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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9/04 07:10:16
Name 호타루
Subject [일반] 몸도 그대로, 마음도 그대로, 뇌도 그대로... [조금 김]
예전부터 좁쌀의 때만큼의 생각은 들었습니다만,
그게 점점 쌓고 쌓이다가 결국 지금 새벽즈음에 잠도 못자고 머리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작년에 군을 제대하고 1여년간에는 집안 어머니께서 식당을 하나 차리셔서
당장 복학할 생각도 없었겠다, 인건비를 아낄수 있겠다 싶어서 가게 일을 나름 도왔었습니다.
물론 올해부터 복학을 하게되어 지금은 사람을 두고있습니다만 휴일이나 이럴때에는 간간이 돕고는 있습니다.
뭐, 집안 내부의 일이야 별로 걱정될게 없고, 빚 안지고 등록금은 낼수 있을 정도라 개인적으로 어머니께 고마워하고는 있습니다만..
문제는 제가 부담을 덜수있게 장학금이라도 타야되는데, 그럴 실력이 못된다는 겁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실력 이전에 대학공부의 준비 자체가 미흡하다는거죠.

사실 대학에 한정지어서가 아닌... 생각해보면 어릴때부터 늘 그랬던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 자신이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건데....
제 자신이 너무 어린이 같고, 생각의 폭 또한 거기에 머물러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나 할까요?
더 쉽게말하면 정신연령이 아직 중고딩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거죠.

같은 나이의 또래들에 비해 노는걸 더 좋아하고, 남들 보충수업할때 빨리 집에 갈 궁리만 하고있었고
(실제로는 야자는 하루도 빠지지않고 했습니다만,)
매사에 좀 진지하지 못한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좀 그렇구요.
또, 이리가면 이리 우루루루, 저리가면 저리 우루루루... 휩쓸리는 성향에 비해 제대로 빠져들지도 못하는 집중력을 지녔습니다.
시험이 다가온다고는 해도 남들은 1주일전부터라도 공부모드이건만 저는 실력도 없으면서 3일전부터 시작해볼까? 이러고 있고
당연히 성적이 잘나올리없죠. 근데 문제는 초,중,고, 대학교까지 와서도 이런다는겁니다.
어떤 일에 대한 심각성도 부족해보이고, 그냥 남들이 하니까 마지못해서, 혹은 이정도면 되겠지...
이런 마인드를 알고있으면서도 떨어져나가지 않습니다.

제일 웃긴것은 며칠전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졸업하고 뭐하냐는 친구의 물음에 [글쎄??] 라는 말을 했던 겁니다.
아니, 벌써부터 목표정하고 거기를 향해 나아가도 빠를가 늦을까하는 마당에 [글쎄?]라니요??
아니, 그 전에 대충 들어도 엄청 심각한 질문이다는걸 알면서도 제 뇌에서는 그저 먼 나라 일인냥 태연스럽게 말을 해버리는
이게 더 문제가 있던것 같았습니다.
남들이 공무원 시험이다, 혹은 자격증얻기위해 공부한다라고 들어도 머리속은 그저 멍하기만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 아직까지 자격증 하나 못따본 인간입니다. 심지어는 운전면허증 조차도요. 그 정도 수준인 겁니다 저는...
도데체가 남들 살아올때 난 뭐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학기 수강신청때 이번에는 장학금은 못받더라도 최소한 석차는 어떻게 올려보자....라는 생각으로
전공과 부전공 나름 조리있게 선택했다고는 하는데.....
전공이야 조건이 비슷하니까 잘만하면 상위권 할수있겠다 여기지만, (실제로 전공은 삽질만 안하면 어떻게 좋은성적 유지는 합니다만..)
복수전공에서 다 말아먹는 케이스랄까요?
솔직히 주전공으로 다 몰아가기엔 심층적으로 다가가는 데에 너무 약해서 역효과날것 같아 선택한 복수전공이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론적으로 All주전공보단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운건 사실입니다.
남들 총으로 싸울때 저는 손발로 싸우는 격이랄까요? 준비를 나름 열심히 했는데도 갭을 극복하지 못하는걸 보니...
문제는 그 준비라는것도 제가 심각성이 너무 없어서 벼락치기의 수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거죠...
쉽게 말해서 학점 셔틀과 같은 존재죠....

