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5/09/14 21:21
제 생각에는, 뇌는 외부 자극을 그대로 받아들여 저장하면 감각 기관의 한계에 그대로 갇혀 버리기 때문에 외부 세계를 더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외부 세계는 3차원이지만 시각 기관은 이를 2차원으로 투영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3차원 세계를 인식하려면 뇌가 열심히 보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과학혁명 이전에는 본격적으로, 의식적으로 사실을 탐구하게 되었다는 것은 과학적 방법 외에는 사실을 탐구하는 방법이 없다는 과학주의적 사고방식 같아요.
25/09/14 21:22
- 네,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그렇게 된 것일지도요.
- '과학적 방법 외에는 사실을 탐구하는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 쓰인 것 같지는 않은데요...
25/09/14 21:33
효율적인 작동을 넘어서서, 감각 자체가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감각 너머에 있는 사실 비슷한 그림자라도 붙잡으려면 뇌의 예측이 필요합니다.
+ 25/09/14 21:39
그렇죠. 결국 감각은 제한적이라 그 자체로는 충분치 않아서 뇌가 예측을 통해 빈자리를 채워야 하기도 합니다.
착시테스트에서 같은 색을 다르게 보는 것도,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다르게 보는 게 '사실'에 부합한다는 경험을 뇌가 갖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보정을 하는 거고...
+ 25/09/14 21:47
예. 감각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뇌는 '예측과 왜곡 없이는' 결코 사실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물론 '예측과 왜곡 때문에' 결코 사실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기도 합니다. 따라서 예측과 스토리텔링하는 뇌는 의도적으로 세상을 왜곡하는 건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유한한 인간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25/09/14 21:21
케플러 3법칙이라든지 관성 개념의 확립이라든지 연주시차의 관측이라든지 이런 발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초기 지동설 모델은 천동설보다도 더 번잡했기에 채택될 수 없었습니다. '사실을 알기 위해'서도 그 시대에는 지동설이 채택되기 힘들었습니다.
25/09/14 21:23
과학이 지금 시대처럼 대중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영향력을 주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도 않았고..
무수한 공학적 발견들은 과학적 방법론과 무관하게 발견되었습니다.
25/09/14 21:26
그것도 그렇습니다.
제가 글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건, 어쨌든 그 과정에서 ‘사실 탐구 자체’를 본격적으로 제도화하고 의식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한 게 과학혁명 이후라는 점이었습니다.
25/09/14 21:30
가령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4원소설도 현 시대 기준으로 볼때는 우스꽝스럽겠지만 그 시대 사람들 입장에선 진지하게 사실 탐구를 한 것일텐데요..
25/09/14 21:37
맞습니다. 고대인들도 나름대로 사실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었지요.
칼 세이건은 고대 그리스에서의 과학 발전에 주목합니다. 그런데 플라톤 등 정신을 중시하는 시절이 되고, 관찰 같은 육체노동은 노예나 하는 거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그런 명맥이 끊기고 그런 흐름이 중세까지 간 거라고...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이 죽 발전했다면 아마 인류는 몇 백년 전에 달에 가지 않았을까, 라고 얘기하더라구요.
25/09/14 21:24
그렇죠. 말씀처럼 초기 단계의 지동설은 실제로는 천동설보다 계산도 복잡했고,
증거도 빈약했기 때문에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겠습니다. 제가 쓴 건, 인간의 뇌가 '사실'보다 '그럴듯함'이나 '안정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데, 말씀해주신 사례는 그와 별개로 실제 증거 부족이라는 역사적 제약도 분명 존재했음을 지적하신 것 같습니다.
25/09/14 21:26
그러니 AI가 환각(hallucination)을 만든다는 걸 갖고 인간이 구박할 입장은 아닐지도. -> 이거에 동의합니다. 인간 자체가 환각 덩어리죠.
