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머리부터 먼저....
이 글은 거기에 계신 분들이 '외딴 벙커'라고 부르는
이렇게 소상하게 얘기하지 않아도 아실 분은 다 아시는 곳에 올린 글입니다.
글 내용에도 있지만, 이곳 pgr에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그곳에 올려 놓았는데,
올려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글을 이곳에 올리게 됩니다.
원래 개인적으로 똑같은 글을 중복되게 다른 공간에 올리는 짓거리를 대단히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짓을 하고 마는 이유는 저란 넘이
'외딴 벙커'의 낭만만큼 '막멀티'의 낭만 또한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라는.
구차한 변명을 남깁니다.
뭐, 저 말고도, 저깐 건 쨉도 안 될 만큼의 큰 의미로 그 님을 팬으로서 사랑하시는 님들께, 오히려
누가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많은 분들이 그 님의 게임을 지켜보길 바라는 마음에
남사시런 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것두 저것두 아니면, 그곳이나 이곳이나 어찌됐건 제가 좋아하고,
그 공간, 이 공간에서 어느 정도 으쓱할 정도의 '어깨'가 되는 '징표'일 수도 있는(아! 이 어리석음이란!) '레벨'을 동시에 올리고 싶은 이유, 하나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글 하나에 10점이란 사실을 불과 얼마 전에 알았답니다. 하여간 이 레벨제도 위태로운 매혹임돠.) 설마,
이것도 '치트' 행위인가요. -_-;; 괜히 찔리고 있는 중입니다.
머리썰이 무척이나 길었네요.
그럼 이만 약간은 얼굴 붉히며 총총~
^^;;
지금 이 시간에도 어김없이,
우리의 '잭필드' 광고가 나오고 있네요.
쇼핑호스트나 성우나 집 앞 구멍가게 아저씨 아줌마처럼 느껴지네요.
어색한 동작으로 잭필드를 입은 채 몸을 흔들거나, 골프채를 휘두르거나
최대한 발랄함을 가장하는 모델들 또한 잘 아는 동생처럼 여겨지네요.
CU@Battle.net에서 '스타력지수'인가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은데
잭필드 광고 몇 백 번 이상 봐야 진정한 게임매니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근데 그렇게 많이 봐 놓고서 이제야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 있어요.
잭필드의 특징이라고 자막이 꽝꽝 박혀 있는데!
구김방지, 큐마크획득은 님도 봤겠지요? 근데 말이죠. 제일 밑에 분명히 이렇게 써 있네요.
"물세탁가능!"
일반면바지가 물세탁까지 가능하다니 정말 대돤하지 않나요? -_-;;;
너무 싱거운 말로 편지를 시작했나요?
편지, 아 지금 저는 "[편지] N2Rookie 님에게"라는 제목을 달아놓고 글을 쓰는 중이지요?
얼굴 함 봤다구 넘 뻔뻔해졌죠, 제가. ^^;
감히! 정말이지 감히! pgr에 이런 공개편지를 쓸 생각을 하다니.
뭐랄까, 요즘 pgr을 보면 참으로 다양한 '체계'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음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라고 말하니까 제가 무슨 엄청난 pgr매니아'씩'이나 되는 것 같고.
암튼, 꽤 고민했지요.
처음엔 직접 메일을 보내려고 했는데 저란 넘이 원래
관계의 '속살'을 보듬는 '직접적인' 행위를 잘 못하거든요.
그 다음, 생각한 게 님의 팬카페였는데, 언제부터인지 그곳에 글을 남긴다는 것이
꺼려지더라구요. 이유는 극히 개인적인 거니까 노코멘트요.
'외딴 벙커'에 남기려니까 거기에 계신 분들이 가뜩이나 복통에 시달리고 계신데
내 내장도 별로 시원치 않은 마당에 남의 내장 뒤틀 일을 왜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 과감하게, 혹은 무모하게 pgr에 글을 쓰고 맙니다.
라는 글을 그제쯤인가 썼던 것 같네요.
