 보이스피싱에 대해 얘기하길래 생각난 김에 여기 분들과 공유하고자 함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분량이 너무 많아 그 사례까지 함께 쓰기엔 무리가 있을 듯하여 그 분 사례는 다음 기회에 다시 적겠습니다.

저의 경우는, 간접적으로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례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절대 보이스피싱에 당하지 않을 거야...하는 장담을 못 하겠습니다. 바이두에 있는 전화번호가 틀릴 거라는 생각도 못 했을 것이고, 게다가 한국에서 당했다는 제 지인은 저보다 훨씬 촉이 좋고 스마트한 분이시거든요. 어찌 되었건 여기 계신 분들 모두 늘 조심하셨으면 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VividColour
17/06/18 18:14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안타까운 피해가 발생할뻔..
광개토태왕
17/06/18 18:15
수정 아이콘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됐나요? 신용카드는 찾으셨나요?
Galvatron
17/06/18 18:51
수정 아이콘
???아시아나정도되는 회사가 바이두에 가장 먼저 뜨는 사이트가 자사사이트가 아닌걸 모른다고요? 가능성이 낮아보이는데....
보이스피싱집단이 유실물 신고 전화를 위장해서 택배비를 빌미로 한다는것도 상당히 사기치고는 레어케이스 아닌가요? 효율이 낮아보이는데...
사나없이사나마나
17/06/19 00:07
수정 아이콘
직원분이 중국인이라고 하시니 저도 중국어로 아시아나항공 상해사무실을 한 번 검색해봤습니다. 제일 위에는 아시아나항공 중국어사이트가 있고, 그 밑에 아시아나항공 상해 사무실 홈페이지가 뜹니다.
거기에 들어가보니 중국은 넓고 회사도 많아서 자사 홈페이지 없는 곳이 훨씬 많은데, 자연스레 그런 곳들의 정보를 모아놓은 사이트들도 엄청 많은데 그곳들의 형태는 대동소이하고 이 홈페이지 역시 그렇게 생겼네요. 여기서 그들의 연락처를 보고, 그리고 아시아나 항공 사이트에 들어가서 고객센터 쪽으로 상해지사(총 3곳 있네요) 연락처를 찾아보고 비교해보니 주소는 같은데 전화번호가 다릅니다. 정확히는 바이두에서 검색한 상해사무실 연락처에는 핸드폰 번호가 적혀있네요.
저런 형태의 정보사이트가 보편적이기 때문에, 특히나 화교가 아닌 중국 본토 사람이라면 저기에 잘못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익숙하실 겁니다.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유명한 알리바바나 타오바오 같은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의 회사들의 정보는 죄다 저런 식으로 되어 있거나 회사 연락처에 핸드폰 번호가 적혀있는 경우도 부지기수거든요.
저도 만약 저 핸드폰 번호가 정말 보이스피싱 업체의 연락처라면 큰 의구심없이 저기로 연락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카드 이용 불가, 자사 홈페이지에서 국내 계좌로 송금만 가능이라는 말도 한국에서라면 뭔 개소리냐라고 하겠지만, 중국이라면 열은 받지만 어.. 그럴 수도? 하면서 납득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나이스후니
17/06/18 19:54
수정 아이콘
보이스피싱관련해서 제사례도 공유드립니다. 해외출장을 갔는데, 80넘으신 할머니집에 제가 사고가났다는 전화가 왔고, 전 해외이다보니 유심을 중국유심으로 끼고있어서 전화가 안되는 상황이었죠.
다행히 회사에 아는 분이 있어서, 연락이 되었는데 잘못하면 큰일날뻔해습니다.
그리고 한달뒤 출장을 다시나갔는데, 또전화가 왔고요
제출국기록을 알고 연락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해외나갈때는 아래사항을 지키는게 좋습니다
1. 한국유심이 살아있는 폰을 가져가서 현지번호+한국로밍폰을 휴대함(카톡이 있긴한데 데이터사용량 파악이 정확하지 않아 갑자기 데이터가 끊기기도 함)
2. 회사사람번호를 가족들에게줄것(한국에 있는분)
3. 노인분들에게 이런경우를 꼭 말씀드릴것

특히 한국번호폰은 전화도 좋지만 문자가 더나을수도 있습니다. 제가 당한건 아니지만 보이스피싱을 하면서 계속 전화를 해서 통화중으로 만들어서 가족간에 통화를 못하게 한다고도 하더군요
17/06/18 21:21
수정 아이콘
네, 저도 얼마전에 출국 바로 다음날 집에 보이스피싱이 오더군요. 해외에서는 새벽이니 바로는 전화가 안되었고 여차 저차 새벽에 여러 사람 경유해서 연락이 되었는데 집에서는 한참 맘고생했더군요. 출국 기록이 어디서 새는게 맞나본데 샐 곳이 한두곳이 아니니 막을 수가 없네요.
