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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1/14 09:11:42
Name AC/DC
Subject [일반] 내 깡패같은 애인을 보고(스포 有)
흔히들 살아있음을 느낀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세상에 많은 일들이 있지만 아마도 사랑하는 것,
특히 한 대상을 위해 내가 무언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만큼 스스로 가치 있고 뿌듯한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때로 영화는 순수히 그 사람을 위해 떠나야 하는 상황을 만듭니다. 온전한 사랑, 아가페를 자극하지요.
영화니까 영화라서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떠나 준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인연이란 참 놓아버리기 쉬운만큼 때론 끊어내기 어려운 법이니까요.

'떠나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찌보면 참 고리타분한 구절입니다. 또 쓰임새가 많은 구절이기도 하구요.




               낙화

                             이 형 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시집 <적막강산> 중에서
  


이별은 곧 새출발이고 해묵은 관계의 끝에는 인연이라는 말이 남습니다.
꽃과 이별이라... 꽃이 이룩하는 열매, 이별이 만드는 옛인연과 새인연. 참 절묘한 비유에요.

영화를 보고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의 구절이 생각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봅니다.

뱀발이지만 영화는 참 치사합니다. 오직그대만에서의 소지섭, 내깡패같은애인에서 박중훈이 그렇듯 구구절절한 사연 알아주는 이 하나 없고 보는 관객만 괜히 애가 타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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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푸른솔솔솔솔
12/11/14 09:34
수정 아이콘
지금까진.. 아무도 이런걸 물어보지 않았습니다..라는 대사가 기억나네요.
이 영화에서 정유미씨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참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영화 자체는 좋다~도 아니고 별로다~도 아니었는데 배우들 연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12/11/14 10:11
수정 아이콘
면접씬 말씀하시는거군요 맞아요.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깔끔하고 좋았던거 같아요. 정유미씨 옥희의영화도 참 괜찮았는데 홍상수식 느낌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요.
ⓘⓡⓘⓢ
12/11/14 10:2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정유미씨도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명이 되게해준 영화이기도 하고요
박중훈씨 양아치연기 싫어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참 좋았었습니다
영화 안보신분들 한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특히 아직 20대인분들은 한번 보실만할거에요

저는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정유미씨가 손담비씨 노래부르면서 춤추는 거였네요ㅡ 정말 웃프다는 말이 공감되서
12/11/14 10:37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영화 얘기를 일체 안했네요;; 어울리기 힘든 두 캐릭터, 건달과 취입준비생을 반지하 세입자라는 틀로 묶은 설정이 참 좋았습니다. 또 캐릭터가 무너지면서 어줍잖은 결말이 될 수 있었는데 끝까지 유지된 미묘한 관계의 선도 참 마음에 들었어요. 또 아이리스님 말씀대로 면접을 전전하며 겪는 정유미씨의 에피소드도 참 씁쓸하니 짠했네요.
12/11/14 10:27
수정 아이콘
저도 인상깊게 본 영화입니다.
12/11/14 11:54
수정 아이콘
안 되겠지?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라고 생각합니다....히히
splendid.sj
12/11/14 12:18
수정 아이콘
제가 영화관가서 혼자 본 영화군요. ㅠ

영화는 참 재미있었습니다. ^^

박중훈씨가 마지막에 카센터에서 정유미씨 만나는 장면이 나름 찡했다는..
마스터충달
12/11/14 14:26
수정 아이콘
최근 몇년간 나온 멜로영화들 중에선 최고라고 봅니다.
사실 심은하 이후 정통멜로건 코믹멜로건 대부분의 멜로들이 스토리가 개박살 수준인게 태반이고
생활형 멜로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은 이게 멜로인지 다큐인지 분간도 안되고, 심각하긴 엄청심각하고 달달한 맛은 하나도 없구요.

근데 이 작품은 코믹도 절제, 생활도 절제, 이쁜장면도 절제(근데 이부분은 감독님이 욕심이 없으신건지 실력이 없으신건지는 좀)
감정선을 후두러 패는, 관객이 울컥하게 만드는 것들을 죄다 꾹 참죠.
대신 절대 흔들리지 않는 스토리를 얻었구요. 척추가 탄탄하니 손이 좀 투박하고 눈이 좀 작아도 사람구실은 제대로 한다고나 할까요.
여기에 편안한 박중훈과 풋풋한 정유미를 캐스팅하면서 부족해질 수도 있는 달달함을 첨가합니다. (그러나 러브신은 없다... 흨....)
개인적인 성향상 배우가 작품의 완성도에 많이 기여하는걸 별로 안좋아하는데(흔히 배우빨로만 먹는 작품 같은거요)
이 작품은 배우들이 작품의 정체성(나는 멜로다!)을 이끌어 주면서도 또한 오바하지 않고 작품을 세워주는....
정말 배우를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특히 박중훈)

한가지 아쉬움을 꼽자면 영상미라고 하겠습니다.
너무... 수수해요. 위에도 말씀드렸지만 감정선을 울컥하게 만드는 씬을 스토리상 배제한점은 매우 훌륭했지만
이점은 스토리 외적으로도 충분히 살릴 수 있고 그런 면에서 관객의 영혼을 눈알에서 뽑아내는 컷의 부재가 아쉽습니다.
내용은 도가니급이지만 영상으로 감정선을 자극했던 '리리슈슈의 모든것'이 떠오르더군요.
(감독에게 이와이슌지 정도는 뽑아내줘야지.... 하면 안되겠죠?)

남얘기나 외국얘기나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라 우리 얘기를 해줬던 멜로영화였습니다.
Eternity
12/11/14 19:39
수정 아이콘
영화 참 재밌더군요. 사실적인 부분도 많구요.
저도 이 영화를 보고 정유미라는 배우가 눈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연기가 참 자연스럽고 찰지더군요.
현실과 닿아있는 질감있는 연기랄까요. 무척 좋았습니다.
혹시 배우 정유미를 좋아하시면 윤계상과 함께 찍은 <조금만 더 가까이>라는 영화도 추천드립니다.
<조금만 더 가까이>는 조만간 다시 감상하고 리뷰 한편 써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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