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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1/25 18:21:19
Name 막강테란
Subject [일반] 불꽃과 눈보라의 대결(부제: K리그의 발전을 볼 수 있는 경기)
"핸드볼 경기를 보는 듯하네요"

  게임에서 나오는 그 말. SPOTV 해설자가 경남 vs 포항의 경기를 보고 했다. 경기가 끝나고도 이 말이 계속 맴돈다.


  경남

   총 슈팅 13

유효 슈팅  9


  포항

   총 슈팅 20

유효 슈팅 16

양 팀 도합 총 슈팅 33개에 유효슈팅 25개.  이 기록에서 말해주듯 "수준 낮은 핸드볼 같은 경기"가 아니었다.
이 경기는 투지, 패스웍, 슈팅, 수비력 등등 기술력과 선수들의 의지가 대단했던 경기였다.
이 경기에 대해서 감히 해외 축구와 똑같았던 경기력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경남,  포항 징크스


경남은 포항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13승 7무 21패..  포항 전 상대전적이다. 상대전적에서도 밀리지만 경남은 결정적일 때 항상 포항에게 졌다. 2007년 리그 플레이오프 6강에서 지며 준결승전에 못 올라가고 탈락했다. 2008년에는 FA컵 결승에서 2대 0으로 졌다. 시민구단 사상 최초의 우승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포항은 허락하지 않았다.


다시 붙은 2012년 FA컵 결승.. 그리고 충격의 패배

경남은 2012년 FA컵 결승에 오르며 시민구단 최초의 AFC 진출을 노린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결승전 상대는 또 한번 포항이 되고 경남 선수들은 이번만큼 지지 않겠다며 의지를 다진다. 실제로 그 의지는 경기에 나타났다.  경남은 수원, 울산, 전북을 무난히 이긴 포항을 상대로 연장전까지 무실점으로 경기를 끌고 간다. 당시 경남은 루크가 모든 롱패스를 차단하는 그야말로 '통곡의 벽' 역할을 하였고 김병지의 슈퍼 서브와 함께 이어지는 역습으로 상당한 효과를 봤다. 경기는 0대0으로 종료되며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연장전 시간도 다 되어가자 모두들 마음속으로 승부차기를 준비했다. 하지만...
연장전 종료 1분을 남겨두고 포항의 반니스텔루이, 박성호가 헤딩골을 넣으며 경기는 종료되었다.
경남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골.
가뜩이나 안 좋은 구단 재정 상황에서 한 줄기 빛이었던 FA컵은 결국 포항에게로 돌아갔다.

경남에게는 패배의 충격이 너무나도 컸다.

그래서일까.. 이 이후의 포항과의 K리그 홈 경기에서 경남은 4 대 0으로 졌다.



와신상담

반면, 포항은 FA컵 우승 후에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6경기 3승 3무였으며 전북을 3대2로 씹어먹었다.
용광로 불꽃처럼 한번 온도가 올라간 포항의 경기력은 식지 않았다.

불꽃의 포항..

하지만 경남도 당할 수만은 없다.

'언젠가는 되갚아 주겠다.'

와신상담의 마음으로 기회만 옅보고 있는 한이 맺힌 경남.
포항이 타오르는 불꽃이라면 경남은 차가운 한을 가진 매서운 눈보라라고 할수 있다.



2012년 11월 25 일  불꽃과 눈보라의 전쟁


2012년 11월 25일 경남은 포항 스틸러스의 홈 구장인 스틸야드로 원정을 떠난다.

그들의 한이 맺힌 눈보라가 이길까, 포항의 타오르는 불꽃이 이길까.
기선제압은 포항이 먼저하였다. 경기시작 12분 만에 포항의 장기인 티키타카 패스 이후 박성호가 논스톱 슈팅을 때린다.
참으로 시원하고 아름다운 골이었다.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uCategory=kfootball&category=kleague&id=36899

시원하고 아름다웠던 박성호의 첫 골    포항 1:0 경남



이 후 포항은 이명주와 황진성을 중심으로 현란한 패스웍으로 상대를 누그러뜨린다. 하지만 경남도 만만치는 않다.
경기 첫 골이 터지고 4분뒤, 윤일록이 포항 수비 5명을 드리블로 제치고 슈팅을 한다.
신화용의 선방에 막혔지만 튀어나온 볼을 곧바로 이재안이 슈팅을 하여 골을 넣는다.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uCategory=kfootball&category=kleague&id=36897

