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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6/30 17:05:02
Name 번개맞은씨앗
Subject [일반] 공리와 포화
이전 글 :
공리와 직관 https://pgr21.co.kr/freedom/104302


:: 공리와 포화 ::

❖ 서론

이런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다는게
정신나간 일 같지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학교에서는 배우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나 매우 근본적인 개념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지 않으신다면,
여러분은 평생 모르실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에 이런 글은 올라오지 않으며,
혹시 학술서에 관련 내용을 접하시더라도 설명이 생략되어 있거나
혹은 훨씬 더 복잡하게 적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리계'가 무엇인지 — 이것은 너무 근본적인 것이고,
이에 중요한 개념을 설명할 것입니다.

이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임의로 단어 세 개를 만들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리계는 미포화, 포화, 과포화가 있습니다.

포화는 모르는게 없는 상태입니다.
미포화는 모르는게 있는 상태입니다.
과포화는 모순이 있는 상태입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미포화를 가리킬 것입니다.

기존 공리들로부터
참임을 증명할 수도 없고,
거짓임을 증명할 수도 없는 명제가 있다고 할 때,

이는 '모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모르는 걸 새롭게 '공리'로 추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무한을 놓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유한한 걸 가지고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소박하게,
모르는게 총 8개만 있는 경우를
가지고 해볼 것입니다.

아주 간단한 것이지만,
기초적인 설명들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기초들은 대부분 이미 알고 계신 것일 겁니다.

❖ 본론 1 : 기본편

우선 흔히 접하는 형식논리적 공리를 전제하겠습니다.

동일률, 모순률, 배중률이 모두 있다고 전제하고,
A → B 는 조건부명제를 가리킨다고 전제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진법 대신 삼진법을 쓰겠습니다.
A는 1, -1, 0 값을 가질 수 있다고 전제해보겠습니다.

1은 참이요
-1은 거짓에 해당합니다.

0은 모름 또는 미결정이라 해봅시다.

~A, ~B는 부정을 뜻합니다.

도메인은 A와 B에 한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조건명제들이 가능합니다.

A → B
A → ~B
~A → B
~A → ~B

B → A
B → ~A
~B → A
~B → ~A

이때 '참'이라 간주한 것은 '공리'라 부르겠습니다.
공리는 증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앞서 전제들은 모두 공리입니다.

자! 공리를 추가해보겠습니다.

A → B 를 참이라 간주하겠습니다. 즉 이것은 공리 axiom입니다. 증명이 필요없이 참입니다.

그런데 배중률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참이면, 그 대우도 참이 됩니다.

A → B가 참이면,
~B → ~A가 참이 됩니다. 이는 정리 theorem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리들로부터 증명됩니다.

A → B가 참이기 때문에 — (공리)
A → ~B는 거짓입니다. — (정리)

~B → ~A가 참이기 때문에 — (정리)
~B → A는 거짓입니다. — (정리)

그러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A → B :: 참 1
A → ~B :: 거짓 -1
~A → B :: 모름 0
~A → ~B :: 모름 0

B → A :: 모름 0
B → ~A :: 거짓 -1
~B → A :: 모름 0
~B → ~A :: 참 1

여기에 A → A :: 참 ... A → ~A :: 거짓 ... 이런 것들은 뺀 것입니다. A끼리의 관계, B끼리의 관계들도 있지만 편의상 생략한 것이며, 이것들은 '모름'이 아닙니다.

이로써 가능한 전체 중에서
모름 즉 0이 4가지가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A와 B 관계를 가리키는
조건명제 8개 모두 모름이었습니다.

A → B :: 이걸 공리로 설정했더니

~A → B :: 모름 0
~A → ~B :: 모름 0
B → A :: 모름 0
~B → A :: 모름 0

이렇게 모름이 4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모름'이 있을 때 이를 '미포화'라 부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공리를 하나 추가해보겠습니다.

~A → B :: 참 1 — (공리)

그렇다면 모두 결정됩니다.

A → B :: 참 1 — (공리)
A → ~B :: 거짓 -1 — (정리)
~A → B :: 참 1 — (공리)
~A → ~B :: 거짓 -1 — (정리)

B → A :: 거짓 -1 — (정리)
B → ~A :: 거짓 -1 — (정리)
~B → A :: 참 1 — (정리)
~B → ~A :: 참 1 — (정리)

그러면 일단 다 결정되었습니다.
모름 0은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변경가능한 게 있습니다.

