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8/23 10:17:35
Name 사과씨
Subject [일반] 지친 대중의 공포가 전염되는 사회. 2013 대한민국
사람들이 진보니 보수니 수구니 폐륜이니 빨갱이니 일베니 하며 특정 집단의 속성을 기반으로 약간이라도 그 속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낙인을 찍고 마녀사냥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사실 공포심 때문입니다. 증오와 폭력은 이 생존을 위협하는 근원적인 공포와 불안의 극단적인 반작용이죠.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따르며 세상을 살아가면 예기치 못하게 골로 갈 일은 없겠다는 사회적인 합의를 공유하는 안전 사회에서는 나와 타자를 가르고 내가 속한 집단과 이질적인 존재를 솎아내기 위해 열을 올릴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낍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벼랑 끝 삶을 강요당하는 이 정글의 시대에는 나를 제외한 모든 것(특히 예측이 불가능하고 나와 속성이 다른 존재라고 의심되는 것)이 두려운 존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내가 믿을 수 있고 변수를 예측할 수 있는 존재와 그렇지 않은 잠재적 위험군을 미리 식별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기 시작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합리적(이지만 굉장히 비합리적일 수 있는 방식)인 방법으로 자신이 인식하는 존재나 타인에 대해 재빠르게(혹은 섣부르게) 판단하고 꼬리표를 달고 그 존재를 사회의 공적으로 밀어내기 위해 자신과 유사한 존재들과의 연대를 시도합니다. (공감하시면 추천... 뭐 이런 식?)

소위 면역학 시대의 유산이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위력을 떨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인구가 수천만이 넘어가는 대중 사회에서 나 이외의 타인과 접촉하여 연대 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극히 부족합니다. 오프라인에선 거의 불가능하죠. 이미 대한민국은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소규모 집단의 현실 연대가 일상화 되기엔 너무 사회가 고도화 되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나와 동일한 코드를 공유하는 위안이 되는 집단을 온라인에서 찾고 그 온라인에서 형성된 집단 문화 코드가 서로를 식별하는 판단기준이 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죠.

현재 대한민국의 집단주의(팬덤) 성향은 사실 모여서 뭘 해보자하는 의도보다 '아 나랑 비슷한 사람이 이 정도 있구나... 안심해도 되겠다..'하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위안거리 찾기의 일환입니다. 타자를 절대악으로 몰아부치고 희화하고 조롱하는 행위는 그 타자와의 차이점을 (폭력적으로라도) 해소하고 현실을 바꿔 보자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그러한 행위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서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얻고 최소한의 정신적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입문 의식 같은 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사실 2013년 대한민국 사회는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에 대응하기 위한 전통적인 면역학적인 흐름과 고도화되는 자본사회에 의해 정신병리적으로도 피폐해져 능동성을 완전히 상실한 대중의 현실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코드(혹은 입문 기준)을 공유하는 집단을 형성하면서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타자에 대한 공포와 증오를 왜곡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문화적 코드를 열심히 공유하며 개개인의 위안을 얻고는 있지만 이건 그저 지칠대로 지친 이들이 최소한의 위로를 얻기 위한 소모적인 방식일 뿐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소모적인 공포와 혐오, 증오의 사이클 속에서 진짜 이득을 챙기는 건 누구일까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사악군
13/08/23 10:27
수정 아이콘
추천.
Frostbite.
13/08/23 10:33
수정 아이콘
피로사회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사과씨
13/08/23 10:35
수정 아이콘
네 최근에 읽은 책이 피로사회라 그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합니다.
몽키매직
13/08/23 10:33
수정 아이콘
반 정도 전문적인 배경을 가진 글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감상을 현학적으로 포장한 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근거가 되는 논문 혹은 자료라도 제시하실 수 있는지요?

