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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0/17 14:07:42
Name 노란당근
Subject [일반]  우리 거기서 만나~


" 만약에 말야, 우리가 오랫동안 헤어진단 말야, 그러고는 다시 만나야 하는데

  너 내가 그냥 '우리 거기서 만나~ '그러면 어디로 나올래?"

"뭐 우리도 우리한테 의미 있는데로 가야겠지?"

그러고는 각자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제 무한도전보다 오래 된 우리 사이....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처음 만났던 곳, 함께 갔던 장소들, 싸웠던 곳, 울기도, 웃기도 했던 여러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러다가 다른 생각도 합니다. 나중에 내가 , 아니면 이 사람이 날 만나기 싫으면 어쩌지? 그냥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하면?

생각만으로도 괜히 분하고 억울합니다. 눈물이 날것도 같구요.

그리고는 좋았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햇빛 가득했던 그곳이 좋을까? 얼굴이 빨개지도록 추웠던 그 산은? 불꽃축제를 하던 그 해변?

그래도 눈물이 날 것 같네요. 나이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더니 , 아님, 가을탓인가?

"다 생각했어? 난 결정했어"

"좋아 그럼 하나둘셋 하면 동시에 얘기하는거다. 하나, 둘, 셋!"


....... 우리가 서로 고른 장소는 차로도 한시간이 족히 걸리는 서로의 집 근처입니다.

텔레파시는 완전 실패네요 ..

만약, 진짜 헤어지게 된다면 우리는 서로의 집 근처에서 서성이게 될까요?



사실, 이런 거, 꽤나 오랫동안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추억을 더듬어보면서 아련한 기분에 빠져들거나,

새삼스레 얼굴을 찬찬히 보게 되는 일 말이죠.

오래된 관계가  흔히 그렇듯이 그냥 익숙하고 편안하긴 하지만 살짝 짜증스럽기도 하고 미울때도 많아서

다툼이 일상이 되고보면 사랑한다는 말 같은 건 그저 밤인사에 불과하게 된게 요즘이라,

오늘같은 생각을 해보고 마음이 흔들거리는 건 외려 색다르네요


오늘 텔레파시가 잘 되지 않은건 살짝 실망이지만, 텔레파시 같은 거 쓸 일이 없어도 뭐.. 상관없겠죠.

지금처럼 서로 어디 있는지 정도는 다 알고 있어서 색다를것도 가슴 떨리고 긴장될것도 딱히 없는 이런 관계도

나쁘지는 않지 싶습니다.

그래도 가끔 한번씩은 이렇게 마음 깊은 곳을 휘저어서,

감정이 너무 깊이 가라앉아서 보이지 않는 일은 없도록은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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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10/10/17 14:28
수정 아이콘
자기집근처가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10/10/17 14:26
수정 아이콘
그런 우연을 바라지만,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네요...
The Drizzle sold out
10/10/17 14:39
수정 아이콘
예전에 한사람이 핸드폰이 없던 시절 여자친구랑 약속시간만 정하고 깜빡하고 장소를 안정했었다가
집을 나서며 아차 헀었던 적이 있었는데
약속시간에 맞춰서 제가 기다리던 장소로 오던 그사람의 모습을 보고
혹시 이여자가 내 운명의 짝이 아닐까 했던 적이 있었는데...
...운명의 짝이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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