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8/05 20:24:33
Name chlrkdgml
File #1 11.jpg (36.2 KB), Download : 15
Subject [잡담] 잔고없는인생


방금전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쓰다보니 아주 길어졌네요. 재밌는 글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군대시절부터 꾸준히 구입하던 로또, 몇주간 방심하고 안샀더니.
또 내 당첨금을 누가 가지고 가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_-
270만분의 1의 확률을 뚫어보려고 석장이나 구입했네요.
저의 잔고이야기는 조금 후에 할게요.


사인펜을 집어들고 마킹하려는 순간
한 이상한-_- zz이 같은 (요즘 zzizil이 라는 표현을 일상생활에서 정말 자주 쓰는데 이말이 나오기전엔 과연 어떤 표현을 썼을지 궁금해지기까지 합니다) 녀석이 저를 밀쳐내다시피 하면서 펜을 잡아들고 마킹을 하네요. 날씨도 더운데 그냥 허허 했습니다.

그녀석이 제 앞에서 계산을 하네요.
겨우 3장 구매하면서 농협 체크카드 (제가 쓰는거랑 같은거라 알아봤지요)를 꺼냅니다.
'거참 이상한놈이네. 3천원을 무슨 카드결제를 하냐. '

결제시도하던 점원이. '손님 카드 결제가 안되는데요'

??  통장에 3천원도 안들어있냐.
당황하신 그분. '큰일이네. 현금이 없는데..' 혹시 모네타로 안될까요?

3천원 결제를 위해서 또한번 시도하는 점원. " 안되는데요"

어쩔줄 몰라하는 그분. ( 그녀석에 그분으로 바뀌었네요 .-_-)

통장안에 3천원이 없던거였습니다.
만원 이상 있었다면, 바로 뒤에 있던 현금지급기에 가서 현금 인출을 했겠지요.

스토리를 역추적 해보자면. 통장안에 만원은 일단 없었고
최소한 3천원은 있겠지 하는 마음에. 일단 로또 긁어두고 결제를 시도한것인데.
이런. 3천원도 없고 말았군요.

통장안에 3천원도 없는 JJ한 인생.

............

이렇게만 쓰면 돈없는 사람 무시하는거 아니냐고 하시는분도 있겠는데.
지금부터 하는 저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하고있는 아르바이트의 월급? 날이 월초에 있는지라
월말, 월초에는 굉장히 JJ한 삶을 살고 있는데.

그래도 이번달에는 완전 JJ모드는 아니고. 어느정도 생활을 할수 있는 금액이 남았습니다.

고용주? 께서 지난달처럼 어이없게 까먹으시지만 않으면 다음주 월요일에 잔고 충전이 되어서 오늘 아침 남아있던 나의 잔고 3만 5천원은 아주 충분한 금액이었죠.

갑자기 그녀가 너무나 보고싶었습니다.

" 오빠. 이번에 마트 갔었는데, 허쉬 초코렛 대땅 큰거 나왔더라~
완전 A4 용지만해~^^"

" 니가 어이없게 내 방명록에서 1등이라고 나오더라 -_-;;"

" 나 1등이야? 그럼 선물줘요 ~ 전에 말한 그 허쉬 초코렛"

문득 그 생각이 났습니다.

겨울방학기간동안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고.
개학하고, 어쩌다 죽을만큼 힘든시간을 보냈었죠. 이제 다시볼수 없는것인가.
5월달부터는 봐도 모른척하고 지냈습니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나만 그렇게 힘든줄 알았습니다. 그녀는 너무나 잘 지내는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러다 한달전부터 조심스럽게 연락을 했고, 다행히 전화를 받아주었습니다.

중간에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잊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로 만난 그녀와 즐겁고 싶었고, 또 짧은시간이나마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맛있는것을 먹으러 가도, 재밌는 영화를 보러 가도,
지난 그녀생각밖에 나지 않더군요.

.........