* 좀 더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 지금 시대가 과거 10/20년 전보다 이념 충돌이 실제로 더 심한가?
- 일베 등의 사례에서 보이는 '낙인찍기' 가 얼마나 범용적인 문제인가
(일베가 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도 인터넷 세대지만 일베가 뭔지 최근에 알았습니다. 각종 일베 용어 의미도요.)
- 대한민국 집단주의의 특징으로 지적한 수동성이, 실제로 과거보다 증가한 것이 맞는지?
- 마찬가지로 그 수동성이 대한민국 사회에만 특수하게 나타나는 현상인지?
사과씨
13/08/23 10:39
수정 아이콘
글쎄요. 자유게시판에 제 개인적인 생각을 쓴건데 근거 자료를 제시하라고 하시니 당혹스럽네요. 근거는 뭐 마흔살 가까이 살아온 인생 경험과 어디서 줏어 읽은 인문학 서적들이 머리 속에서 상호 영향을 준 결과 겠쬬. 현학적으로 느껴지시는 건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쉽게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몽키매직
13/08/23 10:43
수정 아이콘
사고 과정을 보면, 하나의 근거에서 다음으로 넘어가고 그걸 근거로 다음으로 넘어가고 하는 식의 설명인데,
중간 중간의 근거가 확고하지 않으면 최종결론에 의문이 들 수 있는 방식입니다.
(한군데라도 공감이 가지 않는 곳이 있으면 최종결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지니까요...)
사과씨
13/08/23 10:45
수정 아이콘
솔직히 전 지금 시대가 이념 충돌의 시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보나 보수 등등은 특정한 이해관계나 생존의 조건을 공유하는 이들이 상호 식별을 하는 일종의 문화적 코드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생각하구요. 10/20년 전이 거대 담론의 시대였다면 현재는 개별적으로 고립된 이들의 생존의 시대라고 생각은 합니다.
보고픈
13/08/23 11:12
수정 아이콘
정성들여 쓰신 글에 힘빠지는 댓글이 될 것 같습니다만 몽키매직님의 견해에 공감합니다.
쓰신 글들이 딱히 틀린 건 아닌데 너무 단순화해서 피상적인 감상의 표출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이엨
13/08/23 10:42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글이 어려워서 독해가 힘드네요.
글을 이해하기 쉽게 쓰는것도 능력입니다.
사과씨
13/08/23 10:46
수정 아이콘
저도 글 잘쓰고 싶은데 그게 안되네요. 논문이 아니라 자유게시판이니 귀엽게 봐주시길...
WoodyFam
13/08/23 12:31
수정 아이콘
저도 피지알에서 간혹 독해하기 어려운 글을 보지만, 이 글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는데에는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王天君
13/08/23 16:45
수정 아이콘
글을 잘 읽는 것도 능력입니다. 글쓰는 이가 모든 이의 이해를 전제하고 글을 써야 하는 의무는 없습니다.
켈로그김
13/08/23 10:36
수정 아이콘
정량적 사고능력의 총체적 부재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mp3 플레이어를 샀는데 음량조절을 선풍기 식으로 밖에 못하는 상황?
(1~30으로 음량을 조절하고 싶은데, 강/중/약 이렇게 밖에 조절 안되는..)

중간을 인정하지 않아요 어려우니까.
약에 비유하면 이 약 먹으면 죽느냐/죽지 않느냐. 그것만 집요하게 물어보는 형국입니다.
뭐든 많이 먹으면 죽어요 이사람아..
사과씨
13/08/23 10:42
수정 아이콘
결국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기준에 스스로를 맞추는 것 보다 스스로가 편한게 중요하니까요. 내일 죽을 수 있다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 내가 죽을 것 같은 걸 어떻게 견뎌내느냐...
켈로그김
13/08/23 11:58
수정 아이콘
멋진 말씀이시네요.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기준에 스스로를 맞추는 것 보다 스스로가 편한게 중요하다..

혹은, 내 기준이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13/08/23 10:50
수정 아이콘
짧지만 강렬하게 다가오는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아직 우리사회가 성숙하려면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봅니다.
사회제도도 그리고 그 구성원인 우리도 말이지요.
고구마줄기무��
13/08/23 10:52
수정 아이콘
안전사회의 필요성은 공감합니다.
하이엨
13/08/23 10:53
수정 아이콘
낙인찍히고 마녀사냥 당하는 단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중동 뉴데 일베 시스템클럽 전효성 변희재 등등등
웹상에서 욕먹는 사람 또는 단체들은 대부분 민주당과 그에 얽힌 인물들에 대해 비판을 하지요.

민주당 지지자들의 공포심이 한 몫하고 있다고 제 스스로 결론내리고 있습니다.

