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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5/10 11:36:54 |
Name |
The xian |
Subject |
[스타2 협의회 칼럼] [The xian의 쓴소리] 리그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닙니다. |
* 이 칼럼은 2011년 3월 4일에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지금은 스타크래프트 2로 종목을 변경하여 슬레이어즈 팀으로 활동 중인 임요환 선수는 스타크래프트 1 종목 선수로 활동할 때 원하지 않는 설화에 휩싸였던 일이 있었습니다. 리그와 관련된 변경 사항이 있을 때마다 그의 이름이 거론되었기 때문이지요. 듀얼토너먼트를 도입했던 때에는 이미 예정된 사항인데도 당시 처음으로 시드를 확보하지 못했던 임요환 선수를 위한 것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고, 이후 몇 년이 지나 스타리그 24강 확대를 발표했을 때 추가 선발전 대상에 임요환 선수가 들어 있자 임요환 선수 띄워주기라는 논란을 겪어야 했지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임요환 선수가 애꿎은 비난을 가장 크게 받은 것은 So1 스타리그 때였습니다. 리그 진행 도중, 그것도 초반도 아니고 결승전이 임박할 즈음 갑자기 온게임넷에서 스타리그 3회 우승자에게 골든 마우스를 수여하고 차차기 대회까지 시드를 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죠. 당시 그 정책의 대상이 되는 선수가 임요환 선수 하나 뿐이었기 때문에 그런 졸속행정을 행한 주최측은 물론 임요환 선수에게까지 애꿎은 불똥이 튀었습니다. 결국 골든마우스는 논란 끝에 인정되었고 이윤열, 박성준, 이제동, 이영호 선수와 같은 위대한 수상자를 낳았지만 3회 우승자에게 차차기 대회까지 시드를 부여하려 했던 무원칙 행정은 팬들의 극렬한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시선을 MBC게임으로 돌려 보면, MBC게임의 스타크래프트 1 종목 대회인 MSL은 2년 전 아발론 MSL부터 도입했던 KeSPA 랭킹을 기준으로 8강을 재배치하고, 각 팀내 KeSPA 랭킹 1위를 기록한 선수들에게 서바이버 토너먼트 예선을 면제하는 정책이(게다가 1위가 서바이버 이상 선수라면 팀 내에서 그 다음 랭킹 선수들에게 지위가 계승되기까지 했지요.) 선수간의 형평성을 무너뜨리는 '개악'이었기에 팬들의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결국 서바이버 토너먼트 예선 면제 정책은 부작용을 드러내며 몇 시즌 안 가 폐지되었지만 KeSPA 랭킹에 근거한 8강 재배치는 여전히 리그의 정체성 및 공정성 문제의 불씨가 되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물론 이 세 가지 이야기는 조금씩 다른 이야기고 그 중에는 원치 않은 논란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으며, 졸속행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는 분들은 제가 왜 이런 옛 이야기를 했는지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바로 곰TV 측에서 금일, 그렉 필즈 선수의 불참으로 발생한 GSL Mar. 의 승격 강등전 결원을 IEM 대회의 우승자로 하겠다고 발표한 것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GSL Mar. 대회의 코드 A와 코드 S 리그 진행 도중 갑작스럽게 발표된 이 내용이 앞서 들은 과거의 원치 않은 논란이나 시행 착오, 그리고 졸속 행정보다 더 나쁘면 나빴지 덜하지는 않은 졸속 행정일 뿐만 아니라 '경거망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하나하나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리그 진행 중 체계 변경은 리그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동입니다.
리그 자체가 공정성이 결여되거나 중대한 문제가 발생해 체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리그의 체계 변화가 리그 도중에 일어나서는 안 되며 변화와 개선은 리그가 종료된 다음에 충분한 시간을 숙의한 후 새 리그가 시작하기 전에 발표해야 합니다. 왜냐 하면, 리그 도중의 변화는 진행되는 리그의 체계와 공정성을 주최측에서 스스로 깎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스포츠든 숙고를 거쳐 리그의 변경안을 발표한다 해도 당혹스러워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리그 도중에 변화를 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의도했든 아니든, 당연히 진행 중인 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들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발생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IEM 우승자를 승격강등전 대상에 포함시키는 행동은 리그의 공정성과도 관계가 없고 승격강등전의 결원을 채우려는 합당한 시도로 보기에도 명분이 약합니다. 더욱이 이번 IEM 4강 진출자들 중 대한민국 선수들이 모두 코드 A 32강 탈락자라는 점은 더더욱 명분을 약하게 만들고 리그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문제제기를 할 빌미를 제공하는 자충수입니다. 만일 곰TV 측에서 그렉 필즈 선수의 빈 자리를 채울 요량이라면 코드 A 16강 진출자 중 8강에 들지 못한 선수 8명의 와일드카드전으로도 족한 일입니다.
