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5/08 02:51:05
Name 항즐이
Subject 자유 게시판에서의 마지막 글을 씁니다.
저는 스타를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겜큐 게시판에서 글도 읽고 쓰고.. 그랬죠.
그런데, 욕설들이나 싸움들 때문에, 좋은 글이 자꾸 잊혀지는게 맘에 안들더군요.

pgr이라는 사이트는 그런점에서 제 맘에 들었습니다.
중요한 글들은 며칠씩 곰씹으며 서로 이야기 할 기회도 많고,
제가 싫어하는 욕설도, 소모적인 논쟁도 없었습니다.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어느새 운영진이 되었습니다.

pgr에 중요한 도움이 되고 싶어서, 몇가지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배넷 인터뷰 하려고, 몇시간씩 공을들여 게이머들에게 편지로 초대를 하고,
어떤 질문을 해야할까 공모해서 가려내는데도 몇시간씩 들더군요.
어떤 두 분이 친한지도 물으러 다녀야 했고,
두분 사이의 여러 관계나 지난 일들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도 다 고려했였습니다.
배넷 인터뷰를 하려면, 두 사람이상의 운영진이 두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하더군요.
그걸 편집해서 올리는 아파테이아 누나는 인터뷰가 끝나고는 또 두어시간을 더 들여야 했습니다.

전적을 구하러 다니는 일도 쉽진 않더군요.
예선 구경한번 하려면 보통 예닐곱시간씩 걸리고,
그동안 밥먹는 것은 커녕 앉아있어보기도 힘들더군요.
전적표 만드는 일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좋아하시던 분들이
이제는 안만들면 욕이 들어오더군요.

그러다가 여기가 커졌죠.
그래서 서버가 견디지를 못했습니다.
KPGA장팀장님에게 감언이설로 졸라서 서버비를 좀 보태달라고 했죠.
덕분에 좀 더 나은 서버로 옮겼습니다.

사람들이 많아지니, 이것저것 문제가 되더군요.
글이 적은걸 좋아하시는 분, 많은걸 좋아하시는 분.
게임계에 충분한 비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게임계엔 비판이 부족하다고 보시는 분.
pgr이 게임계를 위해 바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보시는 분.
pgr은 게임을 좋아하는 몇몇이들의 맘맞는 만남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저나 모든 분들은 원래의 pgr 분위기 대로 운영했고
그건 대대적으로 욕을 들어먹었죠.
항돌아이란 별명도 생겼고,
관악에서 학교다니려면 돌 잘피하라는 소리,
서울대는 어쩔수 없다는 둥
느끼한 인간.

저 말고 다른 분들도 저나 다름 없어서,
식음을 제대로 못하시고,
밤에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시고,
별 일이 다 생겼지요.

뭔가 달라질 필요가 있겠다 싶어
게임큐에 두번이나 길게 사과문을 올리고,
운영방침을 바꿔서
최대한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시작했습니다.
불과, 일주일도 안된 일이죠.

난상토론이 일어났죠.
최악의 게이머라는 글 때문에 말입니다.
저는 그 글때문에 상처입은 사람들을 봤고,
제 기준에선, 그 상처는 도가 지나치더군요.
그들은 너무나 힘들어 했고,
제가 아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바꿔달라고 공지하고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어서
삭제했습니다.
글을 쓰신 분은 다 보고 계시더군요. 그리고는 왜 삭제했는지를 되물어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에 관한 난상토론은 계속 되었습니다.
그 글 자체 이외에는 삭제하지도, 수정을 원하지도 않았습니다.
게시판 지기로서 활동하겠다고 말하고는
"최악의 프로게이머 "라는 글 3개만을 삭제한 것이지요.

그런데도 늘 제게 돌아오는건
"삭제로 권력을 휘두르는, 속좁고 편견에 가득찬, 운영자"로군요.

이번에는 바람님이 제게
"게이머들 똥꼬를 핥아주는" 사람이라는 칭호도 내려 주셨더군요.
하지만, 삭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표현의 자유란 그런거니까요. 제가 받은 상처와는 무관하게.

또, 어떤 분은, 제가 게시판에 글 쓰는 것 자체가
운영진의 개입이라서
공정하지 못하다고 하십니다.

저는 학생이고,
그냥 스타 매니아입니다.
저는 pgr을 좋아해서 운영진이 되었고,
그래서 저만큼 pgr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불쾌한 글을 안보시기를 바랬습니다.
그리고 제 글을 좋아하시는 이상한 분들이 제게 제 글이 좀 괜찮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어 주셔서 그동안 신변 잡설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써 왔습니다.

그런데 아닌가 봅니다.
저는 최악의 인간이고,
제가 pgr을 망친 장본인입니다.

저는 상처 받지 않는 종류의 인간일까요?

그 인간이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무심하게 상처를 주실수 잇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제가 하는 일들은 어떤 시간이나 노력이 들어가 있지 않으며,
제가 하는 일들은 어떤 생각과 고려가 없는 일인가 봅니다.