반대로 한겨레 경향 오마이 오유 진중권 조국 이외수 등은
새누리 지지자들의 공포심으로 피해입는 부분 또한 있다고 생각합니다.
13/08/23 11:04
수정 아이콘
조중동 뉴베 일베 시스템클럽 변희재는 민주당을 지지하건 말건 상관없이 욕먹을만해서 먹는거죠
보고픈
13/08/23 11:09
수정 아이콘
예를 든 낙인과 마녀사냥에 관련이 있는 경우는 전효성 밖에 없네요.
뭔가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계신듯.
13/08/23 12:26
수정 아이콘
언급하신 집단 및 개인은, 마녀사냥이 아니라 그냥 수준이하이고, 저질이기에 비판 당하는 겁니다.
유료체험쿠폰
13/08/23 10:55
수정 아이콘
전 현실과 인터넷 세상간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인터넷의 대형 커뮤니티들의 대부분이 진보성향의 유저들이 주류가 되다보니 보수성향의 젊은 친구들은 인터넷 활동을 잘 안하더라구요.

이 글의 논리를 따르면 젊은 보수들은 자신의 집단을 넷상에서는 찾기 힘들다는 뜻이 되겠죠. 그렇게 억압을 견디지 못한 일부는 흑화해서 일베에 적극 혹은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기 시작한거고.
스치파이
13/08/23 11:0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3/08/23 11:31
수정 아이콘
결국 지금 제일 이득을 보고 있는 집단 혹은 세력이 근원적인 문제라는 거겠지요.
옆집백수총각
13/08/23 11:50
수정 아이콘
댓글이 더어렵네요.
13/08/23 12:06
수정 아이콘
이득을 보고 있으니까 그대로 방치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안전사회로의 이동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태클이 장난 아니지요.
뭐 안전사회가 진짜로 안전한가는 둘째로 하고 안전사회로 가는 절벽위 한줄기 길에서 제가 과연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의 걱정일 듯 싶고...
저와 비슷하지 않은 생각을 하는 분들의 걱정은 그 길 자체가 지옥으로의 급행열차라고 걱정하는 듯 싶네요.
사과씨
13/08/23 12:21
수정 아이콘
네 제 의견도 분수님과 같습니다.
덧붙여서 저는 현 사회구조를 바라보는 상이한 시각보다 그 시각의 차이에서 공포와 증오를 느끼게 만드는 현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마 과거나 현재나 이상적인 안전사회가 구현된 사례는 없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합리적으로 가치관의 자유경쟁이 이뤄질수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생존이 절박한 상황에서는 이런 사회적인 합의를 보장할수 있는 민주주의적 가치가 무시되고 왜곡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해지는 것 같아요.

전 이른바 진보나 보수 특정 세력 중에 이런 비이성적인 갈등구조에 책임이 있다고 글을 쓴건 아닙니다. 상호존중이라는 덕목이 생존이라는 화두에 의해 무효화 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는거죠... 이제 애도 낳아서 키워야 되는데 너무 무섭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애 키우고 살기가.
WoodyFam
13/08/23 12:29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통찰력 뿐만 아니라 생각을 글로써 탁월하게 풀어 내시는 능력이 부럽네요.
삼공파일
13/08/23 12:34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피로사회> 열심히 읽었는데 본문의 전반적 내용에 공감하기 어렵네요. 왜냐면 한국은 이미 면역학적 시대가 끝났다고 보거든요.

이른바 '일베 현상'은 자가 면역의 일종이라고 봐요. 일베에 대해 가장 분노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 뿐입니다. 예를 들어서 길가다가 붙잡고 '운지'가 무슨 뜻인지 물어봤을 때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일베'를 아냐고 물어봤을 때는요?

결국 이 현상은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정파성' 그 자체에 대한 '피로'이고 그 피로는 그 정파성을 내재한 사람한테만 나타나는 시스템의 비대에요. 간단히 말해서 일베 현상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여러분이 인터넷 안 하시면 되는 겁니다.

경제적 양극화 현상과 별개로 일종의 문화로 나타나는 진보/보수 프레임은 오히려 사상의 차이가 거의 없어지고 획일화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쉬운 예로, 블라인드 테스트로 박근혜와 문재인 공약을 구별하라고 하면 쉽게 할 수 없을 겁니다. 내용적 측면에서 이건 전혀 면역학적 프레임이 아니고 우리 안의 '일베', 다시 말해서 자기 혐오와 시스템 과잉의 문제에요. 트위터에서 많이 돌아다니는 말로 "깨시민이나 일베충이나 뭐가 다르죠?"

