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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11/23 08:32:00 |
Name |
디미네이트 |
Subject |
예상에 맞춰 본 MSL 결승전 |
1. 서문
미리 말해둔다. 진짜 순수하게 희망을 담아서 찍은 것일 뿐, 인생을 바꿔 줄 번호 여섯 개를 점지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거나 한 건 아니다. 그런 게 있었으면 내가 먼저 썼다. 그러니 더 이상 번호 문의 쪽지는 자제를...^^;
정말 이벤트 당첨이라는 것과는 넘사벽 수준의 거대한 장막을 쌓고 살았던 나에게 찾아온 첫 당첨 행운이었다. 결과 확인하러 와서 3:1 스코어를 본 순간, ‘아싸, 박성균 이겼구나’라고 생각했을 뿐, ‘아싸, 10만원이다’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는데, 우연히 본 공지글엔 당당히도 네 아이디 다섯 글자가 박혀있었다. 무엇을 살까하다가 결국 부랴부랴 운영하는 소설 카페에서 소설도 추천받고, 오랜만에 효도도 해볼 겸, 어머니로부터도 도서 요청을 받아보았다. 평소에 관심 있던 책들도 긁어모았다. (L모님께서 나중에 ‘왜 럭X☆스X 피X어나 DVD를 지르지 않았냐’는 오덕스런 불호령을 내리실지도 모르겠다만...아무튼...ㅡㅡ;;;)
그리하여 주문한 책 12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낭만 동화집 1,2
우주 만화
열려라, 클래식
철학 지도 그리기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 강의
보르헤스 전집 1~5
사신의 발라드 9권
이 12권을 받게 된 만큼 PGR 여러분들께 돌려드릴 의무가 어느 정도는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이 허술한 감상글로 먼저하고, 그리고 12월 초에 겨울 방학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가면 위 책들을 차근차근 읽어서 감상문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나누어보고자 한다.
염장질은 그만두도록 하자. 미리 약속 해두고자 쓰고 있는 서문이지만, 이러다간 자게용으로 오해받고 이동 및 벌점을 받을지도 모르니까.
나에게 책 선물을 안겨준 결승전인만큼,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서 안 볼 수가 없었다. 즉시 MBC에서 1일권을 질러서 주욱 감상했다. 경기를 본 지 오래된 나의 시각으로는 그리 예리한 통찰을 발휘한 경기 감상문은 쓸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내가 찍은 것에 맞추어가면서 이야기를 해보는 방향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찍은 것들이 맞게 된 원인. 순수하게 박성균 선수가 이겼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단순히 찍은 것들이지만, 경기를 통해서 나름대로 찍은 이유를 짜맞추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른바 ‘결과론적인’ 감상이라 할 수 있겠다.
2. 스코어에 대하여.
유일하게 내가 찍기 전에 생각을 좀 한 게 있다면 이 스코어에 관한 부분이리라. ‘몇 경기를 누가 이기고, 몇 경기를 누가 이겨서 누가 최종적으로 승리한다’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것은 ‘박성균 선수가 이겼으면 좋겠다’였고, 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스코어를 찍은 것이다.
이렇게 한 이유는 단 하나. 대놓고 말하기는 조금 그럴지 모르겠으나, ‘내가 김택용 선수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몇 년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저그 유저 입장에서 김택용 선수같은 괴물 플토의 등장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비슷한 수준이면 저그는 절대 토스에게 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3:0이라는 당시 한 자릿 수를 간신히 기록하던 확률로 산산조각을 내어버렸으니. 그때부터 나의 모든 경기에 대한 예상은 ‘김택용이 진다’라는 것 가정하고 시작한 것이다. 고정관념에 틀어박힌 한 불쌍한 소시민의 부질없는 저항이리라.
아무튼 ‘박성균 선수가 이긴다’로 시작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우선 3:2를 제외시켰다. 2:2 상황의 압박감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그것도 결승전이다. 그것도 만약 박성균 선수가 기세 좋게 2:0으로 시작했다면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라고 생각했다.
온게임넷 4강에서 박지호 선수가 임요환 선수를 상대로 3:2로 분패한 것을 기억하는가? 2:0에서 한 발자국만 더 가면 되는 상황에서 3,4경기 ‘어, 어?’하는 사이에 내주고 뒤따라 잡혀 5경기에서 패했다.