이상한화요일
17/06/18 21:59
수정 아이콘
개인정보가 공공재가 된 지도 참 오래되었습니다만 이젠 출국 정보까지 새어 나가나요?
와...진짜 대단하네요. 대체 그건 또 어디서 샌답니까?
본문도 본문이지만 댓글도 무섭네요.
김철(32세,무직)
17/06/18 21:41
수정 아이콘
모든 보이스피싱이 정말 최악이지만
저도 60넘은 어머니에게 한 번 제가 크게 다쳤다고 빨리 병원비를 보내라고 전화가 왔다더군요. 제 이름과 어느정도의 정보를 이야기하면서요. 어머니는 저에게 전화해볼 생각도 못하고 돈을 보낼뻔 했답니다. 다행히 어머니가 친척분에게 급전을 빌리려고 전화했는데 그 분이 보이스피싱이지 않을까 해서 저에게 전화를 하셨더군요. 어머니 입장에서는 자식이 다쳤다니까 크게 놀라셔서 전화해서 확인해볼 경황도 없었던거죠.
부모자식간을 이용해서 돈을 떼먹는 놈들은 정말 최악 중의 최악입니다.
한들바람
17/06/19 10:13
수정 아이콘
한번 피싱전화를 받은적이 있었네요.
전화 내용이 "댁 아내가 크게 다쳐서 응급상황이니 빨리 돈을 보내달라"였습니다.
그래서 대답을 "그런데요?"라고 했더니 "아내가 위독한데 지금 뭐하냐? "고 하길래 "나도 내 아내가 지구상 어디에 있는줄 모르는데 좀 알려주쇼"라고 했더니 전화 끊더군요.
말투에서 연변의 기운이 오는건 둘째치고 나도 존재를 모르는 사람을 다쳤다고 하면 낚일래야 낚일 수가....
17/06/20 14:58
수정 아이콘
중국에서 전화번호 찾을때에는 114로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2462 [일반] 신사임당은 위대한가? [104] 유유히15092 17/06/19 15092 22
72461 [일반] [단편] 외삼촌 [2] Jormungand3856 17/06/19 3856 7
72460 [일반] 나이 먹을수록 친구관계가 힘들어지네요. [184] 계란말이22451 17/06/19 22451 2
72458 [일반] (삼국지) 삼국지 인물들의 여성 취향 - 종요 추가 [74] 글곰17712 17/06/19 17712 33
72457 [일반] 너와 나에게 보내는 시들. 첫번째. [3] legend3709 17/06/19 3709 2
72456 [일반] [공포] 군대에서의 제 경험담을 풀어봅니다 [54] 윌모어10552 17/06/19 10552 48
72455 [일반] [회사이야기]회사를 떠나는 a선임에게 [28] Demicat12525 17/06/19 12525 37
72454 [일반] [스포약간] 케모노프렌즈 1~11화까지 너무너무 재미있던 작품. [9] 마음속의빛6189 17/06/18 6189 3
72453 [일반] [라면] 자칭 농심 충성고객, 알고보니 오뚜기 마니아? [112] 삭제됨15906 17/06/18 15906 7
72452 [일반] 태양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3] Neanderthal7710 17/06/18 7710 20
72451 [일반] 보이스피싱 [10] temilee5585 17/06/18 5585 13
72450 [일반] 삼국통일전쟁 - 1. 일백일십삼만 대군 [50] 눈시BB9534 17/06/18 9534 53
72449 [일반] 원더우먼..베댓슈가 훨씬 좋았습니다? (스포있습니다) [39] 로랑보두앵7734 17/06/18 7734 2
72448 [일반] 유사역사학은 단순히 환빠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107] 눈시H12428 17/06/18 12428 36
72447 [일반] [스포주의] WWE PPV 머니 인 더 뱅크 2017 최종확정 대진표 [8] SHIELD5027 17/06/18 5027 0
72446 [일반]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방침입니다. [162] The xian15267 17/06/18 15267 14
72445 [일반]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이 같은 맥락의 얘기를 한다면? [26] 타임트래블5768 17/06/18 5768 5
72444 [일반] 피파(FIFA) 축구를 전후반 60분으로?...(내용 추가) [49] Neanderthal9618 17/06/18 9618 2
72443 [일반] 전 세계에서 순이익이 가장 높은 기업 Top10 [16] 김치찌개8147 17/06/18 8147 1
72442 [일반] 어제자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과, 방송 전후의 SNS 난리를 보고 [77] The xian19172 17/06/18 19172 7
72441 [일반] 선우예권, 2017 반 클라이번 콩쿨 정복기 [16] 박루미7417 17/06/17 7417 10
72440 [일반] 유튜브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영상 [29] bigname13341 17/06/17 13341 1
72439 [일반] 인구감소로 지방의회 폐지논의가 나오기 시작한 일본 [37] 군디츠마라11847 17/06/17 11847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