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3/21 01:30:02
Name aDayInTheLife
Subject [일반] 로건 감상 - 캐릭터에 대한 마지막 헌사 (스포)
엑스맨 시리즈에 비해 울버린 단독 영화는 좀 아쉽다란 생각이 드는 영화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더 울버린’이 별로였나면 그건 아니겠지만 엑스맨 2편이나 제가 제일 좋아하는 ‘퍼스트 클래스’,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보다 좋다라고 말할 수 없는 영화들이었고,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음, 말을 안 하는게 좋겠군요. (그렇다고 망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별로였던 것 뿐..)

그러니까 분명 엑스맨 시리즈에서 영화판 최고 인기캐릭터는 울버린이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개인 시리즈가 나왔지만 분명 단독 시리즈는 본편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진 못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최종편, ‘로건’이 나왔습니다.

보고 나서는 솔직히 말해서 드는 느낌은 ‘이제야’ 네요. 이제야 인간 로건이 마음의 안식을 찾았고, 이제야 울버린 시리즈에 적합한 영화가 나왔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기본 뼈대는 로드무비와 서부극의 중간 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상에서 서부극 ‘셰인’이 직접적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폭력의 연쇄에 대한 대사들은 ‘용서받지 못한 자’들의 느낌을 짙게 받았습니다. (영화의 엔딩은 ‘그랜 토리노’가 떠오르네요.) 영화가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그 캐릭터의 ‘은퇴’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블록버스터로 보기엔 되게 느릿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 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건 프로페서 X-로건-로라로 이어지는 유사 가족관계입니다. 결국 영화에서 캐릭터의 동기는 이 ‘가족’이라고 불릴만한 것에서 비롯하고 있습니다. 능력의 약화, 어려운 상황에서도 캐릭터가 분투해야 하는 이유를 이 가족 관계로 제시한 셈이죠. 그 점에서 로건의 마지막 대사 ‘이런 기분 이었구나…’는 엑스맨 시리즈 내내 고통받았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전부 죽었다고도 언급하죠.) 울버린에게 안식이 될만한 가족이 드디어 생겼음을 혹은 불사의 존재가 드디어 죽음을 겸허히 맞이하는 대사로 로건이라는 캐릭터에게 가장 어울리는 마지막 대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흥미로웠던 부분이 영화 상에 등장하는 만화였는데요. 언캐니 엑스맨이라는 시리즈는 실제 발간이 되었던 코믹스지만 에덴이라는 배경은 전혀 언급 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 부분이 캐릭터성을 좀 드러내는 부분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페서 X는 시리즈 내내 이상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준 반면 이번 시리즈의 로건은 굉장히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입니다. 이 현실적인 캐릭터로서의 로건이 에덴의 실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에덴은 허름하지만 실존하고 있었습니다. 또 호텔방에서 로건은 현실에서는 실제로 사람이 죽는다, 만화는 있던 일을 과장했을 뿐이다라고 일갈하는데 영화의 후반부는 로건이라는 캐릭터가 만화에서처럼 영웅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마무리 됩니다. 동시에 로건이라는 인물이 에덴이란 공간에서는 철저하게 이방인으로 언급되는 점 (로건은 에덴에 들것으로 실려서 도착하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분명 지금까지의 엑스맨이나 혹은 지난 울버린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을 기대하고 보러갔다가는 조금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리즈들을 보고 로건이라는 캐릭터의 흐름을 따라오신 관객들이라면 이번 영화를 아마 굉장히 좋게 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네요.