<피로사회>가 제시하는대로 (인터넷 끊고) '쉴 수 있는 피로'를 느끼면 본문에 제시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겁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겠죠. 살 뺄 줄 몰라서 안 빼는 게 아닌 것과 똑같은 이유로요.
사과씨
13/08/23 12:51
수정 아이콘
네 좋은 의견이십니다. 제 글의 논지는 사실 피로사회를 개인적으로 재해석한 내용입니다. 개인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도록 드라이브를 거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지친 대중들이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그 불안감과 그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지도 모르는 외재적 변수에 대한 공포심을 제거하기 위해 면역성에 역으로 집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생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놓아버린 사람이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닥친 불안 요소를 최소화 하기 위해 공통분모를 공유하는 타자에게 기대어 자신의 존재양식을 긍정하려 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위험한 타자를 배제하여 불안요소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 그게 특정 정치인이든 같은 혹은 정반대의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정체불명의 집단이든 말이죠.

과거와 같은 거대담론 하의 정파성은 이미 퇴색되었고(이건 삼공파일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 진보/보수와 같은 이념적 프레임은 내가 속한 집단과 그 집단을 위협하는 타자를 구별하기 위한 코드로 변화했습니다. 삼공파일님은 인터넷 하지 않고 시스템으로부터 누적된 피로를 스스로가 끊어내면 해결 된다는 피로사회의 논지를 얘기하셨지만 전 그 부분에 동의하기가 힘들더군요. 오히려 일반 대중은 그런 고립된 상황을 어떤 식으로 벗어나기 위해 소통의 대상과 그 대상(조직)의 외부 요인과의 선 긋기에 나서는 관성을 유지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삼공파일
13/08/23 14:42
수정 아이콘
어느 사회든 이행 과정에서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보수적 경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냉전 사회에서 피로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역으로 타인과의 대립에 집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일베 현상을 그 일환으로 보신다는 관점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한국은 이미 피로사회로서의 진행이 완전히 끝났으며 일베 현상은 타인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자기 혐오나 자가 면역이라는 것이죠.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증거들이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고 봐요.
사과씨
13/08/23 14:52
수정 아이콘
사실 저는 일베 현상 뿐 아니라 탈정치화 시대의 다양한 정치 팬덤의 세력화 등등에서도 여전히 면역학적 대립 구도의 유효함이 느껴졌습니다. 사회 구조의 현상이나 속성은 한 가지 속성이 다른 속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다층적인 속성을 해석할 수 있는 단서가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고도화와 생산력의 발전 등에 의해 대두되는 속성이 있긴 하지만 피로 사회가 도래했다고 해서 과거 냉전 시대의 유산이 완전히 해체 되거나 하진 않을꺼라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삼공파일님의 의견도 충분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곰곰히 생각해 볼 화두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삼공파일
13/08/23 15:19
수정 아이콘
사회학이 아니라 문화비평이기 때문에 다층적 분석이 크게 의미 없지 않을까 합니다. 글 잘 읽었도 피드백도 감사합니다^^
아하스페르츠
13/08/23 13:23
수정 아이콘
내가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일정한 그룹에 속하고 다른 그룹이나 개인을 왕따 시키는 행위로 자신을 보호하는 교실 안에서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따르며 세상을 살아가면 예기치 못하게 골로 갈 일은 없겠다는 사회적인 합의를 공유하는 안전 사회에서는 나와 타자를 가르고 내가 속한 집단과 이질적인 존재를 솎아내기 위해 열을 올릴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낍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벼랑 끝 삶을 강요당하는 이 정글의 시대에는 나를 제외한 모든 것(특히 예측이 불가능하고 나와 속성이 다른 존재라고 의심되는 것)이 두려운 존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가 벼랑 끝 삶을 강요 당하는 정글의 시대인지에 대해서는 저로서는 공감하기 힘듭니다.
말씀하신 무리 짓기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사회라는 생각도 듭니다.

