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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3/29 02:41:13
Name epic
Subject [일반] 윤하의 음원성적과 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
'아니야'는 처음에 10위권 정도의 순위 였습니다. 그러다 모종의 기사들이 터지면서 쑥쑥 오르더니 1위까지 찍어 버렸죠.

저는 윤하의 가벼운 팬으로서 그냥 좀 불편 합니다. 오랜만에 음원 순위 흥한거니 기뻐야 할텐데. 나올 때부터 취향에 안맞는 노래였던건 차치하더라도 그냥 가십거리로 소비되는 상황이니까요.  어쨌든 정황상 노랫말과 그 지은이의 연애사와는 별 관련이 없을지라도 사람들의 상상이 쏠리고 번지는건 불가항력이죠. 이런 상황을 보니 언젠가 한 영화를 보다 심한 멘붕을 느꼈던 적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는 기대할만한 요소가 여럿 있었습니다. 우선 그 유명한, 그리고 참 인상적으로 본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의 김종관 감독(의 장편 데뷔작). 퍽 호감을 가진 여배우(이자 <폴라로이드...>가 데뷔작이었던) 정유미 출연. 거기다 즐겨듣던 음악을 만들고 부른 '요조'의 연기.

영화는 네 편 혹은 다섯 편의 에피소드가 나열된 옴니버스였는데 첫 번째 혹은 인트로에 해당하는, 생면부지에 국적이 다른 남녀가 우연히 통화하는게 전부인 짧은 에피소드가 흐르고 타이틀이 뜰 때만 해도 평온한 기분 이었습니다. 어차피 단편 영화만 찍던 감독의 독립 영화(이 영화는 결국 1만명 돌파하고 축하 파티를 했다고 합니다.)라는걸 미리 알고 각잡고 보기 시작한데다 단순한 플롯과 정적이면서 섬세한 스타일도 그대로 였고-

그런데 본격적으로 첫 번째 에피소드가 시작되자 상황이 달라 집니다. 이 첫 번째 에피소드는 기나긴 '식사신'이 나옵니다. ('식사신'이라는 표현은 '연애시대', '얼렁뚱땅 흥신소', '난폭한 로맨스'  드라마 작가가 쓰던 우회적인 표현 입니다.) 아니, 나온다기 보다는 그게 다입니다.
언젠가 누가 (유명한 스나이퍼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의 식사신 - 잠든 병사들 틈에서 몰래 나누는 - 이 노출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기에게는 최고였다고 쓴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공감은 안되었지만 이해는 되더라구요. 그런데 이 첫 번째 에피소드의 식사신도 누군가에게 비슷한 평가를 받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첫경험'에 강한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특히.) 역시 노출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쉴 틈이 없는 롱테이크와 클로즈업이 한없이 이어져 엄청난 긴장감을 줍니다.
(나중에 누가 쓴 감상에 '비에 젖은 생머리와 맨발'을 언급한걸 봤는데 우습게도 그런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저 또한 저 문장을 보고서, 영화를 이미 봤음에도 한동안 그런 장면이 진짜 있는 줄 알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충분히 '이야기'가 될만한 방식 이었습니다. 다소 특이한 상황에 놓인 남녀의 불안한 감정을 최소한의 대사와 액션으로 생생하게 그려 냅니다. 진행이 될수록 미묘하게 관계가 역전되는 과정도 볼만하구요. 그런데 처음 이 영화를 볼 때만 해도 무방비 상태에서 총으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랄까, 애초에 뭔가 섹슈얼한걸 보려던게 아닌데 난데없이 '식사신'이 한참을 이어지다보니 지치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메인 히로인 정유미와 (감독 입장에서는 행운의 캐스팅이었다는)  윤계상이 나오는, 독특한 소재이지만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는 두 번째 에피소드를 보며 다소 안정을 찾아가던 마음은 게이 커플의 이별을 적나라한 대사와 함께 그린 세 번째 에피소드로 다시 버거워집니다. 사회적 편견을 벗으려는 마음가짐과는 별개로 생소한데서 오는 일종의 피로는 어쩔 수 없달까요. 그리고 문제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이어집니다.