덧. 액션씬 살벌합니다. 괜히 19금이 아닌듯…
덧2. 이거 세계관이 어떻게 되는 거죠. 사실상 리부트에 가까웠던 프리퀄에 이어서 데오퓨로 세계관 리셋을 시켜버리니까 완전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로건이 사실상 기존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세계관의 끝에 가까운 작품이라 한층 더 복잡한 세계관이 되어버렸거든요-_-; 이거 폭스가 다시 리셋버튼을 눌러버리는건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덧3. 휴 잭맨이 뽑은 비슷한 영화들은 ‘셰인’, ‘더 레슬러’ 였고 감독이 뽑은 영향을 받은 영화는 셰인, 11인의 카우보이, 페이퍼 문, 건틀렛, 미스 리틀 선샤인, 더 레슬러였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익금불산입
17/03/21 01:31
수정 아이콘
본격 누가 누굴 보호하는지 모르겠는 영화.. 암만생각해도 딸래미가 로건보다 더 세요 크크
aDayInTheLife
17/03/21 06:51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딸이 크면 딸을 이기는 아빠는 드물지 않습니까? 크크
Paul Pogba
17/03/21 04:06
수정 아이콘
덧2
후속작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린거지만....
1. 로건을 그냥 외전 정도로 하고 다시 본편의 스토리를 간다
2. 후속작에서 프로페서가 어떻게 엑스맨 다 죽였는지를 그리는 편을 만든다
3.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뉴x맨 시리즈로 리부트 간다

뭐 이정도 아닐까요 ㅡㅡ;;

영화는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울버린이라는 캐릭터를 제거한다면 그저 그런 액션가족드라마 이었을테지만...
aDayInTheLife
17/03/21 06:52
수정 아이콘
히어로 영화니까 독특한 분위기가 나오는 영화 같아요. 로건을 빼면 일반적인 액션 가족 드라마였을거라는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네요. 크크

일단 엑스맨 세계관 다음 타자가 제가 알기론 데드풀 2편인데... 이걸 데드풀이 캐리를?!
바카스
17/03/21 13:08
수정 아이콘
감독이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로건은 데오퓨의 미래라구요.
태바리
17/03/21 08:49
수정 아이콘
엑스맨 세계관은 원래 뒤죽박죽이다라고 생각하려고요.
로건과 아포칼립스의 칼리반 역을 맡은 배우가 다른 이유도 서로 그 케릭터가 나오는줄 몰랐다라고 할 정도이니...
차라리 데오퓨에서 아몰랑을 시전했으면 뒤에 나오는 액스맨 시리즈들은 더 편했을 것이라고 생각듭니다.
굳이 다 구겨 넣어서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됐어요.

개인적으로 이번 로건은 엑스맨 시리즈 중에서 퍼스트클레스와 투톱으로 생각합니다.
aDayInTheLife
17/03/21 10:26
수정 아이콘
세계관 정리가 될까.. 싶을 정도죠. 크크 로건이 어느 시간대에 편입되는지도 되게 애매해졌고..
17/03/21 11:31
수정 아이콘
울버린은 별개 세계라고 했는데 감독이 데오퓨에서 이어진다고 언급했었죠
나름 미래의 이야기니까 엑스맨 다음 영화는 적당히 중간 시간대라고 해도.. 크크
영화에서는 빅이벤트를 스토리로 다룰 수 밖에 없으니 리붓이나 변경은 계속 발생할 거 같네요
aDayInTheLife
17/03/21 12:04
수정 아이콘
데드풀 속편 악당으로 시간 관련 캐릭터 루머가 나오더라고요. 이거 설마 리셋?!
탱탱구
17/03/21 12:2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이런기분이구나" 라는 대사는
두가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첫번째는 본문에서처럼 가족이란게 이런거구나
두번째는 불사였던 존재가 처음 느껴보는 죽는다는건 이런기분이구나

두가지 합쳐서 가족을 남기고 죽는다는게 이런거구나..

