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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06 18:38:12
Name 해바라기
Subject [일반]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멸시가 존재하는 현실 속,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을 해야 할까요?
0.

프로게이머들의 땀방울이, 그 노력이,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 승부조작 논란이 빚어졌을 때 모든 팬들의 바람.



1.

오늘,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녀석과 밥을 먹다가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프로게이머, 그거 게임에 미친 x신들, 찌질이들이나 하는 것이잖아. 쯧쯧."



2.

저는 중학교 시절, 프로게이머를 준비했었어요. 킹덤언더파이어라는 게임을 꽤나 잘했어요. 하지만 번번이 대회에서 탈락했고, 실력이 쌓여질 즈음엔 대회 참가에 나이 제한이 걸려버렸죠. 결국 킹덤언더파이어가 망하고 나서, 스타크래프트로 종목을 전환했죠. 결과는요? 처절한 실패였죠. 수 많은 대회에서 마구마구 떨어졌어요. 마지막으로 준비했던 Pgr21 3차리그도 결국 온라인 예선 마지막 문턱에서 지고 말았죠. 방학테란 유인봉 선수에게 말이죠.



3.

프로게이머를 준비했던 그 3년의 시간은 제 인생에 있어서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 슬픔, 경험을 주었어요.

유인봉 선수와의 패배 후, 저는 헤어나올 수 없는 패배의식에 갇혀있었어요. 이런 절 안쓰럽게 여겼던, 저와 같이 게이머를 준비한 친구가 전국 아마추어 2:2 팀플 대회를 마지막으로 나가자고 했죠. 마지막으로 남은 먼지 하나라도 모두 털어낸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연습했어요. 결과는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승을 했죠.

세상을, 하늘을 감동시킬만큼 노력하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가 수 많은 대회에서 떨어진 것은 간단한 이유였어요. 세상을, 하늘을 감동시킬만큼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4.

프로게이머를 준비하면서 경험했던 그 엄청난 열정, 성공에 대한 기억, 노력에 대한 믿음은 제 삶을 지금까지 이끌고 있어요. 마지막 대회 우승 이후, 크게 보면 항상 이루고자 했던 것을 이루었어요.

훈련소에서 같은 소대였던 박태민 선수에게 제 삶의 이런 부분들을 이야기들을 했어요. 그랬더니 박태민 선수 대답하길,  

"역시, 프로게이머를 해봤거나, 해보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을 다른 것 같아. 나도 최정상기에 있었을 때 하루에 16시간씩, 시간이 가는 것도 모르는 채 연습을 했거든. 그렇게 연습을 했으니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생각해."



5.

세상엔 수 많은 직업들이 있어요. 수 많은 사람들이 있죠.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 많은 직업들을 곁에서 지켜보았어요.

프로게이머들. 세상에서 존경 받는 수 많은 사람들만큼, 혹은 그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선수들은 세상을, 하늘을 감동시키는 노력을 엄청나게 오랫동안 한 사람들이죠.

단 하나의 꿈, 최정상에 서고 싶다는 그 열망을 향해서 자신의 젊음을 다 바치는 사람들이죠. 그들의 열정, 그들의 꿈, 조금이라도 곁에서 보았다면, 프로게이머들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을텐데요.......



6.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사회적인 차별의 시선은 아직도 존재하는 것이 분명해요.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열거하기도 싫은 많은 일들이 있었죠. 너무나 안타까워요. 우리가 아는 프로게이머들은 세상에 살고 있는 그 누구보다 더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인데요.




7.

조금 더 생각하니, 비난과 멸시의 시선엔 우리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게이머들이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의 젊음을, 그들의 삶을 모두 바쳐 단 하나의 꿈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들만 알고 있으니깐요. 다른 수 많은 사람들은 잘 몰라요. 관심조차 없죠.

그들의 무관심을 나무랄 수 없어요. 우리는 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들도 화무십일홍의 원칙을 따르고, 수 많은 사회 쟁점들도 언론의 끈질김이 없다면 순식간에 사그러드는 순간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깐요.

프로게이머들이 멸시의 시선을 받는 상황, 그래서 우리같이 게임을 좋아하고, 게이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슴 아픈 상황들이 조금 덜 발생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8.

솔직히 말씀드려, 사회적으로 낮은 대우를 받고, 프로게이머들이 은퇴 이후에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안정망도 없는 현실에서(박태민 선수가 저에게 말하길,  "프로게이머들의 은퇴하고 어떻게 되는지 아냐? 한마디로, '막장'이야......") , 저는 어떤 확실한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이렇게 용기내서 글을 올립니다.

