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6/17 21:57:18
Name 박루미
Subject [일반] 선우예권, 2017 반 클라이번 콩쿨 정복기
2017 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지난 2015년 11월 29일, 바르샤바에서는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의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조성진의 쇼팽 1번 갈라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나지 않아 30세 미만의 피아니스트들이 참석할 수 있는
미국 반 클라이번 재단에서 주관하는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선우예권씨가 한국인으로써는 최초로 우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물론 이 대회에서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joyce yang)이 05년도 은메달,
그리고 손열음양이 09년 은메달을 딴 기록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영재들이 빛을 발하는 건반악에서, 조금은 콩쿠르 도전에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살인적인 일정으로 유명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 도전, 우승을 차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여러분들의 생각에 맡기겠습니다.

그런데 하필 가장 중요한 일정이자, 세계 클래식의 난곡 중 하나인
'라흐마니노프 3번 피아노 협주곡' 연주를 앞두고,
고열의 감기몸살에 시달리는 상태에서 건반 앞에 앉았다고 하네요

그 상태에서 모든 것을 토해냈다고 하니, 이 협주곡 마지막 3분의 영혼을 불태우는
연주는 마치 영화 피아니스트의 슈필만이 생존과 예술혼과의 경계선 사이에 서 있던
명장면(쇼팽 발라드 1번)과도 오버랩 됩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 장면은 정말 -_- ;;

영화 Shine(1996)의 잘못된 구전의 일례로서 '이 곡을 연주하는 사람은 미치고 만대' 라는
썰도 있지만, 에이.. 그럴리가요

다만 이 연주의 난이도 자체가 굉장하다보니, 인터넷상에서도 당장 이 곡명으로
검색하면 대부분 네임드만 뜹니다. 대표적으로 절정 고수 '호로비츠 영감님',
생불 '마르타 아르헤리치', 신동 '에프게니 키신(이젠 신동.. 이라 하긴 이 아조씨 나이가 -_)'
여신 '안나 페도로바', 올가, 유자 왕 등 세계에 그 이름이 드높은 주자들이
모조리 이 곡을 목표로 한 결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조성진군도 11년 국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이 곡을 연주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아르떼 TV와의 인터뷰에서 이 경험에 대해 '실패한 연주'라며, 디테일하게 거론하길 꺼리더군요

재미있게도 선우예권씨는 이 콩쿠르의 참여 목적이 '돈' 이었다고 밝혔습니다(훗!)

-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소련에서 열린 초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인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념하는 대회입니다. 그 당시 대회는 소련의
사회주의 예술문화의 과시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결국 클라이번의 뛰어난 솜씨 앞에
당시의 소련 서기장 흐루시초프가 우승을 승인했다고 하네요

결선 포함 무려 5번의 경연을 통해 수상자를 배출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선곡이나 주제의 선택은 자유롭지만, 그 심사과정은 매우 엄격하고,
15일간 치뤄지는 본선의 일정 또한 무시무시하며

독주자로써의 인정을 받게 된 이후 3년간의 앨범 발매 및 투어 스케쥴은
더더욱 살인적이라 할만한 콩쿠르입니다. 대신 클래식 계에 확실한 발도장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라이징 스타들의 주요 목표이자, 중요한 등용문 이기도 하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갈고 닦아서 그것을 무기로 삼을 수 있으니까요

참고로 이번 대회에 참석한 피아니스트 김다솔씨도 심사위원장 특별상을 수상하였습니다.



Official(Cliburn webcast)
The Final concerto : http://cliburn2017.medici.tv/en/performance/-46 << 공홈 고화질 Vr.

자! 여기에 그 결선 영상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인생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 45분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곡의 진가는 마지막 3분에 있습니다. 단 그 앞의 42분을 들어야
느낄 수 있는 진가입니다.

Sergei Vasil'evich Rachmaninov - Piano Concerto No.3 in D Minor, Op.30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유지애
17/06/17 22:06
수정 아이콘
와 라흐마니노프 3번 피아노 협주곡이라뇨
정말 45분 다 바쳐서 들어봐야겠습니다
Neanderthal
17/06/17 22:19
수정 아이콘
클래식 문외한이라서 이런 질문을 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파아노 같은 것도 결국 손가락의 운동신경 뭐 이런 것이 가장 절정인 20대 정도에서 실력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 걸까요?...
아니면 경험치와 인생의 연륜이 쌓이기 시작하는 나이 때에 이르러서 비로소 완성을 보게 되는 걸까요?...
박루미
17/06/17 22:46
수정 아이콘
초절기교는 10대(요즘은 그 이전 -_-;;), 20대는 슈베르트 부터 라더군요
가끔 피아노 실력의 가늠자라는게 뭘까? 하고 생각합니다만

작년 말 조성진군이 그러더군요 '이제 콩쿨을 끝냈고 시간적 여유도 있으니
베르크(Berg)와 그리그(Grieg)를 더 공부해 볼 수 있겠다' 라고요
(참고로 그리그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 op.16은 너무x100 유명합니다)

