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라이벌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바둑계의 리쌍록이라 할만한 이세돌 vs 구리의 매치가 성사된 이번 삼성화재배 결승전입니다.
결승이 5번기에서 3번기로 줄어 아쉬움이 좀 있습니다만...

1. 이틀 전에 진행된 1차전은 저번에 쓴 대로 이세돌 9단의 통렬한 반집승이었습니다.
흑이 확실히 두텁고 이세돌 9단의 타개가 힘겨운 상황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전투를 펼치더니 타개에 성공,
치열한 공방이 오갔으나 이세돌 9단의, 정말 말 그대로 반발 앞선 반집승리!
역시 이세돌이 기세상 최고였고 구리 9단은 사실상 중국에서는 큰 포스를 뿜어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물론 현재 중국이 최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임도 무시못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기사가 왜 최고의 라이벌인지를 보여주는 한판이었습니다.

2. 어제 펼쳐진 2차전은 구리의 총반격이 이어질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구리9단의 무시무시한 수읽기로 이세돌 9단의 대마를 깔끔하게 잡아버리면서 완승을 거둡니다.
사실 대마를 노렸다기보다 승부가 어느정도 기울어진 상태에서 이세돌 9단의 마지막 승부수를 펼쳤으나 구리9단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 모양이었기에 대마가 잡히며 바둑이 끝난 형국이었죠.
이세돌 9단은 이후 인터뷰에서 '너무나도 완벽한 패배라 딱히 할 말이 없다. 즐긴다는 마음으로 최종국에 임하겠다' 고 밝혔습니다.

3. 그리고 오늘, 두 기사의 명예와 몇억의 상금이 걸린 대국이 펼쳐졌습니다.
상황은 1차전처럼 두 기사 모두 만만치 않은 상황. 저는 사정상 조금 늦게부터 보았는데
이미 판이 다 정리되고 흑인 이세돌9단이 덤을 내기 어려운 형국이었습니다...만.
끝내기에서 2~3집 이득을 보면서 차이를 반집차로 좁히더니, 급기야 흑이 반집 앞서게 됩니다.
그 반집에는 어떠한 것들이 걸려있을까요. 한중간의 자존심, 최고의 라이벌인 두 기사의 자존심, 이세돌 9단의 저력...
2012년을 마무리짓는 2012년 바둑 여정의 끝을 보여준 반집이었습니다.
마치 2012년도 초기에 부진을 겪고 '이제 이세돌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박정환의 시대다' '중국도 이세돌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 는 말이 오간 상황 속에서,
2012년도 후기에 되어서야 예전의, 아니 예전 이상의 포스를 보여주며 한중 가릴것 없이 강력한 승부사들을 마구 때려잡는 이세돌 9단의 저력을 보여준 듯한 그러한 승부, 그러한 반집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정말 왜 두 기사가 최고의 라이벌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2012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의 우승컵이 이세돌 9단이 거의 거머쥐고 있는 이 상황속에서,
최대규모의 국내기전인 올레배 우승 및 한국바둑랭킹 1위로 국내 최강임을 다시 입증한 이세돌 9단, 그리고 삼성화재배 우승에 이어 춘란배 결승에서 중국랭킹 1위인 천야오예 9단과의 결승이 남겨져 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모조리 때려잡은 천야오예 9단이었지만, 삼성화재배 8강에서 이세돌 9단에게 발목이 잡혀 그대로 이세돌 9단의 우승까지 허용했죠. 과연 이세돌 9단이 다시금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 참으로 기대가 됩니다.

P.S - 참고로 현재 삼성화재배 3국은 끝이 나진 않았지만 승부는 결정되었습니다. 반패가 남아있는데 반패를 백인 구리9단이 가져가도 이세돌 9단이 반집 승리하는 구도입니다. 설레발 쳐서 죄송합니다만 보다가 갑자기 너무 벅차올라서 이 글을 씁니다.

내용추가 - 제가 스포일러를 한 입장에서 이런말을 하는것도 우습지만, 오늘 5시부터 바둑TV에서 삼성화재배 결승전 3번기 생방송(?)을 빙자한 중계방송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한 번 시청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인터넷으로는 바둑TV 사이트에서 넷마블 로그인 후에 무료시청 가능합니다.
http://baduk.netmarbl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