난 이것을 단 하나의 차이 때문이라 생각했다. ‘큰 무대 경험의 차이’. 박지호 선수는 당시 상당히 기세를 올리긴 했지만, 4강엔 처음이었다. 2:0에서 ‘이제 한 번만 더 이기면 돼’라는 안도감이 무의식중에라도 생겼을 것이고, 그 틈을 임요환 선수가 3경기로 파고든 순간 이미 3:2는 예정되어 있었다고 본다. 2:0에서 2:2로 쫓기는 자의 입장은 그야말로 절박하기 짝이 없다. 그것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그런 무대 경험이 많은 사람, 즉 임요환 선수 같은 사람이다.
지난 온게임넷 결승전 김준영 선수 대 변형태 선수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엔 양쪽 다 첫 결승 무대였지만, 5경기에서 김준영 선수는 쫓는 입장, 변형태 선수는 쫓기는 입장에 놓여있었다. 이 심리적 차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으리라.
같은 식이다. 2:2가 되면 첫 결승 무대, 그것도 최연소 결승 진출자 입장이었던 어린 박성균 선수가 아무리 대담해도 그것을 버티기는 힘들 것으로 보았다. 특히나 2:0으로 앞서다가 따라잡혔다면 그야말로 희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5경기는 차라리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 3:0은 어떨까? 3:2보다는 좀 더 나을 거라 생각했다. 차라리 기세를 몰아서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게 신인의 패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의 변수는 앞에서 잠깐 언급한 2:0 리드 순간에서의 마인드 컨트롤이다. 한 판만 더 이기면 된다는 것은 안도감을 주기도 하지만, 여기서 한 판이라도 지기 시작하면 급급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새 2:1이 2:2가 되고 5경기로 몰리게 될 것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토스 대 테란은 내가 보기에는 토스 쪽이 조금이라도 좋다고 생각한다. 보통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테란 > 저그 > 토스 > 테란의 밸런스를 볼 때, 밸런스가 앞서는 쪽이 한 경기라도 놓친다는 건 사실 생각하기 어렵다고 본다. 마재윤 선수 대 김택용 선수의 결승전은 그 철석같은 믿음을 일약에 깨어버리긴 했지만, 가능성이 0%였던 것에서 조금이나마 올린 것에 불과하다. 테란에 대한 이미지 때문일까? 너무 안정적이고 도전이 없다는 느낌을 가진 최근의 이른바 ‘양산형 테란’에 대한 이미지도 이 판단에 비중을 실어줬으리라.
그렇다면 남는 건? 3:1이다. 그것도 2:0에서의 1패 후 우승은 아니다. 이유는 앞서서 언급했다. 1경기 패, 2경기 승 이후 우승이냐, 1경기 승 2경기 패 이후 우승이냐. 여기서 판단의 기준이 된 건 ‘기세’였다. 일단 첫 경기 기세를 잡는 것이 신인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봤다. 첫 경기부터 지면 신인 입장에서는 마인드 컨트롤하기가 참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 처음부터 기선을 제압해야 박성균 선수 자신의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이 2경기까지 승리로 가서 자만이나 지나친 안도가 되어선 곤란하다. 2경기에서는 한 번쯤 져서 적당히 긴장감을 높이고 숨을 고른 다음, 단숨에 3,4경기로 적장을 목을 쳐야한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
1경기 승, 2경기 패, 3경기와 4경기 승. 3:1 박성균 승리.
박성균 선수가 이긴다면 이 시나리오가 가장 최적이라 생각했다.
2. 1경기 @Zodiac -- 섬멀티가 유도한 노다크.
김택용 선수가 그렸던 밑그림은 빠른 섬멀티. 만약 이것이 정찰을 통해 확인되지 않았더라면, 박성균 선수는 여유 있게 플레이를 하려다가 밀려버렸을 것이다. 섬 멀티는 누가 뭐래도 몰래 멀티 1순위 지역이긴 하지만, 공중으로 정찰을 해야 하는 탓에 초반에는 자칫하면 확인하는 것을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애당초 섬멀티를 염두에 둔 빌드였으니, 다크가 나올 리 만무. 물론 닥템 드랍 같은 견제 방식도 존재하지만, 섬으로 트리플을 가져갈 때 쓰는 방법은 아니다. 로보틱스에 넥서스 짓고, 거기서 또 아둔에 템테크. 이건 넥서스가 늦던지, 템테크가 늦던지, 어느 쪽이든 좋지 않다.
하지만 배럭으로 정찰 당한 이후, 김택용 선수는 12시 멀티를 가져가는 방향으로 선회한다. 애당초 드라군까지 동반해서 데려갔다. 섬멀티에 배럭 내려서 마린 뽑는 식의 섬멀티 견제 방식을 염두에 둔 플레이 아니었을까? 발각 당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진행한 전략이었다면 굳이 드라군을 대동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토스는 섬을 택하지 않고 12시를 가져간다.
