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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0/13 17:27:57
Name Artemis
Subject [일반] Jerry, I'll be missing you
멍합니다. 그저 멍합니다.
재계약 불발이라는 기사가 떴을 때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싶어서 힘이 쫙 빠졌습니다.
당신뿐 아니라 철밥통의 상징이던 박영태 수코와도 재계약 안 한다는 기사를 봤을 때에는, 그래 롯데 프런트가 이번에는 정말이지 단단히 마음먹었구나, 니들 스스로가 "1~2년 내에 우승해야 한다. 20년 동안 우승 못한 팀은 존재의 가치가 없다"라고 말한 것을 지키려 하는구나, 그래 두 눈 뜨고 꼭 지켜봐주련다, 했습니다.
어차피 팬들의 손을 떠난 문제고, 기사대로라면 팬들이 그렇게 염원하던 철밥통 라인을 어느 정도 잘라낸 데에는 성공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순간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먹먹해져 왔습니다.
지난 10월 5일 화요일 경기가 당신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날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어느 팬이 공항에서 출국하는 당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온 것도 봤지만, 그래도 그게 마지막은 아니겠지, 하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네, 한때에는 언론에 팬들에 내부 관계자라는 익명의 사람에게 시달리는 당신을 보면서, 이럴 거면 차라리 재계약하지 말고 미국에서 편하게 지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그때의 그 마음보다는 더 이상 이곳에서 당신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와닿아서 괜히 그런 생각 했나 싶어 반성도 하게 되네요.
역시 사람은 나쁜 생각은 하면 안 되나 봅니다.

흔히 말하던 비밀번호 시절, 그나마 바라봤던 한 선수마저 다른 팀으로 가버린 이후에 나는 자이언츠 경기에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런 나를 다시 불러준 사람이 당신이었고, 지난 3년간 나는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항상 '롯데 자이언츠'라고 써놓기만 하고 마음 한켠에 밀어두었던 팀을 내 안에서 다시 살렸거든요.
그리고 지금, 앞으로 어찌되든 간에 팀을 응원하는 마음은 가져가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제리 로이스터라는 사람이 제게 심어준 마음이니까요.

나는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마음은 한 번도 느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자이언츠에 오고 난 이후에 나는 존경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자이언츠의 성적이 올라서가 아니라, 당신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모습, 발언 하나하나가 열정적이었고, 그 열정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내게 저런 상사가 있었으면 나는 더 성장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여서요.
이 또한 자이언츠의 성적 외에도 당신이 남겨주고 간 마음입니다.


제리, 그동안 애 많이 쓰셨고 정말 고마웠어요.
당신이 준 이 3년을 난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더불어 당신이 내게 심어준 존경심도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가능하다면, 언제고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Artemis


ps.
감정이 복받쳐서 두서없이 쓴 글이지만, 그나마 제가 이런 글을 남길 만한 곳이 여기밖에 없기에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올립니다.
이런 제 감정이 오버라고 생각하시거나 감독님에 대한 감정이 저와 다르신 분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주세요.
오늘 같은 날, 다른 일로 더 상처받기 싫기 때문에 정중하게 부탁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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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BB
10/10/13 17:30
수정 아이콘
친구에게 전화 받은 후 계속 멍했습니다.
하아...
그렇게 고생하신 거 생각하면 차라리 감독님께 더 나은 결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잊지 않을 겁니다. 롯데의 전성기를 이끌어주신 분을... 저를 롯데팬으로 돌아오게 해 주신 분을...
Jerry, I'll be missing you
10/10/13 17:21
수정 아이콘
이런 댓글 써본적이 없는데...또 그래본 적도 사실 없는데...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지금...감사하고 또 감사했어요. 로이스터!
와룡선생
10/10/13 17:22
수정 아이콘
다른팀에서라도 볼 수 있었으면..
키스도사
10/10/13 17:31
수정 아이콘
처음 기사봤는데 정말 멍하더라구요
기껏 굶어죽은 롯데를 로이스터감독이 밥먹여 아사상태에서 구해놨더니 7성급 호텔요리가 아니라고 밥상 엎는꼴이란....

뭐 예전부터 롯데프런트의 막장짓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건은 정말 한심하네요
차기감독의 최소한의 목표치가 4강이 아니라 우승이면 누가 롯데 감독자리에 맞을까요?
김인식감독? 김재박감독? 이만수코치? 김시진감독? 설마 해설자 이성득씨가 감독하는건 아니겠죠.
나두미키
10/10/13 17:32
수정 아이콘
롯데의 선수들도 좋아했지만, 감독인 로이스터 감독님은 더더욱 좋아했습니다.
타팀 팬들 입에서 '좋다' 라는 말이 너무나 쉽게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감독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울거에요..제리.
winstorm
10/10/13 17:33
수정 아이콘
I'll be missing you jerry
저 역시 30년 평생 롯데팬 이었지만,
지난 3년간 시절이 가장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로이스터 감독님.
고마워요 로이스터 감독님.
구조대장
10/10/13 17:25
수정 아이콘
그러게 의외네요...전 롯데팬은 아니지만 올해 롯데경기는 자주 봤어요 재미있어서...
시즌 전 4강 예상팀들이 두산 삼성 sk lg 기아 였는데.... 뭐 다른팀에 부상선수가 있었던
거도 있엇지만 올해 참 잘햇다고 생각했는데 좀 안타깝네요. 글쓴님 너무 상심마시고 힘내세요...
10/10/13 17:25
수정 아이콘
로감독님 때부터 롯데 야구를 본 저같은 사람은 어쩌라고 이리 가십니까..
물론 초반에 성적 안 나오고 할 때야 조금 원망하긴 했습니다만 이건 아니잖아요.. ㅠㅠ