뭐, 이런 저런 이유로,
일도 일이고,
사실은 제가 루키님에게 너무 기운 건 아닐까 하는
허튼(한 거 뭐만큼도 없으면서) 생각도 하게 되고,
(저는 늘 어떤 관계든 어떤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유형이든 관계란 결국, 균형의 미학 아닐까 하는.)
미루고 미루다, 그래봐야 며칠밖에 안 되지만, 암튼 이제야 비로소 쓰게 되네요.
결국은 스토리에 남기는 중이고요.
(스토리 여러분, 내장 뒤틀려도 별 수 없답니다. 여기요, 겔포스후루룩! ^^)
무신 거창한 편지를 쓰려는 건 아니구요.
그저 실로 오랜만에 게임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날인데
저 혼자 기념하고 싶은 의미일 따름입니다. 역시,
이기적이지만, 다른 의미로 솔직하다 여겨줄 거죠?
이 편지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테마는 얼마 전,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얻게 되었어요.
흠, 여자양궁개인전 말이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김 머시기인데, (무슨 이름인지 인터넷으로 찾으면 금방 나오겠지만, 글을 쓰는 저의 리듬을 위해 포기할랍니다. 별 수 없습니다. 땡기지 않으면 안 합니다. -_-)
암튼, 우리나라 선수가 4강전을 하는 모습부터 우연히,
보게 됐죠.
근데 이 선수 표정 압권이었어요.
그 자신감 철철 넘쳐나는 '거만모드'란!
가히 왕년에 잘 나갈 때 루키님의 냄새가 팍팍 난다 할 수 있었죠.
근데 해설자가 말하길
이 선수가 늘 4-5등만 했대요.
한국대표 된다는 게 세계대회, 올림픽, 아시안게임대표가 되는 거보다 힘듯 노릇이잖아요.
이 선수는 늘 안타깝게 대표가 되지 못한 선수였다구요.
'사선'(이 용어가 양궁에선 정확한 게 아니겠죠? 아무튼 사격할 땐 사선이라 하죠. 라인오프파이어~)에 설 때의 모습이나,
활을 들고 시위를 당길 때의 모습이나,
활이 꽂히고 과녁을 확인하는 모습이나,
관중들의 응원소리에 반응하는 모습이나,
참 쿨했단 말이죠!
보일 듯 말 듯, 씨익 쪼개는 모습이란!
근데 그 모습에서 단순한 '쿨'이 아닌,
어떤 경지에 선 이의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 '쿨'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핫'을 경험했는지,
굳이 해설자가 그 선수의 이력을 친절하게 말해 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표정만으로도 알 수 있겠더라구요.
그게 어떤 걸 의미하는지 소상하게,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을래요. 일부러
휙 내갈기고 말래요. 물론
그 내갈김이 님의 여백에 어떤 의미이기를 바라는 욕심은 있지만. ^^;
근데, 거기서 얘기가 끝나는 게 아니에요.
이 선수가 무난히 이기고 결승전에 올라갔죠.
근데 거기서 만난 대만 선수(역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요)의 표정이 더 압권이었어요.
우리나라 선수의 자신감은 자만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만큼 당당한(좀 더 자극적으로 얘기하자면 되바라진, 막돼먹은) 얼굴이더라구요.
너만 씨익 쪼개냐, 나도 쪼갠다 하는 듯한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더라구요.
해설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열여덟 살밖에 안 되는 저 선수가 긴장이 돼서 저런다 라고 말하더라구요.
근데 전 아니던 걸요.
분명히 보이던데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라는 게.
결국 그 대만선수가 우승을 했어요.
그토록 자신감을 보이던 우리나라 선수는 말미에 7점인가를 쏘는 실수를 저질렀지요.
그토록 쿨해 보이던 얼굴이 잠시 일그러지는데 참,
가슴에 걸리더군요.
반대로 대만선수는 환하게 웃더군요.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손을 치켜 환호했음은 물론이구요.
그런데 그 웃음을 본 순간,
저 선수는 아직 멀었다 싶더라구요.