저를 전혀 모르시는 분들.
저와 언제부터 알게 되셨다고, 군 이니 너 니 하는 표현들을 쓰시면서,
혹은 반말을 쓰시면서
첫마디 부터 제게 상처를 주시는 일로 저와의 관계를 시작하십니까?
혹시, 길을 걷다가 청소하는 분들 보고도, 청소하는 자세가 잘못되었다는 말로, 자기 소개를 대신하는 분들인지요.

혹시 저는
독재자니, 남을 쓰레기로 매도하는 사람이니 하는 말들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심정의 소유자로 보이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도 붉은 피를 가진 사람입니다.

제 여자친구가 한동안 pgr을 오지 않았습니다.
화가 나서 다 부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pgr을 들어와 보더니 울면서
제발 그곳을 떠나라고 애원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도망가진 않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운영자를 원하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자유게시판에 글을 쓰면 안된다고 하시니
그것부터 실천해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에
진심어린 기대를 표명합니다.

하지만, 전
예전의 그 조용한 pgr이 그립군요.

아 그리고 또 드리고 싶은 말씀들.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시고,
반갑게 만나보고 싶으시다구요.
죄송합니다.
전 그렇게 할수 없을것 같네요.
너무 속이 좁아서요.

p.p님이 생각하신 것 만큼 강한 젊은이도 아니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악당도 아닙니다.

전 공인도 아니고
돈받고 이곳을 관리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사람도 아닙니다.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기만을 원했던 사람에게 돌아오는 댓가가
이런것이군요.

오늘 제가 받은 문자입니다.
016-444-4444로 부터
"항즐이 바보"

맞는 말이네요.
번호라도 바르게 주셨으면
전화라도 해보는건데

"제가 어떻게 해야 바보에서 벗어나나요?"

그 답을 찾기 위해
자유게시판을 떠납니다.

그럼,
즐거운 게시판 생활이 되세요.
그 첫째 요건인 "항즐이의 부재"가 일단 이루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2/05/08 03:09
수정 아이콘
음냐.. 요새 상당히 예전의 딱딱함과는 달리 유연적인 대처가 느셨다고 판단했는데.. 헌데 저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태가 생기는 군요. 별로 드릴말씀은 없고.. 힘내ㅅ란 말밖에.
02/05/08 03:11
수정 아이콘
제가 pgr을 들락거리게 된 이후 pgr에는 항상 많은 논쟁이 있어왔지요. pgr과 겜큐 사이의 논쟁에서부터 프로게임계의 장래, 이윤열 선수 사태 등등.... 저는 진지하고 격렬한 그 논쟁들 때문에 pgr을 들락거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왠지 좀 많이 씁쓸하군요. 처음 탄야님 글이 올라왔을 때, 논쟁이 시작되던 그 시점까지는 이렇게 어긋난 느낌은 아니었는데 긴 밤 지새우며 글이 올라오던 어느 순간부터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에 여기 들어와보고 이번 사건은 왠지 서로에게 다 상처만 남긴 것 같아 가슴이 아프더군요. 그래도 따뜻한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니 -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 잘 해결되겠지라고 마음을 도닥거렸는데... 또 하루 사이에 가림토님의 복제글(?)이 올라오고 또 논쟁이 벌어지고...
어떤 분들은 이런 토론들을 통해 pgr이 더욱더 발전해나갈 수 있는 거라고 하셨지만 - 그렇죠... 발전을 해 나가긴 하겠습니다만... - 여기저기에 비치는 혈흔들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논쟁들 때문에 들락거리기 시작했지만 그 사이엔 왠지 모르게 따뜻한 정 같은 것들이 오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건 때문에 무언가 조금은 틀어진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군요.
걱정만 할 뿐, 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만은 그저 다 잘 해결되었한다는 무책임한 말 한마디라고 남길까 해서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습니다.
항즐님도 힘 내세요. alhappy잖아요. ㅡㅡ^
식용오이
02/05/08 03:20
수정 아이콘
SCV 하나와 커맨드센터만 있으면 희망이 있다고,
슬프고 속 상해도 그런 희망 한 가닥 잡고,
마우스를 놓지 못하는 사람들....
많은 것 바라지 않고,
명예롭게 GG치고 나갈 기회 정도 원하는 사람들에게
때론 게임은, 인생은 그리고 저 편 상대방은....
충분히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계기가 되셨길 바랍니다.

