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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12 16:19:12
Name Hon
Subject [일반] [스포/계층] 설국열차, 매트릭스 그리고 에반게리온.
이 글을 쓸까말까 하다가 결국 키보드를 잡고 말았네요.

때는 바야흐로 8월10일 케리비안 베이 야간개장에서 젊고 이쁜 누나들을 실컷 구경하다가 돌아오는 길에 24시 40분 설국열차를

예매하고 말았습니다. 물놀이로 피곤한 몸이였지만 팝콘콤보를 사들고 극장으로 들어가는 마음은 설레었습니다.

코카콜라는 사서 들어갔으니 [양갱]만 있었으면 완벽한 준비였을텐데 말이죠.



저는 해산물을 좋아합니다. 꽃게도 좋아하고 새우도 좋아하고 회도 좋아합니다.

설국열차는 해산물 뷔폐였습니다. 문제는 말이죠.

다금바리던 돌돔이던 붉바리던 재료는 신선하고 좋은데 왜 회를 안 떠놨을까요?

꽃게랑 새우도 수족관에 들어가 있고 손질과 조리가 안되어 있네요.

물론 이정도 재료면 어떻게든 회를 치면 날로 먹고 관객의 몫이 되어버립니다. 봉준호라는 요리사는 더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재료만 던져 준 느낌입니다. 저는 한국영화중에는 살인의 추억을 손에 꼽는데 살인의 추억정도의 친절도를 보여줬으면

좋았을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준호를 보러갔는데, J.J 느낌의 난단말이죠. 그것로 로스트 시절의 말이죠.

뭐 저는 신기한 재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물론 잘 요리된 요리를 먹었다면 더욱 좋았겠죠.

평단을 신경쓴건지 떡밥을 신경쓴건지 몰라도 대중성은 약간 떨어진다고 봅니다.

이 방면의 최고는 매트릭스와 에반게리온이 있습니다. 이 두 영화는 많은 복선과 떡밥과 해석할 여지가 많습니다.

슬라보예 지젝까지 안가도 매트릭스는 SF라는 조미료로 잘 조리 되었고 에바도 메카물이라는 조미료로 잘 조리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SF로만 로봇괴수로만 봐도 두 작품은 충분히 재미있죠. 게다가 요리의 재료까지 좋으니 뼈까지 빨아먹을 여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설국열차는 이걸 하기에 구멍도 많아보이고 불친철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설국열차는 봉준호의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지 않았나하는 느낌을 준 영화입니다. 놀란이 잡고 이 영화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느낌이 듭니다. 이 방면에서 놀란도 대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국열차는 볼만합니다.



아무튼 이 무더운 더위에

케리비안 베이 야간개장가서 시원하게 물놀이 하시기 바랍니다. 밤이지만 선글라스는 꼭 챙겨가세요.

이쁜 누나들이 많습니다. 성비율도 여자가 3:1정도로 더 많은 느낌이였습니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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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12 16:30
수정 아이콘
그래도 설국열차가 (지적하신 부분에서 더더욱)에반게리온보다 못하단 말을 들을 건 아니죠. 본문 비유를 빌려오자면 에바는 있지도 않은 좋은 재료로 있는 척만 신나게 했을 따름인데요
절름발이이리
13/08/12 16:33
수정 아이콘
하지만 에바는 레이랑 아스카가 나오니까 더 훌륭합니다.
13/08/12 16:36
수정 아이콘
물론 설국열차 정도의 메타포 놀음보단 전세계적 서큐버스를 조탁해낸 에바가 우월합죠
13/08/12 16:36
수정 아이콘
미사토를 빼놓는 것을 보니 누님취향은 아니시군요.
절름발이이리
13/08/12 16:38
수정 아이콘
사실 미사토를 제일 좋아했는데 이번에 아줌마가 되어버려서..
근데 그거랑은 별개로 누님취향은 원래 아닙니다.
13/08/13 11:33
수정 아이콘
고견이십니다...
13/08/12 16:34
수정 아이콘
에반게리온은 로봇메카물로만 봐도 요리를 잘했다는 의미입니다. 좋은재료 있는 척 하고 양념잘해서 요리를 잘했다고 할까요?
다소 글을 애매하게 썻나보네요. 메트릭스도 철학적인 부분을 빼고도 SF액션으로만으로도 재미있다는 거구요.
설국열차는 SF기차물(?)로만 봐도 별로였다고 생각합니다.

