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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2/21 01:40:54
Name People's elbow
Subject 천하무적!
PART 1

어느 조용한 재야의 PC방. 이윤열의 마우스는 날카로운 검이 되어 자고 있는 한 사람의 목을 겨누고 있다. 단지 내려치는 일만 남았다는 듯.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나....!“

“자고 있다...
그때와는 다르다.
그때 나를 몰아세우던 것은,
오로지 독기..  정상을 향한 독한 마음 뿐이었다.“

상대의 마우스가 창이 되어 나의 목을 조여왔다. 또한 그의 키보드는 활이 되어 나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나를 짓누르는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두려움에 의해 나의 온몸은 마비가 되었고 터질듯한 심장박동 소리가 온 방안을 울리고 있었다. 나를 짓누르는 이자는 혹시...

“네가 나를 이긴다고?”
“내가 누구냐
말 못하겠느냐! 내가 누구냐?“

“이윤열..
처.... 천하무적......“

PART 2

이윤열의 칼이 점점 올라가더니 이내 내려칠 준비를 하고 있다. 스타의 신이라고 불리우는이 사람. 그러나 그 사람은 조금의 미동도 없이 너무나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 오히려 칼을 쥐고 있는 이윤열의 손끝에 땀이 배여가고 있었다. 마침내 이윤열의 칼이 그 사람의 목을 내려 치려는 찰나, 자고 있던 그의 마우스가 방패가 되어 칼을 막았다. 그러나 그것은 이윤열 자신이 만들어낸 허영. 그는 역시 미동도 없이 자고 있었다.

‘방금 그건 뭐지....’
‘우연이야..
이걸 봐라, 완전히 무방비잖아.‘

‘이쯤이야
식은 죽 먹기보다.....‘

이윤열은 다시 한번 그의 목을 내려치려고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욱 강하게 그의 방패가 칼을 휘감았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이윤열이 만들어낸 허영. 오히려 이윤열의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내가 이 팔만 휘두르면 ...
당신의 시대는 끝나, 스타의 신!‘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이윤열은 더욱 세게 그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이번엔 이윤열 자신이 나타나 이윤열의 칼을 막고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허영의 이윤열은 원래의 이윤열보다 훨씬 독한 눈으로, 살기를 품은 채 이윤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것이 나?!’

PART 3

“천하무적..
왜 나는
천하무적이 되려 하는가.“

“스타의 신...
천하무적이란 뭐지?“

이윤열은 자신이 겪어온 일을 생각했다.
아마추어로서 ITV 고수를 이겨라에서 당대 거물인 최인규를 이기고 당당히 프로게이머가 되었다. KPGA를 3번이나 연속으로 재패하곤 온게임넷에 입성하자마자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자신에게 죽음의 고통까지 안겨 주었던 스타의 일인자 임요환을 프리미어리그에서 물리쳤다. 더 이상 자신의 앞날에 장애물은 없어보였다.

“한 사람 대 한 성의 전쟁을 시작해
겨우 여기까지 왔다.“

“이제 정점에 서 있는 너의 목만 거두면 되는데,
왜 자고 있는 거야.“

“스타란...
천하무적이란..
목숨을 뺏느냐 뺏기느냐 아닌가?“

이윤열은 그 사람을 고요히 처다보았다. 처음에 그를 베려던 생각을 잠시 접고 그의 눈, 코, 입, 그의 표정, 그의 인상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이제껏 보이지 않던 그의 몸.. 그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는 눈은 거대한 산이 되어 천지 만물을 아우르고 있었다. 이윤열은 들고 있던 칼을 잠시 접어두었다.

“ 이 사람은 산이다!”

PART 4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천하무적은... 나 이윤열 말고는 없다.
천하무적이라는 칭호에, 이윤열이라는 이름에 사로잡혀, 넓은 천하를 좁게 만들었다.
이윤열은 생각했다. 자신의 목을 조여왔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음을..

“천하는
무한히 넓게...
모든 것을 감싼다.“

그러나 내가 이제껏 해온 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윤열! 죽일 수 있어.
목을 푹 찔러버린다. 언제까지 태평스럽게 잘 거지? 컴퓨터에 연결도 되지 않은
그 키보드로 어떻게 막겠다고!! 혹시... 그는 자는 척 하는 것이 아닐까..

“자 받아라!”

PART 5
이윤열은 칼을 내리치려는 순간 그 사람이 마우스가 손에서 사라졌음을 느꼈다. 그의
마우스는 칼이 아닌 부드러운 마우스패드가 되어 이윤열의 머리위에 떨어졌다. 이윤열은 말할 수 없는 공포감으로 휩싸였고, 드디어 그 사람이 입이 열렸다.

“마우스는..
나의 검은..
천지와 하나,
그러기에 없어도 되는 것이라네....“

그 사람은 살며시 상체를 일으키며 이윤열을 바라보았다. 스타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이 사람. 이 사람 앞에서 이윤열은 자신의 초라한 존재를 느끼며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과, 언제까지나 여기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젊은이 이름이 뭔가?”

“이.... 윤....열..
고향을 떠난지 몇 년...
수십번의 싸움을 거쳐
저도 나름대로 강자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김대기님의 크기는
저로선 아직 헤아릴 수 조차
없습니다.....“

김대기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아니 최근에 가장 많이
불리워지고 있는 이름이었다.
그은 이윤열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기에 이윤열은 제법 쓸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윤열의 독기 서린 눈을 보면서 위험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천하무적이란 무엇인가...?
이윤열...”

PART 6

이윤열은 숨죽여 듣고 있었다. 아니 그는 추측해 보았다. 드디어 이 사람이 천하무적에 대해 말하는 구나. 자신이 그렇게나 되길 바랬던 천하무적. 듀얼 탈락 후 PC방 예선으로 가야했던 최근의 고통을 씻어 내려는 듯. 더욱 그는 천하무적에 집착하고 있었다. 이윽고 김대기의 입이 열렸다.

“젊은이.....”

“천하무적이란 단지
말일 뿐이야....“

몇 초 동안이었을까... 이윤열의 몸은 굳어있었다.
그리고는 일어나 어디론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 이윤열선수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팬으로서 응원차 글을 한번 써봤습니다.
   이윤열 파이팅.. 당신은 언제나 나에겐 천하무적입니다.

- 참고 : 배가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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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21 03:09
수정 아이콘
크크크 재밌습니다. 이윤열 선수도 알겁니다. 다다음 스타리그에서는 꼭 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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