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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4/08 14:46:39
Name 공룡
Subject [일반] 최근 받았던 대장내시경 경험 적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자유 게시판에 오랜만에 글을 적는군요.
  어제는 유상무씨의 대장암 판정 이야기가 나왔고, 오늘은 아래 대장암 관련 글이 있어 제가 대장내시경 받은 경험글을 올려봅니다.
  
  제 나이는 40대 중반이고, 40대 초반에 건강보험공단에서 해주는 생애전환기검사를 통해 처음 위내시경(위암검사 목적)을 받았습니다.
  그때 검사 결과가 괜찮아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다시 위내시경 받으라며 검진표가 나왔더군요.
  이번에도 일반검진, 구강검진과 함께 위암검진(위내시경)표가 나왔습니다.
  그 외에 고위험군에 한해 40세 이상에 대한 간암 검진표, 그리고 50세 이상이 행하는 대장암 검진표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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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도 부모님께서도 위내시경 받을 때 대장내시경도 같이 받아보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수면내시경을 할 때 두 개를 한꺼번에 받으면 편하다고 해서요.
  위내시경은 10퍼센트만 본인의 부담이고, 대장내시경은 당연히 전액부담이었습니다.
  가격을 알아보니,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위내시경은 5만원선, 대장내시경은 10만원선이었습니다.
  위내시경은 본인 부담이 10퍼센트라서 대장내시경까지  대략 11만원 정도가 들어가고, 검사에서 용종 등이 발견되었을 시 제거하고 조직검사 하는 비용이 용종 하나당 얼마 씩으로 나오는 듯했습니다.

  마취 없이 생(?)으로 위내시경을 한 번 받아본 경험이 있었기에 특별히 걱정하지 않았는데, 대장내시경은 준비부터 많이 다르더군요.
  검사 일주일 전에 약을 타고 주의사항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약을 타갈 때, 1만원의 보증금(?!)도 받더군요.
  약을 먹다가 검사를 포기하는 등의 문제때문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실제로 포기하는 분들이 꽤 있는 모양입니다.)
  약은 쿨프렙산(관장약!) A제,B제 각 4포, 그리고 500ml 용기, 가소콜 1포(장내 가스제거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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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전부터 식단조절을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 나눠준 설명서에 적힌 대로 김치나 나물류, 잡곡밥 등 섬유질 많은 음식은 먹지 못했습니다.
  견과류는 당연하고 과일도 씨가 많은 종류는 불가였습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오로지 흰 밥과 흰 죽, 그리고 소화가 잘 되는 계란, 두부, 묵과 같은 음식만 적혀있더군요.
  물론 닭고기와 같은 고기류도 먹을 수 있었지만, 되도록 설명서에 적힌 내용대로만 식단을 짰습니다.
  그리고 검사 전날은 아침과 점심 모두 흰 죽을 반찬 없이 먹었고 저녁은 굶었습니다.
  물도 당일에는 보리차와 같은 종류를 피하고 생수만 먹으라고 하더군요. 색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당일 저녁, 병원에서 타온 클프렙산(관장약!)을 생수와 함께 마셨습니다.
  A제와 B제 한 포씩을 500ml 용기에 생수와 함께 넣고 쉐킷쉐킷 흔들어서 15분에 한 번씩 두 번에 걸쳐 마셔야 했습니다.
  그렇게 1시간 동안 1리터를 마셔야 합니다.
  뭔가 레몬향이 조금 나는 밍밍한 이온음료같은 맛이었는데, 예전에는 훨씬 더 맛이 없어서 이 단계에서 포기하는 분들이 급증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요즘에도 포기하는 분들이 많고요.
  저는 비위도 비교적 강하고 물도 많이 마시는 편이라서 그런지 큰 어려움 없이 마실 수 있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너무 역할 경우 이온음료에 타서 마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문제는 마시는 것이 아니더군요.
  마시고 설명서에 적힌 대로 열심히 걷고 배를 주무르며 장운동을 시켰는데, 딱히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금방 신호가 오기 시작하더니 그 뒤로 한 시간 넘게 변기와 붙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뱃속에 그렇게 많은 변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변이 차올라서 엉덩이에 닿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두 번 정도 변을 보고 나니, 그 뒤부터는 누런 물만 나왔는데, 괄약근에 힘을 주지 않아도 마구 쏟아지는 수준이었습니다.
  만약 항문으로 소변을 본다면 이런 기분일 것 같더군요.