전화를 했습니다.
몇번의 통화후엔. 예전처럼 한시간을 넘겨가면서 통화를 했습니다.
다들 의미없는 농담따먹기들이었죠.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차마 할수가 없었기에.

그렇게 목소리를 듣는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통화가 오가고, 서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빠만 그렇게 힘들었냐고, 내가 힘들었다는건 상상조차 못했냐고.
완전 자기 마음대로라고, 자기 힘들땐 보지말자고 하더니. 지금와서 왜이러냐고.

--------

정말 그런걸까요. 남자여자의 문제일까요 사람마다 다른것일까요.
누구나 자신이 힘든것만 기억하고, 상대방에게 상처준것은 기억하지 못하는것일까요.

나랑 더이상 엮이는거. 싫다는 말까지 듣고나서
제가 떠나갈 수 밖에 없었는데.
정말 그러기 싫었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는데,

자기는 나의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네요. 정말 제 머릿속을 해부해보고싶다고..

-------

어쨌든 어제밤에도 두시간 통화를 했습니다.

보고싶다. 사랑한다. 너 말고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건 어려울것 같다.
- 무슨 소리에요? 나 없이도 잘 지냈으면서. 나 더이상 이렇게 휘둘리기 싫어요. 항상 지맘대로야.

(여전히 내가 큰 잘못을 한건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줘.
- 이기적이에요. 오빠 마음만 정리되면 그만이에요?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해요 기다려요.

어제 통화의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어나서. 찾아갔습니다. 한시간 반정도의 거리.
그 초코렛을 사러 이마트 xx점에 갔었는데  . 젠장 없습니다.

그동네에서 버스를 타본적은 없어서. 택시를 타고. 홈플러스 xx점을 찾아갔습니다.
A4용지만한 허쉬초코렛. 7500원. 왕복 택시비가 아까워서(?) 하나만 살수 없어서 두개를 사버립니다. 언제나 이런식의 충동구매죠. 잔고도 없으면서.

전화를 했습니다.
나름대로 웃겨볼려고. 발신번호 제한하고선
' 택배 왔습니다'
- 뭐에요? ㅎ

한번에 제 목소리를 알아듣네요. 다르게 할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 쓸데없는 이야기 하지말고 본론을 말해요.

- 어. 나 지금 집앞에 왔어. 나올래?

... 한동안 말이 없습니다.

- 왜 말이 없어?
- 참는다구요. 나 정말 화났어요.

- 내가 오늘 와선 안되는거였어?

- 오늘의 문제만이 아니에요. 항상 이런식이야. 자기 맘대로. 내 기분은 생각조차 안하고.
선물을 사서 왔으면 기분이 좋아야 정상인데. 나 지금 기분이 나쁘거든요?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너무나 보고싶어서.
마트를 두곳이나 들르는 삽질을 해가면서. 그녀가 먹고싶어 하는 그걸 사서 갔는데.
기분이 나쁘다네요.

할말을 잃었습니다.

- 알겠어. 끊을게.
그러고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 이 욱하는 성질을 어떻게 하긴 해야 할건데.

담배를 한대 물고, 릴랙스.
5분도 되지 않아서 미안해집니다.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네요.
또 jj하게 문자를 보냅니다. 나와라. 기다리고 있다.
20분이 지나서야 답문이 오네요. 지금 바로 못나가요 시간이 좀 걸려요.

저쪽에서 그녀가 걸어오네요.
역시나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그래서 쳐다볼수 없었죠.

그래도 제 앞에 와서는 웃어줍니다. 아무일 없었던것처럼.

어? 유통기간이 10월 21일까지네? 그때까지 먹을수 있을까요? ㅎ
-_-; 한달안에 다 먹지나 마라 ㅎ
치 ~ 역시 오빠는 나에 대한 오해가 너무 깊어 ㅋ

- 나 지금 친구들 만나러 나가봐야해요. 오래 못봐서 미안해요
- 아니, 원래 그냥 주고 바로 갈려고 했었어.

