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5/23 02:05:58
Name 이중가면
Subject 여러분께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방황하고 혼란해하던 시기..

특별히 좋아하는것도 없고 싫어하는것도 없이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던 시기..

자신조차 아낄줄 몰랐던 한 어리석은 인간은 다른 사람들의 기분따윈 중요하지 않았고 그

저 내키는 대로 내뱉은 한두마디에 유일한 쾌락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왔었다..  

그러나 그 쾌락을 접하면 접할수록 점점 커져만가는 공허감 이 공허감은 뭘까..

이 공허감을 달래보고자 매달렸던 스타크래프트란 게임..

그 게임을 통해 발견한 pgr이란 사이트..

그곳에선 이런 보잘것 없는 나의 자그마한 글귀에도 귀기울여 주었으며 따뜻하게 맞아주

었고 또한 걱정해주었다..

그곳에선 육체적으로 정처없이 방황하던 나를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 하던 나를 잡아주

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곳에선 칼로 맞서던 나를 두손으로 어루만져 주었고 나 또한 두손으로 어루만질수 있

게 이끌어 주었다..

그사이 나는 내안의 공허감이 사라져만 간다고 나자신의 생각만 하지않고 나름대로 타인

을 생각할줄 안다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였으며 결국 나는 나자신에게 거짓을 되풀이 하면서 내안의

공허감과 더불어 나자신에 대한 불신만 키워가고 있을 뿐이였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물을 흐려놓는다고 했던가 한시나마 여기 사람들과 같다고 생각한 나

는 두가면에 싸여진 나를 혹여나 내보이게 될까봐 나로 인해서 이 사람들까지 피해받진 않

을까 이사람들과 관계가 깊어지게 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저런 생각에 결국 나와

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란 걸 알았고 황급히 나자신을 추스리고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아직도 이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두렵다 이곳을 비롯한 어느곳에서도 사람들과 깊은관계를 맺는다는것이..

나는 두렵다 내안의 또다른 나를 남들이 발견하게 될까봐..

나는 두렵다 점점 나자신을 믿지 않게 될까봐..

나는 두렵다 내안에 자리잡고 있는 이무언가가 결국 나를 먹어치우진 않을지..

                                                                            - 2002년 한겨울의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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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임진
03/05/23 02:36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엔 이중가면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거나,
그런 시기를 겪지 않았을까 생각 되는군요.

타인에 대한 사랑이 중요한 것 처럼
자신에 대한 사랑도 중요하답니다.
자신을 믿고 잘 가꾸시길 바랍니다.
03/05/23 03:06
수정 아이콘
랜덤[tr] or 폭룡님이신듯 하네요
信主NISSI
03/05/23 03:40
수정 아이콘
착각하지 마세요.(강한 어투로 듣지 않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당신은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저 안주려고 노력하자 이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솔직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을 위선이라 하고 욕을 하지만, 위선을 포기하고 악을 행함보다는 위선이라도 붙잡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가져야합니다. 그래야 그나마의 선이 나오니까요.

만약 떠나신다면,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소중한 pgr의 식구 한명이 사라지는 것에 안타깝습니다. 님처럼 상대방에 대해서 조심하려는 태도를 가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하고 어리석은 머리로 나마 생각해 봅니다.

이곳이었던지, 아니면 다른 곳이었던지 심정의 변화를 줄만한 일이 생기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은 님의 실수때문이겠지요. 분명히 누군가에게 죄송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비하하지는 마세요. 당신 역시 당신이 아끼는 pgr의 일원이며, 바로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그렇게 소중히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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