  남김없이 쏟아내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다시 또 두 봉지의 약을 1리터의 물과 함께 뱃속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시간 넘게 변기와 씨름했지요.
  마지막으로 가소콜(가스제거제로, 짜먹는 위장약 비슷한 맛)을 마신 후에 병원에 갔습니다.

  접수에 앞서 서약서에 서명하고 혈압을 쟀습니다.
  그리고 회복실로 가서 엉덩이가 트여진 환자복으로 갈아입었고 금식으로 허해진 몸을 전해질로 채워줄 링거를 맞았습니다.
  거기에서 다시 가소콜을 한 포 마셨습니다.
  그렇게 10분쯤 지나고 링거를 팔에 꽂은 채로 걸어가 검사실로 들어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목에 마취액을 뿌리고 삼키라고 했는데, 이는 위내시경용으로, 전에도 했던 것이었습니다.
  관이 목을 타고 들어갈 때, 무의식적으로 목이 조여와서 방해하는 것을 막고 상처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용도이지요.
  그 다음에 관장하기 좋은 자세로 몸을 교정한 후에(뭔가 야무치가 재배맨에게 죽었던 자세 비슷한) 입에는 내시경 관을 삽입하기 위한 기구를 물려주었습니다.

  (요런 비슷한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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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생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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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의사 선생님이 수면유도제로 보이는 주사기 두어 개를 수술용 쟁반에 담아 링거를 맞고 있는 제 팔쪽으로 가져가더군요.
  인터넷 검색이나 웹툰 등에서 본 적이 있기에 의사 선생님이 수면유도제를 놓고 수를 세게 할 것을 알고 언제 수를 세라고 할까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눈을 한 번 깜박였더니 선생님 대신 천장이 보였습니다.
  회복실이더군요.-_-
  시간을 보니, 이미 한 시간 반이 지나 있었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끝난 것이 황당하기도 하면서, 아프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대체 뭐라고 이상한 말을 했을까 하고요.(혼자 가길 잘했어!)
  나중에 경험자들에게 물어보니, 더 무서운 사실은 회복실까지 스스로 걸어서 왔을 거라더군요.
  뭔가 마취된 상태로 다른 침대에 눕혀져서 회복실로 가는 상상을 했던 저로서는 스스로 걸어서 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더군요.
  몽유병이 이런 기분일까요? 전혀 기억은 나지 않는데 혼자 말도 하면서 걸어갔다니.......
  혹시 말실수 한 것이라도 있을까 해서 간호사 얼굴도 보지 못하고 얌전히 옷을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진찰실에 불려가 내시경 결과에 대해 들었습니다.
  위벽에 염증이 있고, 용종 하나를 떼어내서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더군요.
  일주일 뒤에 결과가 나온다고 했습니다.(어떤 병원은 즉시 알려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치료비는 용종 때문인지 11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약값 보증금 1만원까지 합치면 12만원이 조금 넘었네요.
  병원에서 제공하는 죽을 먹고 귀가했는데, 속이 조금 쓰리고 엉덩이도 살짝 아팠습니다.(약간의 치질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나 심하지 않았고, 그런 것보다는 검사 도중에 생성된 가스 배출을 위해 방귀가 계속 나오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그날 하루는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운전을 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들었습니다.
  또한 드물게 장 천공이 일어날 수 있으니 배가 아프고 피가 나오거나 할 경우 바로 연락을 취하라고 하더군요.(이 때 조금 무서웠습니다.)

