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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09 13:15:30
Name 베르얀
Subject [일반] 나만 바라봐주는 투정도 하는 착한 사람을 바랬을 뿐이에요
헤어졌습니다.

그 사람? 그 아이라고 해야 할까요. 네, 7살 차이입니다.
저는 늦깍이로 군대 제대한 대학교 복학생, 그 아이는 아직 고등학생인 신분.
파트로 근무하다가 급작스럽게 시작한 연애였습니다.
얼굴이 엄청 예쁜 것도 아니었고, 애교 넘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뭔가에 끌렸던,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요?
자연스럽게 주고 받은 카톡과 만남, 제 고백 후 시작한 연애였습니다.

처음은 그러했고, 그 후 과정은 보통의 연애와 다를 것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약간 비밀스럽게 연애를 한 것과 저도 어리지만 나이가 많으니까 제가 좀 더 배려해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했던 연애였죠.
서로 바쁘다보니 몇주를 보지 못하는 상황, 저녁에 이별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별이야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지만 이별 통보과정에서 주고 받은 내용이 마음에 걸립니다.
7살의 나이차쯤이야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서로 다른 계층(?)에 있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 생각해서 느긋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 입장에서는 주변의 시선이 많이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만나면 좋다. 지금도 만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만나기 전에 속여야 한다. 그게 힘들다.'

그리고 하나 더.
저는 7살이나 위의 나이라서 왠만한 문제는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대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연락도 틈틈히 잊지 않고 했었는데.
이게 문제였나 봅니다.

'그냥 기대줄 수는 없었나요, 나 오늘 컨디션 안좋아요 위로 좀 해줘요 이러면서'
'나도 엄연히 좋아해서 사귀었는데 나 진짜 비참하게 만들어요 항상'
'나만 바라봐주는 투정도 하는 착한 사람을 바랬을 뿐, 완벽한 사람을 원한 것이 아니었어요'

고백은 제가 먼저 했지만 이 사람이 저를 많이 좋아해줬습니다. 갑-을로 따지면 제가 갑이었죠. 나이를 비롯한 상황도 그렇구요.
바로 몇달전에 긴 짝사랑의 종지부를 찍은, 몇년간 을에만 있던 저는 갑인적이 없었죠. 예전에 아픔을 이 사람에게 주기는 싫어서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꽉차 있었던건지...지나친 고프레임의 관계가 문제였는지... 그게 어느새 벽이 되었고, 좋아한다는 제 말이 와닿지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기대게만 하고 제가 기대지 않았던 게 잘못이었나 봅니다.

'지금은 좋아한다는 감정 있지만 식어서 상처받고 헤어지기 두렵다' 고 했던 말은 감정교류 없이 오직 호감을 바탕으로 한 관계라는 걸 이야기하는 거겠죠.
언젠가 읽었던 연애학개론과 똑같네요;;

힘들어서 죽겠다는 감정보다는 씁쓸하다는 느낌이 먼저 드네요.
잘할려는 의도로 배려한 것이 오히려 멀어지는 원인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직접 겪어보기 전엔 교류와 호감의 차이를 잘 몰랐네요...

밤에 보낸 카톡에서 조금은 매달려보다가 차분히 생각해보니 일단은 보내주는게 맞겠죠?
원인 2가지 중 하나만이라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일단 지금은 아닌거 같네요.
인연이 된다면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날 수도...

좋아하는데도 헤어질 수 있다는 거, 겪어보니 알았네요.

혹시 pgr분들은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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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리
13/10/09 13:29
수정 아이콘
제 짧은 소견으로 붙잡으시는게 좋지 않나 싶어요. 지금같은 마음이라면 너무 후회가 남으실거 같습니다.
어니닷
13/10/09 13:30
수정 아이콘
아.. 저도 얼마전에 만나는분께 비슷한 애기를 들었죠..
항상 오빠가 모든걸 다 짊어질려고 하니, 자긴 항상 미안하다는 말만 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이 너무 싫다는 애기였죠.
처음에는 헐!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감정이란 기본적으로 받기보단 주기를 원하는 감정이고..
그런 점들을 생각해보다보면 이해가 되더군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냥저냥 봉합하긴 했는데.. 이게 참 어려운거 같습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나쁜 남자와, 정말 나쁜 남자와의 차이를 깨달아야 이런 말을 안들을텐데..
스테비아
13/10/09 13:36
수정 아이콘
헤븐리님 말씀처럼, 저 같으면 붙잡겠습니다.
13/10/09 13:40
수정 아이콘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여자가 통보할때는 이미 마음의 준비 다 하고 한 경우도 있는터라
붙잡는다고 좋은 결과가 기다리는건 아니겠습니다만 그래도 후회는 남기지 않으셔야죠?