아마 드라군은 약간의 페이크이지 않나 싶다. 상대에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섬멀티를 가져 가겠다’라는 의도를 가진 것처럼 보이고는 실제로는 다른 것을 준비하는 것.
12시를 가져가는 것과 섬을 가져가는 것에서 가장 큰 차이는 멀티 활성화 타이밍이라고 본다. 본진 앞마당 드래그 해서 12시에 프로브 갖다 붙이는 거랑 셔틀에 일일이 태워가며 갖다 붙이는 것, 효율면, 시간면에서 12시를 가져가는 쪽이 훨씬 좋다. 상대는 내 섬멀티 의도를 보면 타이밍 러쉬에 승부를 걸어올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빠른 쪽이 좋을 것이다. 어차피 섬에 가져다 놓으면 언제든지 여차할 때 멀티를 할 수 있으니 손해는 아니다. 여기까지도 김택용 선수는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경우에도 결국 상대가 내 트리플을 알고 있는 이상 빠른 물량 확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리버로 최대한 시간을 벌어서 상대의 타이밍을 저지하고 내 물량을 모으는 것. 어찌보면 상당히 일반적인 패턴임에도 불구하고, 섬멀티 발각을 중심으로 많은 생각이 오갔으리라 본다.
그러나 박성균 선수의 타이밍이 그러한 일련의 계산을 일개 휴지조각으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12시 목전까지의 거침없는 진격 후 자리 잡기. 그 다음은 보신 바와 같은 전투. 신인의 거침없는 패기 앞에 노련한 계산은 의미가 없었다.
3. 2경기 @Blue Storm -- 원 팩 멀티? 승부수 앞에서 꺼낼 카드는 아니다.
바둑에서 불리한 쪽은 어떻게 해서든 파란을 일으켜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쉽게 쉽게 나가봤자 지는 것이 정해져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국면을 꼬이게 만들어서 상대가 실수해주고 그 기회를 틈타서 역전을 노리려 한다. 이는 제한 시간이 짧아진 요즘 바둑에서 더 많이 보인다. 이 때 쓰는 수법들은 보통 일반적인 국면에서는 쓰이지 않는 조금은 지나친 수, 이른바 ‘과수’인 것이다. 이러한 과수들을 우리는 승부수라고 부른다.
과수 혹은 승부수는 어떠한 국면에서 나오는가? 내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때 나온다.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후회하는 쪽이 차라리 나을 때가 있다. 하지 않고 무력하게 패배할 것인가, 할 수 있는 만큼 다 해보고 패배할 것인가의 선택. 그 기로에서 승부사들은 승부수를 선택한다.
블루 스톰을 보자. 내가 알기로 이 맵은 무난하게 할 경우 테란이 유리하다. 우리는 언덕이 많으면 언제나 ‘테란맵이네’라는 소리를 달고 살았다. 맞는 경우가 아마 좀 더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택용 선수는 1경기마저 패배했다. 무난하게 하다가 져서 2패할 것인가, 뭐라도 해볼 것인가? 그 기로에서 그는 센터 게이트라는 승부수를 택했다.
바둑에서는 승부수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유리한 국면을 점하고 있는 측이라면 더 이상의 변화를 원치 않는다. 기사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는 더 이상 욕심내지 않고, 상대와 적당히 타협해준다. 평소처럼 두는 것이 아니라 ‘평소보다 더 안전하게’ 두는 것이다. 평소처럼 두거나 더 강하게 나가거나 했다간 상대의 리듬에 맞장구를 쳐주는 것에 불과하다. 최대한 냉정하게 계산해서 손해 보지 않는 선상에서 안전하게 두는 것이다.
같은 논리다. 원 팩 더블은 ‘평소의 플레이’다. 하지만 상대가 전진 게이트일 때 할 짓은 아니다. 뭔가 길게 이야기했지만, 실은 당연한 이야기. 전진 게이트 앞에서 누가 원팩 더블하고 앉아있나? 질럿 보고 당황해서라도 빌드가 바뀐다.
그러나 경기에서 제3자 입장에서 누가 무엇을 쓸 것인가는 예상하는 상황에서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맵의 특성을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이 맵이 누구에게 유리한가? 불리한 쪽이 몰래 건물 같은 수작 잘 거는 종족, 토스인가? 그렇다면 상대가 승부수를 걸어올 가능성이 큰 경기다. 그렇다면 그 승부수에 응수하는 쪽도 평범한 플레이는 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는 것이 옳으리라.
