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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25 11:33:18
Name swordfish
Subject [일반] 왠지 여러가지를 생각나게 하는 팔랑크스 (고대 그리스 밀집대형) 역사
1. 탄생- 기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도시 공동체란 특성이 강했던 그리스 도시 국가들은
고대 군주제 국가와 다른 방법으로 군대를 편성 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기병은 버리고 순수 보병으로 구성되었는데 보병 특유의 방어력을 높이고자
오와 열을 빽빽하게 맞추고 긴창으로 무장하며 방패로 동료를 보호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이방법은 고대 오리엔트에서는 그리스 한정 전략에 가까웠습니다. 상대가 기병을 가지면
고대 그리스 국가들은 거의 기병이 없었기에 우회 공격이나 후방을 공격한다면 저지 수단이 없어
약점인 후방과 측면을 그대로 노출시켜 붕괴되버리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회피할 유연성이나
기동성도 거의 있을 수 없었구요
단지 고대 그리스 처럼 산이 많고 큰 평지가 없어서 우회 공격이 거의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이 걱정이 없어도 되니
뭐 최강이었지만요.

뭐 지역 한정 최강의 토착종이지만 나가면 약한 그런 동물 같달까요?

2. 재발견-  페르시아 전쟁을 거치면 의외로 쓸만한 진영이라는게 밝혀 집니다.
기동성, 측면과 후면의 약점, 진형의 유연성 부족에도 불구하고 정면은 어느 진형 보다 최강이었습니다.
이 덕에 한정된 공간과 상황을 만나면 마라톤 회전 처럼 대군도 능히 맞서 싸울 정도의 위력을 발휘한 겁니다.

3. 마케도니아- 마케도니아는 여기에 몇가지 변화를 통해 장점을 더욱 강화 시킵니다. 일단 창의 길이를 더 늘린다.
그러면 두손을 쓸 수 밖에 없으니( 기존의 팔랑크스는 한손으로 창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 방패를 듭니다.)
방패를 가죽 끈에 걸어 목에 찬다.
이로써 전면은 더욱 강화 되고 기동력과 유연성은 더 떨어 졌습니다. 대신 그나마 나은게 갑옷은 린넨이라는 천을 경화시킨
옷이었고 창을 극도로 경량화 시켰기에(그냥 클래식한 그리스 갑옷은 구리와 청동, 황동 같은 금속 무게가 20kg!)
생각보다 아주 떨어지지는 않았지만요.

아무튼 마케도니아 식은 여전히 기동력,유연성, 측면과 후방의 약점은 고스라니 가졌지만 어자피 상대 역시 마찬가지로
느리기 이를 때 없는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 팔랑크스이기에 정면 대 정면의 싸움일 수 밖에 없고
마케도니아는 이길 수 밖에 없었고 그리스의 패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4. 알렉드로스- 하지만 페르시아는 다른 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지형은 팔랑크스에 불리했고 기병대를 가지고 있어 밀집대형의
약점을 농락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알렉산드로 대왕은 팔랑크스의 약점을 상대 기병에 대해 보호하면서도 팔랑크스의 강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술- 망치와 모루- 개발하여 페르시아를 이깁니다.

이렇게 팔랑크스는 변화를 거쳐 토착종에서 한세계를 지배하는 지배종으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대황 이후
오리엔트는 모두 이러한 변화를 받아 들였기 때문이죠.

5. 후계자 전쟁- 이젠 팔랑크스이 적은 팔랑크스 밖에 존재 하지 않습니다. 어자피 우리의 약점은 상대에게도 약점이기 그들은
강점을 더 강화 시킵니다.
방어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기존의 천 갑옷인 린넨 갑옷에서 다시 금속 갑옷으로 복귀 합니다. 그리고 창의 길이는 더욱 길게
만들죠. 후계자 전쟁은 팔랑크스 말고 모든 부분에서 이런 모습(3단 노선은 무슨 12단 노선 가지 크기를 키운다던지. 기병 역시
기동성을 살리는 걸 포기하고 오로지 충격력을 증가하기 위해 중무장한다던지...) 나타났지만 말이죠.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어자피 후계자 전쟁은 다양성을 가진 적과 싸우는 게 아니라 같은 장점과 단점을 가진
적과 싸우는 것이었고 그들은 자신의 장점을 키우기 위해 단점을 더 극대화 시켰습니다.

더욱 거대해졌고 더 강력해 졌지만 너무 느렸고 유연성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경직되었습니다.