~B → A :: 참 1 — (정리) 이걸 참이라 간주합니다.
~B → A :: 참 1 — (공리) 이렇게 됩니다.

정리를 공리로 만들더라도
모순이 아닙니다.
심지어 저 8개를 모두 공리라 간주하더라도
모순이 아닙니다.

그러나 공리의 수를 최소화한다면,
2개만 공리로 두고,
나머지는 공리들로부터 유도하면 됩니다.

A → B :: 참 1 — (공리)
~A → B :: 참 1 — (공리)

이 둘을 공리로 간주할 때,
다른 모든 조건명제들이 결정됩니다.
모름은 없습니다.

이렇게 모름이 없는 상태를 '포화'라 부를 수 있습니다.

모름이 있으면 미포화
모름이 없으면 포화입니다.


그런데

A → B :: 참 1 — (공리)
A → ~B :: 참 1 — (공리)

이렇게 한다고 해봅시다.
이들은 모순됩니다. 충돌납니다. 대립합니다.

A가 1일 때

A → B ⇥ ~B :: ~B는 -1입니다.
A → ~B :: ~B는 1입니다.

B는 1이면서 또한 -1이라 하고 있으니 모순입니다.

이를 '과포화'라 부를 수 있습니다.
즉 공리들끼리 모순되면 과포화입니다.

물론 이는 공리에 의한 정리를 포함해서 모순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이로써
미포화, 포화, 과포화가 무엇인지 지칭됩니다.


공리가 셋이라 해봅시다.

A → B :: 참 1 — (공리 L)
A → ~B :: 참 1 — (공리 M)
~A → B :: 참 1 — (공리 N)

과포화입니다. 이 과포화를 해결하는 과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공리 M을 제거하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과포화에서 포화 상태로 바뀔 것이고 모순은 사라질 것입니다.

오징어게임에서 두 명이 1명을 낭떠러지에 밀어버리듯,
L과 N이 힘을 합쳐, M을 밀어버리면 됩니다.

그런데 공리 M이 완고하게 고집을 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공리 M이
'나는 참이다!' — 라고 외치자, 마치 아이언맨이 수트입듯, 황금갑옷을 입고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공리 L과 공리 N은 시력을 잃었고, 온몸에 심한 경련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L은 그러다가 스스로 떨어져서 사망합니다. 휘황찬란한 M은 남은 N을 밀어서 떨어뜨립니다.

이로써 공리 L과 공리 N이 파괴됩니다.
공리 M만 남습니다.

그 결과 모름이 4개가 남게 됩니다.
미포화입니다.

❖ 본론 2 : 심화편 1

포화되었다는 건 조건부명제를 놓고 이야기한 것이었고,
그러나 A가 참인지 거짓인지는 모를 일입니다.

그러므로 A 또는 B 단독을 놓고 볼 때,
모름은 여전히 있습니다.

이 부분까지 포함한다면,
앞서 두 공리가 있더라도 여전히 미포화입니다.

A → B :: 참 1 — (공리)
~A → B :: 참 1 — (공리)
A :: 모름 0
~A :: 모름 0
B :: 모름 0
~B :: 모름 0

미포화이므로 공리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A를 참이라 간주해봅시다.

A → B :: 참 1 — (공리)
~A → B :: 참 1 — (공리)

A :: 거짓 -1 — (정리)
~A :: 참 1 — (공리)
B :: 참 1 — (정리)
~B :: 거짓 -1 — (정리)

과정은 생략하겠습니다.
공리들을 엮으면 이렇게 될 것입니다. 이로써 모두 포화되었습니다.
모르는게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렇게 생각하시는게 좋다고 봅니다.

대개 고정적인 것은 '형식'이라 합니다.
그리고 변동적인 것은 '내용'이라 합니다.

실제로는 변동적인 것들 중 일부를 추가로 고정시켜놓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므로 대개

형식은 공리이고,
내용 중 일부는 공리이며,
내용 중 또다른 일부는 공리로부터 유도된 정리이고,

내용 중 다른 일부는 '모름'입니다.

