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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3/01 21:46:39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스토커] 박찬욱 쉐프의 요리가 맞긴 맞는데...(스포 없음)


“영어도 안 되는 감독을 굳이 헐리우드까지 불러서 영화를 찍자고 할 때는 네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해보라는 것 아니겠나?”

얼마 전 모 기사에서 박찬욱 감독이 이번 개봉하는 영화 스토커에 대해서 한 인터뷰 내용 가운데 나오는 말입니다. 오늘 스토커를 봤는데 역시 전형적인 ‘박찬욱 표 영화’였습니다. 라스트 스탠드의 김지운 감독이 본인의 색깔을 잘 살려내지 못했다고 한다면 박 감독은 “아, 박찬욱 감독 영화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본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진 않았습니다.

박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어딘지 모르게 불안정하고 뭔가 확 터져버릴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데 스토커에 나오는 인물들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박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가 실제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배우들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여러 가지 감정이나 심리상태들이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의 몸을 빌려서 나타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일종의 심리극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인디아를 연기한 미아 바시코브스카의 연기도 괜찮았고 삼촌 찰리를 연기한 매튜 구드도 캐릭터를 잘 살렸던 것 같습니다. 니콜 키드먼은 비중이 그리 크진 않지만 딱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만큼의 연기를 보여주었고요.



다만 아쉬운 점은 분명히 박찬욱 표 영화인 것은 맞는데 영화가 무언가 밋밋해져 버린 것 같습니다. 촬영도 좋았고 음악도 적절히 잘 사용한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맛은 심심했다고나 할까요? 라면을 끓이는 데 물이 좀 많이 들어가 버린 경우처럼 말입니다. 아마도 한국에서의 촬영 회차의 절반밖에 안 되는 헐리우드의 빡빡한 스케줄과 그곳의 분위기 때문인지 박 감독 특유의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발휘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 감독들이 헐리우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일 수 있겠습니다만 한국의 실정과는 다른 그곳의 풍토에서 본인이 잘하는 것들을 어쩔 수 없이 많이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토커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였지만 색은 좀 옅어진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계시다면 보셔도 좋겠습니다만 원래 자신의 취향이 아니셨던 분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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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3/03/01 21:52
수정 아이콘
영화도 결국 이야기인데(일부 빼고)
박찬욱 감독 작품의 이야기의 힘이 떨어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쥐를 보면서 그런 기분이 들었는데... 머 어짜피 보러갈거기 땜시 크크
13/03/01 21:53
수정 아이콘
원래 자신의 취향이 아니셨던 분이 저인가봐요...
전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겠고 내용도 재미가없어서 한시간반동안
이 영화가 뭘얘기하는거지... 헤매다가 나왔어요...ㅠㅠ
누군가 스토커에대해 글을 써주시길 기다리고있었어요ㅠㅠ
다람쥐
13/03/01 21:54
수정 아이콘
저두 강하게 치고들어오는게 좀 적었어요 아무래도 각본이 본인께 아니라 스토리나 대사가 확 와닿는게없었던거같기도한데, 이정도면 헐리우드데뷔작으로는 괜찮다 싶었습니다
박찬욱영화 색감을 좋아하는데, 니콜키드만의 갈색 머리칼과 미아의 창백한 얼굴, 눈동자 색도 영화에서 아주 잘 살린것같구요
박찬욱은 상업적인 면도 포기 안하는 감독이라 일부러 무난하게 갔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 스포 가득한 감상 쓰고싶지만 피지알에서 그런거 써도 될까요
13/03/01 22:31
수정 아이콘
제목에만 스포일러가 있다고 표현만 해주면 안될것도 없다고 생각 되네요
Neandertal
13/03/01 22:01
수정 아이콘
영상미나 음악은 정말 좋았습니다. 박감독의 장기지요...
저는 좀 더 피와 살이 튀는(?) 작품을 원한 건지도 모르겠는데...
어찌보면 박 감독이 잘 절제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역시 아쉬운 건 이야기인데 박 감독이 원래 이야기 보다는 상황에 캐릭터를 던져놓고 관찰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감독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The HUSE
13/03/01 23:01
수정 아이콘
이 스토커 (stoker) 가 그 스토커 (stalker) 가 아니라니...
애패는 엄마
13/03/01 23:51
수정 아이콘
스토커는 아직 보진 못했지만 라스트 스탠드는 군더더기를 뺀 김지운 감독의 색깔을 극히 많이 보여준 영화라고 보고 많은 평들도 그렇죠
핫초코
13/03/02 01:52
수정 아이콘
한국과 미국의 영화시스템에서 다른점이 미국은 감독이 편집에 관여할 수 없다는게 크다고 하네요. 이 부분이 크게 작용한것도 있겠죠.
허클베리핀
13/03/02 12:55
수정 아이콘
박찬욱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감독이 편집에 관여할 수 없다는건 틀린 말이라고 하더군요. 감독의 편집을 A, 에디터의 편집을 B라고 한다면
둘을 중첩한 C라는 결과물이 된다고 합니다. 편집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냐시오관
13/03/02 23:16
수정 아이콘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여서 이전 영화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지만...박찬욱 감독님의 연출력은 정말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인디아 역의 미아 바시코브스카의 연기가 아주 좋았죠. 하지만 각본이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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