웃긴건 제가 이걸 알면서도 이런다는 겁니다.. 알면서도...
당장에 월요일날 학교에 갈때 저는 그날 과목 생각보다 그날 날씨를 더 궁금해할지도 모릅니다.
그리 좋지않은 제 머리로도 이건 거의 [장애]급의 레벨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사지가 다 멀쩡하고, 보통사람만큼의 지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렇다는게 정말 미스테리하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너무 현실감이 없는데다가 하다못해 뚜렷한 목표가 있는것도 아니며, 여태껏 미리 쌓아놓은 스펙도 전무합니다.
남들은 지금 못하고 있어도 화려한 과거를 회상이라도 하겠지만, 저에겐 그럴 과거조차 없습니다.
왜냐면 옛날의 모습이랑 지금이랑 하나도 변한게 없으니깐요.

쉽게말해 제자리 걸음이죠....
몸부터 시작해서 마음가짐과 두뇌까지도요.
초등학교 앨범부터 뒤져봐도 당최 달라진 점을 찾을수가 없습니다. 뭐, 성장하면서의 얼굴형태의 변형이라던지 머리나 의상의 변화라던지...
그런거 일절 없습니다. 중고딩때 입고있는 옷, 어차피 성장이 그때 멈춘마당에 입을 수 있는건 아직도 입고있고,
얼굴도 전~혀 변한 구석이 없습니다.
뭐, 외모의 잘생기고 못생기고의 여부를 떠나 한마디로 [이건 좀 너무하다] 라고 할 정도로 너무 그대로이다라는 겁니다.
마음가짐또한 심각성, 현실성... 그때도 부족하고 지금도 부족하다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조언이나 강좌같은걸 들어도 [아하~!] 이러면서도 나가면 또 그걸로 끝이 되는 셈이죠.
더 큰 문제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제 두뇌조차 "그대로"라는거죠.
아직도 흰건 종이 검은건 글자타령이나 하고 있고, 남들 토익에 빠져있을때 저는 지금에서야 토익 기본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근데 웃긴건 오늘 한 과를 공부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질 않았다는 거구요. 쫒아가는 입장에서조차 여유로우니 할 말 다했죠.

아무리 나갈려고 해도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에 정말이지 좌정감마저 들기도 합니다.
오늘 새벽에 잠도 설쳤겠다 간만에 친구들 모습이나 보자면서 미니홈피며 사진들을 보았는데....
...... 다들 멋있고, 예쁘게 변하였더군요. 단지 외모분만 아니라 정신까지 성숙한듯한 그런 성장을 느꼈습니다.
어떤 친구는 외국으로 가기를 밥먹듯이 하고 있고, 어떤 친구는 어릴때 설정한 목표를 따라 성큼성큼 발을 옮기고 있고,
어떤 친구는 그렇게 소극적인 애가 어떻게 그렇게 달라질수 있는지 정말 그 애 맞나? 하면서 의아해하기도 했죠.
그걸보면서 저를 보고있자니 [이건 뭐야?]가 떠오르더군요.
아직까지 모험을 해보자는 생각은 있지도 않았으며, 과거에 설정한 꿈이 있던것도 아니고,
저도 소심한 성격인데 아직까지도 이성격 그대로이고,
하다못해 외모라도 변해야 하거늘 그거마저 그대로니....

오늘 새벽이 되서야 이[제자리 걸음]에 대한 감정이 [한탄]에서 [분노]로 바뀐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도 모르게 많이 쌓아왔었나봅니다.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한 채 글을쓰면서 과거를 회상하는데....
쉽게 비유를 하면 [야구 못하는 푸홀스] 가 따로 없더군요... 뭐, 발전이 없어~~~~!
진짜 화가나서 피로감은 들지만 잠이 절대로 안오는 와중에 내심 슬프기까지 합니다.
나 여태껏 뭘한건가???? 하고 속이 타들어가기까지 합니다.

이미 수강할 과목은 다 들여놓았겠다. 등록금도 냈겠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지금부터나마 정신차리고 뭔가 하나라도 매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석차라도 올리고 싶다는 목표와 불리하게 시작하는 복수전공에서 어느정도 살아남을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싶고,
지금부터라도 제 자신의 스펙을 쌓아야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행히 운전면허는 겨울방학때 죽어도 따놓으라는 어머니의 당부가 있어서 그건 할수 있겠네요.)
물론 단기만에 바뀐다는건 힘들겠고 장기적으로나마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동안 변화 자체가 없었으니...