전편들이 평은 안좋지만 그것들을 다보고 로건을 보니
로라한테서 아만타티움이 솟아나는 장면에서부터 왠지모르게 울컥하더군요. 로건이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어린 존재를 바라보는 마음이 느껴졌던거 같아요
aDayInTheLife
17/03/21 12:34
수정 아이콘
그 두 가지가 적절히 혼합된 명대사라고 생각해요. 유전적인 것 뿐만 아니라 상황적으로도 많은걸 물려준 유사부녀죠.
래쉬가드
17/03/21 13:05
수정 아이콘
영화 좋았습니다.
늙어버린 둘리 만화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aDayInTheLife
17/03/21 16:23
수정 아이콘
히어로물에서 화려함을 덜고 현실적 고민들을 되게 많이 넣은 느낌이었습니다.
빵pro점쟁이
17/03/21 15:49
수정 아이콘
퍼클-데퓨패(과거)-울버린오리진-X1-X2-X3-울버린2-데퓨패(원미래)였는데
센티넬 프로젝트 막으러 과거를 바꿔서 울버린오리진~데퓨패 원래 미래가 통채로 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퍼클-데퓨패(과거)-아포칼립스-다크피닉스사가(예정)-데퓨패(바뀐미래)-로건 순으로 역사가 바뀌었고
이후 시리즈는 X3에 해당되었던 다크피닉스만 3부작? 예정되어있습니다

아마 다크피닉스 끝나면 로건 이후의 스토리를 성장한 로라 중심으로 새롭게 써나갈 가능성이 매우 매우 매우 높다고 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1184 [일반] 엘지 G6 인스턴트 리뷰 [43] 하심군13219 17/03/21 13219 0
71183 [일반] [뻘팁] '주차단속 알림 서비스'를 아십니까? [23] 여자친구8564 17/03/21 8564 5
71182 [일반] 보험가입 권유전화 [33] 상계동 신선10955 17/03/21 10955 3
71181 [일반] 여자 란제리 속옷 사진에 불편함을 느끼는 불편러들.... [202] ZeroOne27831 17/03/21 27831 49
71179 [일반] 전 세계에서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 Top10 [26] 김치찌개8812 17/03/21 8812 2
71177 [일반] 차였다. [2] Beyond6807 17/03/21 6807 14
71176 [일반] 빚으로 님을 떠나보내고 [18] 소로리8080 17/03/21 8080 14
71175 [일반] 로건 감상 - 캐릭터에 대한 마지막 헌사 (스포) [14] aDayInTheLife5943 17/03/21 5943 1
71172 [일반] 이제 우리나라도 먹보대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54] 송파사랑12539 17/03/20 12539 3
71171 [일반] [의학] 잊혀진 의료기기에 대한 오해 - 소아마비와 철폐(iron lung) [22] 토니토니쵸파8913 17/03/20 8913 34
71170 [일반] 미녀와 야수 개인적 감상(스포)(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약 스포) [28] 차라리꽉눌러붙을6309 17/03/20 6309 1
71169 [일반] [만화추천] 어제 뭐 먹었어? [32] 사악군9589 17/03/20 9589 3
71168 [일반] 셔틀 버스 후기??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20] 삭제됨7742 17/03/20 7742 7
71167 [일반] 다양한 사람의 애환 느껴지는 '도서관' [70] 서현우12949 17/03/20 12949 30
71166 [일반] 3.1 운동 33인 민족지도자 비판글 [28] 서현우11535 17/03/19 11535 20
71165 [일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아이누족 관련 캐릭터.jpg [55] 군디츠마라20636 17/03/19 20636 14
71164 [일반] WBC, 세계 야구계의 1인자 자리를 놓고 다툴 4개의 정상급 팀이 결정되다 [85] 삭제됨14133 17/03/19 14133 15
71163 [일반] 실습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46] The Normal One7589 17/03/19 7589 1
71161 [일반] 바벨탑이 사라진 세상 [33] 삭제됨8827 17/03/19 8827 3
71160 [일반] THAAD 논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75] 아하스페르츠8466 17/03/19 8466 3
71158 [일반] 맥도날드 도쿄점이 서울점보다 중요합니다 [125] 전자수도승16412 17/03/19 16412 1
71157 [일반]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고나서 현장 실습이라는 명목아래 내몰이는 아이들 이야기 [112] PENTAX15067 17/03/19 15067 43
71152 [일반] 뉴질랜드에서 세계 최초의 '인간 지위'를 인정받은 강이 생겼습니다. [52] Misaki Mei12290 17/03/18 12290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