  일주일 뒤에 병원에 가니 다행이 용종이 양성이라서 5년 뒤에 다시 검사 받으면 된다고 하더군요.
  내시경 결과가 두려울 뿐, 준비 과정이나 검사 과정은 생각보다 고통스럽지 않으니 하지 않으신 분들은 검사를 권하고 싶습니다.
  가격도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고 안정을 취하는 기간도 반나절 정도면 되니, 하루 정도만 연차를 내셔도 충분합니다.

  집사람도 위내시경이 걸려 있는데, 그 때 대장내시경도 하라고 해야겠네요.
  그리고 그날 꼭 함께 따라갈 생각입니다!
  뭔가 물어볼 것이 많아서요!

  제 글이 대장내시경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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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나라
17/04/08 14:54
수정 아이콘
마지막 크크크크 뭘 물어보시려고요!
17/04/08 14:57
수정 아이콘
제 와이프는 생으로했는데.. 집에가서도 배가 엄청아프다고 난리던데요
가스를주입해서 대장을 넓히고 관이지나가고 이걸 계속반복했다고하네요
17/04/08 15:08
수정 아이콘
저는 속이 좀 쓰리기만 했을 뿐, 괜찮더군요.
아무래도 생으로 해서 그 고통을 느꼈기에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남았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야 아무런 기억이 없으니 배가 좀 쓰리긴 해도 크게 불편하진 않았네요.^^
타타리17
17/04/08 15:19
수정 아이콘
그 얘기 전현무도 하더군요...전현무는 공기 집어넣는다고 하던데..하여간 배 안에 가스가 막 차는게 생각보다 아프고 괴롭다고...위내시경 생으로 할만하길래 했다가 후회했다고 시청자분들은 수면하시라고~
캬옹쉬바나
17/04/08 15:01
수정 아이콘
위는 생으로 해도 시설이나 기술이 발전해 예전에 비해 거부감이나 시간이 많이 절감되는데, 대장은 수면 없이 하기가 꽤나 괴롭습니다. 두 가지 모두 하실 분들은 위랑 대장 한꺼번에 수면으로 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17/04/08 15:14
수정 아이콘
진짜 예전에 약은 너무 맛이없었는데 요즘 대장내시경약은 그나마 맛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ㅠㅠ
지나가다...
17/04/08 15:25
수정 아이콘
예전에 2리터짜리 두 개 마실 때는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맛도 없는 걸 주기적으로 계속 마셔야 하니... 물 대신 포카리를 타면 좀 낫다는 말이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로 했죠.
네파리안
17/04/08 15:31
수정 아이콘
저도 작년에 대장 내시경을 받았는대 전 약이 너무 역해서 힘들었습니다. 레몬향 나는게 요즘 친환경 세제 같은 냄세 나면서 세제 먹는느낌이 나서 왠만하면 다시는 경험하기 싫더라구요.
Quantum21
17/04/08 15:55
수정 아이콘
상세하게 정말 잘 설명해주셨네요.
특히 전날 약먹으면서 대장비우는게 진짜 곤욕입니다.

저도 지난번에 위장 대장 대시경 검사를 했습니다.
근데 마취없이 받았습니다.
검사받을때 여러차례 확인하라고요 진짜 그렇게 할것이냐고..