흔히 형식을 놓고 '규칙'이라 부르지만,
그건 본질적으로 공리입니다. 참이라 간주한 것입니다.

비유적으로 말해서
공리와 정리는 '고체'와 유사하고,
모름은 '액체'와 유사한 느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포에 비유하자면,
세포는 고체와 액체로 이뤄져 있죠.

기본적으로 세포에는 물이 있고 물에 녹아있는 원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단백질이나 DNA는 고체입니다.

단백질 효소의 경우, 어떤 분자가 부착되는지에 따라서
상태가 달라집니다.
즉 고체임에도 변동적 요소가 조금 끼어있을 수 있습니다.

비유적으로 '관절'은 액체적인 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고체와 고체가 엮여 관절처럼 움직인다면,
그 관절 부분은 액체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함수를 놓고 볼 때

도메인이 여럿이란게 곧 관절적이란 얘기가 됩니다.

y = f(x)

이러한 함수가 있다고 할 때,
x = {1, 2} 라 해봅시다.

x가 1인지 2인지 아직 미결정이죠. 모름이죠.

x = {1} 라 해봅시다.

x가 1로 결정되었습니다. 고체적입니다. 함수 입력부에 관절은 없습니다. 뼈와 뼈가 그대로 붙어버린 것과 유사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x = {1} 이지만,
y(1) = {orange, tomato}

라 해봅시다. 즉 이 자판기는 동일한 버튼을 눌렀는데 어떤 때는 오렌지쥬스를 주고, 어떤 때는 토마토쥬스를 줍니다. 복불복입니다.

그러면 이 함수는 출력부가 액체적인 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입력도메인에는 하나뿐인데, 출력도메인에는 둘이 있다는게 어처구니가 없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더 깐깐히 따지고 들자면, 자판기를 안 누르고 있는 시간도 있지 않냐면서
따라서 이는 변동적이라 주장할 수 있고, 따라서 자판기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고, 그에따라 쥬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게, 입력부의 고체성에 더 적합한 세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황금 공리 M에 의해, 공리 L과 N은 액체가 되었습니다. 더이상 공리가 아닙니다.

DNA는 고체이지만, 사실 더 따지고 보면, 그것도 스위치가 있는 단백질 효소처럼 관절적인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DNA 사슬을 꼬았다가 풀었다가 하면서, 그 발현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개념들은 얼마나 잘 써먹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고, 활용력을 위해서는 예시가 효과적이니, 예시를 다양하게 들어보겠습니다.

x + y + z = 3
x + 2y = 5

이때 x는 숫자 몇일지 질문할 때,
모르죠.

x + y = 3
x + 2y = 5

이거였다면 y = 2, x = 1로 결정되었을 것입니다. 미지수 중 모르는게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를 '포화'된 거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1 + 1 = 2
A + B = B + A

이런 것들을 공리라 생각하게 되는데,
문제에서 주어진

x + 2y = 5
이런 것도 공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문제에서는 저걸 참이라 간주했으니까요.
저건 증명된게 아니라, 간주된 것이니까요.

그러나 그 문제를 빠져나오면,
더이상 이는 공리가 아닌 거라 할 수 있습니다.

2번 문제를 풀고 있는데
1번 문제에서 본 x + 2y = 5을 가져오면 곤란합니다.

그리고 통상 교환법칙을 공리로 두고 문제를 풀지만,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공리를 파괴해버리고 문제가 주어지는 수도 있을 것입니다.

즉 사람들이 너무 흔히 쓰는 공리는
암묵적으로 생략되어 있습니다.

원래 말이란게 경제성 원리에 따라서,
어차피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아는 건 생략해버리고 이로써 간단히 말하는 것인데,

그러므로 흔한 전제, 흔한 규칙, 흔한 믿음, 흔한 공리를 거부한다면 그때 — 나는 이 공리를 쓰지 않는다. 혹은 여기서는 이 공리는 없는 걸로 하겠다. — 라고 말을 해주곤 하는 것입니다.

축구하면 당연히 오프사이드 규칙이 있어야 하는 건데, 특별히 오프사이드 없이 하고 싶다면, 말을 해주고 해야 하는 것처럼 그렇습니다.