진짜 잊지 못할 겁니다 감독님.
10/10/13 17:30
수정 아이콘
We'll be missing you Jerry!!!!!!!!!!!!!

...8888577에서 암만 선수들이 포텐 터질때 왔다손 쳐도 7에서 3으로 만든 역량도 인정 못하고 터질때 됐으니 그렇게 된거다라고 말하는 자들에겐 딱히 할말도 없습니다.
호랭총각
10/10/13 17:36
수정 아이콘
김경문 감독님이 갈거 같은데...
로이 감독님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 선택도 괜찮을거라고 봅니다
유이남편
10/10/13 17:3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앞으로 하는거 봐서...팀을 넥센으로 갈아타야될거 같습니다. 진짜 아...팀역대 최고 감독을 자르다니...
쪽빛하늘
10/10/13 17:38
수정 아이콘
사실 어느정도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긴 한데, 정말 일분일분이 지날수록 더 씁쓸하네요.
눈물도 계속나고...

감독님 그동안 정말정말 감사했습니다.
정말로 많이 그리울겁니다...
10/10/13 17:58
수정 아이콘
아듀 롯데. 3년간 즐거웠습니다.
10/10/13 18:08
수정 아이콘
롯데.. 심각하게 내년부터 불안 합니다. 요즘 감독할만한 사람 별로 없는데..
지니쏠
10/10/13 18:12
수정 아이콘
정말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야구하던 분이었는데.. 선수들이 감독님의 재계약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겠다고 인터뷰하는것에서, 팬들이 광고를 내고 현수막을 치는것에서 그 큰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구단이 못내 아쉽네요. 한가지 위안이 되는것은 양상문 박영태 코치들이 짤렸다는 것이지만, 차기 감독이 누가 될지는 두고보겠습니다.
방과후티타임
10/10/13 19:09
수정 아이콘
롯데팬은 아니지만 로이스터의 야구를 참 좋아했습니다. 아쉽네요.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10/10/13 19:09
수정 아이콘
아 진짜 속상해요 ㅜㅜ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롯데 우승하는 거 진짜 보고싶지만 SK 스타일 따라해서 우승하는 건 싫어요.
차라리 우승 못해도 한국야구에 없었던 전혀 다른 스타일로 야구하는 거 보고싶었는데... 로이스터 스타일 야구 진짜 좋아하는데...
야구팀이 우승 못하면 어떤가요 뭐. 레드삭스는 86년동안 우승 못했는데.
투수 혹사시키고 희생양 삼아서 우승하는 것보다 즐겁게 재미있게 야구하는게 더 좋아요 ㅜㅜ
홍성흔
10/10/13 19:16
수정 아이콘
로감독남고 철밥통들만 짤랐어도 되는건데

아오 진짜 ㅡㅡ
개의 뿔
10/10/14 00:41
수정 아이콘
야구를 별로 안 좋아해서 감흥이 없습니다만 제가 구단주라면 계속 감독직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구단이나 팀에도 이득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르테미스님 너무 슬퍼하시진 마세요.
ps.무릎쓰고<무릅쓰고.
자영이
10/10/14 00:53
수정 아이콘
sk의 이만수 수석코치님이 감독을 해주신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거같습니다..
아름다운달
10/10/14 15:33
수정 아이콘
많이 많이 속이 상하더니 이젠 무슨감독 무슨 감독...물망에 올라오는 이름을 봐도 그저 멍~하네요.

그저 손발 맞는 코치 1~2명이랑 같이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양쪽을 다 짤라버리니 참...할말도 없게 만들고.

잔머리 하나는 엄청나다는 생각이 드네요. 얼마나 대단한 카드를 쥐고 있길래 우승이라는 떡밥을 주고 자기들 결정만 바라보게

만들다니...

뭐..롯데가 그렇죠 뭐. 여태 우승을 그렇게 하고 싶어서 롯무원들 데리고 끌고 온건지. 왜 갑자기 우승을 하고 싶어졌는지

궁금해지는 시간들입니다. 좋은 분과의 이별은 참 힘들군요.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 젠틀맨 가르시아도 안녕...인것 같고

우리 범생이 다우는 어쩔란가........

4강만 해도 참 재밌게 야구봤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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