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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11 20:29:42
Name RedSkai
Subject [일반]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https://pgr21.co.kr/?b=8&n=63375
[고민]퇴사를 고민중입니다.


몇 달 전, 위와 같은 제목의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도저히 참기 힘들었고, 도저히 못버틸 것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일이 궤도에 올라가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멘탈이 최고조에 달해서 처리해야 할 일을 쭉쭉 빼내고 있고, 표정도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처리하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손도 못쓰고 있습니다. 하...... 어쩌냐 진짜 ...)

그러나, 저에게 주어진 업무량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습니다.

물론, 그 전부터 업무의 종류가 많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임산부인 대직자에 비해서, 그리고 여성업무와 청소년업무를 같이 하고 있는 계장님 입장에서도 많은 업무를 들고 가지 못했을테고, 게다가 그 동안 하지 않았던 법정사무 중 새로운 사무들을 다 끌어오다보니 자연스레 제가 많은 종류의 업무를 떠안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죠.

근데,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담배 피우는 시간을 빼고도 미친듯이 일을 해도 그 날 해야할 일을 다 처리하지 못하고, 야근에 야근에 야근을 반복하다보면 내가 일을 끌고 가는 것인지, 일이 나를 끌고 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새벽 1-2시 퇴근은 기본.  급기야 지난주에는 '순서상 반드시 처리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그러니까 명백히 제가 업무과정상 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지적을 받고서는 울그락 불그락 되어서 조금만 삐끗해도 폭발하기 쉬운 상태를 만들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깊은 빡침'의 상황을 표정으로 표현한 상황이지요) 그런데, 지금 상황을 아는 주변 사람들 아무도 이에 대해 문제제기 (혹은 훈계)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해한다" 라는 거죠)

자려고 자리에 누우면, 전임 과장이 호통을 치는 환청이 들려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그래서 폰이나 패드로 티비를 틀어놓고 자죠) 그마저도 절대적인 시간부족으로 매번 피곤한 상황의 반복입니다. 매일 뻐근한 뒷목을 붙잡고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일에 매몰되어서 살고 있습니다. (뒷목이 계속 뻐근한 상태니, 매번 피로함을 달고 사는 거 맞죠?)

대직자가 보다 못했는지, 지난주에 둘이서 저녁을 먹으면서 한 소리 하더군요.

'사실, 나한테 일부 업무를 떼야겠다는 계장님 말씀에 발끈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도와줄 수는 있어도 제가 담당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너에게 정말 미안하더라. 나는 바쁠때는 바쁘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여유있게 하는데 니는 그렇지 않더라고. 매번 바쁘고 매번 조급하고, 가끔 니가 스스로에게 짜증낼때는 내가 움찔하더라고. 지금이라도 도와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고, 일부 업무를 가져가라고 하면 가져갈 수 있어. 그러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

근데 그 자리에서 제가 '마 됐다. 내가 다 할거다'라고 말하는 건 또 뭡니까 ㅡ,.ㅡ;;;

아마도 욕심이었을수도 있고, 오기였을 수도 있고, 땡깡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막상 지금 와서 업무를 넘기자니 '이제 와서?'라는 생각이 들더이다. 작년 가을~겨울 동안 그렇게 힘들때는 다들 일언반구 없다가, 이제와서, 이제 막 궤도에 올라서 빡세게 일처리 하고 있는데 손길을 내미는 게 의심의 눈초리도 생기고, '지금와서 무슨...'이라는 쿨한(?) 생각도 들어서 그 자리에서 그냥 거절하고 말았죠.

(그리고 그에 대한 댓가는 새벽 퇴근이라는 어마무시한 결과죠 크크크크크)

......

스스로에게 되묻습니다. "버틸 수 있느냐?" 그에 대한 답은 '버티자'입니다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7월에 정기인사가 있고, 그에 맞춰서 계를 분리하는 방안이 스멀스멀 나오고 있으니 그나마 거기에 기대해보고 있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던가요? 그래서 별 기대 안합니다. 내 운명이 이렇거니...생각하면서 꾸역꾸역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결론은,


그냥 살아 보자고요. 내일은 볕이 들겠죠, 뭐. 그냥 그렇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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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1 20:32
수정 아이콘
젊다는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뜬다!!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RedSkai님.. 응원합니다. 다 잘될거에요 ^-^)a
마스터충달
16/04/11 20:37
수정 아이콘
그러다 정말 죽습니다;;; 최우선은 건강입니다. 꼭 건강하시고 어떤 선택이라도 건강을 기준으로 두고 결정하세요.
아수라발발타
16/04/11 20:39
수정 아이콘
자존감이 부족한것 같습니다

힘들게 일하면 당연히 주위의 인정을 받습니다 그런 기만에 취해 한번뿐인 인생을 탕진해 버리는 거죠
더 큰 문제는 그게 "중독"이라는 겁니다
빈약한 자존감을 희생자를 자처하며 간신히 매우는 기분이 그럴싸 하거든요

어지간히만 살아도 욕먹는 인생은 아닌데 그놈의 칭송이 뭔지....

