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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2/30 00:41:52
Name I.O.S_Lucy
Subject [일반] 누가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고 했을까요?
* 질문글이 아닙니다.
이 글은 지금 슬럼프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제 짧은 생각입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누가 이 말을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아마 이문열씨일 겁니다),
문득, 좀 다르게 생각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는 게 아니라,
날개가 있기 때문에 추락하는 거라구요.

날개가 없다면 애시당초 날아오를 일도 없으니 말입니다.
날개가 있기에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위로 올라갈 수 있었기에 '추락도 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날개짓이라는 건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얼마나 날개짓을 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다 보면 날개짓을 필요량 이상으로 하게 되고,
(여기서 필요량이라 하면 그 고도를 유지하기 위한 날개짓의 양입니다)
그렇게 상승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비상이죠.
대개 신출내기들이 전설적인 포스를 발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경험에 근거한 겁니다. 제가 좀 프랜시스 베이컨을 좋아하는지라^^;)

하지만... 인간이란 참 알 수 없는 동물입니다.
날개짓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게 아닌가,
날개짓을 좀 줄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태만함이 언제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면 날개짓을 조금씩 줄여나갑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줄이는 양이 쌓이고 쌓여서, 임계점을 돌파한다면?

...그게 바로 추락인 겁니다. 쉽게 말하면 슬럼프죠.
그래서 날개가 있기에 추락한다고 한 겁니다.

물론 꼭 날개짓을 덜 해야만 추락하는 건 아닙니다.
날개짓을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하필 강풍이 분다던가, 위에서 뭐가 짓누르고 있다던가 하면 추락하게 마련이죠.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눈에 핏발을 세우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해내는 무서운 종족이라구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누구도 날개짓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 견해는 이렇습니다.
누구나 슬럼프는 겪게 되고, 또 겪어 봐야 한다구요.
비상이란 참으로 달콤합니다.
그 달콤함에 비례해서 추락이란 것은 참으로 씁쓸하고 슬픈 열매입니다.
이런 추락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자와, 경험해보지 않은 자의 차이는 큽니다.

추락을 해 본 사람은 자신의 추락의 원인을 분석하게 마련입니다.
자신의 날개짓이 부족했다(제가 이런 케이스입니다) - 날개짓을 더 하면 됩니다.
하필 정면에서 강풍이 불었다 - 바람을 항상 조심하면 됩니다. 강풍은 갑자기 불어닥치는 게 아니죠.
위에서 뭐가 짓누르고 있더라 - 짓누르는 걸 내리는 걸 최우선 목표로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날개짓을 더 하면 됩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어려움의 원인과 분석, 대처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 추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상처는 한번쯤 겪어 봐야 면역이 생기는 법이죠.

하지만 추락을 경험한 채로 태어날 수는 없죠.
누구나 추락이란 건 한번쯤 겪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처음 추락하는 사람은 슬럼프가 오래 갑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비행기가 추락하는데, 안에 있는 승무원이 침착하다면, 추락을 한 번 겪어본 사람일 겁니다.
대개는 허둥대게 마련이죠.
(좀 비유가 쓰면서도 그렇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서 오래 가는 겁니다.
그리고 그 답안을 찾아냈을 때, 전보다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답안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하늘을 높이 나는 독수리가 되느냐,
땅바닥에서 기는 닭둘기가 되느냐의 차이라고 정의하고 싶네요.
물론 그렇다고 닭둘기가 독수리가 될 수 없다는 건 아닙니다.
노력하면 누구나 독수리가 될 수 있습니다.
차라리 병아리라고 해 둘까요.



슬럼프, 참으로 괴롭습니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아도 자주 다가옵니다.
겪고 싶지 않아서 날개짓을 열심히 했는데도 외부의 사정으로 추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더욱 다음의 비상을 영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게 아닐까요.

사실 이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 멀리 볼 필요 없습니다.
프로게이머 중에서 재기에 성공한 사람의 피나는 노력을 보면 되는 겁니다.
이제동선수가 한때 PC방 리그까지 내려갔다가 권토중래하고 결국 최연소 골든마우스를 차지했지 않습니까.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합시다.
슬럼프는, 위험은 언젠가 온다고 생각하고 이겨낼 수 있도록 열심히 날개짓을 해야죠.
그게 슬럼프를 피하는 길이라고 봅니다.

새해가 곧 다가옵니다.
새해에는 추락을 경험한 사람들이 더욱더 높이 날아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도, 날개짓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쭈욱.



PS. 참 제가 봐도 근거가 많이 부족하네요. 생각도, 글 실력도 짧고...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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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꾸
09/12/30 01:01
수정 아이콘
이문열씨 소설 제목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입니다. 착각하신 듯 하네요. 허허.
불같은 강속구
09/12/30 01:23
수정 아이콘
윗분 말씀대로 이문열 소설 제목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입니다.
소설속에 보면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모든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라는 구절을 인용하는 부분이 나오는 걸로 기억합니다.
09/12/30 02:11
수정 아이콘
날개가 있다로 알고있었는데 제가 잘못안건줄 알았습니다;;
I.O.S_Lucy
09/12/30 07:30
수정 아이콘
멋진 착각을 한 건 했군요. 크크크.
어디서 들은 건데 제대로 착각했나 봅니다-
ReadyMade
09/12/30 08:14
수정 아이콘
조심스레 한 마디 꺼내 봅니다. 유게로!
09/12/30 08:50
수정 아이콘
슬럼프 힘들죠.. 임요환정도의 독기만 있다면, 금방 빠져나올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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