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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12 15:42:43
Name 레이오네
File #1 cavagnari.jpg (82.2 KB), Download : 59
Subject [일반] 이탈리아 함선 이야기 - 미완성의 건함 계획, 돌파 함대(1)



재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약 좀 들이킨 게 보기가 재밌는데 이 글은 좀 따분해서...
혹시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시면 아는 대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이 계획안은 1933~1940년 해군의 실질적 1인자(명목상 1인자는 무솔리니입니다. 다만 무솔리니가 배에 대해 그리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서...)인 도메니코 카바나리(Domenico Cavagnari) 제독에 의해 만들어진 계획안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엄근진합니다(??)
1934~35년 에티오피아, 영국령 소말릴랜드/이탈리아령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식민지 관련 문제로 인해 이-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영국과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이탈리아 해군이 영국 해군의 지브롤터-수에즈 양측 전력에 의해 양면으로 포위, 이탈리아 해군이 일방적으로 섬멸될 우려가 있다는 가정이 제기되었습니다.(워싱턴 해군 군축조약 당시 이탈리아의 전함 배수량 쿼터는 영국의 17.5퍼센트밖에 되지 않았고 1934년을 기준으로 이탈리아 전함은 1차 대전에 사용되었던 12인치 주포 탑재 구닥다리 전함들뿐이었으므로 아무리 영국 함대가 전세계에 분산되었다 해도 일부 전력만으로 이탈리아 함대 거의 전부가 압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이에 1935년 Flotta di evasione(Breakout Fleet, 탈출 함대라 번역할 수도 있긴 한데 일단은 돌파 함대로 번역해봅니다. 더 좋은 번역명이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계획안이 수립됩니다.(다만 이 시점에선 독일에 대한 영독해군조약, 제 2차 에티오피아 전쟁에 대한 중재안인 호어-라발 협정 등 영국이 자신이 끌려들어가는 전쟁 자체를 피하려 하는 스탠스를 보였기 때문에 전면전이 일어났을 확률은 많이 낮다고 판단되고 있습니다)

이 계획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함대에 신규 건조함을 더해서 최종적으로 계획이 종료되는 1942년을 기준으로 영국과의 해군력 비율을 46(이탈리아):100(영국)까지 맞추는 것을 골자로 했습니다. 당시 해군국 중 전력을 전개해야 할 범위가 제일 넓은 영국 특성상 이 정도 비율이 이뤄졌을 경우 최악의 케이스로 영국 지브롤터 함대 및 알렉산드리아의 지중해 함대, 거기에 추가적으로 프랑스 지중해 함대를 더한다고 하더라도 이탈리아 해군에 대한 절대적 우세가 불가능해지는 수준까지 들어간다 본 것이지요.

이 계획안의 원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함 9척
항공모함 3척
순양함/대양 초계선(*1) 36척
구축함/어뢰정 142척
잠수함 84척
어뢰 모터 보트 48척
슬루프 16척
대잠특화함 24척
기뢰부설함 18척
포함(Gunboat) 24척

그러나 이 안이 무솔리니와 이탈리아 공군(*2)의 반대로 기각되며, 이에 해군 측에서 축소안(Programma di minima)을 제출합니다.

전함 6척
순양함 22척
구축함/어뢰정 116척
잠수함 75척
어뢰 모터 보트 48척
슬루프 8척
대잠특화함 24척
기뢰부설함 18척
포함(Gunboat) 24척