괴물만 해도 정치비판적인 요소만 빼고 괴수물로만 봐도 봐줄만 했습니다. 그 요소를 추가했을때 더욱 훌륭했구요.
그런데 설국열차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3/08/12 16:40
수정 아이콘
아 네 이제 말씀하신 바를 알겠네요. 동의합니다. 다만 에바는 로봇액션물로만 보기엔 너무 많은 소재들을 두드리고(분위기 잡기가 의도였어도 회수는 해야죠) 작품 속에서 수습하려는 노력이 워낙 없었으니 그 부분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어뵙니다
절름발이이리
13/08/12 16:35
수정 아이콘
뭐 캐릭터는 농이지만, 연출적인 면에서 짜릿함은 최소한 제공하니..
13/08/12 16:48
수정 아이콘
음, 제작진의 의도로 보든 작품 속에서 구현된 완성도(?)로 보든 효과로서 영향력으로 보든 마냥 농이라 말할 건 없어뵙니다
13/08/12 21:52
수정 아이콘
에반게리온이 설국열차보다 못하다는 말을 들을 작품도 아니죠.
누가뭐래도 에반게리온은 세상에 나온 지 근 20년 된 지금도 회자되는 걸출한 클래식입니다.
서브컬쳐라고 살짝 깔고 보시는게 아니시라면, 특정 장르의 클래식을 무시하시는 듯한 발언을 하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설국열차가 20년후에도 회자될 급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또 모르겠지만.
13/08/12 16:35
수정 아이콘
좀 더 타이트하게 갔으면 훨씬 좋은작품 나왔을거같아서 아쉬워요. 분명 중반까지 정확히 길리엄의 죽음까지 극의 힘이 스크린바깥까지 튀어나오는 역동성이 있었는데 중반이후 마무리하는과정에서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가상의 세계를 상정하고 리얼하게 그세계를 운용해보는것도 아니고 상징성을 부여해 극도로 밀어붙인것도 아니고 뭔가 이도저도 아닌느낌. 중반까지의 집중력때문인지 후반의 무기력함이 더욱 아쉬웠습니다.
13/08/12 16:37
수정 아이콘
후반에 이미지보다 너무 텍스트가 많았다는 느낌이였습니다.
이터널 엔진도 뭔가 허접해보였구요.
Dornfelder
13/08/12 16:41
수정 아이콘
차라리 아예 팀 버튼의 빅피쉬나 찰리와 초콜렛 공장처럼 새로운 법칙을 가진 세계를 창조한다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현실의 개연성과 기괴한 환상적인 느낌을 동시에 살리려다 보니까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렸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놀란의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가 조화되지 못 한 채 그냥 섞여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쨋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주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어쨋든 장점은 분명한 영화니까요,
13/08/12 16:45
수정 아이콘
저도 매우 즐겁게 봤습니다. 그만큼 아쉬운 점이 보여서 그런것 같습니다.
차기작에서는 더 충분한 제작여건(투자나 기간)을 가지고 더 치열하게 찍어서 한국에서도 글로벌 대작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13/08/12 16:43
수정 아이콘
저는 사이드메뉴는 정말 맛있지만.. 메인디쉬는 그저그런 코스요리를 먹은 느낌이었네요
열차 맨 앞 칸 문을 여는 과정 + 열고 난 뒤의 전개에서 좀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커티스의 연기력문제인지.. 연출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뭔가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3/08/12 16:46
수정 아이콘
저는 커티스가 모자벗으니까 노홍철이되서 실망..
젊은아빠
13/08/12 16:48
수정 아이콘
여기저기에 설국열차 비하인드 스토리도 올라오고 그러는데.... 남궁민수가 어차피 폭탄으로 터뜨릴거 왜 그냥 벽은 안터뜨리고
엔진실 바로 앞에 있는 문짝을 폭탄으로 터뜨리려고 했을까가 제일 궁금하더군요. 중간에 보니까 그냥 유리창으로 된 창문도 많이 있더만 ㅡㅡ;;
그냥 중간에 그거 깨트리고 나갔으면 되는걸....
13/08/12 16:53
수정 아이콘
작게 터트려고 됬을꺼고 창문만 깨도 됬겠죠. 그건 뭐 기차의 전복, 시스템의 전복을 위한 설정으로 넘어간다치구요.

