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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9/02 10:15:43
Name nickyo
Subject [일반]  하늘이 갑자기 어둠에 뒤덮이고- 태풍.


하늘이 갑자기 어둠에 뒤덮이고 울음을 울 때
먹구름 자락이 머리에 닿을 듯 낮게 가라앉을 때
커다란 빗방울 바위 쏟아지듯 와락 퍼부어질 때
온몸이 날릴 듯 세찬 바람 차게 휘몰아칠 때

나 그대와 붙든 두 손을 놓지 않고
태풍 속에 지켜줄 수 있을까
난 그대를 끝내 놓쳐버리지 않고
우리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대 손을 놓쳐 버리고 (사라져 버리고)
따뜻했던 나의 손은
차갑게도 식어 버리고 (그댄 어디로)
목이 터지도록 그대를 불러보고 다시 둘러 봐도
바람이 쓸고 갔는지 파도가 그댈 삼켰는지
하나 둘 주위의 모두들 누군가를 찾아 헤매고
대답 없는 이름만이 하늘 위로 어지러이 떠가고
성난 태풍 속에 절망 끝에 아무 것도 난 못한 채
한 순간에 내 모든 게 부질없어져 난 눈을 감네

나 그대와 붙든 두 손을 놓지 않고
태풍 속에 지켜줄 수 있을까
나 그대를 끝내 놓쳐버리지 않고
우리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제발 손을 놓지마

나 그대와 붙든 두 손을 놓지 않고
태풍 속에 지켜줄 수 있을까
난 그대를 끝내 놓쳐버리지 않고
우리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

1. 창문이 덜커덩거리는게 심상치 않아 투명테이프를 바르고 살짝 문을 열어두었다. 베란다 창문이 통째로 깨지기라도 한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하니까. 동네의 나무가 부러져 돌아다니고 오래된 간판 몇개는 떨어져 나가버렸다. 차 몇개는 그런 바람에 굴러다니는 것들에 상처를 입었으니, 아마도 아침에 일어나서 애꿏은 하늘에 욕할 차 주인들도 많겠지. 가뜩이나 외제차 많은 동네니까. 어쨌거나, 동생은 태풍덕에 학교를 두시간 늦게 가도 되었으니 그녀석에게는 참 고마운 하늘인가보다. 바보같은 녀석.

2. 이런 강력한 태풍속에서도 인터넷이 잘 되는거 보면 서울이 좋은건지 대한민국이 좋은건지 아니면 인터넷이 좋은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장 바람이 셀 때 밖에서 있는 힘껏 점프해보지 못했다는 것. 점프하면 공중에서 뒤로 밀려났을까?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를텐데. 물론, 그러다 나무맞아 죽을수도 있었겠지만. 이제서야 슬슬 비바람이 사그라 드는걸 보니 다행이다. 단단한 콘크리트 안에 보호받은 나는 남의 일 마냥 멀뚱거리지만, 분명 어딘가에는 이 비바람때문에 서로 붙든 두 손을 놓지 않고 태풍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포에 떨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 제발 손을 놓지마.

3. 그러나 누군가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을 놓쳐버렸고, 자연앞에서 돈 없는 인간은  돈 있는 인간보다도 더 많이 무력해서, 함께 손을 잡는 것 만으로는 무사하지 못했을지도 몰라. 그대 손을 놓쳐버렸다는 걸 아는 순간 온 몸에 핏기가 손발끝부터 빠져나간 듯 차갑게 식어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만큼은 떨지 않으려고 그렁그렁한 눈에서 눈물을 훔쳐가며 목이 터져라 그대를 불러보지만, 애꿎은 비바람은 그 목소리마저 가볍게 삼켜버린다. 이런사람들이 하나 둘 주위 모두들 누군가를 찾고, 무언가를 찾아 헤매지만, 그들이 놓친 사람, 삶, 식량, 집, 꿈, 추억, 내일 등은 어느새 어딘가로 날려가 버리고. 태풍과 비바람에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의 인생은 이렇게 매년 와장창 하고 부서지고 만다. 매 번 테이프를 둘러붙여 와장창 부서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지만, 역시 테이프를 붙여준 사람은 없었다. 깨진 창문위에 새 창문을 계속 달아준다한들, 그렇게 깨져나간 소중한 것들은 돌아오지 않는데.

4. 그럴지언정,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뻔뻔스럽게도 해가 떠오르고. 우리들은 다시금 주섬주섬 상처받은 영혼을 추스려 내일을 향해 걷는다. 러우러우 라라라 러우러우 라라라 라라라 하면서 말이다. NO NO LALALA. 손 놓친 것들에 대한 비명과, 내일에 대한 콧노래를 억지로 뽑아내어 살아가야 하는것. 인간의 삶이란 그렇게 웃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괴로움의 연속인 것일까. 쿠르릉 쿠르릉 던져지는 번개와 비바람이 지나간 밤에, 편히 잠들지 못한 사람들의 불안은 사라졌을까.


5.그러니까, 도울 수 있는 것 또한 인간밖에 없다는 것.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내 옆 사람의 손을 놓치 않으려 애 쓰는 것. 오늘 하루도 힘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나 그대를 끝내 놓쳐버리지 않고, 우리들을 지켜낼 수 있도록.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때만큼은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어루만지어 상처를 안을 수 있도록.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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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02 13:45
수정 아이콘
제가 알고있는 지식으론 태풍 불땐 창문을 꼭꼭 닫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샷시하는 친구한테 들은 말인데 그렇게 해야 집안에 도 압력이 생겨서 창문이 더안깨지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솔직히 이게 제대로 된 사실인지는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그렇게 해서 큰태풍때도 창문이 안깨져서 지금까지 이렇게 하고있네요
저보다 더 제대로 된 지식을 아시는분이 피지알에는 있으실거 같은데 지식공유 부탁합니다.
참고로 전 바닷가쪽에 살아서 태풍은 많이 겪어본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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