'요조'의 연기는 제가 보기에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표정이 좋았습니다. '너무 읽는다' 싶기는 했는데 애초에 거의 대화로 진행되는 에피소드여서 초보가 감당하기에 대사가 너무 많음에도 충분한 시간이나 디렉팅이 주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에피소드 앞부분에 요조는 극중에서 '전 애인'이 다른 여자와 있는걸 목격 합니다. 그걸 같이 목격한 남자동료는 '너랑 사귀고 있을때부터 만나던거 아니냐'며 눙치듯 말합니다. 둘의 대화가 이어지고 요조는 끝내 격하면서도 건조하게 '이제 연애에 아무 기대도 설레임도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합니다.

이 캐릭터가 '요조'의 실제 연애사를 반영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할 겁니다. 애초에 시기도 맞지 않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관람하던 시점에는 그 연애사가 잘 알려져 있었고 저는 도무지 '분리'가 잘 안되더라구요. 안그래도 지쳐있던 터에 소리없이 '이게 도대체 뭐야!!!'를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가까이>는 어쩌면 '김종관'이라는 (유명한 단편영화 감독의) 이름에 미치지 못한 영화일지도 모르고 역시나 누구나에 재밌다고 추천하기에는 어려운 영화겠지만 스타일과 주제가 살아있으면서 깊은 감정을 자극하는 볼만한 영화 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제가 본 영화 중 가장 심한 멘붕을 일으켰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가 주로 영화 외적인 요소였다는건 여러 모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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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엔
13/03/29 02:51
수정 아이콘
그 지은이를 자꾸 지은이로 보게 되네요(..) 첫플부터 이래서 죄송합...

근데 요조가 생각보다 연기를 잘했다는 얘기가 많네요. 사실 저는 좀 많이 어색했는데...
13/03/29 08:37
수정 아이콘
많이 어색했죠. 그런데 기대치가 낮았으니까요. 거기다 의외의 매력을 볼 수 있었고. 그냥 신인배우였거나 뒤에 노래 안불렀으면 더 평가가 박했을겁니다.
Pavlyuchenko
13/03/29 03:03
수정 아이콘
영화보다 요조의 노래가 더 슬펐던 기억이 있네요.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의 가사를 곱씹어보면 결국 언젠가 우리의 사랑은 영원을 약속할 수 없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요. 이후에 이상순씨와의 결별 소식을 듣게 되면서 그 노래룰 들을 때마다 더욱 더 묘한 기분에 휩싸이곤 합니다.