냄궁민수는 감옥에 갇혀있었으면서 잘도 10년간 그 비행기를 관찰햇네요. 창문이 있는 칸은 앞쪽밖에 없는데 말이죠.

앞칸사람들이 해피뉴이얼마다 풀어준건지;;
젊은아빠
13/08/12 17:03
수정 아이콘
원래는 꼬리칸 사람이 아니라는건 대화에서 유추할 수 있고, 크로놀 중독으로 감금된게 언제부터라고는 명확하게 안나왔으니
비행기야 관찰할 수 있었다고 치지만.... 맨 앞까지 우격다짐으로 가서 꼭 거기서 폭탄을 터뜨리려고 한건 정말 개연성이 너무 없더라구요
13/08/12 17:26
수정 아이콘
제 추측으로는
(1) 엔진실이 앞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애매하게 중간쯤에서 폭탄을 터뜨리면 벽에 구멍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열차 자체의 전복은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2) 충분한 양의 크로놀을 모으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그것을 많이 소지하고 있던 앞칸 사람들을 어쩔 수 없이 거쳐가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앞칸까지 올 수 밖에 없다.
(3) 일종의 상징성, 그리고 새로운 질서의 선포라는 측면에서 윌포드도 같이 죽일 수 있으면 더 좋다 라는 의도하에 엔진룸 앞까지 가야한다.
의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13/08/12 16:54
수정 아이콘
굳이 답을 만들어본다면 자기 혼자 나갈 생각은 없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엔진 앞에서 터트려 열차를 멈추고 모두를 열차 밖으로 내보내려던 거겠죠. 그들의 의사가 어떻건 간에... 7인의 반란 당시 본 목적은 열차를 멈추려했다던 걸 봐도 그렇구요
젊은아빠
13/08/12 17:15
수정 아이콘
현실은 엔진 앞에서 터뜨리고 엔진실 문 닫고 자기들만 살아보려고 햇으나 문도 안 닫히면서 2명 빼고 인류멸망;;
13/08/12 17:00
수정 아이콘
설국열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각보다

액션이 허접했다는거죠.

심지어 봉감독은 이걸 sf가 아닌 액션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말까지 하셨지만...

(사실 영화관에서 흡연이 된다면 아마도 설국열차를 볼때 담배가 최고가 아니였을까 하는 크크)
절름발이이리
13/08/12 17:12
수정 아이콘
차라리 무기(문명)로 무장한 앞칸 놈들을 뜨거운 하트비트 쿵푸가이들이 웃통까고 처바르는 액션영화였다면 인간의 본원적 생명력이 잘못된 시스템을 때려부수는 진한 인간애의 알레고리가.... 는 좀 그렇군요.
13/08/12 17:28
수정 아이콘
좁은 공간, 그것도 거의 1차원의 공간에서의 격투신은 박찬욱 감독의 영향이 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짜피 총기류 없이 도검류도 없이 도끼 등으로 막싸움하는 설정이었으면 본원적 느낌을 더 잘 살려야 했다고 봅니다. 롱테이크도 고려해 봤을 봄직도 하네요.
13/08/12 17:30
수정 아이콘
17년간 단백질 블록을 먹은 커티스의 신체에 변이가 오고 그의 생존력과 번식럭이 남다르게 되는데...
사악군
13/08/12 18:18
수정 아이콘
내가 고자라니 나쁜 앞칸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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