+ 25/09/14 21:42
10년도 전에 피지알에서 캐쉬모어 논문 정리된 것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이런 글로 댓글다는 이 순간도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 25/09/14 22:08
(수정됨) 직업이 치료사였던지라 뇌신경학자인 에릭 캔델의 책을 가지고 공부했던 기억이 나는데 어떤 알고리즘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이 사람이 저술한 기억을 찾아서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인간의 의식에 대한 신경과학을 일반인의 기준으로 비교적 쉽게 쓴 책이라 신경과학에 대한 흥미가 있다면 한번쯤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 25/09/14 23:18
이 책은 에릭캔델의 자서전이기도 하고 굳이 얘기하자면 신경과학의 기초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서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다면
굳이 찾아가면서까지 읽으실 필요는 없을겁니다. 저는 꽤나 예전에 이 책의 개정전 책을 샀었는데 당시 도서 11번가에서 7000원이었나에 샀습니다. 지금은 2만원이 넘네요.
+ 25/09/14 23:02
의문이 생기는 단락이
인류는 사족보행에서 이족보행으로 진화하며 척추 질환이나 출산의 고통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생겼고 우리는 이런 이족보행의 부작용을 스트레칭이나 생활 습관 교정, 물리치료, 수술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이건데요 사족보행에선 척추질환이나 출산의고통이 없었나요?
+ 25/09/14 23:34
사족보행 동물도 척추질환이 전혀 없진 않았을 겁니다(?)
그 중에서도 인류는 이족보행을 하게 되면서 척추가 수직으로 체중을 지탱해야 했고, 동시에 출산을 위해 골반이 좁아지면서 산통이나 난산이 커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 25/09/14 23:04
철학적인 문제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봐요. 자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부터 막히는 느낌입니다.
이런 저런 정의를 내릴 수는 있겠지만 온전히 표현하긴 힘든거 같아요. 감각이 생김으로서 다른 것을 인지 할 수 있고 다른 것을 인지함으로 나를 인지하게 되는건데 나는 남(혹은 외부)이 없으면 존재 할 수 없고. 벌써부터 복잡해지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도 전 감각하는게 존재한다고 말하는게 맞을 것도 같고. 생각과 언어를 땔수도 없고 걸린게 한두가지가 아니라 현상적으로 생존(넓게 생식까지 포함)이 고등? 유기체의 행동 방향성이라는 것 외에는 모든게 어려운거 같네요.
+ 25/09/14 23:37
"자아는 정의할 대상이 아니라 정의를 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자아를 정의한다는 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어렵거다" 라는 말들도 하는 것 같던데, 자아에 대해서 얘기한다는 거 자체가 어려운 일인 거 같긴 합니다.
+ 25/09/14 23:07
자아는 환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저도 하고 있었던지라 반가운 글이네요
그런면에서 불교가 참 대단합니다 어떤 뇌과학적 근거도 없이 어떻게 그런 철학을 만들 수 있었는지
+ 25/09/14 23:37
저는 싯다르타의 사상은 마음에 대한 연구를 고대 인도인의 언어로 표현한 게 아닐까 합니다.
그가 요즘 태어났으면 심리학자나 뇌과학자가 되지 않았을까...
+ 25/09/14 23:09
하지만 과학혁명 이후로 인류는 본격적으로, 의식적으로 '사실'을 탐구하게 되었다.
이전의 인류는 뇌가 만들어낸 환각 속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지만 과학혁명 이후로는 그 환각을 넘어 실제 외부의 '사실'을 알고자 하는, 진화의 다음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라는 본문도 과학혁명의 시점이 언제인가요? 그전의 인류와 그이후의 인류는 다른가요? 지금의 인류는 완벽히 환각을 넘어섰나요? 본문의 주어진 블로그 링크글을 보니 의문이 더 샘솟네요 사람은 행동으로 성장해왔고 종교는 붙어있는 한몸이고 각자의 진리를 믿고 따르고 성장하고 있다고 봅니다
+ 25/09/14 23:35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언어패턴은 연기대사처럼 할 말을 다 생각해낸다음 튀어나오기보다는 느낌적인 느낌대로 실시간으로 즉석생성조합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쪽에 가깝고 그래서 외국어학습도 지식의 획득보다는 새로운 습관과 기술을 몸에 익혀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하는데, 언어가 이렇다면 순간의 생각이나 감정, 기분이라고 다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요즘입니다.
빙하의 잠긴 부분처럼 무의식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는 건 너무나 유명한 정보지만 최근에서야 새삼스레 무게감 있게 다가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