정말이지 제가 생각한만큼의 변화가 있었으면 싶다고 속으로 엄청 바랍니다만,
문제는 이렇게 분노하는 와중에서조차 [그대로]일 내모습을 생각한다면....
이거야말로 [줘도 못먹는 인간, 걸어다니는 시체, 다람쥐쳇바퀴] 이정도 수준밖에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도 걱정입니다...
알고 있는데도 바뀌지 않을지도 모르는 제 자신에 대해서... 여태껏 그래왔으니깐요... 그래서 겁이 나는겁니다.
알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이 놈의 동떨어진 마음과 두뇌말입니다.

제 자신을 바꿔보고싶습니다.
무엇이 되던지간에 정말 인생 후회없이 살았다라고 당당하게 말할수 있을 최소한의 수준이라도 좋습니다.
더이상 걸어다니는 시체가 되고싶지 않습니다. 못 걸어다니더라도 [산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문제는 올해 25살이나 먹으면서까지 당장에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 가닥이 잡혀있지는 못한 상태인데다가...
또다시 다짐이 약해져서 과거의 일을 또다시 반복할지도 모르는 이 대책없는 정신상태가 여전이 방해물로 제 머리속에 있다는거지만...

제가 유일하게 가입한 만능사이트인 PGR이기에 이런 글이나마 쓸 수 있다는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다못해 다른사람들에게 제 심정을 보여줌으로 해서 나름 속에서의 울컥함을 나타내고 싶어했으니깐요.
정말이지 이젠 제 자신이 싫습니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다 갈아엎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제가 제일 원하는건 이 마음가짐이 제발 영원히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제발 좀 제 두뇌가 정신차렸으면.... 어디서 전기충격기라도 구해야되는게 아닐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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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티파니
10/09/04 07:21
수정 아이콘
헉; 제얘기인가했어요. 포텐만 20찍었다고(그건 니생각이고!) 실제 스탯은 하나도 없는....
정말이지 궁금하네요.
감성소년
10/09/04 09:31
수정 아이콘
음.. 스스로한테 너무 만족을 못하다보니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도 왠지 스스로가 더 위축된 것 같아보이네요. '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 사실 사람들이 누구를 가리켜 '더 이상 예전같지 않다, 어린애 같지 않고 성숙해진 것 같다'라고 얘기해봐야 결국 취업준비 잘하고 있다는 얘기거든요. 무한경쟁사회라며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고 떠들어대서 그렇지, 세상에 나보다 잘난 사람만큼이나 못난 사람 비슷한 사람, 심지어는 이상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게다가, 굳이 취업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면, 도대체 글쓴이 분께서 열등감을 느끼는 그 지인분들이 어느것이 얼마나 더 잘난 것일까요? 누가 좀더 잘났다, 누가 좀 못났다 하는 것은 결국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만족을 하느냐,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느냐 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물어보시는 게 오히려 더 나은 질문 아닐까요?
물론, 글쓴이 분께서 얘기하시는 변하지 않는다는 그것, 그것의 정체는 아마도 오래 전부터 함께 해온 일종의 관성같은 것이겠지요.
나는 이게 정말로 재미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게 꼭 좋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귀찮아서, 뭔가 다른 것을 하기가 귀찮아져서, 등등..
삶의 관성을 깨부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죠. 그런데 이런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아무리 좋은 강의를 듣더라도 나는 그때만 알아듣고
다시 원상태 그대로다..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그런 종류의 사람은 아니었던 게 아닐까? 그니까 제말은.. 굳이 나한테 맞지도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글쓴이 분께서 사회를 보는 시선도 단지 취업이라는 문제에만 얽혀서 보지 말고 좀더 마음을
넓게 가지고 다시 한번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10/09/04 16:37
수정 아이콘
엥... 몸도 마음도 뇌도 그대로라는게 이렇게 분노할 일인가요?
남들 하는대로 뭔지도 모를 자격증따고 스펙쌓고 뭘배워오는지 모를 어학연수 다녀오는게 잘사는 건가요?
오히려 그런 사람이 다람쥐 쳇바퀴를 굴리면서 사는게 아닌지...

글쓴분과 저는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비슷한 것 같은데 저는 오히려 남들과 다르게 사는 제가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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