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 오랜만에 글 쓰네요. 최근 재미있게 본 넷플릭스의 <우린 반대야> 주인공이 크리스틴 벨이라
갑자기 생각난 베로니카 마스.
한국에서야 크리스틴 벨이 보통은 히어로즈의 전기소녀, 겨울왕국의 안나 정도로 기억되겠지만
사실 진정 주목을 받고, 오랫동안 본진(?)이었다 할 수 있었던 작품은 베로니카 마스죠.
2004년에 시작한 <베로니카 마스> 는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소녀 탐정 베로니카 마스가 벌이는 일련의 사건들을 이야기하는 시리즈입니다.
'소녀 탐정' 이라고 해서 귀여운 소녀가 안경을 들어올리며 똑부러지게 사건을 취재하는 그림을 떠올리시면 살짝 매우실 수 있습니다.
배경이 되는 가상의 도시인 '넵튠'은 부자와 가난한 자, 외톨이, 이민자 갱들이 모여있는 현실 세계의 축소판 같은 도시로, 주 무대인 넵튠 고등학교도 90er이라는 잘나가는 부잣집 아들딸내미들 무리와 PCH라는 라티노 출신의 고교 바이커 갱들의 양대세력이 부딪히는 곳입니다.
주인공 베로니카는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온갖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이 범상치 않은 소녀가 해결하는 일은 훔친 물건이나 학생들 사이의 더러운 추문 등 비교적 가벼운 것도 있지만 마약이나 성폭행, 심지어 살인까지도 포함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이라면 아무래도 캐릭터들을 빼 놓을 수가 없는데요,
베로니카는 학교에서 잘 나가는 무리에 속하는(잘나가는 친구+남친 버프) 소녀였다가, 하루 아침에 친구가 살해되고 아버지가 그 범인을 친구의 친부로 지목하자 그 동안 지내던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가정이 붕괴되는 상황까지 겪습니다.
아버지가 보안관이었을 뿐 비교적 평범한 소녀였던 베로니카는 이후로 각성하여 탐정으로 전직한 아버지를 도우면서 자신도 학교의 해결사로 활동하게 되는데요. 그 활동의 수준이 왠만한 고등학생은 이미 아득히 뛰어넘은 수준... 추리력과 센스는 기본이고, 필요할 때는 규칙을 어겨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는 치밀함, 종종 쓰이는 미인계와 뻔뻔함, 연기력과 위트, 위급한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담력까지 거의 팔방미인 캐릭터입니다.
물론 체력적으로는 그냥 작은 여자애라서 테이저건을 하나 지니고 다니긴 하는데 이것도 불법개조해서 쎄게 만든 거;; 시즌 내내 대학교 학비 모은다고 진땀나게 돌아다니는데 이 정도면 대학 안 가도 먹고 살수 있는 거 아닌가-_-?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 외에도 90er 무리의 리더이자 죽은 친구의 남친인 로건은 난폭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고, 바이커 갱의 리더인 위빌과는 필요할 때면 나름 서로 돕는 악우 같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은근히 케미가 터집니다. 그 외에도 베로니카의 친구인 윌리스와 컴퓨터 소녀인 맥 등 흥미로운 캐릭터는 많지만 이건 드라마를 봐야 제대로 느끼실 수 있는 부분이니 이만 줄이도록 하고요.
또 하나, 이 드라마의 장점은 바로 깔끔한 구성입니다.
보통 미국 드라마가 인기 있어지면 스토리를 사방 팔방으로 늘려서 결국 지지부진해지고 시즌이 가면 갈 수록 망가지는데 비해,
베로니카 마스는 상대적으로 당시에는 인기가 없었던지라(눈물) 3시즌이라는 확실한 결말을 내었고, 각 에피소드/ 시즌마다 기승전결이 잘 맞아 떨어지면서도 다음 화를 계속 보게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부분을 떨쳐내고 봐도 재미있어요. 아무래도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학생이고, 배경도 고등학교이다보니 틴에이저+탐정물+스릴러의 기묘한 장르가 되었는데 이 결과가 매우 훌륭합니다. 또래들 사이의 미묘한 알력 다툼과 감정, 일어날 날 수 있는 연애 문제들, 따돌림 등을 깊게는 아니더라도 외면하지 않고 다루는 모습도 인상 깊었어요.
저는 비교적 나이가 들어서 이 드라마를 봤는데, 한글 자막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영자막으로 봐서 결국은 끝을 냈어요. 어떻게 보면 비인기 드라마라서 거둘 수 있었던 유종의 미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어디까지나 메이저 드라마로서 인기가 없었다 뿐이지, 상당한 컬트 팬덤을 양성해냈으며 그로 인해 영화판/ 시즌 4가 뒤늦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이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많이들 봐주세요!!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당시 틴에이져이셨던 분들(현재 30대 후반~40대 초반) 분들은 그 시대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면서 더더욱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화면이라던지 인물들의 패션이 딱 그 시절을 담아내고 있거든요. 1시즌 오프닝 크레딧의 바람머리 한 베로니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찌릿찌릿 합니다잉 크크
P.S : 오래 전 드라마라 그런지 조연이나 단역 중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1 시즌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나 마블로 떠버린 2 시즌의 테사 톰슨, 조연인 가십걸의 레이튼 미스터(이때도 부잣집 딸내미) 등등. 특히 레이튼 미스터 같은 경우에는 크리스틴 벨이 가십걸의 그 유명한 'xoxo, 가십걸'의 나레이션을 맡아서 마치 베로니카가 가십걸의 비밀 취재를 하는 것 같은 메타적인 재미도 있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추억의 드라마네요.
시즌1을 상당히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상처받은 인물 내면에 대해 묘사가 잘 되고 설득력 있게 그려져 있어서 나름 인기를 얻을 수 있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돌아보면 남친 이버지인가 하는 분(기억오류로 틀릴 수 있습니다) 직업이 영상 스트리밍 압축 기술 개발자로 IT갑부셨죠. 당시 기술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설정이었네요.
추후 리메이크 되었으면 하는 작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