결국 이 안이 통과되면서 조정된 숫자로 건함 계획이 개시됩니다.
(단, 축소 계획안이 100%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건 아닙니다. 전함의 경우 개전 시점에서 이미 구형 전함 4척에 리토리오급 2척으로 6척 숫자를 맞춘 상태에서 추가적인 2척 건조 - 임페로 / 로마 -가 시작되었던 반면 순양함은 콘도티에리급 최후의 시리즈인 세리에 6 '콘스탄조 치아노'급이 건조가 취소되는 등 계획안과는 미묘하게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특이한 점은 양 안 모두 독자적 작전권 가진 이탈리아령 소말리아 배치 함대 구성을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원안: 전함 3척, 항모 1척, 대양 초계선 18척, 구축함/어뢰정 36척, 잠수함 30척
축소안: 순양함 3척, 구축함 8척, 잠수함 9척
(원안에 비해 축소안의 소말리아 함대 구성이 상당히 초라한데, 식민지보다 본토 방위가 중요하다고 판단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하여튼 이 계획안대로 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만, 이탈리아 특유의 고질병인 산업 기반 부족으로 인해 건함에 있어 상당한 지연이 발생하였습니다. 정확히는 배를 만들 자재가 부족해서(*3) 원래 배를 만들 수 있는 숫자보다 적은 숫자의 배가 건조된 것이죠. 극단적인 경우가 바로 1939년의 상황으로, 해당 시점 이탈리아의 전투함 건조 가능 총 톤수는 30만톤에 달했습니다만 정작 건조된 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3.5만톤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 39년 9월 2차 대전이 발발하고 다음해 6월에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탈리아가 참전하게 됨에 따라 돌파 함대 계획안은 완성을 짓지 못한 채로 전쟁에 돌입하게 됩니다.

(*1) 원문으론 Esploratori Oceanici, 이탈리아에서는 다른 분류로 ESP.로 표기하는데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분류로는 대형 구축함/소형 경순의 위치에 해당하며, 2차 대전 시기 건조된 카피타니 로마니급 경순양함으로 구현됩니다.
(*2) 왠 공군의 반대냐? 하시겠습니다만 당시 공군 측 수장인 이탈로 발보가 항공모함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스탠스를 취한 바 있습니다. 1931년 이후로 이탈로 발보의 땡깡(?)으로 육/해군의 공격기/전투기 보유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라 더더욱 골치아픈 현실이기도 했죠.
(*3) 당시 열강 중 제일 심각한 상황이라는 건 유명한데, 1년 강철 생산량이 독일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던 수준입니다;;

다음편에선 계획 내 논의되었던 함종별 세부 계획안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그나마 좀 재밌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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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2 16:57
수정 아이콘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헤헤헿!
이탈리아 자체가 가라앉지 않는 항모라는 지중해 불침항모론...
뭐 불침인건 맞는데 결국 말타도 못먹는 안습 항재기들ㅠㅠㅠㅠ
레이오네
16/04/13 00:19
수정 아이콘
비행기도 그렇고 배도 그렇고 약 10년 전 최고위층의 트롤링이 스노우볼을 굴린 격이라(...)
Jedi Woon
16/04/12 18:51
수정 아이콘
무솔리니가 조금 만 더 신중하고 치밀한 사람이였다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남프랑스, 그리스 공격하지 않았겠죠?
그리고 영국령 이집트도 공격 안했을테고....
그리고 착실히 위 계획대로 군함들 건조하고,
그 사이 롬멜이 포함된 독일군이 소련 침공하고,
역사는 다시 돌고 돌고.....
레이오네
16/04/13 00:21
수정 아이콘
사실 이탈리아 최고의 시나리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만 프랑스가 생각보다 너무 일찍 무너지는 바람에 모두가 오판을 한 게 이탈리아 파쇼당의 패망을 불렀죠. 그 시점엔 다들 독일이 당장이라도 유럽 통일을 이룰 줄 알았으니...
수면왕 김수면
16/04/13 14:22
수정 아이콘
저에게 시간과 노력이 좀 더 주어졌더라면...

Flotta di evasione는 굳이 어원을 찾자면 회피(evasion; e.g., 회피 기동 (evasion flight), 어뢰 회피(evasion torpedo), 회피 항행 (evasion steering) 등) 에서 온 단어 조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굳이 번역을 해야 한다면, [회피 함대]라고 번역을 해야 하는 느낌이긴 한데 함대가 회피용이라니 좀 거시기 하긴 하죠. 돌파 함대도 나쁘지 않은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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