실제로는 돌아서서 비웃거나 대놓고 불편을 토로합니다 실제로 민폐거든요

나 없어도 세상 잘 돌아갑니다 다 때려 치우고 소소한 쾌락을 즐기세요
16/04/11 20:40
수정 아이콘
몸에 이상신호가 있으신것같으면 업무량을 줄이셔야됩니다..
돈 이런건 잃어도 그래도 복구할 가능성이있는데 건강은 정말 힘들어요.
그때 버티시라고 제가 댓글 남긴것같긴합니다만 건강 챙기셔야됩니다.
업무량 분담이 가능하면 다른분들께 넘겨주시는것도 나쁘지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복지직의경우 타직렬보다 업무량이 많은편이라..
연환전신각
16/04/11 20:42
수정 아이콘
회사에서 보면 일 잘한다고 일 몰빵시키는 직원 있죠
그럼 사람들은 자기는 이런일 하고 있으니 이것까지 맡으면 데드라인에 맞출 수 없다고 확실하게 말을 못하더군요
저도 평소땐 예스맨인데 업무에 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왜냐면 그건 내가 대답한다고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런 직원들을 몇번 만날때마다 저는 제 일을 어느전도 정리해두고 도와주곤 했는데 사실 이건 커뮤니케이션 문제 같습니다
-안군-
16/04/11 20:44
수정 아이콘
일중독의 전형적인 상황입니다. 한 걸음만 물러서서 상황을 냉정히 보세요.
저도 꽤 오랜 시간을 그렇게 살아와서 드리는 말씀인데, 같은 실수를 하고 계시는걸 보니 안타깝습니다.
배두나
16/04/11 20:46
수정 아이콘
저도 좀 달리는 편인데 저녁 9시 넘길 일은 안만듭니다.
정말 말도안되게 어쩔 수 없을 땐 하지만 왠만해선 이야기합니다. "일 많아서 딜레이되고 신경 많이 못 쓴다. 퀄리티 제대로 못 끌어올린다" 라고 하죠.

인사평가요? S,A 주로 받습니다. 자기 스케쥴 컨트롤 못하고 일에 치여서 좀비처럼 일하는 사람들 중 좋은 평가 받는 사람 잘 못 봤습니다.
탐나는도다
16/04/11 21:31
수정 아이콘
노. 거절. 선긋기 못하는것도 일 못하는 겁니다
세츠나
16/04/11 21:36
수정 아이콘
저같이 폐결핵 안걸리게 조심하세요; 한번 걸리고 나면 Max HP가 깎여나가서 회복이 안되는 병입니다.
잠 잘 안자는게 면역 저하에 큰 영향을 주고 면역이 저하되면 한국은 결핵 전염율이 꽤 높은 편이라고 하네요.
암 같은 더 큰 병이야 아무리 그래도 젊은 사람이 걸릴 확률이 그렇게 높진 않지만 결핵은 20~30대가 제일 높대요...
잠은 무조건 많이 자야하는 것 같습니다.
ArcanumToss
16/04/11 21:39
수정 아이콘
몇 년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졸리니 바로 자러 가야겠습니다.
하루 8시간 자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
해원맥
16/04/11 23:17
수정 아이콘
(2)
상자하나
16/04/12 04:07
수정 아이콘
(3)
16/04/11 22:04
수정 아이콘
왜 그러고 살죠? 자존심인가요?
직장에서의 일은 서로 협업해서 해야 하는 거죠.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장수가 명장이듯이 일도 요령껏 하면서도 - 그렇다고 후임이나 다른 사람에게 일을 떠 넘기는 게 아니라 - 결과도 좋게 나오는 게 일을 잘 하는 겁니다.
업무효율은 본인이 만들어가야죠. 저녁이 있는 삶도 누리구요...

힘들면 업무를 나누세요. 별거 아니에요. 그런다고 [지는 게] 아닙니다.
16/04/11 22:51
수정 아이콘
큰 스트레스 없이 하루 5시간 정도 일하고 10만원+ 정도 버는 저는 행복한 인생이군요;
我無嶋
16/04/11 22:59
수정 아이콘
석달동안 월 3-400시간씩 일하고 정말로 죽을 뻔했습니다. 실무직원 한 둘이 죽도록 일하나 살살 일하나 전체 조직 입장에선 크게 차이가 없어요..본인 입장에선 나 하나 빠지면 조직이 다 멈출것 같지만..다 대체제가 있거나 혹은 구할 수 있는데 내가 무리 하니까 내게 계속 일이 몰리는 것 뿐...
같이 일하세요. 그러려고 모여 있는거고, 그러니 다들 안 죽고 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16/04/12 20:55
수정 아이콘
조언 감사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대직자에게 이런저런 부탁을 하는데, 영 마음이 편치 않네요.

그냥,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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