윤일록의 경이로운 드리블 그리고 이재안의 마무리  포항 1:1  경남




동점골을 넣은 경남의 눈보라는 더욱 매섭게 몰아쳤다.
하지만 포항은 요리저리 피하며 경기를 잘 리드했고 전반 23분, 박성호의 센스로 다시 골을 만들어낸다.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uCategory=kfootball&category=kleague&id=36891

박성호의 센스가 돋보이는 골    포항 2:1 경남



포항의 두번째 골이 터지고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났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경남은 또다시 강공을 펼친다.
그리고 드리블을 통한 페널티킥을 얻는다.
이번에도 윤일록이었다. 오늘 윤일록의 미친 드리블은 정세를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페널티킥으로 정대선이 골을 넣고 경남은 또다시 동점을 만든다.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uCategory=kfootball&category=kleague&id=36909

정대선의 페널티 킥     포항 2:2 경남




경남의 강공에 포항의 수비수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오랜만에 나온 멤버들이라 팀웍도 못 맞춘 상태라 더욱더 힘들었다.
하지만 창 끝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들의 현란한 패스웍으로 후반23분 골을 만들어낸다.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uCategory=kfootball&category=kleague&id=36913

패스웍 그리고 이명주의 역전 골     포항 3:2 경남




분위기는 또다시 포항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적어도 몇 분동안은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경남 선수들의 눈보라도 만만치는 않았다.
그네들의 불꽃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다.
단단한 조직력으로 수비한 후 계속 역습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 의지는 신화용 골키퍼의 실수와 함께 후반 33분 골을 만들어낸다.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uCategory=kfootball&category=kleague&id=36918

김인한의 헤딩과 신화용 골키퍼의 실수     포항 3:3  경남




이후의 경기는 기억이 안 난다. 워낙 치열했으며 유효슈팅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이후에 추가시간 포함 15분의 경기는 마치 1분과 같이 느껴졌을 정도이다.
주심이 휘슬을 부는 순간 경기가 종료되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아쉬웠다. 이런 경기에 90분 밖에 시간이 안 주어진다는 게 아쉬웠다.




K리그의 발전을 볼 수 있었던 경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이 경기가 정말 치열했고 재밌었던 경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기가 단지 재밌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K리그가 발전했다는 것을 쓰고 싶다. 요즈음 K리그 구단들의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서울, 전북, 울산만 보더라도 골결정력, 패스웍, 수비력 등에서 예전보다 상당히 발전한 것이 느껴진다. 상위 팀들의 경기력을 보면 프리미어나 프리메라 정도는 안 되어도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러시아 리그의 중상위권 팀들의 경기력 정도는 된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은 기업이 많이 지원해주는 팀의 경기력만 보고 하는 이야기다. K리그의 수준을 이야기하려면 기업팀 말고도 도, 시민구단의 경기력도 봐야한다. 이런 팀들의 수준도 올라가야 발전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경기는 K리그의 발전을 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도, 시민구단 보다는 재정상태가 좋지만 기업팀 보다는 재정 상태가 많이 안 좋은 포항과 재정상태에 관하여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경남이 어려운 상태에서도 극복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스토리를 만들어내 가고 있는 모습에서 K리그의 발전을 느낄 수 있었다.
비단 이것뿐만은 아니다. 서울은 맨유와 같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고 마케팅 실력이 수준급이다. 전북은 닥공으로, 울산은 한국식 빅앤 스몰 조합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제주, 포항, 경남은 완성도 높은 패싱플레이들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많은 구단에서 유스시스템과 지역 연고 홍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각 팀마다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가고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K리그 팬으로서 흐뭇하다.

부디 오늘과 같은 수준 높은 경기와 경기마다의 재밌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팬들을 이끌었으면 좋겠다.




p.s "오늘은 스토리 있는 골이 많이 터지네요" - spotv 중계 캐스터


p.s 2
멋지게 글을 쓰려고했는데 잘 안되네요.;;  html도 하기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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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25 19:12
수정 아이콘
경남 포항 경기 보다가 급 잠이 몰려와서 그냥 전반만 보고 잤는데
아 이글 보니까 후회되네요 크크
장어의심장
12/11/25 20:23
수정 아이콘
진짜 경남팬들에겐 포항은 눈에가시같은 존재가 되겠네요..
김예원
12/11/25 22:29
수정 아이콘
내년시즌 포항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올해초만 해도 황감독님의 지도력에 의문을 품었는데
저의 기우였나 봅니다......
LowTemplar
12/11/26 07:07
수정 아이콘
하이라이트만 봤는데 본방 못 본 게 아쉬워지는 경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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