그 웃음, 그 환호는 아직 발효가 덜 된,
아직 져본 적이 별로 없는 탓에 나올 수밖에 없는
설익은 모습이 아닐까 하는.
이제부터 그 선수는 필연적으로 패배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 뒤, 시간이 거듭되다, 아주 먼 그 언젠가,
비로소 우리나라 선수에게서 보았던 그 쿨한 표정이
그 선수의 얼굴에도 남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게 쉽게 말해 '연륜'이란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우리나라 선수, 대만 선수 중에 하나를 꼭 집어서
루키님에게 대입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두 선수의 모든 이미지를 합쳐 놓고 결국은 게임까지 이기고야 마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미리,
제 가슴속에 새겨 넣고 싶지만,
세상 사는 게 어찌 그리 쉽게 될까요.
다만,
그 운이란 넘!
처음 자리에서 님의 입에서 나온 그 짧은 단어가 어찌나 가슴에 걸렸는데요.
어쨌거나 그 운이란 녀석을 잠재울 만큼 루키님은 충분히
아파하고 방황하고 고민하고 분노하고 절규하고 신음하고, 기타 등등의 모든 감정들을
겪어냈을 거라며 믿고 싶어요.
너, 너, 너! 니가 운이야? 나, 루키야! 그래 내가 딱 나가, 어, 봐! 이 넘이 쫄게 돼 있어, 그럼 확! 하는 거야, 지깐 게 별 수 있겠어!
바로 그 정신으로, 신념으로, 혹은 때로는 가장 무기가 되기도 하는 치기로,
쿨하게! 달려든다면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무턱대고 믿어 볼랍니다.
뭐, 흔히 하는 말 있잖아요.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는.
그 따위 바른 말은 꾹꾹 삼킬랍니다.
저, 결과에 집착할 겁니다.
이런 어리석은 말을 루키님이 부담으로 흡수하고 속 더부룩할 만큼
작은 그릇의 사람이 아니란 걸 얼핏설핏 엿봤기 때문에
저는 믿어요.
제가 팬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막돼먹은 말을 이렇게 지껄일 수 이유는
이미 그 결과에 초연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단 하나,
루키님의 숨결, 그대로인 게임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할 만큼
저도 꽤 세련된 팬이 되어가고 있는 중인가 봐요.
(아! 넘 감상모드인가요? 아니 팬도 그 선수를 닮아서 넘 거만모드인가요? ^^;)
며칠동안, 정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떤 모습이든 그걸 내 눈으로 보고야 말고, 그걸 어떤 의미로든 가슴에 품을 수 있을 만큼의.
그 모든 걸 감내할 만큼의 그릇이 되는 팬이긴 한 건가, 내가!
많이 고민했답니다. 근데,
이 글을 맺고 외딴 벙커에 올려 놓는 순간부터,
그깐 고민은 그만할랍니다.
날이 밝았네요.
이 하루가 하루만큼의 시효를 다하고 어둠을 내리고 있을 무렵,
아휘는 베티와 함께 서둘러 메가웹을 향해 달리고 있겠지요.
그리고 먼발치에서나마 루키님을 응원할 거예요.
깊은 호흡, 들숨 날숨 크게 최대한 크게 게임에 임하고,
그것과 똑같이 응원하고
그렇게 한바탕 게임하고 응원하고 난 이후에
술 나눌 수 있는 시간 허락될지 모르겠네요.
저 또한 담날부터 마감모드고, 루키님도 담날 어떤 일정이 잡혀 있는 지 모르지만,
그거야 머 그때 삘에 따라 어떻게든 되겠죠?
술보단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기다리면 좋겠어요.
할 얘기, 들을 얘기 참 많다구요.
너무 서둘러 다 얘기해서 밑천이 떨어질까봐 전혀, 걱정하지 않아요.
전 루키님과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인 팬인 걸요.
마지막으로, 새길 문자는 딴 거 뭐 있겠어요.
루키님,
GL Yo!
From 아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