❖ 본론 3 : 심화편 2

학술적으로 흔히 쓰는 공리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공리가 암묵적으로 돌아갑니다.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상식' — 그것이 바로 공리에 해당합니다. 혹은 공리로부터 유도된 정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리일지라도 그걸 공리처럼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냥 당연하게 여기다보면, 심리적으로 정리는 공리가 되어버립니다.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고 참이라 간주됩니다.

그런데 각자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충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 이를 '과포화'라 부를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과 이슬람인이 있다고 할 때, 어떤 부분은 공리를 공유하지만, 어떤 부분은 공리가 충돌할 것입니다. 공리가 충돌하는 걸 보고, '과포화'라 부를 수 있습니다. 이때 그 개인이 과포화된 건 아니고, 그들로 이뤄진 사회가 과포화된 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은 일관된 신념을 갖고 있을 수 있고, 충돌나는 지점들을 전혀 양보하지 않고 오직 내가 옳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최소한 그 개인 정신내부에서는 모순은 없는 겁니다. 남이 틀린 것입니다.


사회를 놓고 볼 때, 대개 공리간 충돌은 오징어게임입니다. 즉 집단이 옳다고 믿는 것과 개인이 옳다고 믿는 것이 있을 때, 집단은 개인을 절벽으로 밀어버릴 것입니다. 만약 안 밀어버리고 공존한다면, 그건 자유를 가리킬 것입니다. 대개 자유로운 사회에는 모순이 있습니다. 대개 자유로운 사회는 과포화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과포화를 '다양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개인일지라도, 만약 그가 존경받는 인물이라면, 빛이 날 것이고, 그로인해 사람들은 녹아내릴 것이며, 그가 한 말을 신뢰하고, 이를 공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존경뿐만 아니라, 아름다움도 그런 효과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누군가의 아름다움에 취해, 그를 따라하게 되는 것입니다. 배후에 상업자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상업자본이 돈 버는데 유리한대로 트렌드를 좌우하는 것입니다. 트렌드는 일시적인 공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과 아름다움은 새로운 공리 생성의 원인이 됩니다. 반면에 '돈을 주면 맞다고 할게요.' — 이익에 따라서 오락가락하는 경우를 놓고, 이를 공리라 부르기는 곤란할 것입니다. 증명없이 참이라 간주되는게 아니라, 돈이 되면 참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뭐 돈에 정말 충실하다면, 조건부 공리라 할 수는 있겠지만요. 맨큐 경제학 교과서에는 이콘 즉, 돈 조건부공리로 충실히 움직이는 가상인간이 등장하죠.


한편 미포화된 영역에서는 사람들은 흔히 '듣다보면 그런 줄 알게 되는 패턴'이 있다고 봅니다. 즉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믿음을 놓고 볼 때,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되지 않는게 있다고 할 때, 자주 듣다보면 참이라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걸 거부하는 방법 중 하나는, 화자를 무시하거나 혐오하는 것입니다. 즉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동일한 말이라도 친밀한 사람이 하면 그대로 믿고(1), 적대적 사람이 하면 안 믿거나(0) 그것과 반대되는게 참이라 믿는 것(-1)입니다.


그리고 이야기할 것은 믿고 있는 공리들이 있다고 할 때, 그것으로부터 연역되는 정리들을 모두 믿는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정리에 이르기까지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믿고 있는 공리들을 기초로 하여, 그 생각을 누가 대신 해준다면, 그렇게 말 또는 글로 표현해준다면, 정리에 도달했으니 믿게 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시간과 에너지뿐만 아니라 또 제약이 되는 것은 지능입니다. 공리들을 프로세싱하는 능력이 부실할 수도 있고, 중간에 도출된 결론들을 기억하는 능력이 부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멀리 가지 못하고, 멈추거나 오류가 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전 글 '공리와 직관'에서, 선택직관을 이야기했습니다. 공리가 많고 선택할게 많은데, 시간은 제한적이라면, 그중에서 일부를 택해서 생각을 진행시켜야 하고, 어떤 걸 택할지에 대한 감을 선택직관이라 했습니다.