위장은 금방 끝나지만 훨씬 아프고 대장은 덜 고통스럽지만 오래걸립니다.
뱃속에 무엇인가 꾸물꾸물돌아다니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시지 않는가요?
저처럼 호기심 많은 분들은 맨 정신으로 도전해보세요!
17/04/08 16:11
수정 아이콘
살면서 한번쯤은 호기심에 할만 합니다만, 전 다음에는 수면으로 할래요
17/04/08 16:13
수정 아이콘
전 주사 마취를 했는데 이게 잘 안들어서, 1세트 위내시경은 약간씩 헛소리를 반복하며 삽관에 열심히 대항했고, 2세트 대장내시경에서 야무치자세로 움푹 꽂히는 순간까지 정신을 유지했었네요. 그리고 그때부터 자기 시작해서 너무 자는 바람에 강제로 누가 깨워서 쫓겨나듯 집에 갔네요. 내시경 후에는 별 통증은 없었습니다.
앙겔루스 노부스
17/04/08 16:33
수정 아이콘
대장내시경의 공포는 댓글에서 느껴지는군요. 저도 위 내시경생각하고 무시했는데, 대장은 어지간하면 수면으로 해야겠네요...
자전거도둑
17/04/08 17:20
수정 아이콘
허... 근데 꼭 해야하나요... 글만봐서 하기 너무싫은데
17/04/08 18:27
수정 아이콘
특별한 징후가 없다면, 그리고 아직 젊으시다면 하지 않으셔도 상관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40대가 넘어간다면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뭔가 병을 발견하면 좋은 것이고, 발견하지 않더라도 건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그것으로도 좋은 일이니까요. :)
17/04/08 17:30
수정 아이콘
29살인데 지병으로 대장내시경만 다섯번 넘게 받았네요 크크
17/04/08 18:19
수정 아이콘
대장을 비우는 약을 안먹고 검사도 한다고 하던데 위험 할까요?
17/04/08 18:30
수정 아이콘
그런 내시경 검사가 가능한가요?
오랜 기간의 단식을 통해 장을 비운다면 모를까, 대장에 쌓여 있는 것들을 청소하지 않고 검사를 하면 제대로 확인이 불가능할텐데요.
17/04/08 18:58
수정 아이콘
그런 기사를 본 것 같아서요. 아마 오전중에 하고 오후에 검사하나봐요
네파리안
17/04/08 20:06
수정 아이콘
제가 듣기론 위내시경하면서 내시경통해 약 투여하고 장 비우고 나서 대장내시경 한다는 애기는 들어본적이 있는대 확실치 않내요.
Maiev Shadowsong
17/04/08 18:21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피지알의 역사 그자체인 공룡님이 벌써 40대 중반이 되셨다는게 더놀랍네요.......

하긴 저도 20살에 가입했는데 지금 35살이 되어있으니 시간이 참빠르네요......
17/04/08 18:25
수정 아이콘
저는 가입했을 당시에 이미 30대였거든요. :)
스타나라
17/04/08 22:22
수정 아이콘
공룡님이 처음 가입하셨을때 제가 17살이었거든요. 근데 제거 서른 셋이 됐으니까 시간이 그만큼 흐른거죠.

시간 참 빨라요@_@
박루미
17/04/08 19:05
수정 아이콘
아 이거 비우는 과정이 괴롭
질롯의힘
17/04/08 19:51
수정 아이콘
주위에 갑자기 암으로 생을 떠난 가족 친지가 있으면, 이런 검사 쯤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오히려, 용종 검사할때 검사결과 나올때까지의 두려움이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2리터(4리터 아니었나요?) 마시기? 대장비우기 암것도 아닙니다. 5년에 1번 맘놓고 지내기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면 두려울거 없구요. 생으로는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그렇게 주사맞기 싫어하는 저지만 검진날 만큼은 진짜 내몸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맘대로 찌르게 맘을 비웁니다. 어쩌겠어요. 전 검사전 손등에 주사제(마취제) 맞는게 젤 아프고 나머지는 다 할만합니다. 아...수면내시경하면 절대 차가지고 가면 안되구요. 혼자가도 안됩니다. 동행자 있어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전 부부가 항상 대중교통으로 같이 가서 검사한답니다. 그날이 평일 낮에 데이트 할 수 있는 1년중 유일한 시간이라서 살짝 기대도 되구요.
기린그린그림
17/04/08 22:31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때부터 장이 안 좋아서 고등학교 때 한번 해봤는데 그땐 맨 정신으로 받았습니다.
근데 검사 받는 것 보다도 정말 장을 비워내는 게 훨씬 힘들었어요.
당시엔 무슨 탄산 빠진 환타맛 나는 약을 먹고 아침엔 좌약도 썼는데 정말 줄줄 나옵니다..
그때 그 기억 때문에 대장내시경은 엄두가 안 나네요.
뭐 결과는 소위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었고 그 이후로도 여전히 고통 받고 있지만 그냥저냥 살고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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