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거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와중에도, 관전을 쉬는 텀에 바둑TV를 보니 스포츠 어코드 남녀 혼성페어 결승전을 하고 있더군요.
본래 바둑글을 너무 자주 올리면 희소성이 약하다 판단되어 잘 안 올리는 편입니다만,
스포츠 어코드란 대회를 한 번 짚어보고 오늘 본 경기의 감상평을 쓰고자 이 글을 씁니다.

2.
저도 이번 계기로 스포츠어코드를 알게되어서 일단 위키백과 글과 바둑 기사글을 인용하자면요.

(위키백과 중)
스포츠어코드(SportAccord, 이전 이름: 국제 스포츠 연맹 기구/General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Sports Federations, GAISF, 프랑스어: Association Générale des Fédérations Internationales des Sports (AGFIS))는 다양한 국제 스포츠 협회 간 협력과 소통을 제고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이다. 오늘날 100개 이상의 스포츠를 대표하고 있는 이 기구는 올림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09년 4월 이후로 스포트어코드로 이름이 변경되었으며, 2009년 이후로 로잔(Lausanne)에 본사를 두고 있다.
출처:http://ko.wikipedia.org/wiki/%EC%8A%A4%ED%8F%AC%EC%B8%A0%EC%96%B4%EC%BD%94%EB%93%9C


(바둑 기사 글 중)
매년 중국이 주최하는 스포츠어코드는 올해 바둑ㆍ체스ㆍ브리지ㆍ체커ㆍ중국장기 등 5개 종목으로 열리고 있으며 세계 39개국에서 15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 중 바둑에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유럽연합,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10개국 28명이 참가해 남자개인전, 여자개인전, 페어전에서 19일까지 열전을 치르게 된다.
출처 : http://baduk.netmarble.net/News/News/BbsContentView.asp?seq=8625213&searchstring=&searchstringoptionval=1&searchmonth=0&searchrange=0&cateId=0&choice=0&usememosp=0&SearchYear=2012&pageno=1

(위키백과 글에 따르면 일반 스포츠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바둑 기사 중 종목 설명은 월드마인드게임즈 부문이라고 봐야겠네요.)

매년 중국이 주최하는 것으로 보아, 중국이 바둑의 스포츠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일환 중 하나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3.
여자 개인전은 리허 9단과 루이나이웨이 9단의 중국 기사들간의 대결이 되었으며, 최정 2단은 아쉽게 3위에 그쳐 동메달을 땄습니다. 박지은 9단은 8강에 그쳤습니다.

남자 개인전은 상당히 선전했는데, 최철한 9단이 강동윤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세돌 9단에게 올레배 결승에서 패배한 이후 국수전에서 조한승 9단에게 3:0으로 밀리며 기세가 꺾였던 최철한 9단이었는데, 4강전에서 천적이자 한국 기사들에게 강했던 천야오예 9단을 상대로 대마를 시원하게 때려잡으며 175수만에 깔끔한 불계승을 거둔 뒤 우승까지 차지하는 것을 보면 역시 '독사' 라는 별명에 걸맞는 독기가 있지 않나 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남자 개인전은 한국 선수간의 내전으로 금-은 메달을 모두 획득했으며, 대만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 중국은 많은 기사들이 참가했으나 천야오예 9단만이 4위에 그치는 것으로 예상외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습니다.

4.
남녀 혼성바둑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이슬아 초단이 금메달을 확득했던 그 종목인데요,
남녀가 번갈아가면서 바둑을 두는 팀플레이입니다. 저도 혼성페어 종목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닙니다만 아는 바에 이러면 일반적인 대국과 다른 점은 이렇습니다.

-일반적으로 백을 선호, 국내 혼성 바둑은 덤이 6집 반보다 적은 편이며 스포츠 어코드 바둑 혼성페어는 일반 중국 룰과 같은 7집 반입니다.

- A팀 남자기사 - B팀 남자기사 - A팀 여자기사 - B팀 여자기사 순서로 두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력이 약한 여자기사에 이어 기력이 강한 남자기사가 둘 수 있는 A팀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국내 혼성페어의 경우 순서를 어기고 착점을 할 경우 벌금으로 덤을 조정하기도 하는데, 일부로 룰을 어길 정도로 유불리가 꽤나 엇갈리는 듯 합니다.

5.
스포츠 어코드 혼성페어 결승전은 한중전으로, 최철한 9단 / 최정 2단 vs 장웨이지에 9단 / 리허 (단을 모르겠네요;)
의 대결이었습니다.

한국팀 흑번에, 리허에 이어 최철한 9단이 선을 잡아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만
양곤마가 몰리면서 대단히 수세에 몰리게 됩니다.
(사실 초중반 부분은 투표 상황 보느라 놓쳤고 후반만 보았는데 유창혁 해설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더군요)
그러나 양곤마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리허 9단이 턴을 넘기기 위해 끝내기같은 수순을 두었는데,
최철한 9단이 받아주지 않고 강수로 버텨가면서 판을 유리하게 이끕니다.
이윽고 곤마 하나는 살아가고, 곤마 하나는 패가 걸리는데 흑의 팻감이 엄청나게 많고, 패를 이길 경우에 집으로 엄청난 이득을 보아
유창혁 해설은 '아 이건 백이 망했습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하며 탄식을 마지않았습니다.
결국 반면 (덤을 주기 전) 으로 흑이 13집 앞서면서 덤인 7집 반을 빼도 넉넉하게 앞서는 상황까지 이르면서 대역전극을 펼쳐 한국이 금메달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스포츠 어코드는 중국에서 개최되는 대회라 그런지
한국기원 일정에도 없고, 넷마블에서도 혼성바둑은 중계를 해주지 않아 대선 관전하는 차에 바둑TV로 채널을 옮기지 않았더라면
하마터면 못 볼 뻔 했네요...;;
최철한 9단의 기세 회복과 최정 2단의 활약이 눈부셨던 스포츠 어코드였습니다.
이제 토요일에 진행되는 응씨배 결승전만 박정환 9단이 좋은 결과를 내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