6. 외부 충격- 이런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그들에게 새로운 적이 찾아 왔습니다. 그들보다 정면은 약하고 작았으나
그들의 후면과 측면을 노릴 정도로 빠르고 공격을 받아 넘길 정도로 부드러운 상대.
바로 로마 군단이었습니다. 몇차례 싸움을 거치면서 로마 군단은 정면에서 싸움을 피하고 팔랑크스의 측면과 후면을 노리면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후로 전투는 일방적이었고 그렇게 그들은 사라졌습니다.

7. 후손 아니면 수렴진화?- 사실 이런 진형은 그후 다시 나타 났습니다. 팔랑크스의 후손일 수 있지만 외부변화에 의해
로마 군단은 팔랑크스와 비슷하게 변한 것일 수도 있죠. 오히려 후자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그 이유는 기병이었습니다. 상대 기병이 겨우 야만족 경기병일 때는 로마 군단은 이들의 공격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더욱 커지고 강해지면서 중무장하게 되자 로마군단의 기동성과 유연성은 방어력 부족으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고대 말 부터 중세 그리고 근대 까지 다시 팔랑크스와 같은 장창에 밀집대형이 등장합니다.
스쿠타토를 시작으로 테르시오에 이르기 까지 말이죠.
단지 차이점은 점차 세월이 흐를 수록 한가지 무기만 사용했던 이 진형들은 다양한 무기를 섞어 습니다. 폴암도 섞어 보다 유통성
있는 대응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머스킷도 섞어 측면과 후면을 노리는 기병으로 부터 진형을 보호 합니다.
이른바 약점 보완이죠. 그들은 이렇게 궁극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약점 따위는 없습니다. 정면 측면, 후면 모두 강하고 유연하기
까지 합니다.

8. 근본적 환경 변화-물론 이 역시도 대포의 성능 강화로 인해 점차 쇠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적은 기존 로마 군단보다 더 근본적인 적이었습니다.
물론 이에 맞추어 다시 더 가벼워지고 한가지 무기로 무장(총검을 단 머스켓)하며, 심지어 대포보다 융통성 있는 역할(대포의 기동성은
떨어지고 지형의 영향을 받고 준비시간이 기니, 언제나 모루 역할을 보병은 해줄 수 있음)과 대포의 약점을 공략하는 빠른 존재로 변화했지만 말이죠.
로마 군단은 그들의 약점을 공략해서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었다면 대포는 그들의 장점인 정면에서 이점을 근본적으로 이길 수 밖에
없는 무기였습니다. 밀집대형이 어떤 수를 쓰든 대포를 정면에서 이길 수 없었고 더욱 대포가 강해지자 밀집대형은 완전히
그나마 존재 의의를 상실했습니다. 여기에 후장식 소총이나 기관총은 거들 뿐이었죠.

뭐랄까요? 이런 변화는 한 생명체의 진화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환경의 변화는 한 생명체의 발전과 쇠퇴에 영향을 미치지만
변화를 통해 이를 극복 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는 생물체 자체의 변화로는 답이 없다는 뜻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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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씁니다
13/05/25 12:03
수정 아이콘
동서양 모두 사용됐던걸 보면 정말 훌륭한 전술적 아이디어라 보여집니다. 이제는 이런 밀집대형은 시위현장에나 볼수 있지요. 정말 한줌도 안되는 전의경으로 시위대를 밀어내는건 이러한 밀집대형의 힘을 보여준다고 봅니다.
DogSound-_-*
13/05/25 12:17
수정 아이콘
홉라이트?
13/05/25 12:18
수정 아이콘
좀비 아웃브레이크가 터지면 이 진형이 다시 사용될 겁니다. 측면을 공격할 줄 모르는 좀비 따위는 백만 마리도 무찌를 수 있다능!
샨티엔아메이
13/05/25 12:24
수정 아이콘
로마 토탈워2가 땡기는 글이네요.
swordfish
13/05/25 12:30
수정 아이콘
사실 그리스 도시 국가 DLC 보고 생각나서 쓴입니다.
선동가
13/05/25 12:31
수정 아이콘
문명하고싶은 글이군요.감사합니다.
내일은
13/05/25 12:41
수정 아이콘
팔랑스의 현대화 버젼이 탱크죠. 전면 방어력과 비교적 장거리 공격력을 겸비하면서 전선을 밀어올리는 전투단위.
최초의 탱크는 지금같은 속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팔랑스와 비슷한 느낌이었을 겁니다.
DogSound-_-*
13/05/25 14:17
수정 아이콘
탱크는 그냥 기병의 초절정 강화판인걸로;;
13/05/25 15:51
수정 아이콘
기병은 헬기라고 봐야겠죠
DogSound-_-*
13/05/25 17:25
수정 아이콘
헬기전까지는 탱크였습니당
wish buRn
13/05/25 12:53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때 삼국지 읽다가 생각했던 전투대형이었는데요..
이게 실존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13/05/25 13:27
수정 아이콘
동양과는 달리 서양에서는 '비겁한' 기만전술보다는 정면으로 당당하게 부딪치는 싸움을 선호했습니다.
그 성향이 가장 잘 나타난 진형이 팔랑스입니다. 어느 한쪽이 무너질 때까지 정면으로 부딪치는 그야말로 정정당당한 진형입니다.
한 마디로 어느 쪽이 더 용맹한가, 어느 쪽이 더 전우애가 두터운가의 싸움이었죠.