그러고 보니 다큐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무어의 뉴욕 소네트'에서도
세이무어 번스타인이 비슷한 말을 했던 듯 싶네요, "완성될 수 없다" 라고요
같은 곡이지만 연주자도 계속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에
Neanderthal
17/06/17 23:15
수정 아이콘
어쨌든 이분 문외한이 제가 들어도 연주가 대단하다는 걸 알것 같습니다...
조성진씨와 묘한 라이벌 관계가 성립되는 건 아닐지 하는 속물적(?) 생각도 드네요...--;;
공고리
17/06/17 22:54
수정 아이콘
공식영상은 아래 링크로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cliburn2017.medici.tv/en/performance/-46
아마도 본문 영상은 공식 영상을 캡처(영상 캡처)하여 유튜브로 올린 것 같아요.
그래서 공식 영상이 화질과 음질이 더 좋습니다.
박루미
17/06/17 22:57
수정 아이콘
오 감사합니다. 링크 반영하겠습니다.
17/06/18 05:45
수정 아이콘
주신 링크를 맥의 크롬에서 들어가니까, 동영상 위에서 비디오를 자기 컴퓨터에 다운 받을 수도 있도록 되어 있네요.
혹시나 소장하고픈 분은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저만 되는건가? 다운로드 헬퍼 같은 걸 뭘 깔아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17/06/17 23:04
수정 아이콘
방금 한번 들었는데 엄청나네요. 몇번은 더 들어야겠습니다.
Atticgreek
17/06/18 00:10
수정 아이콘
오 고맙습니다. 위로받는 느낌입니다. 작년연말에 꿀띠쉐프가 연주할때도 연말의 어수선한 탄핵집회등으로 고통받는 현실을 감싸주는 느낌이라 광기에 찬 위로랄까 참 좋았는데, 편안한 주말 밤에는 더 좋군요.
진산월(陳山月)
17/06/18 00:24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라흐마니노프 좋아하는데 잘 감상하겠습니다. 음반으로 듣는 것과 연주영상을 보는 느낌은 또 다르군요.
17/06/18 00:34
수정 아이콘
이거 볼까말까 했는데 내일 각잡고 들어봐야겠네요... 라흐3번이라니 하앜...
안토니오 산체스
17/06/18 01:09
수정 아이콘
40분동안 피아노를 계속 치나요?? 와....
진산월(陳山月)
17/06/18 01:13
수정 아이콘
잘 감상했습니다. 열정적인 연주 정말 좋았습니다. 아주 멋졌습니다.
연주자들도 감동스럽게 응시하는 모습이 괜히 제가 다 자랑스러웠습니다. ^^
말다했죠
17/06/18 02:19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17/06/18 03:49
수정 아이콘
라흐마니노프, 리히테르의 이 3번 협주곡 하는게 영화 샤인 보고 나서 참 듣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까, 연주를 평생 안했더군요...
노다메 칸타빌레 드라마에서도 나와서 들었던 것 같은데... 실연하는 장면을 보니까 참 멋있네요.
The xian
17/06/18 11:18
수정 아이콘
오늘 새벽에 윗 글을 쓰고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느라 잠이 잘 안 왔는데 잠 안 오는 김에 들으니 좋더군요. 좋은 연주 영상이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2462 [일반] 신사임당은 위대한가? [104] 유유히15092 17/06/19 15092 22
72461 [일반] [단편] 외삼촌 [2] Jormungand3856 17/06/19 3856 7
72460 [일반] 나이 먹을수록 친구관계가 힘들어지네요. [184] 계란말이22451 17/06/19 22451 2
72458 [일반] (삼국지) 삼국지 인물들의 여성 취향 - 종요 추가 [74] 글곰17712 17/06/19 17712 33
72457 [일반] 너와 나에게 보내는 시들. 첫번째. [3] legend3709 17/06/19 3709 2
72456 [일반] [공포] 군대에서의 제 경험담을 풀어봅니다 [54] 윌모어10552 17/06/19 10552 48
72455 [일반] [회사이야기]회사를 떠나는 a선임에게 [28] Demicat12526 17/06/19 12526 37
72454 [일반] [스포약간] 케모노프렌즈 1~11화까지 너무너무 재미있던 작품. [9] 마음속의빛6189 17/06/18 6189 3
72453 [일반] [라면] 자칭 농심 충성고객, 알고보니 오뚜기 마니아? [112] 삭제됨15906 17/06/18 15906 7
72452 [일반] 태양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3] Neanderthal7710 17/06/18 7710 20
72451 [일반] 보이스피싱 [10] temilee5585 17/06/18 5585 13
72450 [일반] 삼국통일전쟁 - 1. 일백일십삼만 대군 [50] 눈시BB9534 17/06/18 9534 53
72449 [일반] 원더우먼..베댓슈가 훨씬 좋았습니다? (스포있습니다) [39] 로랑보두앵7734 17/06/18 7734 2
72448 [일반] 유사역사학은 단순히 환빠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107] 눈시H12428 17/06/18 12428 36
72447 [일반] [스포주의] WWE PPV 머니 인 더 뱅크 2017 최종확정 대진표 [8] SHIELD5027 17/06/18 5027 0
72446 [일반]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방침입니다. [162] The xian15267 17/06/18 15267 14
72445 [일반]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이 같은 맥락의 얘기를 한다면? [26] 타임트래블5768 17/06/18 5768 5
72444 [일반] 피파(FIFA) 축구를 전후반 60분으로?...(내용 추가) [49] Neanderthal9618 17/06/18 9618 2
72443 [일반] 전 세계에서 순이익이 가장 높은 기업 Top10 [16] 김치찌개8147 17/06/18 8147 1
72442 [일반] 어제자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과, 방송 전후의 SNS 난리를 보고 [77] The xian19172 17/06/18 19172 7
72441 [일반] 선우예권, 2017 반 클라이번 콩쿨 정복기 [16] 박루미7418 17/06/17 7418 10
72440 [일반] 유튜브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영상 [29] bigname13341 17/06/17 13341 1
72439 [일반] 인구감소로 지방의회 폐지논의가 나오기 시작한 일본 [37] 군디츠마라11847 17/06/17 11847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