-다음에 봐요.
- 다음이 언젠데?
- 백만년 후에 ^^

백만년 후에란 표현. 그녀가 자주 쓰던 표현.
좋을때도 안좋을때도, 그녀는 백만년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했었죠.

오늘의 의미는 두달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제가 전에 뜬금없이 했던말. 10월에 보자.
10월. 작년 제가 그녀에게 처음 작업? 을 시작했던 그때.
그때가 되면 그녀를 다시 만날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했던말.


그녀가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의 홈페이지에
그녀가 남긴 글을 며칠전에 우연히 봤습니다.

'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그런 사랑이 있을까요? 변치 않고 저만을 사랑해주는 그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 사랑안해..'

백지영의 사랑안해 와 박진영의 10년이 지나고 를 연속해서 듣고,
우울해져서. 썼다는 그 글.

.........

힘들어서 잠시였지만 다른 여자를 만났었고
98년에 유행했던 코요테의 노래가사처럼
'딴사람을 만나다보면 쉽게 널 잊을거라던 내 단순했던 생각이 틀린거야'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내가 정말 그녀를 사랑하고 있구나.

............

사랑합니다. 정말 그녀를 사랑합니다.

- 자기 마음은 자기 마음대로 하면서 내 마음까지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건 욕심이네요

맞습니다. 욕심입니다.
하지만 욕심 부리지 않았다면. 그녀를 이렇게 만나지도 못했을것인데요.
이기적이지만. - 계속 욕심을 부려야겠습니다.

제목과는 상관없는 글이 너무 길었네요.

돌아오는 길에 - 이제는 제목과 상관있는.
주머니에 6천원과 잔돈 몇개.
레종 블랙 담배 한갑을 사야 하고, 밥을 사먹어야 하고.
그리고 로또를 사고싶다. 6천원으로는 안되겠네.

잔고는 정확히 4천 6백원.
6천원을 입금하고 만원을 빼낸다.! ( 농협은 만원 인출시 수수료 없음)
이런. 5천원짜리가 신권이네. 젠장.

작은 가게에 들러서 그냥 돈만 바꿀수 없으니
동전을 이용하여 콜라 한캔을 사주는 센스-_-
아저씨도 안바꿔주실수 없겠죠.

그렇게해서. 정말로 JJ하게 천원짜리 6장을 입금하고 만원짜리를 꺼냅니다.
문득 떠오르는 , 교과서에 나왔던 피천득 님의 은전 한닢?

' 단지 만원짜리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ㅠㅠ'

-_-;;;

나름대로 JJ한 인생이
눈앞에서 더 JJ한 인생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저만 이렇게 사는줄 알았는데.
제 친구들 역시 몇천원 입금하고 만원을 뽑아본 기억이 꽤 된다고. ㅎ

그런 경험 있으신분들 정말 많이 있나요?

.........

말하고싶은데,
과 게시판에도, 싸이에도 어디에도 올릴수가 없어서 올렸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세요. ^^

