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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9/12 11:39:11
Name Zelazny
Subject [일반] 습득물과 경찰
최근에 물건을 하나 잃어버렸는데 그냥 경찰과 습득물에 관련된 두 가지 에피소드가 떠올라 글을 써봅니다.


강아지
집에서 개를 키우진 않지만 산책 중인 애완견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편입니다. 어느 날 미용에 염색까지 예쁘게 된 강아지가 혼자 돌아다니는걸 봤습니다. 개념없는 주인이 앞서거나 뒤에서 걷고 있겠지 싶었는데 아무도 없더라구요. 혼자 차도를 건너고 하는게 위태로워 보여서 한참 따라갔는데 제법 큰 공원으로 들어갔습니다. 곧 날은 어두워지고 영영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저는 고민 끝에 근처에 자전거를 묶어 두고 강아지를 안아 든 채 30분을 걸어서 동네 파출소에 데리고 갔습니다. 얌전히 안겨 있더라구요.

저는 강아지 상태로봐서 근처에서 집을 잃은 걸로 여겼고 틀림없이 주인이 찾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정을 얘기하고 신고가 들어왔느냐고 물어봤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럼 주인 찾아주시라고, 여기 두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들이 대단히 난감해 하는 겁니다. 이런 경우 보호센터에 보내야지, 경찰서에는 시설도 인력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납득이 가는 얘기이긴 했는데 저도 약속 시간 미루고 들른거라 시간도 없고 어차피 집에 데리고 있을 상황도 아니라고 말씀 드렸더니 결국은 종이박스 하나 가져오더니 데리고 있겠다고 하셨습니다. 홀가분함과 찜찜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뒷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다음 날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마침 주인이 경찰에 신고를 했나보더라구요. 부득불 통화를 시켜 주더군요.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내켜하지 않아 마음 상하긴 했습니다. 무슨 보상 같은걸 바란게 아니었는데 경계하는 것 같더라구요. 억지로 떠맡은 경찰분들한테도 별로 감사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갑
언젠가 시내에 나갔다가 떨어져 있는 지갑을 발견했습니다. 주워서 근처 경찰서에 가져가려고 했는데 위치를 모르고 괜히 오해 사고 싶지 않기도 해서 일단 112에 전화해서 사정 얘기하고 가까운 지구대나 파출소 위치를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연결할테니 연락 기다리라고 하더라구요. 금방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와서 위치를 묻길래 얘기했더니 바로 오겠다고 하는 겁니다. 알았다고 하고 기다리는데 몇 분이 지나니까  그제서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 지갑이 떨어져 있는 위치 등을 고려해 볼 때 빈지갑일 가능성도 꽤 높겠다. 어차피 신고도 했겠다 열어서 확인해볼까도 싶었는데 이제와서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소용없는 일인 것 같아서 관뒀습니다. 결국은 한 10분 지나서 경찰차가 근처에 서더니 다시 전화가 오더라구요. 50대로 보이는 경찰 아저씨가 와서 지갑을 열어봤는데 진짜로 빈지갑이었습니다. 물론 이런건 찾아주는게 불가능하다고 하셨구요.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오히려 바쁠텐데 한참 기다리게 했다고 사과를 하는 겁니다. 참 민망했습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먼저 확인해보는게 낫지 않았을까 말씀드렸는데 정색을 하고 설명을 하시더라구요.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까 그냥 손 안대는게 최선이다라고. 과거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나본데 이래저래 수고가 많으시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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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enbaum
15/09/12 12:18
수정 아이콘
뭣 모를 땐 떨어진 지갑을 보면 냉큼 주워서 근처 파출소나 경찰서에 가져다 주곤 했는데 이제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갑니다. 세월이 하수상하잖습니까.
음란파괴왕
15/09/12 12:50
수정 아이콘
저도 한 30만원이 들어있던 지갑을 주은 적이 있습니다. 한창 학생때고 돈이 없을때라 너무 혹해서 잠시 가질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내 양심의 가치가 겨우 30만원 짜리더냐!'하는 마음의 소리에 눈물을 머금고 경찰서에 넘겼는데. 다음날 지갑 주인분이 10만원을 계좌로 쏴주시더라고요 ㅠㅠ 다시 생각해도 고마운 분. 치킨 잘먹었습니다.ㅠㅠ
15/09/12 15:22
수정 아이콘
멋진분이 멋진분을 만났네요.
15/09/12 20:25
수정 아이콘
캬 라임 죽이네요 댓글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소와소나무
15/09/12 13:19
수정 아이콘
저도 파출소 길 건너편에서 차키를 주워 맡긴적이 있었는데, 뭔가 쓸때없는거 주고 간다라고 생각하는게 느껴지더군요. 그때 이후로 물건봐도 안줍고 파출소 안가고 있습니다.
엔하위키
15/09/12 14:47
수정 아이콘
그래도 신고 하시는게 안하시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 잘하셨어요 :)
삼성그룹
15/09/12 15:43
수정 아이콘
저도 지갑을 주워서 열어보지도 않고 파출소에 가서 처리하고 아무 생각없이 집에 왔는데 주인인 아주머니가 연락하셔서 가보니 케잌을 사서 주시더라구요. 고맙다고 하시면서요. 흐흐 마침 생일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이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분이 제 어머
15/09/12 18:22
수정 아이콘
개는 시청이나 구청통해서 처리하셔야 합니다. 보통 지자체에서 위탁받은 동물병원같은데서 임보하고 animal.go.kr 을 통해서 공고가 이루어집니다.
15/09/12 23:03
수정 아이콘
이 글은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린 스트레스 때문에 쓰기 시작했지만 이런 리플을 기대했습니다.; 근데 저기는 홍보가 훨씬 많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반려동물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처음 들어봅니다. 가봤는데 오늘 들어온 동물 중에 사망한 애들도 있네요. 10일 지나면 관공서 소유로 넘어간다는데 주인이 저 사이트 모른다면 안락사 행인걸까요.
이 분이 제 어머
15/09/12 23:55
수정 아이콘
네. 확실히 홍보가 부족한듯 합니다. 운영도 수탁업체에서 개를 빼돌리고 나중에 사망공고를 딸랑 올려버리는 경우도 제법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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