게임을, 특히나 프로게이머들을 사랑하는 우리 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같이 고민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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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벨
10/08/06 18:40
수정 아이콘
몇 일 전 친구보고 프로리그 결승전 보러가자고 했다가 너 아직도 그런 것 보냐면서 까였던 것이 기억나네요.
주위에서 e-sports에 대한 인식이 좋지는 않더라구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게 있어서 최고의 스포츠 중 하나인데.
모리아스
10/08/06 18:45
수정 아이콘
어른들이 가지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안 좋으니 어쩔 수 없죠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색다른 취미를 갖고 있는 분들을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더군요
우리야 스덕이니 뭐니 웃자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나이먹고 스타나 보는 인간이죠
10년정도 되어서 프로게이머가 직업으로 인식되었으니 10년정도 더 지나면 스포츠로 인식되겠죠
우리는 이스포츠판을 지키기만 하면 되죠 열심히
10/08/06 18:47
수정 아이콘
그 친구는 그럼 무슨 스포츠 본 답니까?
10/08/06 18:48
수정 아이콘
이스포츠와 가장 제도적으로 비슷한 바둑계의 경우에는
프로가 대회 입상권에서 멀어지더라도
해설, 책 집필, 학원, 행사, 인터넷 대회 같은 방법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협회의 역할을 해왔던 한국기원에서 바둑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바둑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해 왔기에 가능한 일 입니다.
따지고 보면 바둑도 스타와 별 다를게 없는데 말이죠.

바둑이 하향세라는 지금도 바둑이 대세를 타기 시작하던 80년대말이나 90년대초 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학원들도 여전히 성업하고 있고 유망한 프로기사들도 배출되고 있으니까요.
프로기사의 위상은 다른 종목 선수들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서 있구요.(80년대까지만 해도 밑이었을 겁니다.)
최강견신 성제
10/08/06 19:12
수정 아이콘
글에서 보다보니까 방학테란 유인봉선수의 이름이 있네요..
유인봉,김선기,나도현선수가 있던 당시의 한빛은 어디내놔도 꿀리지 않는 테란라인이였는데 어쩌다가 웅테의 위엄...으로 이어졌는지 아쉽기만 하네요
DeadOrUndead
10/08/06 19:41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보니 새롭네요 방학테란 유인봉.. 크크

박태민선수 발언은 많이 생각해볼만 하네요
실버벨빠돌이
10/08/06 19:42
수정 아이콘
제 주변은 상당히 평이 좋은데... 스타보는 친구는 고작 3명이지만 결승은 네다섯 모아서 봅니다.
얼마전 한 여자애가 그런거 왜봐? 하길래 넌 야구 왜봐? 니가 야구보는거랑 똑같은거야.
라고 해주니깐 수긍하던데요 ^^;
10/08/06 19:56
수정 아이콘
그럼 군인은 사람 죽이는건데 왜 해?
바둑 기사는 돌멩이나 가지고 노는건데 왜 해?

멍청한 시선으로 보면 터무니없이 멍청한 말 밖에 안 나오죠. 남이 노력하고 있는 일에 그딴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쓰레기 취급 당하면 어떤 생각이 들지 알아야 합니다.
다레니안
10/08/06 21:05
수정 아이콘
스타 매니아가 아닌 이상에야 프로게이머는 낮게 볼수 밖에 없는 직업입니다

1. 글에도 나온것처럼 아예 게임도 모르는 사람
-> 본문에도 나오지만 게임에 미쳐서 어린애들 인생도 망치는 놈들 주로 어르신들이 이렇게들 생각하십니다

2.스타는 보지만 채널돌리다가 간혹 혹은 여러사람들이 티비볼때 가끔 보는사람
-> 와 스타가 아직도 해? 근데 어차피 곧 망하겠지?

3.택뱅리쌍 정도는 아는데 나머진 모르는 사람
-> 근데 재내들 말고 나머지 애들은 뭐먹고 살아? 군대갈때되면 끝장이네?

제 주변에선 보통 이렇게 생각하죠 야구,축구처럼 국민스포츠도 아니고 타 스포츠들처럼 메달의 위엄이 높지도 않죠

근데 어찌보면 매니아들이라고 다를게 없는게 잘나가는 선수가 조금만 추락해도 "연봉값 못하네" "먹튀네" "한물갔네"라는 말이 우루루

나오니 -_-;;; 어쩔수 없는 현실이라고 봅니다
다레니안
10/08/06 21:09
수정 아이콘
김가을 감독님도 강민선수도 심지어 현역 최고인 이영호선수조차도 "어린학생들이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걸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 라고 하니

프로게이머의 고충이 어떤지 짐작이 갑니다
10/08/07 01:55
수정 아이콘
스타1 프로게이머들과 현재 스타판이 스타2, 스타3 등의 후속작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존속될 수 있다면...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에는 바둑과 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해봅니다.
10/08/07 04:15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네요. 추천하려고 로그인 했습니다.

해바라기님께서 말씀하신 것 중에 3,4,8이 특히 마음에 와 닿고, 또 몰랐던 걸 알게 되어서 좋습니다. 특히 4,8에서 알게 된 fact는 그러려니 했지만 역시 확인을 하니 충격입니다. '16시간 시간 가는 줄도 연습했다', '은퇴 후에는 막장'. 이런 건 짐작은 해도 역시 확인을 하게 되니 놀랍네요. 신빙성도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전 항상 은퇴 후 프로게이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거든요. '이러이러하더라~'라는 소리만 들었으니...

말씀하신대로 이렇게 열정과 혼신을 다하여 실력을 쌓으려고 하는 프로게이머들의 모습이 좀 더 알려져야 인식이 바뀔 겁니다.
pleiades
10/08/07 09:41
수정 아이콘
살며시 추게를 누릅니다...아 이 놈의 사회는 언제쯤에야 이스포츠를 존중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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