무난하게 막고 박성균 선수의 승리 국면으로 갈수도 있었던 것 같지만, 진출한 바이오닉 병력이 너무 쉽게 잡혀버리면서 김택용 선수의 후속타에 아깝게 밀렸다. 이것이 승부수의 위력이다. 안정적인 국면으로 가서 이길 수 없다면 상황을 최대한 복잡하게 만들어야한다. 그리고 상대가 실수를 해주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상황이라고 덩달아 자기 자신마저 복잡해져버리면 안 된다. 복잡한 상황을 리드하면서 상황 자체에는 말려들지 않는 마인드 컨트롤. 승부수는 어찌 보면 노련한 자의 특권이다. 수차례 결승을 경험한 노련한 김택용이 신인 박성균을 상대로 불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닌가 싶다.
아아, 하지만 이를 어쩌랴. 이미 1경기를 내준 뒤였으니, 2경기의 승리는 그저 상대가 정신을 가다듬고 목전까지 날을 세우고 들어올 준비를 하게 해준 것이 불과했으니...
4. 3경기 @Python -- 자리 예상? 이런 @#%#@!
앞에까지 계속 이지선다였는데, 갑자기 십이지선다가 되어버렸다. ‘아이디어가 떨어지셨구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던 것 같다. 2인용 맵이라면 모를까, 4인용 맵의 자리찍기는 조금 가혹했다. 뭐, 운이 좋게 찍은 나로써는 일찌감치 경쟁자 나머지 다섯 분들을 떨군 좋은 기회였지만...
아마 내가 찍은 게 박성균 선수 12시, 김택용 선수 2시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거 역시 괜히 고민하지 말고, 스코어 예상한 것마냥 내가 이겨줬으면 하는 선수가 어느 위치 관계이면 가장 이기기 쉬울까를 생각해보는 쪽이 가장 편하다고 생각했다. 12시 2시를 생각한 건 나름대로 두 가지를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두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첫 번째는 섬멀티. 테란과 토스가 섬멀티를 사이에 두는 위치 관계가 테란에게 좋다고 생각했다. 앞서 말했듯이 토스의 섬멀티를 테란이 어떻게 응징할 수단이 그리 많지 않아보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양측 진영 사이에 있으면, 그만큼 토스가 섬멀티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다. 이것으로 가능성을 네 가지까지로 확 줄여버린 셈이다.
두 번째는 조이기. 박성균 선수의 탱크 배치가 기가 막히다는 건 유명한 사실.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위치 관계인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다지 파이썬에서 경기를 많이 본 것이 아니기에 이에 대해서는 정확히 뭐라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지 상으로 보기에는 네 가지 경우 중에서는 12시에 테란, 2시에 토스가 있는 쪽이 왠지 로템 12/2시 관계라던가 6/8시 사이 계곡 전진의 혼합 같은 인상을 주었던 것 같다.
뭐, 컴퓨터의 랜덤신은 그런 거 다 무시해버리셨다. 박성균 선수 6시, 김택용 선수 2시. 깔끔한 조이기로 박성균 선수 승리.
4경기에 대한 문제는 없었고, 많은 분들이 분석을 하신 경기인 만큼 이 감상에서는 크게 언급하지 않겠다.
5. 결론
상당히 오랜만에 감상한 결승전이었던지라, 그냥 모든 게 신기해보였다고나 할까. 맨날 똑같은 경기네 뭐네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입장에서는 꽤나 신선했다. 변화라는 것은 단번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일어나기 때문 아닐까? 계속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저번 경기와 이번 경기 사이엔 미묘한 차이밖에 없지만, 어느 새 뒤돌아보면 그 작은 차이들이 쌓여서 큰 차이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3. 혁명이라면서 김택용 선수가 떠오르던 것이 엊그제인데, 눈 깜짝할 사이에 최연소 우승자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 사이의 기간이 8개월 남짓이던가. 참으로 빠른 사이클을 실감했다. 프로게임계의 난세가 마재윤 선수에 의해 정리 되는가 싶더니, 김택용 선수가 뒤집고, 또 김택용 선수가 평정하는가 싶더니, 박성균 선수가 여우 같이 자리 잡아버렸다. 그야말로 난세. 이 급변하는 사이클이 이 판의 생명력을 유지 시켜주는 근원인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 것인가? 박성균 선수를 필두로 한 테란들이 설움들 떨쳐내고 또 한 번 인간의 평화를 지킬지, 왕좌의 눈앞에서 추락한 혁명가가 또 한 번 세상을 뒤집을지, 잠시 주춤하는 저그가 다시 한 번 크립의 마수를 펼칠지. MSL 결승전은 끝이 아니라, 그저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는 소용돌이를 그리는 긴 서사시의 한 서막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11-2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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