이 노래룰 차에서 대시하던 여자와 자주 듣다가 결국 잘 안 된 것은...ㅜㅠ 제 실수죠 뭐...
13/03/29 08:39
수정 아이콘
...'노스탤지아' 같은 노래를 들으셨어야;; (이거 요새 가인 노래로 소개되더라구요. 짜증나게.)
카서스
13/03/29 03:05
수정 아이콘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눈이 별로 안좋아서 연기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는데
영화 기저에 깔려있는 분위기와 작품의 메세지가 정말 와닿더군요..
오소리감투
13/03/29 03:41
수정 아이콘
음악 외적인 것으로 인해 노래가 떠서 불편하실 수도 있겠네요.
전 오히려 윤하의 이번 노래가 참 좋은데 묻힐까 걱정이었거든요.
일부에서 나얼이 직접 불렀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하지만 제가 윤하 목소리를 좋아하다 보니 이 쪽이 더 좋네요.
어쨌든 작곡자와 관련된 스캔들로 화제가 된 게 나쁘진 않아 보여요.
아시다시피 연예인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떠야 되고 가수는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들어줄수록 좋아요.
가사의 의미를 누군가와 결부시킬 수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좋은 노래가 사장되지 않아서 기쁘네요.
13/03/29 08:41
수정 아이콘
음악 외적인 것도 그렇지만 너무 나얼 노래 같았던 것도 별로 였거든요. 곧 나올 정규앨범이 콜라보 위주라던데 죄다 이런 식일까봐 지레 걱정이 될 정도 입니다.
방과후티타임
13/03/29 09:24
수정 아이콘
윤하의 장점이자 단점이 어느노래를 갖다줘도 다 일정이상 잘 부른다는 점일까요......
로랑보두앵
13/03/29 06:50
수정 아이콘
다른것보다 이노래는 나얼이불렀으면 훨씬잘어울렸을거같아요
왱알왱알
13/03/29 09:36
수정 아이콘
그냥 윤하는 어떤식으로든 그냥 잘됐으면 좋겟네요 노래는잘부르는데 생각보다 안뜬거 같아서 안타까움
안철수대통령
13/03/29 09:46
수정 아이콘
윤하 팬으로써 아니야가 어떤식으로든 뜬다는건 기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번 좋은 노래 가지고 나오는데 안뜨는것 같아서 안타까웠거든요... ㅜㅜ
13/03/29 11:00
수정 아이콘
사실 윤하네가 1인 기획사라서 홍보에 엄청 취약하죠.

그래서 나얼씨(+한혜진)에게 무한한 감사를...큭

외적인 요소라고 해도 결국엔 국이 짜거나 싱거우면 그런것도 못 받아 먹는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나쁘게만 볼건 아니라고 봐요
아마돌이
13/03/29 12:52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 외적인 요소로 운이 좋아도 기본적으로 노래가 별로면 ...
윤하씨 오래된 팬 입장에서 '아니야' 곡 자체는 윤하씨와 딱 맞는 옷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매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중요한 시기에 486 아류작 느낌에서 못벗어난 혜성이나 텔레파시 같은 노래를 계속 타이틀로 한게 너무 아쉬울 뿐입니다.
보여주고, 들려줄 매력이 철철 넘치는 가수인데.. 그걸 그렇게밖에 못보여준 소속사는 참 뭐라고 해야할지.
나이는 어리지만(?) 마인드도, 실력도 탄탄하고 음악 외적인 행보도 사려깊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니 팬질을 안할 수가 없어요.
윤하양 오빠가 항상 응원하고있다 ㅜ.ㅜ
호야랑일등이
13/03/29 14:17
수정 아이콘
혜성이야 이미 일본에서 먼저 불러서 좋은평을 받은 노래고 486과는 다른 느낌이어서 아류작이라 보긴 힘들고 텔레파시까지는 당시 나이를 감안했을때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 1,2,3까지 끌고 간게 악수였다고 보이네요. 차라리 이때 오늘 헤어졌어요가 나왔으면 좀 더 이미지를 구축하기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유재석
13/03/29 13:17
수정 아이콘
윤하양 오빠가 항상 응원하고있다 ㅜ.ㅜ(2)
Friday13
13/03/29 13:41
수정 아이콘
윤하의 최고 앨범은 일본 1집이라고

아직도 생각하는 팬 입장으로썬

486아류작 노래만 타이틀로 했던게 아쉬우셨던 윗분 말씀에 크게 동감합니다

여전히 동나이대 보컬로썬 갑이지만

점점 색깔이 없어지고있죠 잘되길 바랍니다

윤하 누나 동생이 항상 응원하고있습니다
13/03/29 18:02
수정 아이콘
사실 그런 부분때문에 윤하가 많이 힘들어했죠.

잡지 인터뷰에서 관련 내용이 나온부분이 있었어요.

소속사의 방향이랑 자신이 방향이 맞지 않지만 모두가 편한 길이라고 생각해서 참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힘든건 맞다.

이런식으로...

그런데도 뜬금포로 금발 가발 씌우더니 원샷 싱글 나오고 크크크크크크크크

결국엔 소속사와 1년간 소송해서 set me free 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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