글을 읽어 보니 나이차가 있는 커플 들에서 나타나는 문제 같습니다.
내가 키다리 아저씨처럼 완벽하게 되고 싶었지만 여자는 이 남자가 나한테도 기대고 속마음도 털어놓는 그런 다정한 사람이길 바라는거 같아요.
'걱정마 내가 다 알아서 할께'
라는 이러한 태도가 처음에는 호감이지만 계속되면 나랑 벽이 있는거 같기도 하고
나를 그만큼 갈구하지 않는건가 하는 의심도 사게 되는거 같습니다.
강동원
13/10/09 13:44
수정 아이콘
글만으로 모든 사정을 알 수는 없겠지만 붙잡으시길 바랍니다.
인연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그런 일 없습니다. 그건 그저 우연일 뿐이고 인연은 만들어가는 겁니다!
오빠나추워
13/10/09 13:49
수정 아이콘
이런말이 떠오르네요.

사랑에 있어서 가장 슬픈건 그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이다.

내가 있으나 없으나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상당히 슬플거 같습니다. 반대로 나로 인해 위로도 받고 기쁨도 받고 한다면 그것보다 더 바라는게 있을까요?
Love&Hate
13/10/09 13:53
수정 아이콘
그냥 가끔 누나라고 부르시면 되는데..ㅠ
농담이 아니고 정말로 그러면 되는데 ㅠ
치탄다 에루
13/10/09 14:01
수정 아이콘
누나!
베르얀
13/10/09 14:02
수정 아이콘
음...love&hate님이다보니(?)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글에도 적었지만 나이차에서 나오는 문제도 있지만, 친구랑 부모님한테 거짓말해가면서 연애하는게 너무 힘들답니다. 아직 어려서 주변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카톡 과정에서 자기 속마음을 너무 털어놨다고 이제 알콩달콩 못돌아가겠답니다;; 일단 오늘 저녁에 전화통화 하기로 했는데
조언해주실만한게 있는지요?

스킨쉽 문제는 아니고, 만나는건 좋은데, 만나기 전에 과정과 카톡처럼 뭔가 연락을 꼭 해야한다는 부담감과 기다려야 한다는 부담 그게 크답니다. 아무래도 고등학생이다보니 사춘기, 진로, 학업, 친구관계 이런게 너무 겹쳐서 감당이 안되서 일단 어떻게든 놓고 싶다는 눈치네요.

썸 탄다 생각하고 만나면서 성인이 되면 봐야 하는건지...물론 그 사이에 제가 여자를 안마나겠다! 는 것도 아니지만요... 의견 부탁드립니다^^;
Love&Hate
13/10/09 14:18
수정 아이콘
애시당초 비밀연애를 안하셨어야 합니다.
뭐랄까 그 나이때 애들이 것도 고등학생이 부모님이랑 연애 이야기 미주알 고주알 하지 못해서 그런건 아닐테고..
(요건 평범한 애들도 잘 못함.)
결국 또래 애들한테 솔직히 이야기하지 못하고, 그러므로 고민도 이야기 하지 못하고.
솔직히 이야기를 하지 못하니 본인이 죄짓고 있는것 같고
본인이 생각할때 본인이 숨겨야 할정도로 가치 없는 상대를 만나는 사람이 되버린거죠

그냥 애시당초 솔직하게 까라고 하셨어야 합니다.
(부모님한테는 당근 비밀.)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아이처럼..
"응? 왜?? 왜 숨기지? 난 니가 자랑스러운데~? 나이를 초월한 만남~"
이러면서 가치부여를 해주셨어야 합니다.

실제로 말한다고 해서 걱정하고 생각하는 그런 문제들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아요.



여튼 걍 편하게 때론 친구처럼 때론 님이 동생처럼 대해주세요
누나데이 만들어서 누나가 책임지는 날도 있어야 됩니다.
'우와 난 이런거 못하는데 어쩜 이렇게 잘하지?' 라며 호응해주시면서요
물론 별로 안중요한 일로 자신이 리더가 된다는 기분만 내도록.

누구나 가치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정받고 싶구요.
저나이때라면 더더욱 그런 욕구가 큽니다.
연애를 그런 이유로 시작들해요.
외모가 정말 본인에게 중요해서 그나이때 애들이 그렇게 키큰남자를 밝히는게 아니에요.
자신의 주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큰거죠.
그 집단이 높게 평가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
그런 부분을 잘 채워주시는게 좋습니다.
님역시 그분의 주변분이니 인정해주시구요.
'넌 어려서 혹은 철없어서' 란 말 저는 쓰지 않습니다. 어려서 못하는건 말안하고 그냥 내가 해줘요.
철없어서 이해못하는건 걍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구요.
전 나이먹어도 철없는데요 뭐 크


되돌리려 하지 마시고 일단 좀 만나세요 그냥 좀 편하게.
즐겁게~ 그리고 행복하게~
대부분의 남성들은 헤어지자는 말에 충격을 받고
조각난 멘탈인 상황에서 내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세상이 무너졌단 생각으로 그것을 되돌리려 하면서 돌이킬수 없는 강을 건넙니다.
베르얀
13/10/09 15:13
수정 아이콘
명쾌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일단은 어색한 관계를 최대한 풀고 능청스럽게 해나가야 할 것 같네요. 만나다보면 제 맘도 결정이 나겠죠. 예전에 올리신 고백 후 대처글에 있는 솔루션이랑 비슷한 듯 합니다;
13/10/09 14:06
수정 아이콘
고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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