ps. 사진은 http://blog.naver.com/yksmini/140000847775  에서 무단-_-으로 퍼왔습니다. 네이버 이미지검색으로 허쉬초코렛 하니깐 나오는거라. 문제가 되면 지우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Zergling을 믿습
06/08/05 20:33
수정 아이콘
사람의 행복은 '망각'하는데 있다. 라는 말이 있지요..^^
그 'zz'한 기억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좀더 즐겁게 살아보기 위해서 웃어보는 거예요...지금 통장 잔고 5000원에 이달 카드빚의 압박을 견디려고 그냥 잊어버렸답니다..--;;;
팬이야
06/08/05 20:46
수정 아이콘
허쉬초콜릿.. 비싸죠.. 뭣도 모르고 친구에게 저거 사달라고 했다가 계산하고 죽을뻔 했는데...
구름처럼
06/08/05 21:49
수정 아이콘
저도 예전 생각나네요....한때는 돈이 없어서 담배를 끊었습니다. 돈도 없는놈이 무슨 담배라고 생각하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그리고 공부해서 지금은 안정적인 직장 다닙니다....여자 문제는 저도 지금 여친을 만나면 힘들고(항상은 아니지만) 또 없으면 생각납니다. 참 늪이라는게 이런거라는걸 새삼느끼는 요즘입니다. 친구들은 저한테미쳤다고 하는데 뒤돌아설려면 망설이고 그녀가 울먹이기라도 하면 참.....여자가 무섭다는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특히 여우.....
FreeComet
06/08/05 21:50
수정 아이콘
얼만가요=_=; 엄청갖고(?)싶네요. 먹는건둘째치고..
정지환
06/08/06 00:32
수정 아이콘
사랑의 감정도 언젠가는 모자라는 잔고를 채우셔서 꼭 인출하시기 바랍니다 ^^
Juliett November
06/08/06 00:55
수정 아이콘
후훗....:)
터져라스캐럽
06/08/07 02:29
수정 아이콘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chrkdgml님의 사랑하는그녀와 다시 잘될수있기를..^^!
06/08/08 12:40
수정 아이콘
여자가 여우기는 한데... ...
문제는 남자들도 알면서도
여우같은 여자한테 더 매력을 느낀다는거... ... @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4871 [MBC Game 대회 안내] 스타크래프트대회 프로게이머가 되는길~ [13] 김현덕4446 06/08/08 4446 0
24870 맵 통합에 대한 불만 [70] 김연우6353 06/08/08 6353 0
24869 UZOO배 msl를 되돌아보며.... [23] 질러버리자4778 06/08/08 4778 0
24868 테vs테전의 미학.. 멀티싸움! [11] Solo_me3674 06/08/07 3674 0
24867 이 나이에 SM을 좋아하면 안 되는건가? [110] 바카스8561 06/08/07 8561 0
24845 [OFF AIR] PMU(PgR MusicCast) 시험방송합니다. [45] 캐럿.4573 06/08/05 4573 0
24864 반가운 소나기가 내리네요 [19] darksniper4332 06/08/07 4332 0
24862 양대방송사 통합챔피언 결정전을 제안해봅니다.. [43] 최강견신 성제5776 06/08/07 5776 0
24860 마이다스가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들. [26] 백야5174 06/08/07 5174 0
24859 [잡담] 몇가지 잡담이죠. [5] My name is J3993 06/08/07 3993 0
24858 통합 본좌 마재윤 [87] swflying10007 06/08/06 10007 0
24857 인연의 소중함 [9] 히또끼리4639 06/08/06 4639 0
24856 테란 제국의 계승자. [58] K.DD6612 06/08/06 6612 0
24855 짜증나는 열대야, 델리스파이스 습훼샬로 돌파해보아요~ [28] pErsOnA_Couple4346 06/08/06 4346 0
24853 북한 문제에 관한 굉장한 분석이 나왔네요.(펌) [21] 아홉꼬리여우5040 06/08/06 5040 0
24852 잊혀진 유틸리티 플레이어 융무 허 [5] hwang184593 06/08/06 4593 0
24851 [영화] 플라이 대디와 이준기 (스포주의) [20] 다주거써4824 06/08/06 4824 0
24850 곧 WCG 2006 스타크래프트 부문 최종 선발전 결승전,3,4위전이 열립니다....... [258] SKY927831 06/08/06 7831 0
24849 지금은 불가능한..하지만 가끔 그리운 그때 [15] 밑에분4760 06/08/06 4760 0
24848 과소평가 저그 조용호 [241] 노게잇더블넥9804 06/08/06 9804 0
24846 후암.. 술 한잔하고 잠 못이루는 새벽의 잡담.. [15] Solo_me5015 06/08/06 5015 0
24844 또 한 명의 축구 선수가 떠나는군요. [25] GutsGundam6295 06/08/05 6295 0
24842 [잡담] 잔고없는인생 [8] chlrkdgml4345 06/08/05 434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