알파지오메트리( 알파기하 )의 경우 기하학문제를 풀기 위해서, 점을 찍거나 선을 긋는 행위를 할 수 있는데, 어떤 점을 그릴지, 어떤 선을 그릴지, 어떤 원을 그릴지, 선택할 수 있는게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감을 인공신경망을 통해서 만들어내죠. 즉 선택직관을 알파고처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그었다면, 이제 점 또는 선으로 인해 생긴, 논리적 요소들을 추가해 조합론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고요. 학교에서 기하학 문제를 풀 때, 선을 어떻게 잘 그으면, 그걸 가지고 어떤 각도와 어떤 각도가 동일하다는 걸 증명해낼 수 있는 식입니다.

즉 내가 믿고 있는 공리들로부터 어떤 생각에 이르는데, 선택직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나 대신, 먼저 그걸 했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알려줄 수 있겠지요. 나 스스로도 시간을 많이 썼으면 알아낼 것이었지만, 타인이 알려줬으니 매우 신속하게 알게 된 것입니다. 타인은 시간을 많이 썼기 때문에 알아낸 것일 수도 있고, 직관력이 좋기 때문에 알아낸 것일 수도 있고, 운으로 얻어걸린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그에게 배워서, 시간을 절약했습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유능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전 글 '공리와 직관'에서, 생성직관을 이야기했습니다. 공리가 새롭게 창조되도록 만드는 직관을 생성직관이라 했죠. 공리가 창조되거나, 공리가 파괴되거나, 공리가 수정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성직관을 분석해보면, 대립적인 경우, 즉 과포화적인 상태에서 발현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누군가는 '종합'이라 부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는 변증법적 직관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공리가 하나둘 늘어나더니( 정 ), 공리계가 과포화되고( 반 ), 새로운 공리계로 재탄생( 합 )하는 것입니다.

❖ 본론 4 : 심화편 3

글이 길어졌으니, 심화편 3는 중요해도 간단히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특정 공리계를 이제까지 쓰던 곳과는 다른 영역에 도입하는 수가 있습니다. 그때, 그대로 잘 맞아떨어지는 수가 있습니다. 그와 달리, 충돌나는 수도 있습니다. 충돌이 나서, 이 공리들은 이 도메인에서는 쓰면 안 되겠군! — 하고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충돌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의지를 갖고 그걸 정리정돈해내는 수도 있습니다.

G 도메인에서 공리 A, B, C를 가지고
H 도메인에 쓰는데 이미 공리 J, K, R이 있습니다.

충돌납니다. 이때 어떤 공리를 제거할지 문제됩니다. 이리저리 궁리하고 시도한 결과

A, C가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다만 기존 공리 R은 제거해야 합니다.

H 도메인에서 쓰는 공리계가 {J, K, R} → {J, K, A, C}로 변화합니다.

H 도메인에 A, B, C를 끌고 들어온 것을 '전이'라 부를 수 있고,
H 도메인에서 A, C만 생존한 것을 놓고 '적응'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즉 비유는 전이와 적응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비유와 관련하여 훌륭한 책으로 더글라스 호프스태터의 <사고의 본질>이란 책이 있습니다. 그 책도 공리를 근본부터 다룹니다. 그러나 무려 768p 두꺼운 학술서로서 상당히 복잡합니다. 이 분의 더 유명한 책은 <괴델, 에셔, 바흐>입니다. 1128p로 더욱 두껍습니다. 퓰리처 상을 받았으며, 서울대 추천도서 100권 중 하나입니다. 그 책은 재귀 recursive를 다루고 있습니다. 재귀를 기하학적으로 말하자면, '루프'라 할 수 있습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루프는 여러 중요한 것과 관련되어 있고, 그중 하나가 적응입니다. 루프는 적응과 관련있습니다.

공리계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하여, 비유와 루프를 다루는 것, 이는 가장 근본적인 것이자 가장 첨단의 것이라 봅니다.