둘째. '해외 리그와의 교류'라는 중요한 명분을 도리어 퇴색시키는 자충수입니다.
곰TV 측에서는 이번 정책을 발표하며 "해외 리그와의 연 독일에서 펼쳐지는 대회에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여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대회와의 지속적인 연계 방안을 통해 GSL을 발전시켜 나가려는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GSL은 해외 대회와의 스케줄 조정과 선수 교류 등을 통해 세계 최고의 스타크래프트 2 대회로 발돋움 해 나갈 예정입니다." 라고 밝혔습니다. 명분과 방향만으로 보면 상당히 훌륭하고,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2 리그에 어울려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해외 리그와의 연계'라는, 대한민국 e스포츠가 한 단계 발돋움할 수 있고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재료를 겨우 승격강등전에 임박해 원칙 없이 '빈 자리 채우는 도구'로 격하시키는 것이 합당한 일입니까? 해외 리그와의 교류라는 명분을 이런 식으로 소모하는 행동은 요리로 따지자면 최고급 재료인 푸아그라를 후라이팬에 센 불로 푹 익혀 녹여버리는 행동입니다. GSL의 정립을 위해 더 많은 이슈와 명분을 만드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식으로 중요 이슈를 허무하게 소모해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곰TV 측은 불공정한 선택에 중요한 명분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셋째. 다른 무엇보다, 선수와 팬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입니다.
GSL을 위시한 스타크래프트 2 리그가 출범했을 때에 리그의 모토는 '열린 리그'이며 '기존의 주체와 차별화된 리그'였습니다. 그렇기에 팬들과 선수들은 과거 KeSPA를 위시한 기존 주체들이 행했던 갑작스러운 시행착오나, 팬들과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을 배신하는 행동이 GSL과 같은 리그에서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리그 도중에 발표된 갑작스러운 승격강등전 관련 정책은 과거에 발생했던 공정성 훼손 사례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고 구태를 답습하는 부분입니다. 곰TV측에 묻겠습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어디에 두셨습니까. 최소한 과거의 e스포츠 주체들이 해 왔던 시행착오와 같은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닙니까.
리그 도중에 갑자기 발표된 외부 리그 우승자의 승격강등전 지위 벌충 소식. 이것이 과연 GSL이라는 리그에 희망과 청춘과 꿈을 건 선수들을 위한 행동입니까, 새로운 리그와 새로운 e스포츠를 기대한 팬들을 위한 행동입니까. 아니면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좀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하려 했던 것입니까. 단언하건대, 곰TV 측은 정말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만에 하나, 이것이 사전에 타 주체와 일부 합의가 있었다면 더더욱 부끄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리그 중간에 이런 특혜를 발표할 경우 이미 진행 중인 승격강등전이라는 상하위 리그의 연결고리를 무너뜨릴 수 있고 코드 A에 참여하는 선수 및 승격강등전 대상 선수들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런 안이 떠올랐다 해도 기각했어야 정상입니다.
스타크래프트 2의 출시와 더불어 스타크래프트 2의 e스포츠도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스타크래프트 2가 정식 출시되면 이 흐름은 더욱 더 속도가 붙겠지요.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에서도 대한민국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요소들이 여러 군데에서 보입니다. 북미 최대 규모의 대회인 NASL은 대회 이름 및 규모, 기간 등의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GSL을 다분히 의식하여 정해진 부분들이 보이고 있고, 현재 4강까지 진행된 IEM 역시 그렉 필즈 선수의 소식이나 국내 선수가 4강에 3명이 오르는 등의 낭보를 들으면 대한민국이 가진 e스포츠의 힘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에서는 지난 10여년 동안 열린 다른 e스포츠 종목에서 보여준 '말뿐인' 세계화나 '말로만' 글로벌화가 아닌, '실질적인' 세계화와 글로벌 e스포츠 단체들과의 실제적인 연계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곰TV 측에서 IEM 우승자에게 GSL 승격강등전의 한 자리를 주기로 발표한 것 역시 생각만으로 평가하자면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 글로벌화의 초석을 세우기 위한 좋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명분이 좋다고 해도 일처리에는 모름지기 단계가 있고 우선순위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행동은 좋아 보이는 명분에만 몰두한 나머지 우선순위를 망각하고, 이제껏 세워 놓은 체계를 리그 도중에 무너뜨리려는 시도이며, 명백한 실책입니다.
GSL의 약자는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2 리그(Global Starcraft II League) 입니다. 팬들에게는 즐거움의 대상일지 모르지만, 내적인 요소는 쇼나 유흥이 아니라 엄연히 규정이 있는 경기이고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의 스포츠입니다. 프로의 룰과 규정을 초월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리그에, 그것도 리그 도중에 개입된다면 GSL이 꿈꾸는 해외 리그와의 교류는 고사하고 리그로서의 존립조차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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