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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1/17 10:46:18
Name 시크릿전효성
Subject [일반] K리그에도 프랜차이즈 스타가 있었으면 좋겠다.

1.
98년.
컴퓨터도 없고 그 흔한 게임기도 없던 나에게 유일한 낙은 축구장을 찾는 것이였다.
프랑스월드컵의 여파가 남아 있던터라, 당시 '르네상스시대'라고 불리던 프로축구는 초등학생이던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였다.
당시 초등학생 입장료가 천원 이였는데, 부모님께서 여윳돈 까지 얹어 이천원을 주시면 사먹던 컵라면은
정말 일품이였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버스비가 없어 친구와 항상 집까지 걸어온곤 했는데,
대화의 주제는 당연 유상철, 김병지 같은 월드컵대표의 대한 내용이였다.
특히 김병지의 인기는 우리 초등학생 사이에서 대단했다.
김병지의 캐리커쳐가 그려진 티셔츠를 초등학생들이 입고 운동장을 찾았고, 몇몇 아이이들은 꽁지머리에
알록달록 염색을 하기도 했다.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우리나라 골키퍼 최초로 골까지 넣었으니, 김병지는 사실상 울산의 상징이였다.
동네축구에서 가장 기피하던 포지션이 골키퍼였는데, 그후론 너나 할거없이 두툼한 작업용 장갑을 구해다 끼고 골대앞에
서길 좋아했다.


2.
그런 나에게 꽤나 큰 충격이 다가왔다.
이제는 자연스레 울산의 아들로 여겨지던 2000년,
김병지 포항 전격 이적이 그것이였다.
그것도, 울산의 동해안 라이벌, 포항이였다.

프로선수가 팀을 옮겨 이적하는 일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 그런 관념이 부족한 초등학생이였던 나는 꽤나 큰 배신감(?)을 느껴야했다.
김병지가 울산 원정을 올때면 야유를 하기도 했다.
이미 그전 해 유상철이 J리그로 떠났고,그다음해엔 김현석마저 J리그로 떠났다.
그와 함께 정들었던 공설운동장은 노후화로 헐려버렸고, 홈구장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울산의 '르네상스'시대는
막을 내렸다.



3.K리그 실력수준은 아시아 최강급으로 성장했는데, 흥행은 아직도 몇몇 큰경기에만 몰려있다.
우승을 하면 자연스레 흥행에 성공하는 것도 한가지 좋은 방법이지만, 우리의 선수, 프랜차이즈 스타가 없는 건 그래도 씁쓸하다.
오랜 울산팬으로써,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보면서 사실 크게 기쁘지 않았다.
김영삼 정도를 제외한다면 모두 우승을 위해 다른팀에서 영입한 선수들이였고, 나는 선수들의 기쁨보다 레전드 김현석코치의
눈물을 보며 더 기쁨을 느꼈다.

4.
각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다른팀의 러브콜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고, 다른 선수의영입을 위해 프랜차이즈 스타를 홀대하지 말았으면 한다.
(곽태휘를 영입하기 위해 유경렬을 팔고, 설기현을 영입하기 위해 이진호를 팔았던 것처럼)


프랜차이즈 스타는 그팀의 일원을 넘어 상징이 되는 선수다.
필요에 따라 이적을 보내고 영입을 할수도 있지만, 너무 성적에 급급해 투자를 하는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울산뿐만 아니다.
포항 이동국, 대전 최은성-김은중 등등의 선수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첼시의 램파드, 리버풀의 제라드, 맨유의 긱스-스콜스가 단지 실력만 뛰어나서 구단에서 붙잡아 둔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력에 준하는 끝임없는 러브콜이 있었지만, 그에 따르는 친정팀의 대우도 있었고, 그 선수들도 팀에 애정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수들도 우리팀에 소속감과 애정을 가지고 뛰어 주었으면 한다.
지금 K리그엔 어떤 팀의 이름을 대면 금방 떠오르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없다.
이런 부분을 조금만 신경을 서로 써준다면, K리그가 수준급의 리그가 되는 큰 밑바탕이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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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전효성
12/11/17 10:56
수정 아이콘
오래전부터 프랜차이즈 스타의 중요성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었는데,
글솜씨가 없어 진솔한 속마음을 적어봅니다.
블로그에 처음 게시한글을 올리면서 평어를 사용한점 이해부탁드립니다.
Ne2pclover
12/11/17 11:25
수정 아이콘
대전-최은성 이 있었지만..
구단의 삽질로 잃어버렸죠.
대전의 창단과 함께한 원클럽맨. 대전의 상징이자 대전의 유일하게 남은 프랜차이즈 스타였거늘..ㅠ

이관우가 마지막을 대전에 와서 장식했으면.. 했는데 아쉽게 그것도 불발이고요..
김피곤씨
12/11/17 12:01
수정 아이콘
최은성 선수 같은 경우는 다른 팀 팬인데도 참 씁쓸한 경우더라구요..
또 잘한다 싶은 선수는 해외진출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서울 팬 입장으로 3고(고명진, 고요한, 고광민)이 레전드급으로 커주고
정조국 선수 처럼 기성용, 이청용, 박주영 선수가 서울로 돌아와서 마무리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에위니아
12/11/17 12:31
수정 아이콘
염기훈과 서정진을 잃은 후... 뭐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12/11/17 12:33
수정 아이콘
역대급 가장 기억에 남는 k리그 프랜차이즈는 성남일화에 신태용감독 아닌가요?
신인왕,최우수선수,득점왕,리그우승등..현재는 감독까지...
막강테란
12/11/17 17:46
수정 아이콘
신태용감독만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없죠.
포항은 황선홍 감독이 있지만 J리그랑 전남 간것도 있어서..
그나마 있던 박태하 코치도 가버리고..
선수부터 코치, 감독 되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정말 없을 겁니다.
장성백
12/11/17 18:31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대기업 팀들에 비해 시/도민구단들은 재정적인 면이 열약하기도 하고
K-리그의 수준 높은 선수들이나 유망주들을 원하는 일본, 중동을 비롯한 해외리그도 많아서
원클럽 맨으로 남는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많이 보기는(원래도 보기 힘들지만) 요원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라이언JS
12/11/17 20:34
수정 아이콘
아...참고로 이진호선수는 설기현보다는 이근호선수 때문에 간가죠...
Sugarlips
12/11/17 20:50
수정 아이콘
근데 램파드는 원래 웨스트햄 유스-데뷔 출신이라는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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