5월입니다. 여행도 다니면서 좀 쉬세요.
이광은
흠...
왠지 좀 우울하네요...
이도근
02/05/08 03:59
수정 아이콘
정말 우울하군요...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로 인류보완계획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저였습니다.
힘내세요...
아무 대책도 없이 이런 무책임한 말밖에 할 수 없는 제가 밉군요.
아..아....아.....안타깝습니다 ........
이미 쏟아 버린 물은 주워 담을수가 없다고는 합니다... 그만큼 돌이킬 수 없는 일이겠지요...어쨋건 그 물을 쏟아 버린자를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해보고 싶지만 저에겐 아무런 힘이 없는것 같아 너무 슬프군요.....
휴...
끝내는 이 글이... 올라오고 말았군요.. >_<

요 며칠 pgr과 겜큐를 오가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건
항즐이님 정말 힘드시겠다 -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비판글들...
비판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몇몇 글들...
고군분투(겜큐에선 정말 고군분투...-_-) 하시는
항즐님...-_-;;;

이 글 보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건...
그렇게 항즐이님 비판하시는 분들이 과연...
다들 'pgr 잘되라고 하는 거야!!!' 라는...
아무도 부정 못하는 명분을 앞세우시는
그분들이...
정말 pgr의 발전을 위해서
항즐이님 만큼 노력하셨을까? 하는 점입니다.
물론 운영자의 입장과 일반 회원의 입장엔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보기에 항즐이님은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지적받는 것들 고쳐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신 것 같은데요...
그 반대편에 서 계신 분들에게 과연 그만한
노력이 있었는지, 운영방법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내놓은 적은 있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쩝.
횡설수설이군요. -_-;
어쨌든 결론은, 항즐이님 힘내세요~
시간이 약이라잖아요.
아닌게아니라 좀 쉬시다 보면... 상황이 훨씬
나아질 것 같다는...
근거없이 낙천적인(?) ^^ 생각이 드네요.
모두 즐 pgr.
Rokestra
02/05/08 04:14
수정 아이콘
쩝...항즐이님이 십자가를 짊어지셨군요.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서 항즐이님이 비난 받을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데...
누가 잘못하고, 누가 잘해서 일어난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단지, 공적인 개인 사이트라는 지향점이 모순이 아닐까 생각될 뿐이죠. 공적인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이 그 일부를 담당하는 사이트를 사적인 사이트로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회의적입니다.) 밑에도 비슷한 답글을 썼습니다만, '노사모'나 '창사랑'같은 비영리 자발적 단체에 대해, 노무현씨 지지자나 이회창씨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대표하는 단체라고 인식할 수도 있겠지요. 많은 지지와 함께, 비판도 따라다니겠지요. 비유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답글 남겨주세요...
김종수
02/05/08 07:10
수정 아이콘
음.~ 여기서 물러나면 안티세력들이 더 좋아할걸요.. -_- 그 사람들이 발전을 위해 비난질을 한것도 아니고 비난 자체의 쾌락에 비중이 더 큰것 같던데, 아함.~~
02/05/08 09:45
수정 아이콘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난 오히려 자신을 조금 숙이고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은 뒤에 다시 열심히 활동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는데...(항즐이 힘내!!!)
예전에 비해서 내가 PGR21에 댓글 올리는것이 줄어든 이유도 협회에 있는 사람으로서 함부로 글 올리기가 어려워서 인데, 항즐이도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항즐이가 프로게이머들하고 더욱 가까워지고 그만큼 더 중요한 위치에 있게 되었으니 여러가지를 조금 더 조심하고 남들에게 이런저런 안 좋은말을 들어도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자세를 가지라고 말야...
난 협회에 있는지 몇 년이 되어 가지만 이제껏 별별 소리 다 듣고 내 직접적인 험담을 들어도 일일이 대꾸 해 본 적이 별로 없거든...
왜냐면 내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 했으니까...--;
항즐이도 그렇게 생각하고 예전처럼 다시 힘내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 봤으면 좋겠어...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함 보장...내가 요즘 바쁘다고 넘 무심했던거 같네...^*^
02/05/08 10:34
수정 아이콘
정말 안타깝네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힘내시란 말 뿐이지만.
별별 희한한 욕 다 들어먹으면서도 참고 노력하는 항즐이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참 좋아보였는데.
아마 그 동안 많이 속타셨을거라 생각합니다.
힘 내세요.
인페스티드메
02/05/08 10:39
수정 아이콘
이런... ㅠ_ㅠ;;
항즐님 힘내세요...
참...뭐라 말할수 없는 씁쓸함이...
ㅠ_ㅠ;;
믿음[TRuST.K]
02/05/08 11:02
수정 아이콘
아~~ 천하는 너무나도 어지럽구나..
이러니 세속을 떠나는 사람들과 땅속에 묻혀버린 아까운 인재들이 생겨날 수 밖에..
언제나 평화로운 천하를 볼 수 있을런지..
스타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해야하는데..
그것이 진리이거늘..
02/05/08 11:10
수정 아이콘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
쩝 ... 향즐이님 ... 힘내세요 ...
말재주가 없는 지라 .. 좀 더 좋은 말을 드렸으면 좋을덴데 ....
Dabeeforever
02/05/08 11:26
수정 아이콘
흠...무슨 글인가 쓰려다 논리가 꼬여서 쓰지 못하고...
댓글로 답니다...
항즐이님...좀 쉬다가 다시 오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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