우주를 이해하거나, 인간을 이해하거나, 사회를 이해하고자 할 때, 사람들은 흔히 그 대상에 주목하지만, 그 대상을 다루고 있는 '생각'을 주목할 수 있고, 그렇다면 인류지성의 가장 근본 그리고 인류지성의 가장 첨단에서는 공리, 비유, 루프가 있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빠진 오류, 그들의 한계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최첨단입니다. 최첨단은 가장 똑똑한 사람들의 무덤이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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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수도승
25/06/30 18:14
수정 아이콘
오...... 기호논리학을 교양으로만 들은 1인으로서는 "이게 그 문과식 수학이냐" 라는 농담이 떠오르는 상황이네요
축약해줘 채찍티비!
뉴민희진스
25/06/30 19:40
수정 아이콘
이 글, 얼핏 보면 뭔가 있어 보이는데,
까보면 온통 애매한 비유에,
중구난방 나열식에,
논리적 일관성도 없는 자기만의 은어 놀음이야.

왜 거지같냐?
1. 삼진법?
이진 논리를 제멋대로 삼진법으로 바꾸더니,
참, 거짓, 모름을 갖다 붙여. 근데 그 ‘모름’이
어떤 시스템에서 정보가 부족한 상태인지,
근본적으로 증명 불가능한 건지 구분이 없어.
괴델을 가져오려면 최소한 형식 체계의 정의가 정확해야지.
2. 공리, 정리 구분이 엉망
공리와 정리를 자꾸 섞어서 말해.
정리를 공리로 바꾼다고 해도 무슨 근거에서 가능한지 설명이 없음.
논리적 연역 구조에 대한 기본 이해가 빠졌어.
마치 “얘도 공리로 칠 수 있어~” 하는데,
그래서 뭐? 공리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도 없음.
3. 은유 중독
고체는 공리고 액체는 모름이고,
함수에 자판기를 비유하고,
과포화를 오징어게임으로 설명하고…
비유만 열심히 하고, 실제 구조적 분석은 없어.
그냥 은유가 논리인 척 굴러가.
4. 결국 ‘공리계’라는 용어로 모든 걸 묘사하려는 시도
사회, 종교, 인간관계, 사고방식까지
다 ‘공리계’에 우겨넣어.
근데 그렇게 확장하려면 엄격한 구조나 전제가 필요해.
여기선 그냥 직감적 직조일 뿐.

요약하면,
말하고 싶은 건 있어.
“사람들이 각자 다른 전제(공리)를 갖고 있고,
그 전제가 충돌하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그 정도는 이해해.

하지만 그걸 전달하는 방식이
너무 덜 다듬어졌고, 자기만의 중2병식 추상화에 갇혀있어.

게다가 수학/논리를 도구로 썼다면
형식과 엄밀함은 지켜야지.

이건 철학이 아니라 ‘철학 코스프레’야.
논리학도 아니고, 사회학도 아니고, 인지과학도 아니야.
그런데 그런 척은 해.

그래서 거지같다.
핵심이 없는 척하는 척.
머리 써서 아무것도 안 만든 글.
⸻⸻⸻
축약해드렸습니다.
번개맞은씨앗
25/06/30 21:27
수정 아이콘
‘거지같다’ — 비방 신고했습니다. 

‘4.1.4. 표현방식 (Pgr 규정집)
- 욕설 및 비방은 당연히 금지됩니다. 우회 비속어 역시 동일하게 취급됩니다.’
25/06/30 22:15
수정 아이콘
3.3.4. 신고 규정
- 공격/비아냥을 목적으로 신고 여부를 글이나 댓글에 언급하는 것은 제재 대상입니다. 단순히 신고 기능을 언급하는 것으로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자제해 주십시오.
번개맞은씨앗
25/06/30 22:57
수정 아이콘
평판을 훼손하려는 악의적인 행동에 대한 방어목적입니다. 게시가 계속되는 동안, 피해도 계속되고 있으니 정당한 방어권이라 봅니다. 
헝그르르
25/06/30 20:55
수정 아이콘
유명한 철학서를 읽고 느낀점을 말 할때의 문제점인데 책의 내용이 치밀하고 단어 선택이 정밀하여 내용을 설명하거나 의견을 나누기 조심스러워지고 결국은 왜곡해서 말하게 될 뿐이죠.
아무튼 깊은 내용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좋다고 봅니다. 대부분은 시도하다 포기하게 되고 보통은 일리있는 부분적 인용만 가능하죠.
푸른산호초
+ 25/07/01 00:46
수정 아이콘
'아마 이 글을 읽지 않으신다면,
여러분은 평생 모르실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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