다소 지루했던 팔랑스 줄다리기에 혁명을 가져다 준 사람은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입니다.
그는 aX8열로 들쑥날쑥 크기가 달랐던 각각의 팔랑스를 16X16으로 편성하고 주무기를 기존의 것보다 무려 2M나 긴 장창으로 바꿨습니다.
거기에 기병을 편성해 현대까지 쓰이는 망치와모루 전술을 확립하고 밖으로는 심리전, 정보전까지 펼쳤습니다.
필리포스야말로 고대의 전쟁천재임이 틀림없습니다. 비록 그는 그리스 밖의 세계로 나가기 전에 사망하게 되지만 그의 막강한 군대를 물려받은 아들이 세계로 나아가게 되죠.
DogSound-_-*
13/05/25 14:15
수정 아이콘
그런데 포위전 개념(측면을 때리는개념)은 그리스에서 먼저 나온전술로 알고있었는데..;;
swordfish
13/05/25 14:17
수정 아이콘
이런거 동서양 나누어 봤자 입니다. 그냥 팔랑크스는 이런것과 관계 없이 산악과 좁은 교통로를 가진 도시 국가 체제의 그리스의 특수성에 비롯된 방식일 뿐입니다. 그런데 써보니 괜찮아서 동서양 다 퍼진 거죠.
13/05/25 14:53
수정 아이콘
서양이 정면은 무슨.... 게르만이 로마군에 맞서서 정면으로 당당하게 싸웠나요? 당시 그리스인들에게는 정면승부밖에 선택이 없었으니 그렇게 한 것 뿐이지요.
13/05/25 15:09
수정 아이콘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팔랑크스 자체가 정치, 군사, 경제, 환경 모든 부분에 걸쳐서 나온 군사 체재인데, 이를 단순히 동서양 차이로 구분하는 것은 매우 올바르지 않다고 봅니다.
13/05/25 14:21
수정 아이콘
동서양의 비겁한 기만전술에 대한 차이라기 보다는 폴리스라는 소규모 도시국가 체제와 그리스의 지형이 맞물리면서 생긴 결과라고 봐야겠죠.
김어준
13/05/25 14:2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근데, 용어 들이 낯설어서 그런지 잘 읽혀지지 않네요. 이런 내용들은 어디서 배울수 있나요? 중학교 때 알렌산더 들어보고..
PizaNiko
13/05/25 14:50
수정 아이콘
테르시오~!!!
13/05/25 15:17
수정 아이콘
팔랑크스하면 그리스의 도시 국가 하나였던 테베에는 남성 동성애자로 구성된 소수의 부대가 있었다고 하죠. 그리고 엄청난 정예 병력이었다고도 합니다. 고작 몇백명 수준이었지만요. 재미있는 점은 후에 이후 전투에서 몰살당했는데(상대가 마케도니아고 직접 붙은 상대의 지휘관이 당시 왕자였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었을 겁니다.), 이후 발굴 현장에서 진열을 유지한 흔적이 그대로 발견되었다고 하더군요.(말 그대로 모두가 죽을 때까지 도망가거나 흩어지지 않고 싸웠다는 소리죠.)
자이체프
13/05/25 21:05
수정 아이콘
신성대였습니다. 총 3백명, 그러니까 1백50쌍으로 구성되어 있었죠. 실제로 이들은 거의 전멸당할때 까지 싸웠다고 하더군요.
드라고나
13/05/25 16:36
수정 아이콘
30년전쟁 후반기부터의 보병 진형은 이미 팔랑크스 같은 밀집 대형과는 크게 거리가 있죠.
13/05/25 20:09
수정 아이콘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 팔랑크스이기에 정면 대 정면의 싸움일 수 밖에 없고
마케도니아는 이길 수 밖에 없었고 그리스의 패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이부분은 실수이시겠죠? 흐흐 잘 읽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중장보병들의 방패무게가 30kg 정도였다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들고 싸웠는지 참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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