역으로, 그런 무리 짓기와 헐뜻기에 나서는 이들이 사회적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공포심을 느끼기에 그런 양태를 보인다는 해석은 타당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 현상이 증가한다는 것은 사회의 안정성이 저하 되고 있다는 지표가 될 수는 있겠네요.
사과씨
13/08/23 13:36
수정 아이콘
현 시대의 위험도와 불안정성을 규정하는 건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상위 1프로부터 하위 1프로까지) 절대 지표가 나오지 않는 한 어느정도 자의적인 면이 개입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하스페르츠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암울한 시대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보는 분이 존재한다는 건 어느 정도 희망의 지표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오렌지샌드
13/08/23 13:30
수정 아이콘
극단적으로 말해서 인터넷이 없어진다고 마녀사냥이 없어지는건 아니겠죠. 소규모의 마녀사냥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매일 일어나고 있는 일일 겁니다. 자신의 기준에 어긋나는 일을 포용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배척하거나, 아니면 눈을 감거나. 기준을 수정하기보다는 그 쪽이 편하니까요. 어려움과 혼란을 겪으면서 기준을 수정해야 할만한 당위성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과씨
13/08/23 13:39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인간은 유사이래로 언제나 분쟁과 갈등을 만들어왔고 편가르기와 마녀사냥을 해왔습니다. 그러한 기본 속성을 더 가속화 시키는 게 생존조건의 악화라고 보고 있고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하는 걸 국가의 기능이 아니라 개인 역량의 문제로 강제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그런 문제점을 더 극대화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보는거죠.
절름발이이리
13/08/23 14:22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단 대로이나.. 대부분의 사람은 애초에 문제 해결을 할 용의나 의지가 없다고 봐야죠.
대답 안해?
13/08/23 14:36
수정 아이콘
본문에 공감을 하거나 말거나 어찌됐든 이런식의 접근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뭐하고있니
13/08/23 14:59
수정 아이콘
이 글은 '피로사회'를 소개하는 글이다.
글 잘 봤습니다. '피로사회'를 읽어야 겠네요.
王天君
13/08/23 16:47
수정 아이콘
오늘 좋은 글이 많네요. 잘 읽었습니다. 사회에 대한 제 모호한 관념을 잘 짚어주신 것 같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6049 [일반] 오늘은 불금..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 [35] k`4055 13/08/23 4055 0
46048 [일반] [토론] 일간베스트에 대한 비하적 표현들에 대하여. [172] jjohny=Kuma7055 13/08/23 7055 2
46047 [일반] 운전 조심합시다...(수막현상) [15] Neandertal5374 13/08/23 5374 0
46045 [일반] [설국열차] 1000만 달성은 어렵게 됐네요... [43] Neandertal9821 13/08/23 9821 0
46044 [일반] 일베의 해악은 정파성, 진영논리와는 무관합니다 [272] Neuschwanstein8719 13/08/23 8719 32
46043 [일반] [야구] 진격의 고양 [38] 삭제됨5442 13/08/23 5442 2
46042 [일반] [해외축구] 기성용 선더랜드 임대? [120] HBKiD7589 13/08/23 7589 0
46041 [일반] 권신의 시대 ② 동흥전투 [2] 후추통8295 13/08/23 8295 5
46040 [일반] 뉴이스트/허니지의 MV와 김예림의 티저, 카라의 컨셉 이미지가 공개되었습니다. [17] 효연짱팬세우실5721 13/08/23 5721 0
46039 [일반] 지친 대중의 공포가 전염되는 사회. 2013 대한민국 [41] 사과씨7107 13/08/23 7107 28
46038 [일반] 이센스, 개코&아메바컬쳐 디스 곡 발표 (추가:스윙스, 쌈디 등에게 디스) [208] 유재석20676 13/08/23 20676 1
46035 [일반] 홍명보호, 10월 친선경기 확정, 브라질-말리 [17] 광개토태왕5424 13/08/23 5424 0
46033 [일반] [스포츠] 성남일화 해체... [46] Lover-Yu-na10291 13/08/23 10291 0
46032 [일반] 작업기억(Working Memory) 훈련 [11] 루치에15462 13/08/23 15462 0
46031 [일반] 어디든지 가고 싶을 때 - 3. 분천역에 내려서 걷다 [13] ComeAgain7992 13/08/23 7992 12
46030 [일반] 2013 프로-아마 최강전, 고려대 우승 [70] 행당동공돌이5895 13/08/23 5895 0
46029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추신수 시즌 16호 홈런) [1] 김치찌개4434 13/08/22 4434 0
46028 [일반] 척 [49] 절름발이이리11394 13/08/22 11394 18
46024 [일반] 수영 - 그것은 물과 내가 나누는 몸(?)의 대화 [42] Neandertal9794 13/08/22 9794 1
46022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 (이치로 미일 통산 4,000 번째 안타) [8] 김치찌개5223 13/08/22 5223 0
46021 [일반] '트위터 보안법' 박정근 무죄 [16] 어강됴리6591 13/08/22 6591 1
46020 [일반] [일렉기타 계층] 기타 졸부의 공허함 [28] JimmyPage5126 13/08/22 5126 0
46019 [일반] 일베를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135] 테루7139 13/08/22 7139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